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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너에게로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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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곰아인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0.05.20 07: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536
추천수 :
13
글자수 :
45,941

작성
20.05.14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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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유수(柳星)에 펼쳐진 광화(光華)의 ★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DUMMY

6화 - 유수(柳星)에 펼쳐진 광화(光華)의 ★(별)



“휴····. 아씨! 아직이세요?”

“갈아입을 옷을 챙겨야 하니 조금만 더····.“


세자를 배웅하고 별채로 돌아온 백대. 긴장한 몸을 한시름 녹이려 목욕 채비를 서두르는데····. 여간 챙겨야 할 것이 많던 백대는 도통 별채 밖으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따듯한 물이 식을까 걱정인 오월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갈 뿐이었다.


“아씨, 물 식는다니깐요!”


오월의 동동거림에 주섬주섬 무언가를 챙겨 나오는 백대. 그녀의 손에는 갈아입을 의복과 아직 피어나지 못한 연꽃 봉우리 모양의 향로가 있다. 혹여 그 향로가 망가질까 사뿐사뿐 걷는 백대의 모습에 이젠 지쳤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오월.


“어ㅡ휴. 우리 아씨 또 시작이네!”

“새삼스러울 것도 없잖아. 매번 안 하던 것도 아니구.”

“예예. 아씨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겠죠. 그 향로를 여름에 쬐던 겨울에 쬐던 머시 다르겠나요? 저는 우물 앞에 가서 두레박 떨궈 물 긷고, 따뜻한 물 섞어 목간통 채워야 하죠. 너무 뜨거우면 다시 찬물 길어 와야 하죠. 아씨 늦어 물 식으면 또 더운물 끓여야 하죠. 예! 예! 이 오월이만 열심히 죽으면 되죠 뭐! 아이고 오월이 등이 굽으면 어때요? 우리 아씨만 깨끗해지면 됩니다. 흥으응!”


오월은 구부러진 등을 아프다는 듯 두드리며 힘들다는 것을 귀엽게 과장하여 툴툴거렸다.


“푸ㅡ웁. 그래. 내가 거기까진 생각을 못 했네. 대신! 큰 시전이 열리면 네가 사고 싶은 것 하나 사줄게.”

“우와! 정말요? 역시, 미우나 고우나 우리 아씨가 최고! 이토록 마음 씀씀이가 고우니 저는 평생 아씨 몸종으로 살아야 할 팔자인가 봅니다. 물이 조금 식었으니 더운물을 내어 올게요! 들어가서 몸을 좀 불리고 계셔요!”


구부정히 굽었던 오월의 등은 금세 고개를 빳빳이 들고 일어선다. 이윽고 잽싸게 부엌으로 내달리는 오월.


오월의 귀여운 모습에 피식 웃던 백대는 별채 옆에 딸린 *고방(庫房)으로 이동한다.


*고방(庫房) : (= 광) 세간이나 그 밖의 여러 가지 물건을 넣어두는 창고.


고방으로 들어온 백대는 제일 먼저 연꽃 봉우리 향로를 열어 사향을 담아 태운다. 조금씩 피어오르는 연기를 따라 사향의 깊은 향취가 서서히 창고 안에 흩어지고 있었다.


이내 저고리와 치마를 차례로 벗고 목욕용 모시 치마로 갈아입은 백대가 조심스레 목간통에 발을 담근다. 물이 조금 식긴 했지만 온기는 여전하다.


뜨듯한 물에 반쯤 잠긴 백대.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은은한 사양 냄새가 부드럽게 일렁이며 코끝을 자극했다. 아까의 긴장은 온데간데없이 스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그 나른함에 몸을 맡긴 그녀는 두 눈을 지그시 감는다.



****



물음 쪽지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길을 걷는 맹첨. 의동에게 큰 소리는 떵떵 치고 왔으나 베일에 싸인 수수께끼의 과제는 여전히 막막하기 그지없었다.


“하····. 쪽지에 적힌 말대로라면 하늘에 있는 별을 따오란 소린데, 손도 안 닿는 별을 어찌 따오라고 이딴 개 같은 과제를 내주는 것인지 하····. 나 원 참! 아버지께라도 가서 물어 봐야 하나.”


맹첨은 중얼중얼 홀로 툴툴대며 집으로 향하는 고개를 오르려던 찰나였다. 때마침 반대 방향에서 남여를 타고 고개를 올라오는 아버지 성삼문의 얼굴이 보였다.


