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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즈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인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김채즈
작품등록일 :
2020.12.10 14:32
최근연재일 :
2021.04.30 16:4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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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28
추천수 :
231
글자수 :
543,239

작성
21.04.23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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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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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89. 다름과 선택

DUMMY

“저희는 동쪽으로 돌아서 갈 것입니다.”


운명의 원정대의 대장을 맡은 로한이 지도에 그들이 지나갈 동선을 손으로 가리켰다.

기사단의 단장을 맞고 있는 칼리안 루아스가

그가 가리킨 곳을 유심히 보더니 물었다.


“동쪽으로 가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정찰대의 말에 따르면 저들이 남쪽을 차지하고 이제 서쪽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저희는 동쪽으로 가려고 합니다.”


로한의 설명을 듣고도 칼리안의 얼굴은 여전히 심각했다.


“그 말이 맞기는 하지만 동쪽은 아직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땅이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 임무를 위해 제가 미리 정찰대를 파견했습니다. 정찰대의 말에 따르면 그곳은 오크의 땅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서쪽의 오우거를 상대하는 것보다 오크를 상대하는 것이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로한님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이들은 동쪽 국경을 지나 동쪽 오크의 땅으로 향했다.


*


운명의 원정대는 거대한 바위 뒤에 숨어 오크가 지나가기만을 숨죽여 기다리고 있었다.


“크르르.”


벌써 오늘만 세 번째다.

아무리 오크의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구석으로 돌아왔는데 반나절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세 번은 너무 많았다.

거기다 돌아다니는 오크 무리마다 경계가 매우 삼엄했다.


“하아.”


이렇게 세 번째 오크 무리가 무사히 지나가자 긴장이 풀린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이 처음이라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경계가 너무 삼엄한 거 같지 않습니까?”


칼리안이 다소 심각한 얼굴로 로한에게 물었다.

로한도 칼리안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무래도 오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


그의 말에 같이 있던 대원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그들도 이곳을 지나가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짝.


갑자기 로한이 손뼉을 쳤다.


“여기까지 걸리지 않고 잘 왔으니 조금만 더 힘 냅시다.”

“예!”


그들은 다시 힘을 내 앞으로 나갔다.

하지만 이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힘들고 그 끝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는 걸.


뚜벅. 뚜벅.


이곳에 온 지 벌써 5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의 굳은 의지는 5일이라는 시간이 흐르며 매우 옅어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크들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순찰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몇 번씩이나.

그렇다 보니 원정대는 언제 올지 모르는 오크들에 의해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금도 이들은 오크가 보이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기고 오크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정대 마법사 중 한 명인 다인도 주위에 있던 넓적한 바위 뒤에 누워있었다.

처음에는 어디에 숨어야 하는지도 잘 몰랐는데 이 짓도 수십 번을 하다 보니 이제는 어디에 숨어야 잘 안 보이고 어떤 방향을 어떤 자세로 해야 잘 숨길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고로 그가 걸릴 일은 절대 없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해왔다.


스. 스.


‘아, 이건 생각 못 했는데.’


바로 옆에 있는 나뭇가지 위에서 그와 눈을 마주치며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보기 전까지는.


‘제발 떨어지지 말아라. 제발.’


다인은 나뭇가지 위에 몸을 배배 꼬고 있는 뱀을 보며 떨어지지 말라고 주문처럼 되뇌였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면 바로 얼굴이다.

거기다 몸의 색이 화려하고 얼굴이 삼각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딱 봐도 독사였다.


‘제발 떨어지지 마라.’


오크의 존재, 하워드가 직접 내린 임무 따위는 현재 다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바로 저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저 독사를 어떻게 하면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것뿐이었다.

다인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저었다.


‘저리 가. 얼른 저리로 가.’


하지만 뱀은 다인에게 고정된 채 혀만 날름날름할 뿐이었다.

그럴수록 그의 몸은 식은땀으로 인해 흠뻑 젖어갔다.

하지만 다인은 여전히 눈싸움하느라 이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저리 가라고. 제발.’


그의 손이 다시 뱀을 향해 내저어졌다.

그러자 드디어 그의 뜻이 하늘에 닿았는지 뱀이 나무를 타고 조심스럽게 땅으로 내려오더니 저 숲으로 사라졌다.


“어휴.”


뱀이 사라지자 드디어 안심된 다인은 그제야 온몸이 흠뻑 젖은 것을 알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 ㄴ···.


“크르르.”


바위 위로 오크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어 다인과 눈을 맞췄다.


“끅. 끅.”


이렇게 가까이서 보이는 오크의 모습은 다인이 생각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생각했던 것보다 머리가 훨씬 컸고 덩치도 더 컸다.

숨소리도 이게 바로 동굴 소린가 싶을 정도로 울림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다른 점은 너무 무서웠다.

얼굴을 보는 순간 숨이 턱 막혀왔고 몸은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생각조차 못 했다.

