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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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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1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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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2

DUMMY

종수, 영환, 와타루 삼총사는 진지 공사라면 이골이 난 상태였다. 하지만 이오지마 섬에서의 땅굴을 파는 것은 여태까지 흔히 했던 진지 공사와는 차원이 달랐다. 엄청나게 뜨거운 열기와 유황 가스를 마시면서 빛이라고는 거의 들어오지 않는 지하 속에 땅굴을 파야 했던 것 이다. 종수 삼총사는 갱도를 파기 전에 최대한 맑은 공기를 들이마쉰 다음 방독면을 쓰고 어두컴컴한 지하 갱도로 들어가서 땅굴을 팠다.


탁!! 타악!! 타악!!


한 2~3분만 땅굴을 파도 유황 가스 때문에 산소가 부족하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작업화 밑바닥이 녹아내리기 시작하기 때문에 종수는 계속해서 발을 움직여서 조금이나마 대지에서 나오는 열기를 식히려고 했다.


'앗 뜨거!!!'


그렇게 7분을 버티고 종수, 영환, 와타루 삼총사는 서둘러 땅굴 밖으로 나와서 다른 녀석들과 교대했다.


"후아!!!"


"와 공기 맛있다!!!"


목구멍 안이 타는 듯이 목이 말랐다. 이오지마는 화산섬이라 물이 부족했다. 그렇기에 소나기가 쏟아질때 최대한 물을 받아놓아야 했다. 종수는 제발 스콜이 쏟아지길 기대하면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야 제발 이 쪽으로 쏟아져라...'


지반이 단단했기에 이러다가 어깨 근육이 파열되는거 아닌가 싶었다. 아까 전에 받은 물은 동료들과 이미 다 나눠서 마신 상태였다. 그 때, 지팡이를 가지고 다니는 40대 중반 정도의 남자가 보였다. 군도나 권총도 차지 않고 있었기에 멀리서 보면 일반 사병처럼 보였다. 대수롭지 않게 계속 앉아 있는데, 다른 병사들이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쿠리바야시 각하다!"


그 지팡이를 든 남자는 쿠리바야시 장군이었던 것 이다. 종수는 순간 놀랐다.


'자...장군께서 호위도 없이 오셨다고?'


휴식하던 병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서 경례했다. 쿠리바야시가 말했다.


"그대로 있게."


쿠리바야시는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으로 걸어왔다. 종수는 쿠리바야시가 들고 있는 지팡이에 세밀한 눈금이 세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쿠리바야시는 자신의 지팡이를 이용하여 공사 상황을 측정하고 있었던 것 이다. 다들 긴장해서 침을 삼켰다.


'꿀꺽!'


쿠리바야시는 직접 지하로 들어가보기도 하고, 갱도 위에 엎드려서 해안 쪽을 지팡이로 가리켜보았다. 종수는 군생활하면서 몇 번 장성을 보았지만 이런 장성은 처음이었다.


'뭐하는거지?'


쿠리바야시가 종수, 영환, 와타루 삼총사에게 말했다.


"저 해안가로 내려가서 이 쪽으로 달려와보게."


"하이!!!"


종수, 영환, 와타루 삼총사는 화산재로 뒤덮힌 모래 언덕을 달음박질쳐 내려가서 해안가를 달렸다. 그리고 쿠리바야시는 자신의 지팡이로 종수 삼총사를 겨누어보았다. 그렇게 종수 삼총사는 한참을 해안가에서 달렸고, 쿠리바야시는 나가타 소대장한테 무언가를 말한 다음 다시 지팡이를 짚고 떠났다.


와타루가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신거지?"


잠시 뒤, 종수 삼총사는 약간의 물을 배급받았다. 그런데 물에서 소금기가 느껴졌다.


"짜잖아!!"


"이거 마셔도 되는거냐?"


하늘에서 쏟아지는 빗물은 시원하고 맑지만, 섬에서 자체적으로 구한 우물물은 소금기가 있었던 것 이었다. 히카루가 투덜거렸다.


"이거 도깨비 물(병사들은 이오지마에서 파낸 물을 도깨비 물이라 불렀다.) 아닙니까?"


잠시 뒤 종수 삼총사는 다시 어두운 땅굴로 들어가서 땅을 팠다.


탁!! 타악!! 탁!!!


그 날 저녁이 되고 날씨가 조금 선선해졌다. 다들 죽을 고생을 하면서 땅을 팠지만 그닥 많이 못 판 상황이었다. 팔근육이 후들거렸고 어깨뼈가 나간 것 같았다. 진지 구축 전문가가 와서 현재 진행 상황을 기록하고 있었다. 종수가 말했다.


"도대체 땅굴은 이렇게까지 파는 이유가 뭐냐?"


한편, 슈스케 중사 또한 일을 마치고는 노트에 뭔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종수가 물었다.


"전장 일지 쓰십니까?"


슈스케 중사가 말했다.


"이건 전장 일지는 아니고 내 회고록일세!"


슈스케 중사는 자신의 노트를 보여주었다.


