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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너에게로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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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곰아인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0.05.20 07:00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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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수 :
45,941

작성
20.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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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몸종 오월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DUMMY

7화 - 몸종 오월



“아씨. 주무시는 것 아니지요?”


더운물을 내온 오월이 목간통에 물을 섞으며 말했다.


“긴장도 풀려 한시름 놓이고, 좋은 향내도 맡으니 몸이 몹시 노곤하구나.”

“얼른 몸을 씻겨드리겠습니다.”

“고맙다.”

“한데, 아씨께선 큰 시전은 무슨 일로 나가 보시려고요?”


오월은 백대의 어깨를 조심스레 닦이며 물었다.


“사향도 이제 다 떨어졌고, 곧 5월이 되어가니 *자정향도 피어나질 않니? 향낭을 만들 재료를 미리미리 구해 놓아야지.”


*자정향(紫丁香): 라일락 꽃을 말함.


백대는 항상 몸에서 나는 향취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성에 잘 보이려는 의도로 향낭 주머니를 차고 다니는 뭇 양반 여성이나 기생과는 달리 나쁜 냄새는 항상 좋지 못한 기운을 불러드린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좋은 냄새는 사람의 정신을 맑게도 하지만 행복하게도 해주니 그녀에게는 하나의 부적인 셈이었다.


“소나무 진액을 구하러 나가시는 거군요.”


오월은 향낭을 만들 재료를 눈치챈 듯 말했다.


“응. 참 오월이 너도 돌아오는 5월만 되면 항상 휴일을 달라 하지 않았니? 이번에도 가는 거니?”

“네, 가야죠. 역시 제 사정을 알아봐 주는 분은 언제나 아씨뿐이라니깐요.”


백대와 오월은 매년 5월이 되면 하는 것이 있었다.

백대는 향 주머니에 넣을 환을 만들기 위해 자정향 꽃잎을 따 절구에 찧어내 소나무 진액을 섞어 응고 시키는 것이었고, 오월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5월만 되면 일주일 정도 휴일을 달라고 했다. 그 이유를 매번 묻지 못해서였을까? 어쩐지 오늘따라 오월의 사정이 궁금했던 백대.


“네 이름을 따라 5월만 되면 휴일을 달라는 건 아닐 테구. 왜 매년 5월 초하루만 되면 유람을 떠나는 것이니? 혹 내가 모르는 정인이라도 있는 것이야?”

“정인은 무슨······. 후, 깊은 사연이 있답니다.”


오월의 뜨거운 날숨이 백대 곁으로 불어온다.


“내가 모르는 그 깊은 사연이 대관절 무엇이 간 데 한숨부터 나오는 게야?”

“아버지와 어머니의 묘소를 돌아보고 오는 것이지요.”

“······응?”


백대는 뜻밖의 말실수를 했음을 느끼고 말았다.


“아, 어떡하지. 정말 미안해······. 두 부모님 모두를 여의었을 줄은······. 내가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 했어.”


미안한 눈초리로 오월의 낯빛을 슬쩍 엿보는 백대.


“제가 여태 말을 하지 않은 것인데, 어디 아씨가 미안할 게 있나요.”

“아니. 나는 네가 항상 내 마음까지 읽어 시중을 들 때면, 늘 고맙고 기특한 마음뿐이었어. 그런데 나는 너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


오월의 손을 맞잡으며 안쓰러운 듯 바라보는 백대.


“양 부모님을 잃고 성년이 되기도 전에 키워주신 할머니마저 돌아가시어, 갈 곳 없이 굶주렸던 저를 거두어 주신 분이 아씨인 것을요. 저도 매양 아씨께 고마운 마음뿐이니 그런 소리일랑 마셔요.”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물어봐도 될까?”

“어머니께서 저를 해산한 달이 5월이기에 제 이름은 자연스레 오월이 되었답니다. 열 달을 꼬박 저를 품어 지내시다가 긴 해산의 고통을 겪은 어머니를 위해 아버님께서는 꿩을 잡았다 합니다. 그 꿩고기를 손질하여 미역국에 넣어 함께 말아 드시다 그만······.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들었지요.”