성삼문의 늦은 퇴청으로 빗어진 우연한 만남이었다. 뜻밖에 아버지를 만나 얼굴이 환해지는 맹첨.


“아버지ㅡ이!”

“성균관에 있어야 할 우리 아들이 왜 여기에 있는 것이냐?”

“아버지, 소자 이것 좀 풀어주셔요. 소자 이거 못 풀면 낯부끄러워 성균관엔 들어가지도 못하옵니다. 소과 장원이 이딴 과제 하나 못 풀었다고 평생 벗들이 놀릴 게 아닙니까. 아부지이!”


맹첨은 신주와 김의동이 저를 질금질금 놀려 댈 꼬락서니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머리맡이 아찔했다. 벗으로 있으면서 이걸로 평생 짓궂게 흉을 잡을 것이 불 보듯 뻔한 현실이었다.


“아들. 이런 건 과제 출제 경향을 잘 파악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야지!”

“아부지! 벗 또한 저와 같은 내용으로 쪽지를 받았는데 어찌 물어봅니까? 이것도 경쟁인데 그 얄미운 자식이 알려 줄 리가 없잖아요!”

“생원 진사시에 장원을 했단 놈이 이토록 아둔해서야 어찌 후일에 정치를 하겠느냐아!”


어린아이 칭얼거리듯 보채던 맹첨은 급기야 아버지께 과제가 적힌 물음 쪽지를 건네는데·······.


“그럼 그렇게 정치를 잘하시는 아부지께서 좀 풀어 주시든지요! 쳇!”

“네 이름 석자 성맹첨으로 지을 게 아니라 성맹꽁으로 지었어야 했거늘!”

“아ㅡ부ㅡ지!!”


맹첨은 아버지 성삼문이 노여워 발끈 소리를 내지른다.


하는 짓마다 야무지지 않고 항상 마음에 답답한 여운을 남기는 아들이 못마땅해 미간을 찌푸려내는 성삼문. 이내 가마에 내려 건네받은 쪽지를 달빛에 비추어 읽어보는데.


“유수(柳星)에 오랜 세월 펼쳐진 광화(光華)의 별을 찾아라?”


성삼문도 과제가 여간 어려운 듯 고개를 기울이고, 성맹첨은 이때다 싶어 말을 거든다.


“그 보셔요! 아버지도 못 푸는 걸 저더러 어쩌란 말입니까! 소자 이 과제 못 해가면 저도 벗들 보기 창피하고 아버지도 후일을 감당하려면 쌈지에서 뒷돈이 서너 번은 나와야 할 겝니다아!”

“뭐어ㅡ라? 에잇! 이놈이!”


성맹첨이 아버지에게 으름장을 퍼붓자 성삼문은 그게 또 못마땅해 비스듬히 발을 들어 아들의 볼기짝을 사정없이 후드러패는데····.


“아ㅡ얏! 아버지도 못 풀면서 때리긴 왜 때려요!”

“과제를 못 풀겠으면 같은 과제를 받은 벗들을 뒤쫓아가 선수라도 쳤어야지! 외우는 것만 곧잘 하면 뭐 하느냐! 머리에 든 지식은 쓸 줄을 모르는데!”

“아이고. 녹봉 드신다고 사람을 이렇게 개 패듯이 패도 된답니까! 아이고 동네 사람들 우리 아부지 관아에 고발 좀 해주시오! 아이고, 동네 사람들!”


볼기를 맞은 것이 원통했던 맹첨은 입이 대발 나와 토라져 씩씩댄다.


“지랄. 지랄. 지랄 났네, 지랄 났어. 네가 진짜 내 아들이 맞긴 맞니?”

“아, 아부지!”

“아부지란 소리 허들 말어! 치가 떨리니께.”

“아ㅡ부지!”

“ 그러고 있을 시간이 있느냔 말이다! 빨리 벗들을 뒤쫓아 가지 않고!”

“에잇!”

“저! 저! 저! 원수같이 속 썩이는 아들 놈 때문에 내가 제명에 못 살지 원!”


맹첨이 토라져 삼문에게 인사도 없이 팽 돌아서 가니 삼문의 속이 바글바글 끓고 있었다.



****



“아버지, 소자 신주입니다.”


늦은 시각. 집에 도착해 사랑채로 건너온 신주가 문밖에서 아버지 신숙주를 부른다. 시간이 늦었음에도 사랑문 밖에선 호롱 불에 비친 아버지의 그림자가 너울거리고 있었다. 필시 항상 그랬듯 아버지께선 서책을 읽고 계신 것이 분명했다.


