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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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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아라
작품등록일 :
2020.02.29 00:30
최근연재일 :
2020.04.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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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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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에밀리를 만나다

DUMMY

현은 누가 들을세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샵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일단 휘정의 뜬금없는 고백을 듣지 못한 듯했다.


“그쪽한테 강하게 반해버려서 걘 기억도 안 나. 그 고백은 옛일이라네~”


“아~ 그러세요. 당신 팬들이 당신 이러고 다니는 거 알면 실망이 참 클 텐데요.”


“팬들? 걔넨 그저 우리의 부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이라고. 까놓고 말해서 현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허(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됐고요. 더 이상 말 시키지 마세요. 그리고 말이 반 토막일 정도로 우리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잖아요?”


부릅뜬 현의 눈이 마음에 들었는지 휘정은 그녀를 더욱 사랑스럽게(?) 쳐다보았다. 현은 그의 느끼한 태도에 토가 쏠렸지만 다행히 휘정은 스케줄 때문에 자신의 매니저와 함께 샵 밖으로 이동했다. 잠깐의 방해로 시간을 빼앗겼던 현은 파마하는 시간을 이용해 읽다가 만 ‘대중문화의 역사’의 책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겉과 속이 다르고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로 인해 대중은 연예인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었다. 그로 인해 연예인 퇴출 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났고 엔터테인먼트는 기존에 투자한 AI스타에 더욱 화력을 강화시켰다. 엔터테인먼트들은 발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따라 기존 연예인들에게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AI연예인 홍보를 대대적으로 강화했다.

더 이상 가짜에 속지 마세요. 우리는 우리가 보여주는 이미지 그 자체입니다. 라는 슬로건과 함께 소속사들은 AI연예인을 전폭적으로 푸쉬했고 처음에 거부감이 들었던 대중도 폭발적인 관심과 사랑을 주게 되었다. AI 연예인이 벌어들인 수익의 50%는 사회에 환원, 팬클럽 회원들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 호텔, 음식점에 쓰이게 되었으며 나머지 50%는 엔터테인먼트가 갖는 식이었다. AI연예인들은 사람이 아니기에 사유재산이 없으니 그들의 순수수익은 사실상 사회와 팬들 대중에게로 돌아갔다. 또한 열애설로 인하여 묘한 실망감과 질투심을 겪지 않아도 되며 각종 구설수와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 팬들은 쓸데없는 감정적 소모로 이어지지 않는 점이 큰 매리트로 작용해 AI스타는 완전한 스타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런 현상은 계속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세상은 살아있는 것에 대해 큰 갈망과 갈증을 느꼈고 이것을 예리하게 캐치한 서이유 대표는 서바이벌 형식의 오디션을 개최하여 지금의 스타들을 발굴해냈다.


이 글을 다 읽은 현은 이휘정을 떠올렸다. 그 사람도 그간의 역사를 알 텐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 것인가.


***


“꿈에서 나온 분이 휘정오빠 아닐까요?”


5개월 전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었는데 확 깨는 말이었다.


“어머 얘 그런 소리 하지 말어.”


현이 질색했다.


“언니 왜요~. 휘정오빠 멋있는데.”


이 아이의 환상을 깨주고 현실을 깨닫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차올랐다.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팬심에 생채기를 내기가 부담스러웠다. 저 활활 타오르는 팬심이 식을 때쯤 환상을 깨부숴 주리라.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리라.


그리고 확실한 건 꿈에서 본 남자는 절대 ‘이휘정’이 아니다. 그 남자의 정체는 잘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분명 처음 본 남자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자꾸만 아려오면서 묘하게 설레었다. 뒷모습만 보았는데도 말이다. 이 감정은 일단 맘속에 담아두기로 하자. 짧은 순간이었지만 꿈속의 남자는 마음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뒷모습이 멋있어서일까.


눈을 감았다 뜬 현의 눈에 창가가 비춰졌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평화롭게 흘러가는 그 모습은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과도 같았다. 밖은 영락없이 맑은 날씨인데 오히려 이것 때문에 그녀의 얼굴은 슬프게 변했다.


