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di******** 님의 서재입니다.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대체역사

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최근연재일 :
2024.05.10 16:21
연재수 :
1,017 회
조회수 :
731,938
추천수 :
21,437
글자수 :
5,647,234

작성
21.01.13 17:24
조회
1,767
추천
59
글자
11쪽

추위

DUMMY

슈타이너 상병과 다른 병사들이 머리와 팔을 붙잡고 위생병들은 총알과 뼛조각을 병 속에 담고 있었다. 전차를 탈 때는 기가 막히게 짜릿했지만, 이런 광경을 볼 때마다 한스는 점점 정신이 피폐해지고, 전쟁이 지긋지긋해 져가고 있었다.


위생병이 말했다.


“생명에는 지장은 없네. 운이 좋았어.”


펠릭스가 울부짖었다.


“앞으로 걸을 수는 있는 거야? 절단하는 건 아니지?”


한스가 이 광경을 보고 생각했다.


‘빨리 후퇴했으면 좋겠다..’


한스는 지난 번에 뮐러씨로부터 받은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다. 뮐러씨는 독일의 물자가 다 떨어져서 아무리 애를 써도 도저히 신형 전차를 대량 생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뮐러씨는 한스가 살아 돌아온다면 대학교를 다니면서 공학을 공부할 수 있는 자금을 대출해 준다고 했고, 에밀라와 결혼을 하고 자신의 밑에서 일을 하면서 갚아나가는 것은 어떠냐고 했다. 한스는 이 편지를 받고 희망에 부풀어올랐다.


‘그래···나한테는 미래가 있어! 트랙터와 자동차를 만드는 것도 재미있겠지! 꼭 전차가 아니어도 괜찮아!혹시 아들이 태어나더라도 절대 전쟁에 내보내지는 않을 거야. 전쟁이 나면 외국으로 이민 가면 그만일 거야.’


그러다가 한스는 문득 자신이 전차장이었다는 것은 기억해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봐 요나스 자네 말이야. 탄피 같은 걸로 이것저것 만들고 했잖아.”


“그랬지? 근데 왜?”


“내가 담배 한 갑 줄 테니까 전차 모양으로 하나 만들어 주지 않을래? 기념으로 가져가고 싶거든.”


“술 한 병만 더 주면 만들어주지. 추워서 손가락이 곱아서 작업이 꽤 힘들어.”


그 때, 6호 전차의 전차장, 어벙한 마르코가 달려와서 외쳤다.


“상부에서 절대 후퇴하지 말라고 명령이 내려왔습니다!”


“아니, 뭐라고? 언제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무조건 이 위치를 사수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니클라스가 말했다.


“헛소리야! 계속 여기서 시간을 끌다간 후퇴도 못하고 결국 미군한테 포위당할 거야!”


한스 파이퍼는 그 말을 듣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내가 슐츠 중위에게 직접 따져야겠어!”


한스 파이퍼는 슐츠 중위가 있는 건물로 달려가서 말했다.


“중위님! 상부에서 이 마을을 사수하라고 명령이 내려왔다고 들었습니다!”


“아, 한스 자네 왔는가?”


슐츠 중위는 철모에 물을 받아놓고 끓인 다음에 세수를 하고 있었다. 한스는 부글부글 끓는 심정으로 슐츠 중위가 세수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한스가 말했다.


“중위님! 최대한 이 마을을 사수해야 한다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언제까지 이 마을에 머물러야 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슐츠 중위가 말했다.


“최소한 3일은 머물러야 하네.”


슐츠 중위가 철모에 발을 담그며 말을 이었다.


“이건 자네만 알고 있게. 3일 뒤에 독일군이 다른 곳에서 공격을 할 걸세. 그렇기에 미군을 최대한 이 쪽에 묶어두어야 하네. 그러기 위해서 이 마을의 위치를 사수하라는 명령이 내려온 것 일세.”


한스는 쇠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그 때까지 버티라고? 분명 그 이전에 미군은 이 마을을 박살낼 텐데?’


한스는 터덜터덜 동료들이 있는 건물로 발걸음을 돌렸다.


‘고작 5대 전차로 어떤 전술을 쓸 수 있단 말인가? 쓸만한 전술은 이미 다 썼다.. 이젠 놈들도 이 마을의 지형을 잘 알고 있고 르노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놈들이 훨씬 유리하다..’


그 때, 불타버린 르노 전차에서 미군 전차병들의 시체를 꺼내는 독일 병사들이 보였다. 그 시체들은 까맣게 그슬려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병사들은 그 시체를 뒤적거렸다. 한스는 그 독일 병사들이 정보 조사를 위해서 미군 병사들의 시체를 뒤지는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한 병사가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찾았어! 훈장이야!”


“오오 부럽다 운 좋은 자식!”


그 모습을 보던 한스가 외쳤다.