[유황 가스가 가득한 통로 속에서 진지 구축 중. 숨을 쉬기 힘들다. 방독면을 써도 효과가 없다. 땀은 비오듯이 오고 유독가스로 눈이 충혈되고 머리가 아프다. 하지만 계속 교대하면서도 끊임없이 땅굴을 파고 있다. 물 한 모금만 마실 수 있다면 소원이 없을듯. 휴식 시간에는 하늘에서 언제 소나기가 내릴지 늘 기다린다.]


[[쿠리바야시 장군께서 이 섬에서는 물 한 방울이 피 한 방울이고 물을 최대한 아끼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각하께서는 사병들과 똑같이 물 한 통을 마신다고 한다. 쿠리바야시 장군께서는 병사들에게 공사 진척 상황에 대해 상세히 물어보신다. 여태까지 군대는 늘 숫자를 맞추면 되는 곳 이었다. 탄약 수량이 부족하면 긴빠이를 쳐서라도 어떻게던 숫자만 맞추면 되었다. 하지만 쿠리바야시 장군께는 그런 숫자 맞추기가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옆에서 노트를 보던 유이토 녀석이 물었다.


"숫자 맞추기가 뭡니까?"


종수가 말했다.


"숫자 맞추기를 모르다니 그러고도 네 놈이 군인이냐?"


"군인 칙유 하나! 군인은 줄을 잘 설 것! 군인 칙유 둘! 군인은 숫자를 우선시 할 것!"


멍청한 유이토 녀석이 여전히 이해를 못하자 종수와 영환이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다.


"자 영환이 이 녀석이 소대장이다. 소대장님! 죄송합니다! 포탄을 분실했습니다!"


영환이가 종수에게 외쳤다.


"이런 빠가야로!! 황군 사전에 분실이라는 단어는 없다! 숫자를 맞춰와라!"


"수...숫자를 맞춰오라구요?"


"이런 등신!! 긴빠이(훔쳐서)쳐서라도 숫자는 맞춰라!!"


"부...불가능합니다!!"


"빠가야로!!! 황군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어이 유이토! 알겠냐!! 군대에선 숫자만 잘 맞추면 된다!!"


유이토가 물었다.


"하...하지만 긴빠이치다 걸리면 처벌받지 않습니까? 악!!!"


"자신의 사리 사욕을 채우기 위한 도둑질은 엄중히 처벌받지만, 숫자를 맞추기 위한 긴빠이는 어느 정도 용인된다!"


유이토 녀석은 얼굴을 찌푸렸다. 와타루가 말했다.


"이 녀석이 아직도 군대를 모르는군! 우리가 알려주지!!"


마침 휴식 시간을 틈타서 병사들은 연극을 하기로 했다. 영환이 고참병 역할을 맡았고, 종수, 와타루, 히카루, 유이토가 신병을 맡았다. 영환이는 고참병으로서 병사들의 줄싸대기를 때리는 시늉을 했다. 잠시 뒤, 중대장 역할을 맡은 고참병이 걸어와서 외쳤다.


"군 생활 도중 사적 제재를 받은 적 있는 자는 손을 들게!!"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중대장 역할의 고참병이 흐뭇하게 외쳤다.


"좋아!! 아주 좋아!!!"


종수는 슬금슬금 눈치를 보다가 손을 드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중대장 역할의 고참병은 모르는척하고 수첩에 메모하는 시늉을 했다.


"거수 없음!! 중대 내에 사적 제재 없음!"


다른 고참병들이 모두 이 광경을 보고 폭소를 했다.


"우하하하!!!"


"다른거 해봐! 다른거!!"


종수, 와타루, 히카루, 유이토가 완전히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걸어왔다. 영환이 외쳤다.


"좋아! 모두 빠짐없이 상륙에 성공했다!!"


종수가 손을 들었다.


"지...질문해도 되는지 여쭤도 되는지 물어도 되는지 허락받아도 되겠습니까?"


"뭔가!"


"무기를 싣고 오던 선박이 침몰하여 무기가 없습니다!! 악!!!"


영환이 외쳤다.


"이런 빠가야로!! 숫자를 맞추면 된다!! 숫자를!! 모두 무기와 군장을 들고 완전무장한다!"


잠시 뒤, 종수, 와타루, 히카루, 유이토는 곡괭이, 죽창 등을 들고 서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영환이 수첩에 메모를 했다.


"좋아!! 전 병력 완전 무장한 상태로 집합 완료!"


"우하하하!!!"


"우리 중대장님이랑 똑같아!"


"야!! 포병대 그것도 해봐!!"


이번에 영환은 중대장 역할을 맡았다. 영환이 종수에게 물었다.


"현재 남아있는 포와 탄약 수량은 어떠한가?"


"포 4문과 포탄 120발이 남아있습니다!! 그...그리고 사소한 문제가 있습니다!!!"


"뭔가!"


"포 4문 중 3문이 기능 고장입니다!! 그리고 현재 4문의 포는 37구역에 있고 탄약은 39구역에 있습니다! 37구역과 39구역 사이에 게릴라가 활동하여 포를 이동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게 뭐가 문제인가?"


