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아인

너에게로 닿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로맨스, 대체역사

보라곰아인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0
최근연재일 :
2020.05.20 07:0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531
추천수 :
13
글자수 :
45,941

작성
20.05.11 10:36
조회
65
추천
2
글자
13쪽

장원급제가 아니라서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DUMMY

1화 - 장원급제가 아니라서



개나리 꽃나무가 만개한 4월의 한적한 아침. 성균관 앞에선 *희비애환(喜悲哀歡)을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희비애환(喜悲哀歡): 기쁨, 슬픔, 애처로움, 즐거움의 감정을 아우르는 말.


어떤 이는 참담한 실패에 부딪혀 깊은 탄식을 내뱉기도 하였고, 또 다른 이는 가슴 벅찬 성공의 쾌재를 부르는 그야말로 특별한 날. 신주는 수십 명의 선비들을 헤쳐 북적한 웅성거림 속으로 파고든다.


떨리는 마음과 기대에 찬 눈빛으로 소과 최종 합격자 명단이 공고된 방(榜)을 올려다보던 그때. 돌연 익숙한 이름을 만나 신주의 안색이 어두워진다.


“맹첨이 도련님이 1등이라니······. 학당에서도 성 신동이라 불림하지 않았습니까? 사사로운 예사말이 아니었나 봅니다.”


신주가 느끼던 실망감을 고스란히 되짚어내는 음성. 그의 몸종 응복의 목소리였다.


“어찌하여 많고 많은 응시자 중 하필······.”


신주는 상한 마음을 애써 사그라트리며, 2등으로 채록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하곤 돌아섰다. 헌대 냉큼 따라나서야 할 응복이 제때 오지 않자 다시금 뒤를 내다보는데.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따라오거라.”

“할 일이 쪼까 있구먼유!”


응복은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가며 대꾸를 했다. 그런 응복을 의아하게 바라보는 신주


“뭘 하고 있는 것이냐?”

“그런 것이 있구먼유. 그럼 소인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요. 도련님은 천천히 뒤따라 오셔유!”


방(榜)을 보며 손가락으로 수를 세던 응복은 마침 계산이 끝난 모양인지 신주 옆을 쌩하니 스쳐 지나갔다.


“제 주인 몸종이라면서 어찌 저리 눈치가······.”


응복이 지나간 자리를 가만히 바라보던 신주는 돌연 떠오른 석연찮은 생각에 말끝을 흐린다.


제 주인 마음 하나 못 읽는 눈치 어두운 어둥이가 저렇듯 허둥거리는 데엔 분명한 이유가 있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버지였겠지······.’


분명 아버지께서 합격 여부를 미리 알아오라 응복을 재촉했을 게 불 보듯 뻔했다.


아버지는 유독 자식 교육에서만큼은 온갖 치성을 쏟아붓는 위인이었다. 서책까지 손수 엮어 만들어주곤 했으니 말이다.


그런 학업에 대한 아버지의 열정과 지나친 관심은 해가 더할수록 신주를 지치게 만들고 있었다. 본래의 꿈마저 접도록 만든 아버지의 열정이었기에······.


신주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


응복이 두 고개를 올랐다 내려오길 반복했을 즘. 희미하게 들리던 물소리가 제법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구먼!”


졸졸 흐르는 청아한 물소리를 따라 쉼 없이 걸었던 응복은 드디어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나 다름없는 개울 앞에 다다른다.


우람한 덩치인지라 한쪽 발만 걸쳐야 간신히 건너갈 수 있는 작은 돌다리를 앞에 두고 긴장한 응복은 들숨을 크게 머금다 뱉어낸다.


“후읍—하!”


신선한 산의 정기를 가득 마신 응복은 마침내 결심했는지 비장한 표정으로 돌다리 위에 뭉텅한 몸을 싣는다.


한데······, 이거 마음은 앞서나 허우대가 큰 몸은 아무래도 호락호락하지가 않다.