“언니 왜 그러세요? 제가 너무 무례하게 굴었나요?”


오해한 미주가 안절부절 불안해했다. 그런 매니저를 뒤로하고 현은 침대에서 일어나 소파로 걸어갔다. 리모컨을 집더니 창가를 향해 버튼을 누르자 창은 완전한 잿빛 하늘과 우중충한 날씨를 보여주었다. 그로 인해 환하게 빛나며 밝은 느낌으로 충만한 현의 넓고 깨끗한 집안은 바깥의 우중충한 날씨에 물든 듯했다.


“이런 가짜들 말고 진짜, 진짜 맑은 하늘을 보고 싶은데.”


어느새 가까이 다가가 코가 차창에 닿을 정도로 몸을 바싹 붙인 현은 모래바람으로 요동치는 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언니 요즘에 누가 직접 그런 체험을 할 수 있어요? 아니 할 수가 없구나. 대신 언니처럼 돈이 있는 사람들은 가상으로 아까처럼 맑은 날씨를 체험할 수 있잖아요. 창을 이용해서 밖이 화창한 날씨인 것처럼 보이게 말이죠. 언니건 특히 성능도 좋아서 실사보다 더 실사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럼 뭐하나.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저렇게 민낯이 드러나는데.”


리모컨을 침대에 던지듯 무심하게 두며 현은 창가에 몸을 기대듯 서 있었다. 창들의 모양은 가로로 길고 둥근 모양이었으며 집안은 전체적으로 화이트 컬러에 통일된 구조였다.


“여행 상품도 얼마나 잘 되어 있는데요. 가짜이지만 진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에요.”


여자는 공중에 어떤 영상을 띄우며 다시 말을 이었다. 현의 스케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리스트 영상이었다.


“뭐 그게 진심은 아니지만 다들 진짜라고 믿고 싶은 거죠. 해결책이 없으니까. 그중에 진짜라고 완전히 빠져버린 사람들도 다수 있지만요.”


차창을 영혼 없는 눈으로 우울하게 바라보고 있는 현은 창밖의 세상이 다시 파란 하늘로 바뀌는 것을 보고 뒤를 돌아보았다. 매니저가 리모컨을 창가로 향해서 들고 있었다.


“가짜가 더 진짜 같고 진짜가 더 가짜 같잖아요.”


“그래. 우린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지···.”


바뀐 풍경은 아름다웠다. 그랬다. 하지만···저게 진짜가 아닌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다른 말을 꺼내려는 순간 현과 미주의 얼굴만 보이던 유리창에 어떤 존재가 더해서 비추어졌다. 의문의 등장으로 놀란 현은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아무나 들어올 수 없는 공간에, 톱스타 현의 넓은 고층 고급 아파트 안에 낯선 여자가 집안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저···누구···세요?”


몹시 당황한 미주의 물음을 가볍게 씹고 또각또각 또렷한 구두 소리를 내며 다가오는 여자는 한 점 흐트러짐이 없어 보였다. 아이보리 정장차림에 새하얀 금발 단발머리인 여자는 적당히 떨어진 거리에 알아서 걸음을 멈췄다.


“안심하십시오. 저는 수상한 자가 아닙니다.”


차분하다 못해 얼음장 같은 그녀. 반듯한 금발 단발머리는 더욱 그녀의 차분한 분위기를 부각시키는 듯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유현 배우님을 케어할 ‘에밀리’입니다.”


조금의 여유가 있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짤막하게 자신의 소개를 끝마친 그녀는 마치 흐트러지지 않겠다는 결연하고 완고한 의지가 돋보이는 듯 했다.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도 상대를 단숨에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뿜어졌다.


“또 다른 매니저를 보낸다는 말은 없었는데요? 그리고 매니저가 왜 더 필요하죠? 든든한 내가 있고 어차피 AI 프로그램으로 다 케어가 되는데요.”


예상치 못한 경쟁상대(?)에게 따지듯이 묻는 매니저 미주는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유현 배우님은 대스타이시기 때문에 케어 시스템이 아무리 완벽하다 한들 부족함이 있으시다는 대표님의 판단하에 이렇게 뵙게 되었습니다.”