“들어오거라.”


보던 책을 덮어 조심스레 옆으로 제쳐두곤 아들을 맞는 신숙주.


“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성균관 접방례 때문에 잠시 집에 들렀습니다.”

“접방례를 치르기에도 벅찬 시간이 아니더냐.”


신주는 과제가 적힌 물음 쪽지를 아버지의 책상 위에 조심스레 올려두곤 그 맡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과제를 받은 것이 있사온데, 혹 버들 유(柳)에 별 성(星)의 이름을 가진 사람이나 혹은 지명을 아시는지 여쭤보러 잠시 들렸습니다.”

“버들 유(柳)에 별 성(星)이라····. 아버지의 벗 중에 버들 유(柳)를 쓰는 유성원이라는 벗이 있긴 하구나. 한데 그 집안에 오랜 세월 펼쳐진 광화의 별이라····. 과제가 생각보단 고약하구나.”


신숙주가 보아도 어려울 만큼 쉽게 풀리지 않는 과제인 듯했다.


“소자가 보기엔 빛날 광(光)에 빛날 화(華)를 써놓은 것을 보니 필시 아름다움을 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옵니다. 이 빛날 화(華)가 꽃 화(華)로도 쓰이니 아름다운 여인이나, 아름다운 선비를 일컫는 것이 아니 올른지요? 혹시 그 집안에 수려한 외모의 여인이나 선비가 있을지요?”

“음. 아버지의 벗 유성원은 수려한 학문 능력을 가진 선비이긴 하지. 그런데 너의 말대로라면 여인을 찾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그러고 보니 그 집안에 자식 복이 없어 딸아이 하나만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자식이 잘 생기지 않고 수태를 해도 태어나기도 전에 죽으니 오랜 세대를 이어 살라는 의미로 딸아이의 이름을 유백대라 지었다는구나.”


신주는 속으로 ‘찾았다’를 외쳤다.


‘유수(柳星)에 오랜 세월 펼쳐진 광화(光華)의 별을 찾아라. 결국 유성원에 집에 있는 빛나는 별, 오랜 세월을 걸쳐 세대를 번창시키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 유백대를 찾아오라는 것이었다.’


“아버지 혹 그 규수의 집이 어디인지 아십니까?”

“여기서 얼마 멀지 않다. 응복이가 종종 그 집에 내 서신을 보내는 심부름을 도맡아 하였으니 알게다. 데려가거라.”

“응, 응복이를요····?”


아버지의 또 다른 눈, 항시 일거수일투족을 일러바치는 고자질쟁이 응복을 데려가란 소리에 썩 기분이 내키지 않는 신주.


“왜 그러느냐. 물어볼 것이 또 남은 것이냐?”


미온적인 태도로 시간을 끄는 신주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신숙주.


“아, 아니 옵니다. 아버지 문자 중독도 병이 옵니다. 이렇듯 밤늦도록 서책을 보시면 건강을 해치니 꼭 이른 밤에 침소에 드소서. 그럼 소자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알았다. 살펴 가거라.”

“꼭 대과에 합격에 소자 빠른 시일에 집으로 돌아올 것이니 그동안 건강하시고 평안하소서.”

“오냐.”


성균관은 입학식은 있어도 따로 졸업식은 없는 곳. 대과 합격이 곧 관직으로 나가는 졸업이었기 때문에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자식을 기다리는 것 또한 양반들의 교육 방식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신주는 큰 절을 올리고 사랑방을 나선다. 아버지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 신주. 이제 남은 과제를 마무리하고 성균관에 복귀하면 된다!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작가의말

금토는 웬만하면 쉬는지라 한편 더 왔습니다! 다음 화에선 여주랑 남주가 만나 열시미 푸닥거리를 하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그때까지 안뇽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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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닿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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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망하다. 20.05.20 39 0 11쪽
8 몸종 오월 20.05.17 38 0 13쪽
» 유수(柳星)에 펼쳐진 광화(光華)의 ★ 20.05.14 51 1 10쪽
6 양장(良將) 사다함의 비밀 20.05.14 63 1 11쪽
5 이 집 아씨는 광녀? 20.05.13 51 0 12쪽
4 세자 저하 납시오! 20.05.12 65 1 15쪽
3 성균관에선 엽전 판치기 불가! 20.05.11 66 1 15쪽
2 장원급제가 아니라서 20.05.11 66 2 13쪽
1 서(序) 20.05.11 95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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