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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키드 님의 서재입니다.

각성자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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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라이키드
작품등록일 :
2020.10.14 17:41
최근연재일 :
2021.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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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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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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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9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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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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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4. 천의 얼굴(2)

DUMMY

“여보세요. 아야카?”


“오빠? 무슨 일이세요?”


나는 누워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곧바로 아야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아야카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있는 곳에 있는 것인지 주위에 웅성웅성거리는 소리까지 고스란히 귀에 들려왔다.


“한창 놀고 있는 와중이어서 미안한데 맹화랑 맹연이 데리고 다시 숙소로 와줄래? 할 말이 있거든.”


“알았어요. 최대한 빨리 갈게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 궁금해하면서 물어볼만 했지만 아야카는 내 말에 아무런 토도 달지 않고 알겠다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일을 하러 온 것이긴 했지만 놀고 오라고 허락한 것은 나인데 이렇게 짧은 시간내에 불러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구해내기만 해봐라.”


마음대로 일을 벌인 다른 팀들을 원망하며 나는 애들이 숙소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염없이 숙소의 바깥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으려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분간이 안될때쯤 문이 열리고 애들이 들어왔다.


“다치신 곳은 없어요 재현이 형?”


아야카와 맹화 맹연 남매는 매우 다급하게 내가 있는 방의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았고 맹화가 내 안위를 살폈다. 숨이 차 보이는 것으로 봤을 때 나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급하게 뛰어온 듯 했다.


“나는 멀쩡해. 그런데 지금 할 이야기는 조금 당황스러울거니까 일단 침착하고 들어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한 다음 나는 니콜라이 경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를 애들에게 전부 전달했다.


“욕심이 많은 어른들이었네요.”


“그냥 뇌가 없는거지. 말도 안되는 짓이야.”


“한마디로 쓰레기란거네요.”


애들의 반응은 정말 제각각이었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나처럼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었으니 당연히 뭐라고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그렇게 되어버려서 우리도 급하게 가야할 것 같아. 내일까지 미루고 있을 여유가 없을 것 같거든.”


“아무래도 그렇죠. 지금 이 순간에도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구요.”


내 주장에 아야카가 동조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맹화 맹연 남매도 딱히 부정하지 않았으니 우리 4명의 생각은 전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제가 괜히 정보를 미리 공유해준다고 아지트 위치를 미리 넘겨줬나봐요.”


맹화가 굉장히 시무룩한 표정으로 한탄했다. 다른 팀의 일원중에도 맹화나 맹연처럼 꽤나 유능한 사람이 있나 싶었는데 그냥 사전 정보 공유였군.


“네 탓이 아니야. 지금 벌어진 일을 봤을 때 어차피 위치를 알려주지 않았어도 다른 방식으로 들쑤시고 다녔을 테니까.”


맹화가 비록 뇌가 활발하게 돌아가는 각성자라고는 하지만 그 본질은 선한 성품을 지닌 마음씨 좋은 아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테고 같은 작전을 해야 할 사람들에게 정보를 사전에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적합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맹화가 잘못한 것은 전혀 없었다.


“우선은 알리는게 먼저겠지.”


나는 곧바로 담당자에게 무전을 걸었다. 무전에서 대답이 들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남재현씨입니까?”


무전을 받은 담당자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마치 커다란 피해라도 입은 사람처럼.


“이미 알고 계신겁니까?”


“다른 팀들이 멋대로 행동한 것 말입니까? 그야 물론이죠. 저희 한중일 동맹의 사령부는 각 담당 부서별로 팀들을 분담하여 서포트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알지 못하는게 이상하죠.”


하긴.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서야 타국에서의 행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리가 없다. 지난번에 내가 살인범으로 몰릴 뻔 했을때의 대처도 빨랐던 것을 보면 그들도 가만히 놀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남재현씨와 다른 팀원분들에게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지금 저희도 조속히 대처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담당자는 기가 죽은 목소리로 나에게 담담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만약 얼굴을 보고 이야기했다면 답답함에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광경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일단 저희가 직접 가겠습니다.”


“가겠다니...그 조직의 본거지에 말입니까?”


“그럼 어딜 갑니까.”


“안됩니다.”


뭐지. 난 당연히 우리끼리 가서 조직들을 제압하고 다른 팀을 도우면서 구출하라고 지시를 내릴 줄 알았다. 이렇게 단호하게 안된다고 반응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는데.


“시간을 끄시면 좋을게 없다는건 알고 있지 않습니까? 한시가 급해요.”


“그렇긴 하지만 지금 가셨다가 도리어 제압이라도 당했다간 그것이 더 큰일입니다.”


‘뭔가 이상한데.’


언뜻 들어서는 나를 포함한 팀원들을 위해 주는 것처럼 들리지만 이 사람들이 그렇게 넉살이 좋은 사람들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마도 각성자라는 소중한 인적 자원을 저런 일에 잃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는거겠지.


