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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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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작품등록일 :
2020.02.29 00:30
최근연재일 :
2020.04.29 15:10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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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2,865

작성
20.04.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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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시간여행자

DUMMY

“뭐 커플마다 스타일이 다르긴 하지.”


준석이 말했다.


“그래도 차라리 둘이 사귀었을 때가 나았어요. 지금은 보기에도 안 좋고 어쩐지 친구 두 명을 잃는 느낌이랄까요. 한 명은 연락 두절에 또 다른 한 명은 일부러 우리랑 거리를 좀 두는 것 같아요. 차라리 예전이 나아요.”


추억을 떠올리며 속내를 털어놓는 연준은 속상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 와중에 재성이 노트북을 닫고 기지개를 켰다.


“와~ 드디어 끝냈다.”


“뭘 끝내?”


연준이 물었다.


“레포트.”


태연하게 답하며 재성은 노트북을 가방에 넣었다. 사색이 된 연준은 양손으로 얼굴을 부여잡으며 편의점에 걸려있는 시계를 쳐다봤다.


“헐 망했다. 나 까먹고 있었어.”


“그러게 이 형님을 본받고 미리미리 좀 과제 해둬야지.”


“형님 같은 소리 한다. 내가 너보다 생일 빠르거든.”


연준은 가방을 들쳐메고 나설 준비를 했다.


“같은 해에 태어난 것들이 따지고들 있다. 나도 가야겠다. 다른 지점에 가서 살펴볼 일도 있고.”


준석이 시계를 보며 얘기했다. 셋은 가볍게 재성에게 인사를 한 뒤 편의점을 빠져나갔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일순간에 빠져나가자 편의점에서 틀어놓은 노래소리만 들렸다.


탈의실에서 유니폼을 걸치고 나온 재성은 매장에 흐트러진 물건들을 반듯하게 해놓고 카운터에 와서 서랍을 열어보았다.


“어라? 손님이 안 찾아가셨나 보네.”


지난번에 손님이 두고 간 듯 보이는 책이 서랍 안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오래되어 보이고 어딘지 고급스럽게 보이는 그 책은 어떤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다시 한번 그 책을 보고 있자니 그런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재성은 그 책을 열어서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책의 앞부분은 여전히 알 수 없는 글씨들로 쓰여 있었고 대부분은 빈 여백이었다.


넘기고 넘겨보다가 빈 여백인 줄만 알았는데 뜬금없이 어느 페이지에 한글로 쓰인 글귀가 있었다!


그녀는 당신이 필요하다.


누군가 쓴 글귀가 아니라 원래 이 책에 프린트가 되어 쓰인 글귀 같았다. 책의 10페이지 가량 쓰여있는 알 수 없는 고대문자처럼 보이는 글귀들과 비슷한 필체였다.


“내가 잘못 본 건가···?.”


편의점의 어떤 알바가 장난쳐 높은 것인가 생각도 들었지만 의도적으로 누군가 쓴 글처럼 보이지 않았다. 볼펜으로 쓴 흔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도 아니고 뜬금없이 한참 페이지를 넘겨야 볼 수 있는 페이지에 알 수 없는 문구.


하지만 이걸 계속 붙들고 있을 순 없었다. 틈틈이 편의점엔 손님이 왔고 어느새 시간은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책을 다시 살펴볼 여유가 생긴 그는 책을 펼쳐보려는 찰나 출입문의 종소리를 들었다.


“어서 오세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중년의 여자가 들어왔다.


목에는 진주목걸이를 하고 있었고 화려하게 번쩍거리는 보석이 박힌 귀걸이로 치장을 한 모습이었다. 둥그런 챙이 달린 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시스루 레이스가 달린 옛 서양식 풍이었다.


그녀는 물건을 바로 사지 않고 두런두런 편의점을 쳐다보며 돌아다녔다. 마치 소풍 온 아이가 구경하듯이.


