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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너에게로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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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곰아인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0.05.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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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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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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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 집 아씨는 광녀?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DUMMY

4화 - 이 집 아씨는 광녀?



‘세자 저하라고·····? 어쩌지, 어쩌지······!’


대문 앞에서 다시금 들려오는 추상같은 구령 소리. 백대는 기절을 하고도 남을 몽롱한 정신에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아뿔싸! 간과한 얼굴부터 두 손바닥으로 가리는 그녀.


‘······그래. 어차피 뾰족한 수가 있겠어? 에, 에라 모르겠다!’


그녀의 말대로 뾰족한 수는 없어 보였다. 일단 이 자리를 면하고 보는 수밖에!


양손 가득 얼굴을 가리곤 게걸음을 치며 달아나는 백대. 그래도 예의는 차리고 싶었는지 중간에 목 인사도 잊지 않는다.


‘괜찮아. 괜찮아. 이 정도면 됐지 뭘 더! 별채에 쥐 죽은 듯 있는거야아아.’


해탈의 지경에 이른 백대는 스스로를 위안한답시고 속으로 괜찮다, 괜찮다를 거듭 되뇌고 있지만 본래의 심정은 그게 아니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반쯤 넋이 나가 울상을 짓고 있었으니 말이다.


반면, 그 모습이 괴이해 동그랗게 뜬 눈으로 백대를 구경하는 세자 이홍위.


치덕치덕 묻은 황토 색깔의 점토는 이미 흙빛으로 굳어 백대의 얼굴 여기저기에서 허물을 벗어내고 있었다.


그 몰골이 지나가는 나그네 여럿 잡을 귀신의 상인데, 하는 행동은 얼빠진 광녀처럼 우왕좌왕 정신이 하나도 없다.


“도풍아 지금 내가 처녀귀신을 보고 있는 것이냐? 네 눈에도 헛것이 보이느냐?”


홍위는 함께 따라온 도내관을 일러보며 묻는다.


“······예, 저하. 제 눈에도 보이는 것이······.”


도내관도 헛것이 보이는지 연신 눈을 감았다 고쳐 뜨며 말끝을 흐린다.


“꺄—아아아!”


게걸음으로 줄행랑을 치다 말곤 별채로 들어가는 중문 문턱에 걸려 철푸덕 넘어지는 백대. 넘어지는 순간부터 요동치기 시작하던 그녀의 머리는 결국 졸도를 택했는지 과감히 쓰러진 자리에서 정신줄을 놓는다.


“이, 이보시오!”


갑자기 쓰러진 백대를 보고 무척이나 놀란 홍위가 그녀의 옆으로 다가와 팔을 흔들어본다.


“어, 어! 아씨!”


때마침 안방마님 시중을 들다 별채로 돌아오던 오월이 쓰러진 백대를 보고 부리나케 달려든다.


“······아, 아씨?”

“아씨요?”


홍위와 도내관은 ‘아씨’라는 호칭에 더욱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걸 두고 설상가상이라 했던가! 오월이 과감히 써버린 아씨라는 호칭에 이 집 아씨는 광녀로 아예 종지부를 찍어버린다.


비비꼬일 대로 꼬인 이 상황. 백대는 간신히 눈만 감고 있을 뿐이지 이미 속은 꺼멓게 타 입안은 단비 없는 척박한 불모지와 다름이 없었다.


“저희 아씨가 세자 저하를 보고 많이 놀라 쓰러지신 모양입니다. 어쩌죠?”


난감한 안색으로 홍위를 바라보는 오월.


“도풍아 업을 수 있겠느냐?”


홍위는 도내관을 일러보며 넌지시 묻는다.


“아, 아무리 그래도. 소인이 어찌 반가의 여인을 함부로 업겠습니까. 판 내시 부사께서 이를 아시는 날엔 저는 오늘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사옵······!”


도내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그를 어깨로 밀쳐버리는 홍위.


“사리분별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사람이 쓰러졌는데 지금 남녀를 따지고 있다니! 한심하군. 내가 업겠다.”


사태의 심각성을 여러모로 계산하던 도내관은 잠깐 실수한 자신의 언행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금 홍위의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온다.


“세자 저하께서 그런 고초를 겪으신 것이 알려지면 소인 판 내시 부사께서 어떤 상스러운 욕과 함께 요절을 낼지 알 길이 없사옵니다. 그냥 소인이 없겠······. 흐어어엉.”

“방해하지 말고 비키거라!”

“저, 저하! 제가 업을 수 있으니 제발 이것만은 내치지 말아 주소서!”

“그럼 네가 없던지.”


도내관이 울며 겨자 먹기로 마지못해 등을 내어주니 홍위는 오월과 함께 백대를 일으켜 손을 보탠다.


“흡흑······. 저하. 언젠가 *수구문에 내관 하나가 내버려졌다 소문이 난다면 그것이 저라는 것을 아소서······.”


*수구문 : 시체를 내보내던 문.


“쯔쯧. 엄살은······.”