“잠깐 그 무전기 줘보실래요?”


옆에서 무전 내용을 듣고 있던 아야카가 나에게 무전기를 달라고 요구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건가? 나는 곧바로 아야카에게 무전기를 양도했다. 아야카는 그 무전기를 들고서 숙소의 거실이 아닌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대단한 이야기를 하려고 그러는거지.


아야카의 이야기가 끝나는걸 기다리는 동안 난 내 앞에 앉아있는 맹화, 맹연 남매를 바라보았다. 맹화는 곧 자신들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자각하고 있는지 다소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맹연은 이런 상황에서도 나름 침착한 표정을 보이고 있었다. 다만 맹화가 맹연의 손을 붙잡아주고 있는 걸 보면 침착한게 아니라 경직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잠시 뒤 아야카가 이야기를 끝마쳤는지 무전기를 들고 방 밖으로 나왔다.


“이야기 끝났어요.”


“그래? 뭐라고 해?”


“가서 꼭 모든 팀들을 구출해주라던데요. 최대한 빠른 시간내로 그에 맞는 지원을 해주겠대요.”


무전기로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는 듣지 못했지만 아야카가 담당자를 회유하는 것에 성공한 듯 했다. 제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려나.


“좋아. 그러면 이걸 사용해야겠네.”


나는 내가 가져온 가방을 뒤적거려서 찾으려던 물건을 꺼냈다. 바로 팀원들간의 실시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소형 통신 장치를 꺼내들었다.


“이걸 작전 시작때부터 귀에 끼고 있어. 그러면 서로간에 대화를 할 수 있을거야. 장치를 끄려면 여기 있는 버튼을 누르면 되고 너무 큰 충격을 주면 망가질 수 있으니까 조심하도록 해.”


저 통신 장치는 이번 작전의 리더로 임명되면서 팀 활동을 위해 받은 물품중의 하나였다.


“아. 아야카 네가 쓰는 건 여기 따로 마련되어 있더라.”


상층부에서 준 통신 장치는 나와 맹화 맹연 남매가 쓰는 통신 장치와 따로 구분 지어서 아야카의 것을 보내왔다.


“그래야겠죠. 언니가 전류 방출해서 누전이라도 되면 어떻게 해요. 아마 특수한 제질로 만들었을거에요.”


맹연이 아주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듯이 말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당연히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번에 나한테 능력을 쓸때처럼 주위 전체로 전류를 방출해야 할 일이라도 있으면 괜히 휘말렸다가 망가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일단 바로 가자. 거리가 어느 정도나 되니?”


“그렇게 먼 곳은 아닌데 도보로 갈면 30분은 가야 할거에요.”


더 이상 노닥거릴 시간이 없었다. 나는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애들을 데리고 숙소를 나서려고 했다. 걷는 건 조금 시간이 걸리니까 역시 택시같은걸 잡아야 하려나.


“이동은 걱정하지 마세요.”


“어?”


이동을 걱정하지 말라는 아야카의 말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까부터 굉장히 느긋하게 보이는데.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게 맞는건가?


#


밖으로 나와보니 숙소의 바로 앞에 웬 차가 한 대 세워져 있었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차는 없었는데...


“이거 우리가 타고 가도 되는거에요.”


나와 맹화 맹연 남매가 멍하니 웅장한 차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아야카가 아무렇지 않게 말해왔다.


“이게 누구 차인줄 알고 끌고가도 된다는거야? 애초에 차 키도 없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고 있으려니 아야카가 성큼성큼 걸어와서 차의 운전자석의 문을 열었다. 차 키로 여는 소리가 나지 않았는데도 단번에 열린 걸 보면 애초에 이미 열려있었던 것 같다.


“그 담당자분한테 급하게 써야된다고 차 좀 한 대 빌려달라고 했거든요. 그 차인거 같아요.”


“오호라.”


꽤나 수완이 좋은걸. 왜 나는 대화할 때 그런 생각을 못했지? 임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이 정도의 지원은 요청해도 아무런 상관이 없던건데 말이다. 어떻게 이렇게 빠른 시간내에 차가 숙소 앞에 대기하고 있는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우리가 이용해도 상관없는 차량이라는 것이 밝혀졌으니 거부할 이유는 없다. 나와 애들은 곧바로 차에 탑승했다.


해외에 오는 것을 대비해서 국제 운전면허증을 미리 따놨긴 했지만 막상 우측에서 운전하려니 조금 낯설긴 했지만 막상 출발하니 그렇게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그들의 은신처 주소지를 네비게이션에 입력하는 작업은 맹연에게 맡기면서 과속하지 않는 선에서 열심히 액셀을 밟았다.


“거의 다 왔어요 재현이 형. 여기서부턴 걸어가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요.”