물건을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며 30분 정도 서성일 때 밖은 어둠이 걷히고 서서히 아침의 형태로 변했다.


여자가 고심 끝에 고른 것은 감자칩이었다. 카운터에서 여자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된 재성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선일이 할머니?”


“네?”


재성이 아는 얼굴이었다. 자신의 할머니의 절친이자 한옥 북촌 마을의 인기 수퍼의 주인. 이 시간에 왜 이 편의점에 왔는지 궁금했다.


“아주머니 여긴 웬일이세요?”


“절 아세요?”


중년의 여자는 의아하게 물었다. 재성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듯 바라보았다.


“저···. 학생이 닮은 사람을 착각했나 보네.”


머쓱하게 웃으며 얘기하는 중년 여자의 목소리도 재성이 아는 사람과 무척 똑같았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옷차림새와 말투였다.


재성은 얼떨떨해하며 감자칩의 바코드를 찍었다. 여자는 과자의 가격을 확인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지갑을 꺼내 들었다.


동전 지갑처럼 보이는 그 지갑은 안에 동전으로 꽉 차 보였는데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았다. 안에 든 내용물이 꽉 차 보였기 때문에 지퍼를 여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동전을 꺼내든 여자는 마치 처음으로 계산을 하는 듯 숫자 단위를 소리 내며 세어보다가 손에서 지갑이 미끄러지고 말았다. 동전들은 굉장한 소리를 내며 바닥 주변에 요란스럽게 흩어졌다.


“아이구 이를 어떡해.”


당황해하는 여자는 부리나케 동전을 주웠다. 재성도 여자를 도왔다. 동전을 줍는 내내 중년여자를 언뜻언뜻 쳐다본 재성은 아무리 봐도 똑같이 생긴 여자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쌍둥이인가. 그런 소리를 못 들었는데.


“이 정도 저한테 주시면 돼요.”


재성은 과자의 가격만큼 알아서 동전을 가져갔다.


“고마워요.”


여자는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 온 아이라도 되는 듯이 편의점을 둘러보았다.


“정말 신기하네요. 그리고 동전으로 계산하는 게 왜 이리 서툰 건지. 아무리 해봐도 손에 익지를 않아요.”


“그러실 수도 있죠.”


“속으로 참 별나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여자의 친절한 물음에 재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것보다 제가 아는 분이랑 너무 똑같이 생기셔서 그게 좀 신기했을 뿐이에요.”


“어머나. 그 정도에요?”


“네.”


여자는 까르르 웃어 보이며 재밌어했다.


“조심해야겠네요. 행여나 마주치면 그분이 놀랄 수도 있으니까. 알려줘서 고마워요.”


이 상황이 무척 재밌다는 듯 만족해 보이는 중년 여자는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왜 굳이 조심해야 하고 알려줘서 고맙다고 하는지 재성은 의아할 뿐이었다.


“이곳은 참 멋진 세상인 것 같아요. 학생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여기 와서 살고 싶은데 그건 안된다고 하네요. 규칙위반이라나 뭐라나.”


“북촌마을이 멋있긴 하죠.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반하는 곳이구요.”


재성의 말에 여자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는 웃음이 아닌 해맑게 웃는 웃음이었다.


“제 말을 그렇게 들으실 수밖에 없겠다. 근데 비단 여행자들은 그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은근하게 비밀스럽게 얘기하는 그 중년의 여자는 싱긋 웃어 보이더니 인사를 하고 감자칩을 봉투에 담아서 편의점 문밖을 나섰다.


“특이한 분이시네.”


숙취에서 아직 깨어나지 못한 분이신가 생각하는 찰나 재성은 여자가 두고 간 물건을 포착했다. 지갑을 떨어뜨리면서 빗을 카운터에 잠시 둔 것 같은데 잊고 문밖을 나선 듯싶었다. 손님을 놓칠세라 재성은 두고 간 물건을 집어서 밖으로 나갔다.