사뭇 이해되지 않는 죽음의 동기에 무척이나 의아해하는 백대.


“꿩고기는 진귀한 음식일 텐데······. 어찌하다 그런 일을 겪었더란 말이냐.”

“할머니도 그 점이 애석하여 의원에게 물었답니다. 한데 의원이 되려 따지길, 꿩고기는 차가운 북풍이 불어 천지가 얼어붙는 설한에나 먹는 음식인데 대체 왜 봄 새싹이 트이는 5월에 이를 먹었냐고 그러더랍니다.”


오월은 물수건으로 백대의 몸 구석구석을 씻겨내며 답했다.


“꿩고기가 겨울에만 먹는 음식이란 말이냐? 그런 말은 나도 금시초문이구나.”

“의원이라는 자가 말하길 꿩은 반하라는 풀을 아주 좋아해 봄 새싹이 트이는 5월에 그 풀을 아주 많이 먹는다고 합니다. 이 반하라는 풀은 독을 만들 때 은밀히 쓰이기도 하는 풀로 그 독성이 강하여 조금만 먹어도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독초라고 하였습니다.”

“아······. 그래서 땅이 녹아 풀이 무성해지는 5월에는 꿩이 반하를 많이 먹으니 풀이 자라지 못하는 겨울철에만 먹어야 한다는 말이로구나.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오월의 말을 듣고 보니, 10년 전 헐벗은 옷차림으로 노예시장에 팔려 나온 오월의 모습이 기억 속에서 문뜩 떠오른 백대.


치아와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재물로 메겨지던 오월이 그곳을 찾은 백대의 치맛단을 애처롭게 붙잡았다.

할머니 병간호로 쓰일 약 값. 당장 막막했던 생계로 고리대를 쓰고 갚지 못해 붙잡혀 팔려왔으니 제발 저를 거두어달라고.

허기진 배가 너무 고통스럽고 아파 더는 견뎌낼 수 없다고.

오늘도 이 곳에서 팔리지 못하면 양반가의 씨받이로 살다 죽을 것이라며······.


“내가 그 마음을 몰랐다. 오월아. 정말 미안해······.”


더듬거리다 발견한 기억 저편에 오월이 백대의 가슴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두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할머니만은 잃지 않으려 그 작은 어린아이가 고리대금을 쓰고 길거리로 내몰리고 말았던 그 겨울을 떠올리다 울음이 터진 백대.


“아씨까지 상심 마셔요. 이미 모두 지난 일인 걸요.”

“그 많은 어려움 속에 살면서도 오늘처럼 이렇게 웃으며 내 곁에 있기에 나는 네가 이제 괜찮구나 생각했던 모양이다. 여전히 네 가슴엔 아픔이 서렸거늘······.”

“울지 마셔요. 저는 더는 슬프지 않으니! 아씨를 만나 얼마나 다행이게요.”

“그래. 내 곁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어 주련. 내 시집도 보내 줄 것이고 자매처럼 너를 돌봐도 줄 것이니······.”

“떠나라 이르셔도 절대 못 가오니 눈물을 거두시고 잠시 계셔요. 물을 갈았으니 목간통에 넣을 말린 자정향 꽃잎을 더 가져올게요!”


씩씩하게 웃음 지으며 고방을 떠나는 오월은 뒤로 돌아 금방이라도 떨어지려는 눈물을 잽싸게 훔쳐낸다. 백대와 더 있다가는 정말이지 울고야 말 것 같아서······.



****



‘유백대 낭자를 만나려면 필시 그 집 대문을 넘어야 하는데, 늦은 시각이니······.’


응복과 함께 길을 걷던 신주는 왠지 모를 걱정이 앞선다.


“응복아.”

“야, 도련님.”

“그 집 낭자를 본 적이 있느냐?”