여유로웠으나 담담한 그 모습, 청산유수 같은 말에 미주는 기가 죽은 느낌이었다.


“이럴 거면 진작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주시지. 전 유현 배우님의 전담 매니저로서 저만 배우님 매니저 일을 할 줄 알았거든요. 어떻게 뚫은 경쟁률인데. 무려 12,500,000:1을 간신히 뚫고 꿰찬 자리인데.”


넋두리를 늘어놓듯이 말하던 미주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울상이 되어버린 매니저의 기분을 달래주고 싶었으나 현은 일단 상황판단을 해야 했다.


“대표님께 어떻게 된 상황인지 물어보자.”


“저 짤리는 거 아니겠죠?”


“그럴 리가.”


두세 번 정도 현은 미주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덕분에 미주는 기분이 좀 나아졌는데 이유가 현의 토닥임을 맘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난 너의 편이야’라고. 알고 보면 단순한 위로인데.


“일단 가까이 와서 인사해요.”


현은 꽤 친절하게 웃으며 악수를 요청했다. 새로 온 사람을 우두커니 세워두기는 조금 뭐 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케어 해드리겠습니다.”


“앗···.!”


그런데 현은 상대방의 손을 잡자마자 흠칫 놀라며 뿌리쳤다.


“뭐···뭐야 당신.”


손의 촉감. 사람의 손과는 다른 미세한 그 낯선 촉감! 현은 이 촉감을 잘 알고 있었다. 해성 학교 시절 자신을 어두운 방에 던져버린 그 손의 촉감.


“당신 AI야······.?”


순간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 한 토막이 무섭게 모습을 드러냈다.



***


13년 전


“다른 애들처럼 복종하란 말이야!”


어린 자신의 손을 우악스럽게 잡은 여자가 현을 짐짝처럼 끌고 가며 어둠 속에 던져버렸다.


“선생님 잘못했어요. 제발 가두지만 말아주세요.”


두 손을 모으며 간절히 비는 어린 현은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듯 매달렸다. 애처로운 목소리는 공허한 허공만 메울 뿐, 속절없이 닫힌 문은 며칠이 지나도 열릴 기미가 없었다.


***


오랫동안 묵혀왔던 기억이 방금 잡은 손의 촉감과 함께 떠오르고 말았다. 사람의 손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의 이 손. 현의 초점이 심하게 흔들렸다.


“하~ 난 또 나 말고 매니저 한 명 더 뽑은 줄 알았네. 에이 뭐야~”


최후의 승리자 같은 미소가 얼굴에 피어난 미주는 이제야 마음껏 자신의 눈앞에 있는 AI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반면 현의 눈길은 AI에게 두지 않았다.


“잘 명심해둬. 나는 제1매니저, 너는 그냥 AI인거지.”


자신만만한 태도의 미주는 긴장이 풀렸는지 기지개까지 켜며 여유를 부렸다.


“대표님이···보내신 건가요?”


현은 여전히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조용히 에밀리에게 물었다.


“그렇습니다.”


에밀리가 무덤덤하게 답했다.


“하···그럴 리가 없으실 텐데. 내 사연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입술을 질끈 깨무는 현의 표정을 에밀리는 놓치지 않았다.


“제가 불편하다고 여겨지신다면 잠시 자리를 피해드리겠습니다. 곧 제작발표회가 있으실 텐데 남은 몇 시간 동안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혹시 자신의 몸 상태를 스캔하여 컨디션이 어떤 상태인지 캐치하고 있을까 하는 불쾌함에 현은 에밀리를 보더니 양손으로 몸을 감쌌다. 불쾌한 감정이 현의 얼굴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그런데 이 불쾌한 와중에도 느껴지는 뭔가가 있다.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정중히 인사하고 자리를 뜨는 AI에게서 어떤 얼굴이 겹쳐 보였던 것이었다.


“저기!”