“잠시만요.”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그 여인을 바로 뒤따라 간 것과 다름이 없었는데 여자가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처럼 사람이 그렇게 빨리 이동할 수 있을까.


우사인 볼트도 그렇게 빨리 이동할 순 없을 것이다. 뛰어갔더라면 발걸음 소리라도 들었을 것 같은데.


편의점 앞 새벽 거리를 이리저리 쳐다보았으나 그 여인은 어디에도 없었다.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 재성은 영상통화를 걸었다. 곧 화면에 초등학생 저학년으로 보이는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나타났다.


“형아. 아침부터 웬일이야?”


꼬마아이는 아침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탓인지 눈을 비비며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선일아 내가 깨운 거야? 깨운 거라면 미안해.”


“아냐. 우리 할머니가 아까 깨웠어.”


그 말에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꼬마의 뒤에 앞치마를 두른 중년 여자가 나타났다.


아까 재성이 마주했던 손님과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체구였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영상통화 속의 여자가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우리 재성이 아이가? 와 전화 했노?”


화면 속의 여자는 부산 사투리가 강한 여자였다. 손님과 목소리가 똑같았으나 성격도 말투도 완전히 달라 보였다.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똑같은 사람을 봐서요.”


“내처럼 이쁜 사람이 또 있다고? 아이구야 우리 재성이 놀랐을 텐데 욕봤데이. 내 쌍둥이가 없는데 우짜지. 울 엄니 아니면 아부지가 내한테 숨겨놓은 출생의 비밀이 있나.”


여자는 유쾌하게 말했다. 재성은 이쯤에서 좀 전에 보았던 여자는 확실히 선일이의 할머니가 아님을 결론지었다.


“출생의 비밀 같은 소리하고 있다. 뻑하면 고놈의 출생의 비밀. 드라마 좀 고마 봐라.”


옆에서 듣고 있던 선일이의 할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선일이 할머니가 인상을 찌푸리며 핀잔을 주었다.


“저 양반은 와이리 재미가 없노. 암튼 재성아 조만간 애심당 놀러 갈게. 그때 보자.”


선일이의 할머니의 말과는 달리 재미가 넘치는 집안이었다. 영상통화가 끝난 재성은 손님이 두고 간 빗을 바라보았다.


“도플갱어가 있기는 있구나.”


“오빠 저 왔어요.”


뛰어왔는지 숨을 헉헉대며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서 있었다.


“죄송해요. 제가 10분 정도 늦었네요.”


알바 교대시간이었다.


“괜찮아.”


“저 얼른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나올게요.”


여자는 탈의실로 들어갔다. 재성은 주변 정리를 했다. 교대할 알바생에게 손님이 두고 간 책과 빗을 보여주려고 테이블 위에 두었다.


자신이 발견한 글귀를 보여주기 위해서 페이지를 펼쳐 든 재성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글귀가 있어야 할 페이지에 아무것도 없었다. 책들을 휘리릭 넘겨보았으나 문구는 전혀 찾을 수가 없었다.


믿겨 지지 않은 재성은 책을 일일이 꼼꼼히 넘겨보았다.


글귀는 어디에도 없었다.


“오빠 뭐해요?”


편의점 유니폼을 걸치고 나온 여자 알바생이 물었다.


“분명히 이 즈음에 어떤 문구가 있었는데 없어졌어.”


“네?”


손가락으로 재성이 빈 여백의 페이지를 가리켰다.


“그냥 빈 여백인데요?”


“여기에 분명히 글씨가 있었어.”


여자는 웃기 다는 듯이 재성을 바라보았다.


“오빠 요즘에 너무 과로하시는 거 아니에요? 명문대생이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하다 헛것이 보이는 지경에 이르다 이런 소문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알바생은 농담으로 치부하는 것 같았다. 재성은 억울한 마음이 들어 더 상황을 얘기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 이야기는 하면 할수록 이상해질 것 같았다.