맹화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차할 수 있는 적당한 공간에 차를 주차시켰다. 그리고 아야카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맹화와 맹연은 통신 장치 제대로 장비해두고. 지금부터 나랑 아야카가 들어갈 거니까 내부 구조나 알려줄 것이 있으면 바로 바로 알려줘. 도움이 필요하면 곧바로 물어볼게.”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재현이 형, 아야카 누나.”


맹화와 맹연을 차에 있게 한 뒤 난 아야카와 둘이서 녀석들의 아지트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처음엔 맹화 맹연과 같이 움직일까도 했지만 맹연이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리고 그 반대한 이유는 매우 타당했다.


우리가 4명이서 단번에 활보하고 다니면 발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난 이전처럼 2명씩 나누는 방법을 선택하려고 했다. 맹화 맹연 남매를 동시에 붙여두면 전투력이 굉장히 낮기 때문에 멤버 구성은 나와 맹화, 아야카와 맹연으로 할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할 경우 맹화와 맹연의 거리가 멀어져 능력이 비활성화 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한가지 측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맹연은 차에 맹화와 같이 남아서 원격으로 우리를 돕는 것을 제안했다. 마침 원격 통신 장치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는 작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엔 맹연의 말대로 실시간을 현장을 공유할 수 있는 장비도 같이 대여받는 편이 좋겠네.’


지금도 더할 나위 없긴 했지만 맹연은 스스로가 현장 상황을 보면서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편이 더욱 편하고, 일 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도 그렇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당장 그럴 상황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입구는 철문으로 굳게 닫혀있을 거예요. 지키고 있는 사람들도 있을거구요.


어느 정도 천의 얼굴 조직의 아지트에 가까워지면서 정문이 눈앞에 보이게 되자 통신 장치에서 맹연의 소리가 들려왔다. 나와 아야카는 멈춰서서 맹연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정문으로 다가가는 길목에서 왼쪽 골목길로 우회하고 골목길에서 안쪽으로 꺾다보면 그쪽 아지트로 단번에 들어갈 수 있는 샛길이 하나 있을거에요. 단, 아지트쪽에서도 이미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면 그쪽 길도 지키고 있는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아요.


일단 맹연의 말대로 왼쪽 골목길로 걸어가서 쭉 나아가다보니 정말로 샛길이 하나 보였다. 그리고 맹연의 우려대로 그 샛길을 지키고 서 있는 남자도 한명 보였다.


“에잇.”


그대로 제압하고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야카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손가락을 뻗었고 그 손 끝에서 짜릿한 전류가 방출되어 샛길을 지키고 서 있던 남자에게 직격했다. 알 수 없는 고통에 남자는 몸부림치더니 그대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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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4. 천의 얼굴(2) +1 20.11.12 391 7 12쪽
34 033. 천의 얼굴 +1 20.11.11 415 6 12쪽
33 032. 실력 좀 발휘해보실까! +1 20.11.10 459 8 13쪽
32 031. 괴한 +1 20.11.09 452 10 12쪽
31 030. 재방문 +1 20.11.08 462 8 12쪽
30 029. 이정표 +1 20.11.07 475 9 12쪽
29 028. 살인사건 발생 +1 20.11.06 545 9 12쪽
28 027. 탐문 조사 +1 20.11.05 569 8 12쪽
27 026. 러시아 입성 +1 20.11.04 611 10 13쪽
26 025. 팀 결성(4) +1 20.11.03 646 9 13쪽
25 024. 팀 결성(3) +1 20.11.02 652 9 12쪽
24 023. 팀 결성(2) +4 20.11.01 690 10 13쪽
23 022. 팀 결성 +3 20.10.31 748 10 12쪽
22 021. 회의 시작 +1 20.10.30 771 12 13쪽
21 020. 경험 쌓기 +2 20.10.29 810 10 13쪽
20 019. 수면위로 떠오르는 각성자들 +1 20.10.28 827 9 12쪽
19 018. 잠깐의 휴식 +1 20.10.27 844 10 12쪽
18 017. 그녀의 과거 +1 20.10.27 905 11 12쪽
17 016. 왠지 모를 친근함 +1 20.10.26 954 11 12쪽
16 015. 봉변 +1 20.10.26 1,021 14 12쪽
15 014. 의문의 실력자 +1 20.10.25 1,103 14 12쪽
14 013. 테러 집단 +1 20.10.24 1,174 14 12쪽
13 012. 넌 아니야 +1 20.10.23 1,303 14 12쪽
12 011. 진짜가 나타났다 +1 20.10.22 1,541 15 12쪽
11 010. 간파당한 진실 +1 20.10.21 1,680 14 13쪽
10 009. 내 뒤에 누가 있는 줄 알아? +1 20.10.20 1,777 18 12쪽
9 008. 기습 +1 20.10.19 1,943 20 12쪽
8 007. 코앞까지 다가온 위험 +3 20.10.18 2,290 22 13쪽
7 006. 다가오는 검은 손길 +6 20.10.17 2,559 24 13쪽
6 005. 가던 길 가라 +6 20.10.16 2,773 3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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