“이봐! 미군 놈의 훈장 따위 어따 써먹으려고?”


그 훈장을 꺼낸 독일 이등병이 말했다.


“미군의 훈장을 갖고 다니면 포탄에 맞지 않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한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야 그게 말이 되냐? 뭔 말 같잖은 소리야?”


이등병이 말했다.


“정말입니다! 상병님께 들었습니다!”


그 때 다른 이등병이 시꺼먼 반지를 꺼내 들고는 말했다.


“나도 찾았다!”


그리고 그 이등병은 그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꼈다.


“이걸 끼면 내가 쏘는 총알이 잘 맞겠지?”


한스는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가 지금 상황이 절망적이라는 것을 떠올렸다.


‘호..혹시? 미군 전차 부품을 갖고 다니면 우리 전차가 격파 안 당할 수도?’


한스는 슬쩍 르노 전차로 다가가서 부품을 꺼내려고 하다가 생각했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런 멍청한 짓을 하려 하다니!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분명!’


한스는 벽에 기대어 롬멜을 떠올리며 그가 어떻게 전술을 짰는지 회상하였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기 전에 내가 적군이면 어떻게 할지 생각해봐야···’


한스는 다시 슐츠 중위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0분 후, 슐츠 중위가 한스의 생각을 건의하러 지휘소로 향했다. 한스가 동료들이 있는 건물로 다시 들어가자, 요나스가 물었다.


“그 꼰대 새끼가 뭐래?”


전차병들은 슐츠를 꼰대라고 부르고 있었다. 한스가 말했다.


“최소한 3일은 여기서 더 버텨야 한다고 들었어. 내가 새로운 작전을 말했더니 슐츠 중위가 지휘소에 가서 건의한다고는 하더라.”


니클라스가 말했다.


“너 또 꼰대한테 훈장 뺏기고 싶어서 환장했냐?”


한스가 주저 앉아서 말했다.


“훈장이고 나발이고 일단은 살고 봐야지..”


이 때, 패튼은 항공정찰기가 촬영한 사진을 관찰하고 있었다. 현재 독일군이 지키고 있는 마을은 손잡이처럼 볼록 튀어나온 돌출부였고, 미군은 그 손잡이를 양쪽에서 잘라내듯이, 양쪽에서 전차들을 보병과 함께 진격시켜 마을 전체를 포위하는 작전을 짜고 있었다. 마을 뒤쪽에는 직사각형 형태의 농장들이 있었는데, 그 농장들은 무성한 덤불로 경계가 나뉘어 있었다. 패튼이 그 덤불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말했다.


“이 덤불이 어느 정도 높이가 되는지 알고 싶은데..”


“이 농장을 나누는 덤불 말입니까?”


“야간에는 이런 덤불 안에 야포를 은폐하기에 딱 적당하다네. 덤불이 무성하다면 어쩌면 전차도 이 안에 은폐할 수도 있고.”


패튼은 잠시 뒤, 군용 트럭을 타고 이동한 다음에, 망원경을 통해서 지형지물을 관찰하였다.


“흠..저 정도 덤불이라면 어쩌면 마크 전차도 은폐할 수 있겠는데?”


윌리엄 중위가 말했다.


“그..그렇다면 혹시 이번 작전 때도 독일 놈들이 전차를 은폐시키고 기습할 수 있단 말입니까?”


패튼이 말했다.


“가능성은 있네. 하지만 놈들은 지금 경계해야 할 곳은 넓은데 전차는 몇 대 되지 않고 포도 별로 없네. 어느 쪽을 경계할지는 우리가 알 수 없어.”


패튼은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지도를 보며 말했다. 윌리엄 중위가 말했다.


“왠지 놈들이 조만간 후퇴할 것 같습니다. 빨리 포위 작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패튼이 지도에서 마을이 아닌 다른 곳을 지휘봉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조만간 후퇴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 38 거점에서 공격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군을 여기 묶어두려는 목적으로 최대한 버틸 수도 있지.”


“그..그렇다면..”


“가장 뛰어난 병사들로 정찰조를 보내게.”


그 때, 독일 포병들은 무성한 덤불 속에 많은 포를 은폐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에루빈은 조종수와 함께 르노 전차를 개조해서 만든 자주포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은폐를 위해 시동을 꺼둔 르노 전차의 장갑 내벽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에루빈이 이빨을 닥닥 부딪치며 말했다.


“빌어먹을···존나게 춥네···”


조종수 맥스가 말했다.


“우린 왜 여기서 대기 타고 있는 겁니까?”


에루빈이 말했다.


“뻔하지. 놈들이 이 쪽을 통해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 마을을 포위할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생각보다 뻔한 작전이네요?”


“우리가 이렇게 대기 타는 것도 뻔한 작전이지 젠장! 아마 놈들은 분명 정찰을 보낼 거야.”