“야, 본 적은 없고 소문은 익히 들었구먼유. 조선팔도 기생을 모조리 다 쓸어 와도 그 어여쁜 자태를 따라갈 여인이 없다고 이 근방엔 소문이 파다혀요. 얼마나 아리따운지 담을 넘어 연서를 보내려는 양반 사내들이 넘쳐나니 그 집 어르신이 아주 화가 나 별채의 담장을 장대보다 더 높게 쌓아 둘렀다지 뭡니까?”

“역시 그렇군······.”


걱정이 현실로 와닿았다. 신주는 이제야 이 쪽지에 담긴 과제 출제 의도를 좀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어렵게 얻은 딸인데······. 금지옥엽 집안에 화초처럼 키운 딸일 텐데······. 더더군다나 외간 사내가 이토록 야심한 시각에 불쑥 찾아가 만나겠다 하면 어떤 부모가 옳다구나 뵈어 주겠는가? 딸을 아끼는 마음에 담장까지 높게 둘러쳤다는데······. 필시 절대 만만한 과제는 아니란 소리다. 곱게 들어갈 수 없다면 결론은 하나란 소리군······.’


신주가 속으로 골몰히 무언갈 생각하는 사이 응복이 느닷없이 걸음을 멈추며 대문짝을 손으로 짚는다.


“도련님 여가 낭자의 집이어라.”

“별채 쪽은 어딘지 아느냐?”

“저는 사랑채 쪽 밖엔 모르는 댑쇼? 가서 이리 오너라 할까유? 들어가 보믄 알 것쥬.”

“잔말 말고 이리 따라와 보거라.”


신주는 응복과 함께 백대의 집 주변을 한 바퀴 크게 도는가 싶더니 제일 높게 쌓은 담벼락 앞에 걸음을 멈춘다.


‘제일 높게 올린 담장이라면 이쯤이 별채 같은데······.’


“응복이 너, 이 앞에 엎드려 보거라.”

“에, 에······? 설마 담을 넘으시려구유?”

“너는 생각지 말고 내가 이르는 대로만 하거라!”

“쳇. 알 것구만유.”


썩 내키지 않는 낯빛으로 못내 등을 굽혀 디딤돌을 세우는 응복. 신주는 응복의 등을 발판 삼아 가뿐히 오른다.


담이 생각보다 높았으나 신주의 키가 크다 보니 담벼락은 딱 그의 가슴팍 앞에 닿았다. 이윽고 아귀힘으로 담벼락을 짚고 오르려던 찰나였다.


“우지지—직!”


담장 위에 올려놓은 기왓장이 신주의 우람한 몸을 이기지 못하고 우지끈 부러지는 소리였다. 그 소음에 깜짝 놀라 주위를 살피는 신주.



“휴—우.”


안도의 한숨을 내려놓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는 신주. 다행히 늦은 밤이라 작은 소음에 내다보는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도련님 아직이어라? 응복이 이러다 앉은뱅이 되겄소! 으, 으미. 으미 무거운 것.”

“조금만 참아 보거라.”


신주는 놀란 가슴을 가까스로 진정시키고 다시금 담벼락을 짚고 오르려던 그때였다. 반으로 갈라져 금이 간 기왓장 틈 사이로 보이는 종이 조각이 돌연 신주의 눈에 거슬린다.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기와 밑을 전부 들춰보는 신주.


“얼마나 곱길래 기와 밑이 죄다 연서 밭인 게냐. 필시 칠칠치 못하여 미색을 이리저리 흘리고 다니니 이런 거머리 떼들이 들러붙는 것일 테지. 규수가 생각보다 몸가짐이 헤픈 모양이다.”

“아니 헤프고 나발이고 어서 올라가시라고요오! 으, 으미 응복이 등짝 무너져 내리 겄네. 으미 으미 허벌 나는 거.”


응복이 오만 상을 찡그리며 조용한 목소리로 성을 내자 신주는 그제야 담을 넘으려는 듯 팔을 뻗는다.


“쿵ㅡ!”

“윽······!”


저도 모르게 입가에 옅은 신음이 비친 신주. 담이 높아 미끄러지듯 내려오면서 맨땅에 엉덩이를 제대로 빻았다. 얼마나 옴팡지게 찧었는지 꼬리뼈가 옥신거리고 등줄기에선 진땀이 삐질삐질 솟았다.


