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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즈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인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김채즈
작품등록일 :
2020.12.10 14:32
최근연재일 :
2021.04.30 16:4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17,434
추천수 :
231
글자수 :
543,239

작성
21.04.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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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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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3. 다름과 선택

DUMMY

코로는 갑자기 밝아진 세상에 얼른 눈을 가렸다.


‘이때.’


은봉은 그 순간 몸을 돌려 리안을 둘러업고 아공간을 향해 뛰었다.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었다.


“아!”


은봉이 아공간에 들어가려는 순간 코로가 뒤에서 은봉의 머리채를 잡고 그대로 뒤로 던졌다.


쾅.


은봉은 리안을 둘러업은 모습 그대로 날아가 바위에 부딪혔다.


“어디를 가려고?”


코로가 아공간을 막고서는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몸을 일으킨 은봉의 얼굴이 좋지 않았다.

마지막 기회가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제 빛을 보고 이곳에 있는 괴물들이 몰려들 것이다.

즉, 은봉에게는 이제 진짜 시간이 얼마 없었다.


‘끝인가?’


은봉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그때.


‘어이 친구, 힘들어 보이는데, 내가 도와줄까?’

‘응?’


누군가 은봉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에 은봉은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좌우가 아니라 뒤쪽이야.’


은봉이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액괴가 있었다.


“액괴?”


‘너 나 알아?’


액괴는 덩어리 일부를 길게 늘여 뜨려 은봉의 귓가에서 말하고 있었다.


“당연히 알지. 근데 액괴 왜 붉은색이 됐어? 원래 녹색이었잖아.”


액괴의 덩어리가 와락 일그러졌다.


‘감히 그딴 놈이랑 나랑 비교하는 거야?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인간의 첫 번째 죽음에서 태어나···.’

‘액괴라면 저 녀석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


붉은 액괴가 열심히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은봉이었다.


‘내 스스로에게 이름을 하사하사 붉은 ㅇ···.’


“너는 쟤 죽일 수 있지 않아?”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말하는 붉은 액괴의 얼굴이 상당히 썩어 있었다.

열심히 자신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데 끊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봉이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아니,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쟤 죽여주라.”


한편 코로는.


“야, 너 나 무시하냐?”


아까부터 저 숨어있던 놈이 자신을 놔두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이제는 아예 그를 놔두고 몇 분째 뒤돌아 서 있었다.


“야! 너 나 무시하냐고?”


아무리 불러도 놈은 뒤를 돌아볼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코로는 어깨에 걸치던 도끼를 바로 잡고 은봉에게 뛰어갔다.


“너 나 무시하냐고!!”


쾅!


‘응?’


코로의 온 힘을 다한 도끼가 막혔다.


‘그놈에게 이 정도 힘은 없을 텐데?’


코로는 얼른 앞을 바라봤다.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도끼 쪽을 보니 붉은 줄기가 도끼를 막고 있었다.


“붉액괴님?”

“응.”


시초 중에 가장 오래 산 축에 속하는 붉액괴가 그의 도끼를 막은 것이다.


“붉액괴님 도대체 왜 저를 막으신 겁니까?”


모습을 드러낸 붉액괴는 덩어리에서 다른 줄기를 뿜어냈다.


“응? 그야 당연히 너희 괴물들과 적이 되려는 거지.”

“그게 무엇을 말하는지 아십니까?”

“응.”


줄기가 코로에게로 쏘아졌다.


쾅!


다행히 도끼를 들어 줄기는 막았지만, 도끼를 잡은 손이 찢어질 듯 아파졌다.

아니, 그의 양손에서는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도끼에도 줄기를 맞은 곳을 기준으로 사방으로 금이 퍼져 있었다.

코로의 얼굴에 패색이 짙어졌다.


‘공을 세우려다 여기서 죽게 생겼구나.’


코로는 은봉을 따라온 것을 후회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것을 후회했다.

괜한 욕심을 부린 것을 후회했다.

하지만.


꽈악.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피하지 않겠어.’


어차피 죽는다면 최소한 공격이라도 하고 죽겠다.

그때 붉액괴의 줄기가 그에게로 쏘아졌다.


“크아앙!!”


코로는 거친 괴성을 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쾅!!


‘죽었나?’


아니.

그는 죽지 않았다.

그 대신 그의 앞을 지키고 선 이가 있었다.

보라색 피부에 근육질 몸을 가진 괴물.

돼지코에 튀어나온 커다란 아랫니가 너무나도 매력적인 오크.

바로 모든 오크의 아버지이자 오크의 시초인 카자할이 붉액괴의 줄기를 막고 서 있는 것이다.

카자할은 고개를 돌려 코로를 보았다.


“코로,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설명해라.”

“예, 아무래도 붉액괴님께서 배신을 한 것 같습니다.”