중심을 놓치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팔을 퍼덕이며 속도를 낼수록 가마솥에 튀어 오르는 기름처럼 개울물이 연신 사방팔방으로 튀어 올랐다.


조심성이라곤 조금도 없는 응복의 발재간에 별안간 빨래를 하다 말고 개울물을 온통 뒤집어쓴 여종 오월이 일그러진 얼굴로 응복을 불러 세운다.


“야!”


분노를 그득 눌러 담은 오월의 호통에도 응복은 일말의 대꾸조차 없다. 이에 더욱 화가 돋친 오월이 흠뻑 젖은 몰골로 일어나 빨래 방망이를 사납게 휘두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응복이 너 잡히면 죽을 줄 알아!”


흐르는 물소리를 뚫고 터져 나오는 오월의 쩌렁쩌렁한 고함소리에도 꿈쩍도 않는 응복. 저 갈 길이 바빠 남의 말은 쉬이 들리지도 않는 모양새였다.


부릅뜬 오월의 눈은 서서히 하늘 위로 까뒤집히고 있었다. 그 흔한 사과조차 않는 응복이 얄미워 종내는 작심한 듯 들고 있던 빨래 방망이에 단단히 힘을 실어 허공에 치켜 올리는데······.


“아얏······!”


공중을 가로질러 떨어진 방망이는 떡하니 응복의 궁둥짝에 맞붙인다.


난데없이 날아든 통증에 옅은 신음 소리를 낸 응복. 맞은 부위가 따가운지 갖다 댄 손으로 부산하게 궁둥짝을 긁는다.


“푸—하하하.”


요란하게 터져 나오는 오월의 웃음소리.


응복은 뭔가 이상하다 싶은지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순간적으로 느낀 께름칙함이 온몸을 꿰뚫는다.


궁둥짝을 긁고 있던 손끝에 실리는 무언가가······.


허전하게 없다······!


“시방 뭐, 뭐여 이거······.”


방심했던 그것은 맨바닥에 꽈리를 튼 채 맥없이 고꾸라져있었다. 뜻하지 않은 순간을 목격하고 만 응복이 냉큼 바지춤을 거둬 올리자 그 모습이 또 웃겨 연신 깔깔거리는 오월.


“야 이 요망한 계집! 시집가긴 그른 계집!”


응복은 고개를 홱 돌려 저의 바지를 강제로 벗게 한 오월을 보며 얼굴을 붉힌다. 이에 질세라 오월도 오른쪽 새끼손가락을 치켜드는데······.


“푸—웁. 응복이 너도 장가는 어림없어!”

“저게! 내 오늘 우리 도련님 생진사시 합격 날이라 넘어가는구먼! 크ㅡ음.”


밉살스럽게 웃는 오월의 비웃음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하던 응복은 발그레해진 얼굴로 달아나듯 가던 길을 재촉했다.


****


빨래 바구니를 허리춤에 끼고 젖은 치마를 툴툴 털어내며 걷는 오월.


“풉.”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응복의 얼굴이 새삼 떠올라 때론 오월의 입가에 방긋한 웃음이 살포시 내려앉다 수그러들곤 했다.


“어······?”


그러던 찰나 오월의 눈에 띄는 무언가.


분명 빨래터를 나서기 전 싹 치워두고 갔던 것들이었는데 돌아와 보니 여러 빛깔의 연서들은 죄다 무슨 소리냐는 듯 오월을 향해 고개를 뻗고 있었다.


“또. 또. 또! 이 양반네님들은 지치지도 않나.”


허리를 낮게 굽힌 오월이 마뜩잖은 낯빛으로 꽃과 연서들을 쓸어 담곤 별채로 향한다.


“아씨 안에 계셔요? 계시면 잠시 나와 보셔요!”


바깥에서 들려오는 오월의 목소리에 스르르 방문을 열곤 대청마루로 나오는 유백대. 수려한 얼굴에 미려한 기품이 느껴지는 여인이었다.