“도련님 괜찮소?”


담벼락 반대편에 서있던 응복이 제 주인 목소리에 놀라 나지막한 음성으로 물었다.


“괜, 괜찮다. 응복이 너는 이제 되었으니 그만 집으로 돌아가거라.”

“야, 도련님.”


욱신거리는 꼬리뼈를 부여잡고 가까스로 몸을 일으킨 신주. 이내 주변을 두루 살펴보는데······.


생각보다 집안이 넓어 별채가 정확히 어딘지 가늠되지 않으니 신주는 촉각을 곤두세우며 더욱 세세히 주위를 살펴본다.


그 순간 별채 옆 조그마한 고방 앞에서 앳된 여자 목소리가 들려온다.


“말린 자정향 꽃잎을 더 가져올게요!”


문을 열고 나오는 여종 오월을 본 신주가 잽싸게 외벽으로 몸을 숨긴다. 오월은 미처 숨기지 못한 신주의 그림자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인지 바로 옆에 있는 신주를 무심코 지나가버리는데······.


숨을 죽이고 별채 바깥으로 나가는 오월을 마지막까지 확인한 신주가 살금살금 고방 앞으로 걸어 나온다.


‘무슨 제사라도 지내는 건가······?’


외딴 창고 앞에서 새어 나오는 향기가 돌연 신주의 코끝을 자극했다.


그저 글공부만 하며 살아온 세월. 기방 출입은 고사하고 성년의 여자를 이토록 가까이서 만나 본 적이 없던 신주는 사향 냄새를 단순히 제사를 지낼 때 피우는 향쯤으로 여긴 모양이었다.


‘대체 얼마나 향을 피운 거지······.’


옅게 세나온 불빛을 따라 슬그머니 고방 안으로 들어서는 신주. 안은 온통 연기로 가득 차 주변 어떤 사물도 분명히 볼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어떤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희뿌연 안갯속을 팔로 휘적거리며 걷던 그때였다.


“으ㅡ아앗!”


목간통에 다리가 걸려 졸지에 목욕물 안으로 풍덩 빠진 신주. 그의 팔이 백대의 봉긋한 가슴 언저리에서 허우적인다.


“파ㅡ햐!”


중심을 잃었던 몸을 간신히 추스르고 얼굴을 물 밖으로 들어 올렸을 땐, 한 여인이 저를 바라보고 있다. 울고 있었던 것인지 불그스름하게 얼룩진 눈가와 눅진한 눈물이 스민 동공으로.


“왜······.”


너무 놀라 저도 모르게 신주는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 왜 울고 있는지를······.


미동조차 않고 빤히 저를 바라만보던 여인의 커다란 동공이 점점 확장되는데······. 이거 어쩐지 불안하다.


“여, 여긴······.”


불안한 마음에 여기가 어딘지를 의식하기 시작한 신주. 그제서야 속살을 아슬아슬하게 감춰둔 모시 치마를 걸친 여인이 그의 눈에 덩그러니 들어박힌다.


그래서 어쨌냐고? 뭘 어째. 귀싸대기지~


그 짧은 순간. 물기를 그득 머금은 가느다란 여인의 손이 긴밀하게 밀착되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신주의 뺨따귀로 떨어지고 있었다.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작가의말

오늘은 7천자로 길게 와봤습니다. 또 한 주를 달려보겠습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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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닿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망하다. 20.05.20 39 0 11쪽
» 몸종 오월 20.05.17 38 0 13쪽
7 유수(柳星)에 펼쳐진 광화(光華)의 ★ 20.05.14 51 1 10쪽
6 양장(良將) 사다함의 비밀 20.05.14 63 1 11쪽
5 이 집 아씨는 광녀? 20.05.13 51 0 12쪽
4 세자 저하 납시오! 20.05.12 65 1 15쪽
3 성균관에선 엽전 판치기 불가! 20.05.11 65 1 15쪽
2 장원급제가 아니라서 20.05.11 66 2 13쪽
1 서(序) 20.05.11 95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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