“배신이라.”


그의 고개가 다시 붉액괴에게로 향했다.

이때 붉액괴는 조심스럽게 은봉을 불렀다.


“애야.”

“난 은봉이야.”

“그래 은봉아.”

“응!”


붉액괴의 덩어리가 천천히 뛰기로 물러났다.


“우리 튀어야겠다.”

“왜?”

“왜긴 왜야. 저 녀석도 시초니까 그러지.”

“시초?”

“그래. 괜히 더 싸우다가 다른 시초까지 오면 괜히 머리만 아파져 그러니 빨리 튀자.”

“응!”


은봉의 맑고 순수한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럼, 내가 신호를 보내면 너는 저 녀석을 업고 아공간 안으로 뛰어.”

“리안이야.”

“그래 알았으니까 리안을 업고 뛰어.”

“알았어.”

“그리고 나와의 약속은 잊으면 안 된다.”

“응.”


마지막까지 약속을 확인받고 나서야 붉액괴의 덩어리도 카자할에게로 돌아간 순간.


“튀어!”


붉액괴가 신호를 보내왔다.

이에 은봉은 붉액괴가 시킨 대로 리안을 업고 바로 아공간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어디!”


뛰어가는 은봉을 보고 카자할이 막아서려고 했지만.


쾅.


붉액괴가 카자할에게 줄기를 쏘아 방해했다.


“정말 배신을 할 생각이냐?”


카자할의 물음에 붉액괴는 콧방귀를 뀌었다.


“흥. 배신이라니 난 원래 괴물 편이 아니었어.”


하긴, 그는 언제나 인간 편이었다.


“그럼 죽여도 상관없겠군.”


카자할이 거대한 도끼를 바로잡았다.


“과연 죽일 수 있을까?”


붉액괴는 몸에서 줄기를 더 뽑아내더니 서로를 꼬았다.

한편, 열심히 달려가는 은봉 앞을 코로가 막아섰다.


“크하하. 넌 이제 도망 못가!”


하지만 은봉은 여전히 그의 말을 무시한 채 그저 아공간을 향해 뛰었다.


“야, 너 도망 못 간다니까.”


코로는 금이 간 도끼를 은봉에게 휘둘렀다.


쾅.


‘뭐지?’


코로는 완전히 박살이 나 흩어지는 그의 도끼를 멍하니 바라봤다.


‘금은 갔지만, 아직 몇 번은 더 휘두를 수 있을 텐데?’


푹.


“크흑!”


그의 어깨에 붉액괴의 줄기가 박히면서 순간 멍했던 정신이 돌아왔다.

그 사이 은봉은 코로를 지나쳐 아공간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나를 상대로 남을 도와줄 여유가 있나 봐?”


카자할이 코로가 당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너 따위야 눈감고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그럼.”


그가 앞으로 치고 나왔다.


“한번 받아보시지!”

“흥!”


‘지금!’


붉액괴는 카자할의 도끼가 그의 덩어리를 향해 휘둘러질 때 몰래 은봉에게 묵어 두었던 줄기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그러자 붉액괴의 몸이 은봉에게로 빠르게 날아갔다.


“으하하. 내가 너랑 왜 싸우냐. 으하하.”


그리고 은봉과 함께 아공간 안으로 들어갔고 모두가 들어간 순간 아공간이 순식간에 닫혔다.


‘당했군.’


“크하하. 크하하하!!!”


카자할은 완전히 모습을 감춘 붉액괴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당해본 게 얼마 만인지.

하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안 될 거다.’


그의 눈이 번뜩였다.


“안녕!”


아공간이 열리며 세 마리가 튀어나왔다.


“잘 갔다 왔ㅇ···.”


모습을 드러낸 은봉에게 인사를 건네던 액괴는 같이 딸려 나오는 붉액괴를 보고 덩어리가 와락 일그러졌다.


“저 녀석은 왜 데려온 거야?”

“나를 구해줬어!”


은봉의 너무나도 맑고 순수한 대답에 그의 덩어리는 펴질지 몰랐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봐.”

“내가 죽을 뻔했는데 저 액ㄱ···.”


양쪽에 있던 액괴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액괴라고 하지 마!”


그리고 이마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서로를 째려본다.

그러던 중 액괴가 말했다.


“액괴라고 하지 말고 붉액괴라고 해. 괴물들도 저놈을 그렇게 부르니까.”

“응! 붉액괴가 나타나서 자신을 슬레이브런티로 보내주면 살려주겠다고 해서···.”

“잠깐 내가 설명을 하지.”


보다 못한 붉액괴가 은봉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고마워 은봉 그 정도만 들어도 충분할 거 같아.”


액괴는 그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응!”

“아니, 내가 말을 하겠다니ㄲ···.”

“근데···.”


이번에도 액괴는 그의 말을 무시했다.