"37구역의 포병들은 포탄이 없으며 39구역의 포병들은 포가 없습니다!! 포와 포탄은 있지만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영환은 그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수첩에 적는 시늉을 했다.


"포 4문, 포탄 120발! 재고 이상 없음!"


"우하하하!!!"


한창 폭소하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들 황급히 철모, 방수천 등으로 물을 받으며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리고 물로 목을 축였다.


"와 달다 달아!!!"


잠시 뒤 소나기가 그쳤고 종수와 동료들은 방수포에 받아둔 물을 조심스럽게 수통에 한 방울도 빠트리지 않고 흘려넣었다. 다음에 언제 소나기가 다시 내릴지 모르니 이 물로 3일은 버텨야 할 것 이다.


한편, 미국에는 마일즈라는 이름의 17살짜리 고등학생이 있었다. 마일즈는 딱히 성적이 좋지도 않았고, 아버지는 정비사였다. 하지만 17살이라는 나이는 자신이 특별해야 한다고 환상에 젖어있을 나이였고, 마일즈는 아직 진로를 뚜렷히 정하지는 않았지만 14살때부터 언젠가 영웅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돈을 모아서 월가로 간다던가, 사업을 한다던가 이런 저런 상상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졸업이 다가오면서 마일즈는 점점 현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태평양 전쟁이 터지고, 마일즈는 이것이야말로 자신이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라고 느꼈다.


'좋아!! 전쟁 영웅이 되는거야! 전쟁 영웅이 되려면 태평양에 가야겠지?'


결국 마일즈 녀석은 태평양에서 잽을 상대로 전공을 세우기 위하여 해병대에 지원했다. 신문이나 텔레비젼에는 잽을 형상화한 만화 캐릭터들이 나오고는 했다. 뻐드렁니에 째진 눈에 안경을 끼고 있는 잽은 한 주먹거리도 안되어 보였다.


마일즈는 그렇게 해군에 들어가서 훈련을 받게 되었다. 줄 사다리 타기, PT 체조, 총 조립 등등 빡세기는 했지만 버틸만했다. 마일즈 뿐만 아니라 해병대에 지원한 녀석들 모두 전쟁 영웅을 꿈꾸고 있었다. 제임슨이 말했다.


"파병 가기 전에 전쟁이 끝날까봐 걱정이야! 맥아더가 너무 급하게 가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훈련병 중에 가장 덩치가 크고 힘이 센 라이언이 말했다.


"걱정마! 네 녀석이 잽 싸대기를 때리기 전에는 전쟁이 끝나진 않을거야!!"


마일즈, 제임슨, 라이언, 데이빗 전부 하루라도 빨리 태평양에 가고 싶어 안달이었다. 훈련은 힘들었지만 지금의 몸상태는 그야말로 최상이었다.


다음 날, PT 체조가 끝나고 마일즈와 동료들은 디즈니에서 만들어진 군사 훈련용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잽 캐릭터는 역시나 뻐드렁니에 안경을 끼고 있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미군들에게 군사 정보는 가족이나 애인에게도 말하면 안되고, 잽들이 이를 도청할 수도 있다는 교육적인 내용이 코믹하게 그려져 있었다. 보통 이런 교육 시간에는 졸기 마련인데, 꽤나 재미있게 만들어졌기에 다들 집중해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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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3 외전) 독소전 이후 앙뚜완의 이야기 +11 23.03.18 105 2 15쪽
912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10 (完) +12 23.03.16 93 1 12쪽
911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9 +3 23.03.15 76 2 15쪽
910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8 +5 23.03.14 89 2 13쪽
909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7 +6 23.03.13 89 2 15쪽
908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6 +7 23.03.12 89 3 20쪽
907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5 23.03.11 87 3 14쪽
906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4 +2 23.03.11 99 3 15쪽
905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3 +21 23.03.07 115 4 15쪽
904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2 +20 23.03.06 113 4 13쪽
903 외전) 조선인 프랑스 외인부대 [인도차이나 베트남 전쟁] 1 +22 23.03.05 123 3 13쪽
902 외전) 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9 (完) +15 23.03.04 97 4 17쪽
901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8 +29 23.03.03 132 5 13쪽
900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7 +41 23.03.02 115 3 17쪽
899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6 +32 23.03.01 80 3 14쪽
898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5 +15 23.02.28 93 3 14쪽
897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4 +2 23.02.27 84 2 12쪽
896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3 +2 23.02.26 72 4 13쪽
895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2 23.02.25 79 3 13쪽
894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1 +7 23.02.24 82 4 13쪽
893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30 23.02.23 74 3 14쪽
892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9 +2 23.02.22 99 4 14쪽
891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8 +4 23.02.21 78 4 14쪽
890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7 +6 23.02.20 70 4 13쪽
889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6 +3 23.02.19 67 3 14쪽
888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5 +2 23.02.18 68 3 12쪽
887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4 23.02.17 68 2 16쪽
886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3 23.02.16 68 3 14쪽
» 외전)싱가포르에서 이오지마섬까지 22 +2 23.02.15 74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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