내키지 않았지만 일단 AI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무표정이었지만 AI는 무슨 용건이 있냐는 듯이 현을 쳐다보았다.


“우리 예전에 보지 않았나요?”


“글쎄요.”


“······.”


에밀리는 무표정하게 고개 인사를 하고 밖으로 빠져나갔다.


“언니 우리도 곧 나가야 해요. 약 3시간 후 제작발표회가 있어요.”


“알겠어.”


현과 미주도 나갈 채비를 하고 집 밖을 분주히 나섰다.


***


제작발표회 현장.


드라마 ‘다크 워’ 작품 현수막이 공중에 떠 있었고 홀 안은 화려하고 웅장한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홀 안의 정중앙 가운데 테이블은 제작발표회의 제작진과 배우들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언니 정말 아름다워요.”


미주는 넓은 홀 안의 배경을 눈에 넣으려는 듯 이리저리 살피고 있었다. 현의 스카이카를 탑승할 때부터 미주는 굉장히 들떠 있었다. 이런 고급스럽고 비싼 스카이카는 처음 탄다면서 비행 승차감이고 주행 승차감이고 모두다 퍼펙트라면서 쉬지 않고 칭송하기에 바빴다. 덕분에 현은 오는 내내 시끌벅적했다.


“오늘 언니가 제일 아름다우세요.”


미주는 현의 모습에 만족하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현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은하수가 담겨있는 듯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판타지에 나올 것 같은 신비로우면서도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리고 언니는 아름답고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러블리하기까지 하잖아요.”


계속되는 미주의 칭찬에 현은 새어 나오려는 미소를 참으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머리를 뒤로 휙 넘기며 칭찬을 더욱 만끽했다.


“어디 더 해봐.”


“그리고 언니는 연기도 잘해요.”


“어쩜~ 미주야 너는 천상 내 매니저다.”


“어휴 왜 그러셔요. 어차피 좀 이따 팬 싸인회 할 때 팬들한테 더 많은 칭찬을 들으실 텐데.”


“좋은 말은 매번 들을수록 더 듣고 싶은 거란다.”


“그건 그래요 언니.”


현은 미주의 칭찬을 만끽하며 자존감을 한껏 드높이고 있을 때였다.


“지랄도 가지가지 해요.”


익숙한 목소리가 찬물을 끼얹었다. 현은 소리가 나는 쪽을 쏘아보았다. 언제부터 가까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화려한 차림의 여자가 현의 곁에서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빈정거리는 눈빛으로 팔짱을 끼며 오프숄더 차림의 검정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도 현과 같은 여배우 ‘임세나’였다.


“지···지랄?! 어디서 그런 쌍스러운 말을 감히 할 수가 있죠? 당장 사과 하세욧!”


현이 말리기도 전에 미주가 세나에게 삿대질을 해대며 소리쳤다. 뭐 정당한 사과요구니까 현은 더이상 말리지 않았다.


“뭐니 너는?”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던 세나는 미주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어유~ 유현 신입 매니저 되시나 봐요?”


“그렇습니다.”


미주는 위풍당당하게 대답했다.


“저 현이랑 친구예요. 친구끼리 욕도 못해요? 꼴값 떨고 있길래 지랄도 가지가지 한다고 욕 좀 했는데, 고작 그것 때문에 정중하게 사과해야 된다구요? 그럼 뭐 사과를 어떻게 해야 하죠? 인조처럼 땅바닥에다 대가리 박으면서 이마에 피가 철철 나도록 죄송합니다 하면서 삼전도굴욕이라도 보여드려야 하나요?”


예상치 못한 융단폭격에 미주는 넋을 잃고 상대방을 쳐다볼 뿐이었다. 세나는 가소롭다는 듯이 미주를 대놓고 하녀 보듯 했다.


“내 매니저가 너한테 머리 박으면서 삼전도 굴욕 보여주라고 했니? 옛말로 물어볼게. 너 초딩이냐? 너는 언제나 생각이 쓸데없이 앞서 나가더라. 상대방이 그런 의도로 얘기하지 않았다는 걸 뻔히 알면서 이상한 걸로 몰아가고. 그런 모질한 에티튜드는 고쳤으면 좋겠어. 상당히 우스워 보이거든.”