“네 몰골이······. 빨래를 하러 간다더니 물놀이를 하고 온 것이니?”


오월의 젖은 옷차림이 백대의 눈에 먼저 들어온 모양이었다.


“휴. 그 왜 가끔 어르신 사랑채에 서신 심부름 오던 몸종 응복이 아시지요?”


반짝이는 눈망울로 고개를 끄덕이는 백대.


“빨래를 하는 와중에 응복이 그놈이 별안간 발장구를 치고 가는 게 아닙니까? 제 집 도련님 생진사시 합격했다고 뻔뻔하게 사과도 않고 말입니다. 도저히 이 옷으론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잠깐 나오시라 여쭈었습니다.”

“춥고 더움이 두서없는 이른 봄 날씨다. 이런 날에 고뿔이라도 앓으면 어쩌려구······. 어서 건너가 옷부터 갈아입고 오너라.”

“저도 그러고 싶었지요. 한데 이 부지런한 양반네님들 덕분에 그럴 수가 없었네요.”


오월은 가지고 온 연서들을 하나하나 집어 별채 마루에 가지런히 펼쳐 보인다.


“유생 남윤? 낭만도 하셔라. 오늘은 들꽃을 꺾어 오셨네요. 이러다 조선팔도 꽃이란 꽃의 밑동은 남아나질 않겠습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했던가. 백대 어깨너머 글을 깨친 오월은 문 앞에 날아든 연서 겉장에 쓰인 이름을 짓궂게 읽어내고 있었다.


“김석대? 이 선비님은 참 집요도 하십니다. 이런 식으로 이름을 각인시키다니. 이번 해 벌써 몇 통이었더라······. 아, 아무튼 서른 통은 족히 되겠습니다.”


“그만 놀리어라.”


별채 마루에 걸터앉은 백대는 불만스러운 눈초리로 오월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리는 것이 아니오라 하도 답답해서 그럽니다. 괜히 이것들 때문에 아씨께선 매번 어르신께 곤욕을 치를까 노심초사하시잖아요. 아씨는 답서도 않는데 무슨 연서가 이리도 날아드는 겐지 선비님들은 자존심도 없나 봅니다.”

“그렇다고 이렇게 연서를 대놓고 읽을 것이야? 아버지 어머니 지나다 듣기라도 하시는 날엔 너나 나나 몸가짐 처신 못한 죄로 경을 칠 일이다. 너 좋다는 바깥출입도 할 수가 없다구!”

“칫! 건너가 옷이나 갈아입고 오렵니다.”


백대의 말에 불툭 찔린 오월은 시무룩한 얼굴로 별채를 나서고 있었다.



****



짚신에 서렸던 물기와 진흙 더미가 건조하게 말라 폴폴 먼지를 날렸다. 그때야 도착한 주인어른 집. 응복은 드디어 도착했다는 큰 성취감에 밝은 얼굴로 사랑채 중문을 폴짝 뛰어넘는다.


“어르신! 응복이옵니다.”


들뜬 응복의 목소리에 신주의 아버지 신숙주는 신으려던 버선도 옆으로 제쳐두고 벗은 발로 사랑채 방문을 나와 응복을 맞았다.


“그래, 그래. 능소화는. 능소화는 받았다 하더냐?”


사랑채 대청마루로 나온 신숙주가 합격 여부보다 먼저 물었던 건 다름 아닌 양반의 꽃이라 일컫는 능소화. 이번 소과에 수석으로 합격을 하게 되면 임금이 이를 특별히 기념하고자 능소화 종이꽃을 화관으로 만들어 급제자의 머리에 씌워준다는 조정에 소문이 있었는데 신숙주는 그것을 기다린 눈치였다.


“능소화 화관은 맹첨이 도련님이 받을 듯 하구만유. 까막눈이라도 어찌 소인이 도련님과 도련님 동무 존함 석 자 하나 모르것습니까요. 그렇지만 저희 도련님도 생진사시에 당당히 입적하여 소인이 이 두 눈으로 2등 첫 번째 줄에 있는 도련님 이름을 딱 보고 오는 길입니다요. 비로소 양시 합격자가 되는 것이지요!”