입이 대발 나와 울상을 짓는 도내관. 오늘도 죽음 앞에 극락왕생을 빌며 백대를 업고 별채로 향한다.


****


사랑채 안에는 독상 두 개가 차려져있었는데 그 위로 향긋한 봄나물이며, 고소하게 무쳐낸 더덕무침이며, 신선한 바다 냄새를 풍기는 소라 요리에 육즙이 풍부한 왕 갈비찜까지. 온갖 재주부려 만든 산해진미로 가득했다.


평소 같았으며 입 짧은 홍위는 거들떠보지 않을 흔하디흔한 궁중 음식일 테지만, 궁을 나와 늦은 끼니를 맞이하니 아니 반가울 수 없는 식사였다.


도설리가 작은 종지 그릇을 들어 기미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 입을 떼는 홍위.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먹으면서 얘기를 나눌까요?”

“좋습니다.”

“스승님께서 먼저 숟가락을 드시지요.”


상석에 앉아 먼저 숟가락을 들려다 유성원을 보며 먼저 권하는 홍위.


“지존께서 드시는 귀한 수라상인지라 여러모로 다양하여 신은 어떤 음식부터 맛봐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오니 먼저 편히 드십시오.”


홍위는 무슨 뜻인지 감이 온 듯 씨익 웃는다.


“제가 숟가락을 먼저 들지 않는 이상 스승님의 대쪽 같은 성정에 오늘 안에 밥을 먹을 길은 없겠지요. 좋습니다. 먼저 먹겠습니다.”

“예, 저하.”


홍위의 행색이 마냥 귀여웠던 유성원은 은근한 아빠 미소를 짓는다.


“참, 스승님. 다음부턴 아무리 중한 궁금증이 있더라도 이렇게 야밤에 불쑥 찾아오지 않겠습니다. 제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여······.”

“무엇을 말입니까?”

“그, 그러니까 이 집 낭자께서 그런 사연이 있을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불쑥 찾아와 결례를 범한 것 같아 그저 송구할 따름입니다.”

“그, 그게 어떤 말씀이신지 신은 이해가······.”


홍위의 말뜻을 영 이해하기 힘들었던 유성원 당혹스러운 기색이었다.


“이 집 낭자가 말입니다. 온통 진흙 칠갑에······. 많이 아, 아프신 것이 아니 온 지요?”

“······그, 그럴 리가요.”

“스승님의 말씀이 그러시다면······. 제가 헛것을 보았나 봅니다. 하ㅡ하하.”


더 이상 묻는 것은 민폐인 것 같아 홍위는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한데, 세자 저하께서 이곳까지 무리하게 오신 연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혹 낮에 있었던 서연 때문인지요.”

“다른 일과가 있어 겸사겸사 궁을 나오긴 하였으나······. 실은 그렇습니다. 답은 궁금하고 생각은 어리석어 급한 마음에 몸으로 부딪히는 길을 택했을 뿐입니다.”


고즈넉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최대한 솔직하게 털어놓는 홍위. 반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었던 유성원은 한 발짝 물러나 입을 뗀다.


“세자 저하께서 학문에 전념하는 것이 왕재를 증명하려는 수단이 되고 있는 까닭에 물으셨던 내용일 것이옵니다.”


죽도록 외워 떠오르는 동쪽의 해가 바로 홍위. 그 자신임을 모든 사와 부 또는 여러 스승님께 증명하려 애썼다. 한데 왜 이것이 꾸중 얻을 일이란 말인가? 홍위는 속내를 들켜버려 당황하면서도 스승의 말뜻을 도무지 헤아릴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왜 틀렸다는 말인가요? 목적이 무엇이든 학문에 전념하는 것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지 틀린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하. 꽃의 잎사귀를 떼어내고, 꽃가지의 마디마디를 부러뜨려 종내는 꽃나무의 뿌리까지 뽑아 죽게 만드는 것이 어찌 아름다운 일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그 무슨.”

“저하께서는 왕재를 증명하시려는 까닭에 서연관이 떼어낸 문장을 읽고, 그 구조를 갈라 헤쳐 놓은 학문을 외고 계십니다. 스승이 읽어 주고 분석한 문장을 그대로 외우고 익히는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요.

전하께서 물으신 소학의 구절은 마음의 바탕을 넓게 가지라는 뜻의 인성교육을 말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보이는 대로 외우셨으니 내면의 깊은 뜻을 알아차릴 수가 없던 것이옵니다.”


침착한 어조로 내뱉은 유성원 목소리가 뾰족한 칼날이 되어 홍위의 귓가를 따끔히 파고들고 있었다.


****


같은 시각 성균관에서는 신참 유생들이 푸른색 청금을 의대[衣帶]하고, 대성전에 모여 옛 성현들의 신위에 참배하는 것으로 입학 의식이 끝을 맺고 있었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이제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었는데······.