“뭐야?”


“아 그리고 사극 찍으면서 삼전도 굴욕 알았나 보네. 무식한 네가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아는 거 보면. 머리 찍으면서 사죄하는 거 난 하란 말 안 했어. 근데 네가 그렇게 하고 싶다면 말리지 않을게. 재밌지는 않겠지만 장대한 구경거리는 되겠네. 평생 잊을 리는 없겠어.”


세나는 자신이 밀리는 듯한 느낌이었고 미주는 참지 못하고 풉 하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세나는 미주를 잡아먹을 듯 쏘아보았다.


“내 매니저한테 그딴 눈깔로 쳐다보지마. 그렇게 쳐다보려면 네 거울 봤을 때나 쳐다봐. 네 지금 표정 상당히 가관이야.”


“뭐?!”


세나는 신경질적이게 되물었다.


“그럴 시간에 연기공부나 좀 더 하라구. 매번 연기력 논란, 태도 논란에 휩싸인다는 건 문제가 많다는 거 아니겠니? 실력이 부족하면 겸손하기라도 해야지.”


“뭐야? 이 년이.”


“그리고 말이야 나 너랑 친구 아니야. 너도 그렇게 생각하잖아. 친구가 아니라 그냥 같은 동기일 뿐이지. 친구로 생각지도 않으면서 친구라고 떠들고 다니니? 입에 침이라도 바르고 거짓말을 하세요.”


제대로 한방 먹은 세나를 뒤로하고 현은 씩 웃음을 날려준 뒤 당당하게 걸어갔다. 그 모습이 굉장하다는 듯 바라보던 미주가 뒤늦게 현의 옆으로 따라붙었다.


“와. 언니 진짜 최고시네요. 임세나 성깔 소문으로 익히 들어서 알지만 소문보다 더 싸가지가 없네요. 그리고 언니하고 사이가 안 좋다는 것도 사실이고요.”


“사이가 안 좋을 수 밖에 없어.”


현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왜요?”


“쟤랑 나랑 서바이벌 오디션 동기인데 내가 늦게 서바이벌 오디션에 합류했거든. 첨엔 여자 스타 부분에서 임세나가 인기를 독점하다가 나의 등장으로 2위로 밀려나더니 유 엔터테인먼트에서의 캐스팅까지 나한테 뺐겼어. 원래 서이유 대표님이 임세나를 캐스팅 하려다가 뒤늦게 참가한 나를 보고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해서 캐스팅 하셨대.”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그래도 그 오디션 인기도, 캐스팅도 자신이 전세 낸 것도 아니고 공정한 서바이벌 형식이라 누구나 감내 해야 될 부분인데 이상하네요.”


“실력은 없는데 욕심은 드럽게 많고. 보시다시피 성격도 더러워서 여러모로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지.”


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암튼 언니 멋졌어요. 그리고 엿태 감정 소모가 꽤 많았을 것 같던걸요.”


“이 바닥에서 살아남으려면 감정 소모가 엄청 크지. 못 이겨내면 그만 둬야 돼.”


그때 미주의 주머니에서 요란한 알림음이 울렸다.


“아 언니 잠시만요.”


미주는 걸려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제작발표회 후 팬싸인회 시작하기 전, 유엔터테인먼트 서이유 대표실에 들릴 것을 바람. “잘됐네. 안 그래도 가볼 참이었어.”


대표로부터의 메시지를 본 현이 말했다.


“아···그 AI 때문인거죠?”


“그것도 있고, 요새 통 대표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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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꿈에서 본 의문의 여자 20.03.20 15 0 18쪽
6 초대장 20.03.19 13 0 18쪽
5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다 20.03.13 13 0 18쪽
» 에밀리를 만나다 20.03.11 14 0 18쪽
3 꿈에서 본 의문의 남자 20.03.06 22 0 19쪽
2 이상 기후 20.03.04 15 0 20쪽
1 스타트 20.02.29 37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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