본인이 직접 보았음에도 믿겨 지지 않은데 그걸 겪어보지도 않은 상대방은 당최 무슨 소리인지 이상해할 것 같았다.


알바생이 말했던 대로 ‘명문대생이 공부하다 헛것이 보이는 지경’을 더더욱 증명하는 꼴이었다.


“오빠 얼른 들어가서 쉬는 게 좋겠어요.”


“그래.”


“참. 오빠. 저번에 말씀드렸던 거 생각해 보셨어요?”


“아···.”


“저희 언니가 오빠 소개 시켜 달라고 난리도 아니에요.”


“미안. 내가 지금 누굴 사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재성의 말에 여자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 괜찮아요.”


쿨하게 여자가 말했다. 재성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책을 다시 서랍 안에 집어넣으려는데 알바생이 제지 시켰다.


“그냥 오빠가 가져가세요. 주인이 안 찾아가고 계속 서랍 안에 있었어요. 그러다가 사장님이 정리한다고 분명 쓰레기통에 버리실 거에요.”


“주인이 그 후로 찾아올 수도 있지.”


“아이~. 전혀요. 저번에 필요 없는 물건들 죄다 버리셔서 이번에도 대대적으로 버리시겠죠. 거기에 이 책이 포함될 것 같아요.”


여자의 말이 맞았다. 며칠이 지나면 이 책은 주인을 찾기는커녕 쓰레기통으로 떨어질 운명이었다. 더군다나 재성은 이 책이 가진 이상한 기능을 봐버렸기 때문에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었다.


“오빠 궁금한 게 있어요.”


“뭔데?”


“솔직히 오빠는 얼굴도 잘생기고 키도 크고 학력도 좋고 다 괜찮잖아요.”


너무 대놓고 얘기한 칭찬 같아서 여자가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위에 대시한 여자들도 굉장히 많잖아요. 근데 오빠는 왜 여지껏 옆에 누군가를 두지 않으세요? 오빠가 좋아한 사람이 없다고 했지만 혹시 잊지 못한 사람이라도 있나요?”


조심스럽게 시작한 질문에서 끝은 꽤 의미심장했다.


“아냐. 없어.”


재성이 미소지으며 답했다.


"정말 오빠 취향의 여자가 없나 보네요. 뭐 연애가 흔한 세상에서 그런 마인드 나쁘지 않죠. 더 진정성 있어 보이잖아요.”


“하자 있어 보이지 않고?”


“오빠 친구들이 그래요? 그건 웃기려고 한 소리잖아요. 오빠도 알면서. 암튼 완벽남이 그렇게 철벽 치면 칠수록 사람들이 더더욱 관심이 쏠리게 되고 궁금해하게 돼요. 과연 누가 이 남자 옆을 쟁취하게 될지.”


“그런가.”


재성은 멋쩍게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은 얘기이지만 너무 대놓고 현 상황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가방에 의문의 책을 넣은 재성은 알바생에게 인사를 하고 편의점을 나섰다.


알바생은 편의점을 떠난 재성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고는 거울을 꺼냈다. 거울을 보며 삐져나온 자신의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아우. 잘 묶은 다고 묶었는데. 뭐 이만하면 됐어. 오늘따라 더 예뻐 보이네. 저렇게 멋있는 남자가 내 주위에 있다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 확 작정하고 내가 꼬셔버려?”


여자는 흐뭇한 상상을 하며 입가엔 미소가 저절로 띄워졌다.


***


현이 눈을 떴을 때 자신은 죽었다고 생각했다.


흐릿했지만 기억을 되짚어보자면 여객기 안에 빨간색 조명등이 미친 듯이 번쩍거렸고 경고음을 알리는 삐삐 소리와 함께 차체 자체가 심각하게 흔들렸다. 더욱이 여객기가 부서지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중력과 함께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잠깐 눈을 떴을 때는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큰 바다 한가운데로 돌진하면서 떨어지기 직전이었고 바다에 차체가 닿기 전 기절을 한 것 같았다.