몇 시간 뒤, 맥스가 덜덜 떨며 말했다.


“전차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네요.”


“정찰 정도는 이미 왔다 갔을 수도 있지.”


“그럼 우리 들킨 걸까요?”


“몰라 빌어먹을! 야! 졸지 마!”


맥스가 졸면서 자주포 장갑 내에 얼굴을 기댔다가 그 냉기에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아악!”


“조용히 해! 놈들한테 들키고 싶냐?”


맥스가 장갑을 낀 손으로 전차 내벽을 만져 보았다. 5 초 동안만 손을 갖다 대고 있어도 장갑이 내벽에 달라붙는 것 같았다.


‘이러다 자칫하면 내 얼굴이 자주포에 화석처럼 들러붙겠군..’


맥스는 자신의 얼굴이 자주포에 들러붙는 모습을 상상하며 몸서리쳤다.


‘졸다가 진짜 뒤지겠네..’


“담배 한 대만 피우겠습니다.”


맥스와 에루빈은 벌벌 떨며 담배를 피웠다. 맥스가 물었다.


“램프라도 하나 구해 올 걸 그랬습니다.”


에루빈이 말했다.


“그러다가 폭발 사고 난다. 절대 안돼.”


독일 포병들은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 속에서 밤 내내 대기를 탔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맥스가 말했다.


“설마 내일도 여기서 대기타진 않겠죠?”


에루빈이 말했다.


“내 생각엔 오늘 후퇴 명령이 내려올 지도 몰라.”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해가 뜨자 포병들은 다시 포를 마을 쪽으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포병들은 점심 이후에 후퇴 명령이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부푼 채로 휴식을 취했다.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는데, 다시 포병에게 명령이 내려왔다. 어제와 같은 지점에서, 어제 은폐했던 덤불과는 다른 덤불에 배치한 상태로 해가 뜰 때까지 적을 경계하며 대기 타라는 명령이었다. 이 명령에 모든 포병들이 욕을 씨부리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얼어 죽으란 거야!”


“그 쪽엔 쥐새끼 한 마리 나타나지 않았다고!”


에루빈이 철모를 바닥에 내던지고 소리 질렀다.


“어떤 머저리 자식이 이딴 작전 짠 거야? 야 맥스 너 어디 튀냐?”


맥스가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리고 십분 뒤에, 한 건물 안에서 램프를 가져왔다. 에루빈이 말했다.


“이런거 자주포 내에서 쓰면 안 된다고 내가..”


에루빈이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얼어 뒤지는 것 보단 낫겠지.”

1744971_1610528936.jpg


작가의말

삽화는 잠망경을 보며 정찰하는 독일 병사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4 야간에 백병전 +14 21.01.19 1,556 53 11쪽
133 한계 +8 21.01.19 1,484 56 11쪽
132 지옥 전투 +7 21.01.19 1,482 53 11쪽
131 전격전 +5 21.01.19 1,544 46 11쪽
130 다짐 +12 21.01.19 1,582 52 11쪽
129 한스, 위기의 순간 +11 21.01.18 1,640 52 11쪽
128 전차 대 격돌 +3 21.01.17 1,658 51 11쪽
127 생포 +3 21.01.17 1,589 46 11쪽
126 요제프 디트리히 +5 21.01.17 1,709 47 11쪽
125 한스, 중사로 진급하다 +15 21.01.17 1,852 54 11쪽
124 이동탄막사격 +9 21.01.16 1,744 50 11쪽
123 미치광이 +14 21.01.15 1,716 54 11쪽
122 +3 21.01.15 1,588 53 11쪽
121 참나무 +4 21.01.15 1,590 50 11쪽
120 버티기 작전 +6 21.01.15 1,589 44 11쪽
119 늦어지는 후퇴 +7 21.01.15 1,611 52 11쪽
118 연극 +6 21.01.14 1,703 53 11쪽
117 직감 +9 21.01.14 1,687 48 11쪽
116 어둠 속에 추격 +7 21.01.14 1,613 46 11쪽
115 어둠 속에 고요 +12 21.01.14 1,652 45 11쪽
114 야간 근무 +10 21.01.14 1,769 55 11쪽
» 추위 +14 21.01.13 1,768 59 11쪽
112 트랩 +12 21.01.12 1,790 59 11쪽
111 굴러다니는 통조림 +5 21.01.12 1,740 53 11쪽
110 정찰 +6 21.01.12 1,828 57 11쪽
109 헛짓거리 +6 21.01.12 1,740 55 11쪽
108 포위와 역포위 +6 21.01.12 1,761 60 11쪽
107 잡념 +15 21.01.11 1,841 59 11쪽
106 기만 작전 +8 21.01.11 1,766 56 11쪽
105 얼어붙은 마을 +8 21.01.11 1,776 5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