액괴는 가슴이 뚫려서 죽어있는 리안을 바라봤다.


“저 녀석은 왜 저렇게 된 거야? 하빌은 어디 있고?”

“몰ㄹ···.”


붉액괴가 그의 덩어리로 대답하는 은봉의 입을 막았다.

이제야 비로소 그가 말할 때가 왔다.

그는 당당히 앞으로 나섰다.


“그거에 대해서는 내가 좀 알고 있지.”


‘쯧.’


이에 액괴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 보기도 싫은 놈의 잘난 체하는 모습을 봐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벌써 짜증이 올라왔다.

하지만 리안이 깨어나지 않는 지금 전체적인 상황에 대한 대충이라도 말해줄 수 있는 괴물은 붉액괴 뿐이었다.


“뭔데?”


그의 덩어리가 더욱더 꼿꼿하게 펴졌다.


“이 사건의 시작은 바야흐로 며칠 전 몇몇 인간이 세크트리우에 도착하면서 시작됐지···.”

“요약해서.”

“하빌이 저 녀석을 꾀어···.”

“하빌이 리안을 꾀었다고? 확실해?”


지금까지 가만히 듣고만 있던 깔쌈이 다급히 끼어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말하고 있었다.


‘아니야 하빌이 그럴 애가 아니야···.’


뭔가 오해가 있는 것이라고.

아니, 오해가 분명하다고.

하빌이 우리 하빌이 절대 그럴 일이 없다고···.

하지만 바램과 달리 그의 눈은 세차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신도 이번엔 그의 바람을 들어주지 않았다.


“응. 들리는 말로는 이번 일은 계획한 놈이 하빌이라던데?”

“ㅈ정말인가? 혹시 자네가 잘못 안건 아니고? 자네도 알지 않나. 하빌이 절대로 그ㄹ···.”


턱.


그의 어깨에 액괴의 덩어리 일부가 올라갔다.


“그만해.”


깔쌈의 입이 더는 열리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고는 액괴가 붉액괴에게 계속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크흠. 저 녀석을 켈리미언에···.”

“잠깐!”


액괴가 붉액괴의 말을 잘랐다.


“켈리미언이라고?”

“그래, 네가 생각하는 그 켈리미언이 맞아.”


‘켈리미언이라.’


액괴의 덩어리가 더욱 심각해졌다.

400년 전 인간과 괴물의 마지막 전쟁 때 인간의 집결지이자 지금은 괴물의 본성이자 괴왕이 사는 성이었다.


‘그렇다면 괴왕을 만난 건가?’


액괴는 시선이 가슴이 뚫린 채 죽어있는 리안에게로 향했다.


“암튼 괴왕이 저 녀석을 보고 싶다고 해서 데리고 갔을 거야. 그때 죽었어. 그때 나도 그곳에 있어서 잘 알고 있지.”

“거짓말 한 건 아니겠지?”


붉액괴가 덩어리 양 끝에서 줄기를 늘리더니 높이 들어 올렸다.


“전혀. 난 사실만을 말했어.”

“뭐? 사실만을 말해?”


그때 멍하니 허공만을 바라보던 깔쌈이 붉액괴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그럼 내 하빌이 우리를, 나를! 배신했다는 것이냐! 어디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 네놈이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속셈을 내가 모를 듯싶으냐!”


스릉.


급기야 깔쌈이 칼까지 꺼내 들었다.


“네놈을 여기서 죽일 것이다. 감히 내 아들을 욕보인 너를! 오늘 여기서 죽일 것이야!!”


붉액괴에게 달려들기 직전 액괴가 외쳤다.


“루아, 파로!”

“예!”


그러자 깔삼의 두 자식이 깔쌈의 양손을 잡고 밖을 향해 힘껏 잡아당겼다.

하지만 그의 힘이 얼마나 센지 양쪽에서 잡아당겨도 밀리기는커녕 오히려 붉액괴를 향해 나아갔다.

이에 액괴가 덩어리 일부를 거대한 주먹으로 만들어 깔쌈을 밖으로 밀어냈다.


“내가 반드시 죽일 것이야!”


쾅!


깔쌈을 밖으로 내보내자 방안에서는 정적이 찾아왔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액괴였다.


“나도 네 말을 믿지 않아.”


그의 말에 붉액괴도 순순히 덩어리를 끄덕였다.


“나도 내 말을 믿어 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 근데···.”


그의 시선이 리안에게로 향했다.


“저 죽은 놈은 왜 데려온 거야?”


액괴의 시선도 리안에게로 향했다.


“두고 보면 알아.”


붉액괴가 액괴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작가의말

혹시나 말씀드리지만 붉액괴는 오크가 나올 때부터 이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괴물에게서 나온 괴물은 있는데 인간에게서 나온 괴물이 없으면 이상하잖아요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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