여기는 어딜까. 천국일까. 그게 아니라면 지옥?


푹신푹신한 느낌이 꼭 침대 같은데 구름일까.


어렸을 때 구름은 꼭 푹신푹신하게 보여서 그 위에서 뛰어놀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떨어져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충격이 컸고 슬펐다.


하지만 지금은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졌다. 어렸을 때 했던 바보 같은 상상이 실은 그게 진짜였다고. 구름은 푹신푹신한 솜과 같은 존재라고.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게 어렸을 때 상상한 느낌이니까.


현은 다시 눈을 감고 구름을 만끽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자꾸만 귓가에 거슬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딱. 똑. 딱.


시곗바늘 소리였다.


서이유 대표에게 미주가 선물로 받은 바늘 시계······.


난 죽었지만 여전히 내 방에 있겠구나. 그래 그 시계는 여전히 계속 바늘이 움직이고 시간은 흐르겠지. 그런데 왜 이 소리가 지금 들리는 것일까. 죽으면 이런 소리가 들리나?


시곗바늘 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라 간간이 미세하게 다른 소리도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를테면 차소음 이라던지.


그리고 확실하게 귓가를 울리는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손님 룸서비스입니다!”


현은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천장. 그리고 자신이 구름이라고 여긴 것을 쥐어보니 이불이었다. 구름이 아니라 침대 위에 누워있었던 것이었다.


몸을 일으킨 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락없는 호텔 안이었다. 현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멀쩡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만져보았다. 팔과 다리를 쓰다듬었다. 다 멀쩡했다. 어디가 부러지거나 다친 곳은 없었다.


부리나케 일어나서 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확인했다. 어디 하나 다친 곳도 없이 멀쩡해 보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손님 이곳에 두고 가겠습니다.”


여자의 말소리를 듣고 현은 급하게 뛰어나갔다. 문을 재빨리 연 현은 룸서비스를 놓고 간 여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저기요!”


“네 손님.”


다급히 외치는 현을 보며 직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네?”


“제가 무사히 도착한 건가요? 죽지 않았죠? 그쵸?”


“무슨 소리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가 천국 같은 곳인가요?”


“아뇨. 그저 호텔인데요.”


“저 살아 있는 거 맞죠?”


“네. 살아계십니다.”


“제발 자세히 설명 좀 해주세요.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일단 도망치듯 떠나긴 했는데 그다음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어차피 하나하나 다 챙겨주시겠지만요.”


현은 속사포로 빠르게 말을 쏟아냈다. 현의 말을 다 들은 직원은 어리둥절했다.


“저···. 손님. 죄송하지만 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 지 저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네요. 죄송합니다.”


“브릴스 컴퍼니 직원 아니세요?”


“아닙니다. 저는 호텔 직원입니다.”


“아···.”


이쯤에서 현은 묻기를 그만두었다. 시간여행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암튼 반가워요. 제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눈 분이시네요!”


현은 여자직원을 껴안고 룸서비스를 밀며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어처구니가 없는 직원은 걸어가며 무전기를 꺼내 들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1301호 손님 상태가 이상해. 아무래도 마약 한 것 같아.”


작가의말

직원분이 착각을...허허

현에게 앞으로 어떤일이 펼쳐질지 기대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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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도망자 20.04.03 9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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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위험한 초대 20.03.25 10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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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초대장 20.03.19 13 0 18쪽
5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다 20.03.13 13 0 18쪽
4 에밀리를 만나다 20.03.11 14 0 18쪽
3 꿈에서 본 의문의 남자 20.03.06 22 0 19쪽
2 이상 기후 20.03.04 15 0 20쪽
1 스타트 20.02.29 3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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