“신참 유생들은 듣거라. 내 보아하니 너희들의 태도가 조심스러워하는 내색이 전혀 없고, 무례하고 건방진 행동을 여러모로 일삼으니 유생으로서 그 자질이 매우 의심스럽다. 따라서 우리 선진들은 유감스럽게도 너희들을 유생으로써 인정할 수 없다 의결하고 이 자리를 통해 너희들의 충만한 학문적 소양(素養)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성균관 고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 일컫는 서재의 장의 남윤이 여러 유생들과 고루 눈빛을 섞으며 말했다.


“하여. 너희 유생들은 이 앞에 놓인 항아리에 담긴 물음 쪽지를 뽑아 거기에 담긴 뜻을 풀어내라. 이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다면 썩 영리하고 쓸만한 재주가 있다 인정하고 너희들의 경망한 행동을 한 번쯤은 감싸주어 정식 성균관 유생으로 의심 없이 맞을 것이다.

단, 이 관문을 제시간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유생으로서 그 자질에 밑천이 없다고 판단하여 우리 선진들은 그에 합당한 처분을 낼 것인즉. 그러므로 이 관문을 잘 통하여 진정한 의미의 성균관 유생이 되어 돌아오길 바라며, 낙오자가 없길 기대하겠다. 뽑아라.”


말을 마친 남윤은 오른쪽 맨 가장자리에 있는 유생부터 지목하여 차례로 쪽지를 뽑게 했다.


예비 유생들은 마지못한 얼굴로 항아리에 손을 뻗어 쪽지를 뽑는 방식으로 접방례가 진행되고 있었다.


여러 신참 유생들이 차례로 돌고 돌아 어느덧 예비 유생들 모두 쪽지를 하나씩 얻게 될즘, 다시 입을 떼는 남윤.


“*술시가 되어가는 시각이니 *해시가 되기 전까지 과제를 수행하여 올 것이며 시간은 넉넉하지 않을 것이니 빠르게 움직이는 편이 좋을 것인즉, 자 이제 떠나라.”


*술시[戌時] : 오후 7시~9시 / *해시[亥時] : 밤 9시~11시


남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생들은 일제히 성균관을 물밀듯 빠져나왔다.


신주와 맹첨, 의동 또한 다른 신참 유생들의 무리에 섞여 길을 나선다.


“의동이 너는 무슨 과제를 뽑았느냐?”

“받긴 받았는데 이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면 정녕 어찌 되는 것이냐?”


자신이 뽑은 쪽지의 내용을 파악하던 의동은 어려운 과제인 듯 벌써부터 일이 잘못될까 후일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내 진즉 하루아침에 방 빼야 하는 수가 있으니 소문 듣는 귀동냥이라도 하고 있으라 하지 않더냐.”


뒷짐을 지며 은근슬쩍 거드름을 피워대는 맹첨.


“그래서 그 소문에 답을 푸는 방법은 없다 하더냐?”

“뭐······. 여러 방법은 있지.”

“그것이 도대체 뭔데 그러느냐?”


맹첨의 말에 솔깃해진 의동은 순박하게 빛나는 눈으로 맹첨을 바라본다.


“과제를 풀지 못하겠다면 고참들에게 찾아가 뒷돈을 먹여 마음을 풀게 하고, 그 답을 알아내 벌을 피하면 될 것이고. 이도 저도 안 된다면 벌칙을 달게 받아야겠지. 오줌 세례와 똥 세례를 신명 나게 맞으면서 체면을 좀 구겨야겠지만 말이다. 뭐 그쯤 하면 되지 않겠느냐?”

“나는 망했네그려.”

“무슨 과제길래 그러느냐?”


의동은 의기소침한 몰골로 자신의 쪽지를 맹첨에게 건넨다.


[진흥왕의 충신이자 양장(良將)인 사다함을 데려오라]


“진흥왕은 신라 시대의 왕이 아니냐? 사다함은 뭐지······. 궤짝을 말하는 건가? 아니지, 아니지. 설마 궤짝에 금은보화를 가득 넣어 오라는 것 아니냐 이거?”


아는 척 좋아하는 성맹첨도 이번 문제는 난해한 듯 의동의 쪽지를 신주에게 건네주며 머리를 갸웃거리는데······. 신주는 묵묵부답 건네받은 쪽지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래나 저래나 재물이 항상 문제구나. 난 뒷돈을 쥐여 줄 여유조차 없으니 오줌 세례와 똥 세례는 면치 못하겠구나. 이런 젠장······.”


맥 빠진 의동의 목소리 끝에선 착잡한 마음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작가의말


열쉬미 달려보겠숩니당~!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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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로 닿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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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망하다. 20.05.20 39 0 11쪽
8 몸종 오월 20.05.17 37 0 13쪽
7 유수(柳星)에 펼쳐진 광화(光華)의 ★ 20.05.14 51 1 10쪽
6 양장(良將) 사다함의 비밀 20.05.14 63 1 11쪽
» 이 집 아씨는 광녀? 20.05.13 51 0 12쪽
4 세자 저하 납시오! 20.05.12 65 1 15쪽
3 성균관에선 엽전 판치기 불가! 20.05.11 65 1 15쪽
2 장원급제가 아니라서 20.05.11 66 2 13쪽
1 서(序) 20.05.11 95 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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