응복은 마치 저가 합격이라도 한 냥 한껏 부푼 목소리였다.


한데, 생원시와 진사시 모두 합격하여 양시 합격자가 된 아들을 둔 아버지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어둡기만 한데······.


때마침 도착한 그의 아들 신주도 사랑채로 건너 들어온다.


“소과에 합격해 군역도 면하게 되었으니 이제 성균관에 입학해 대과를 치를 준비를 하거라. 앞으로는 맹첨이에게 1등을 내주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신숙주는 신주에게 합격을 축하한다는 짧은 말도. 그 흔한 격려의 말도 아꼈다. 다만 추후에 있을 일들을 당부하고 뒷짐을 진채 사랑방에 쏙 들어가 버렸다.


서운한 기색이 역력한 아버지의 모습은 신주의 의욕을 꺾어내기 충분했다.


수석 급제가 아닌 일개 합격은 아버지의 성에 차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 장차 그만큼 대과에 빠르게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하실 테니까······.


아버지 신숙주는 21살의 나이에 생진사시 모두 합격하고 바로 다음 해 문과에 급제하여 짧은 나이에 학식을 인정받고 관직생활을 했다. 그것도 천재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수재만 손꼽아 들인다는 집현전에서 말이다.


문인으로 존경받는 아버지의 명예는 신주에게 부담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끝내 마음에 품었던 꿈을 포기하고야 말았으니까······.


어린 시절부터 전투기술과 병법서에 유독 관심이 많던 신주는 서책을 통해 활시위를 당기고 검을 쓰는 것을 배우며 신체를 단련하는 과정에서 큰 행복감을 느끼곤 했다.


그 덕에 자연히 갖게 된 꿈은 나라를 수호하는 위대한 장군. 하지만 아버지의 바람은 오로지 학문. 또 학문. 문인의 길이었다. 무신보단 문인을 우선시하는 조선의 풍속과 집안의 기틀인 맏아들로 태어난 죄이기도 했다.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못했으니 의욕이 없던 글공부는 늘 느리기만 했고, 오늘과 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하지만 아버지를 따르기 위해 꿈을 선회했고, 합격을 위해 억지로 해낸 공부였기에 그런 아버지의 모습은 못내 섭섭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낙담 말거라. 그래도 우리 아들이 제 아비 보단 이른 나이에 양시 합격자가 되었으니 속으론 아버지도 꽤나 기쁠 것이야.”


아들의 속내를 알아챈 어머니 윤자임은 신주의 옆으로 다가와 상한 마음을 다독이듯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장한 우리 아드님 위해 질 좋은 고기로 찜을 해 놓았으니 어서 작은 사랑채로 건너가 한 술 떠 보거라. 응복이 너는 뭘 하고 선 게야. 어서 도련님 모셔다드리지 않고!”

“갑니다요, 마님.”


뜻밖의 불호령은 멍하게 서있던 응복에게로 날아들었다.





구냥 가실거 아니죵~♩
독자님 추천은 오디가써요? ~♪
선작 꾸욱! 댓글도 뿅뿅이요~♥


작가의말

또 옵니다 기달!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너에게로 닿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 망하다. 20.05.20 39 0 11쪽
8 몸종 오월 20.05.17 37 0 13쪽
7 유수(柳星)에 펼쳐진 광화(光華)의 ★ 20.05.14 51 1 10쪽
6 양장(良將) 사다함의 비밀 20.05.14 63 1 11쪽
5 이 집 아씨는 광녀? 20.05.13 50 0 12쪽
4 세자 저하 납시오! 20.05.12 65 1 15쪽
3 성균관에선 엽전 판치기 불가! 20.05.11 65 1 15쪽
» 장원급제가 아니라서 20.05.11 66 2 13쪽
1 서(序) 20.05.11 94 7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