그저 굳게 닫힌 입속으로 딸꾹질만 나올 뿐이었다.


“크르르.”


오크의 입 한쪽이 올라갔다.

몽둥이를 들고 있는 오른손이 들린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손은 그대로 아래로 떨어졌다.


퍽.


오크의 손이 위로 올라가는 동안 대원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대원중 한 명이 오크에게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왜?

오크가 걸어가는 소리에 다른 소리가 섞여 들렸고 오크의 걸어가는 소리가 멈췄으니까.

그리고 들려오는 단 하나의 발소리.

이를 종합해보면 대원중 한 명이 걸렸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걸린 그 자의 잘못으로 모두를 죽일 수는 없지 않은가.


퍽.


잠시 후 단단한 무언가가 때리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부디 저승에선 행복하게.’


모두가 죽은 대원의 복을 빌어주었다.

그런데.


퍽.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소리가 또 들려왔다.


퍽. 퍽. 퍽. 퍽···.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지?’


아무리 기다려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자 감았던 눈을 뜬 다인의 앞에는 오크가 아닌 다른 이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일어날 수 있겠어?”

“예? 예.”


다인은 얼른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았다.

20마리가 넘는 오크가 하나같이 얼굴이 뭉개진 채 죽어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다인은 고개를 돌려 오크를 죽인 이를 바라보았다.


“그런 두려운 눈으로 보지 마라. 죽일 생각 없으니까.”

“도대체 왜 도와주신 겁니까?”


그는 다인이 숨어 있던 바위에 앉았다.


“그냥···.”


그리고 다인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이곳까지 와서 하고자 하는 계획이 뭔지 들어보고 싶어서.”


다인은 주위에 흩어져 있던 그의 대원들을 불렀다.


“모두 나와보세요! 빨리요!”


그의 외침에 밖으로 나온 대원들은 얼굴이 뭉개져 죽어있는 오크를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가 바위 위에 앉아있는 그를 발견했다.


“저분께서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다인은 바위에 앉아있는 그를 소개했다.

이에 원정대 대장인 로한이 그에게 다가갔다.


“다인을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데 무슨 이유로 다인을 살려주셨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별건 아니고 그냥 너희들의 계획이 뭔지 듣고 싶어서.”


로한의 얼굴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그게 왜 궁금하신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냥 얼마나 대단한 계획이면 이곳까지 와야 했나 궁금하기도 하고···.”


그의 얼굴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지어졌다.


“어쩌면 내가 도와줄 수도 있을 거 같거든.”

“알겠습니다. 이건 저 혼자 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회의한 후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로한은 대원들에게 다가갔다.


“뭐라고 합니까?”


그가 다가가자 칼리안이 물었다.


“저희의 계획을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어쩌면 자신이 도와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칼리안이 반대하고 나섰다.


“알려주시면 안 됩니다. 폐하께서 이번 임무의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신 지 아시지 않습니까?”

“예, 압니다. 하지만 저분은 외부인이기도 하고 다인을 구해주기도 했습니다.”

“죽을 뻔한 건 본인의 잘못에 의한 것 아닙니까. 그를 구해주었다고 모르는 사람에게 우리의 임무를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봅니다.”


칼리안의 말에 다인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예,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저도 다인을 살린 것에 대한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보십시오. 오크의 상태를 모두 저분 혼자서 하신 겁니다. 이런 분께서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저희 임무를 이루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될 겁니다.”

“그래ㄷ···.”


칼리안이 또 반대하려고 하자 로한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래도요? 솔직히 저희 힘으로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못합니다. 그러니 저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잡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반댑니다. 저희가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저는 외부인을 끌어드리는 것은 안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저분을 믿을 수 없습니다.”


칼리안의 말도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그럼 투표로 정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모두가 로한의 의견에 동의하자 이들은 투표했다.


“투표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로한에게로 쏠렸다.


“반대 5표, 찬성 7표로 찬성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찬성으로 결론이 나자 로한은 다시 그에게로 다가갔다.


“저희의 임무는···.”


로한은 그에게 그들의 임무에 관해 설명했다.


“크하하하. 너희 운이 좋네.”


그가 로한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잘 부탁해.”

“예, 잘 부탁합니다.”


로한은 얼떨떨한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았다.

그는 원정대의 임시 동료가 되었다.

그가 그들의 동료가 된 뒤부터 그들의 행보는 완전히 바뀌었다.

예전에는 오크가 나타나면 숨기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오크가 와도 신경 쓰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 걸어갔다.

그럼 그가 알아서 오크를 다 처리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의 행보는 놀라보게 빨라졌다.

심지어 이곳의 지리를 모르는 원정대를 위해 그가 직접 길까지 안내를 해주었다.

그렇게 그들은 오크의 땅을 지나 버드리아 숲에 들어섰다.

원래라면 이곳에 들어가면 수많은 괴물에게 공격을 당해야 하지만 그 어떤 괴물도 원정대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가 액괴와 같이 기운을 발산해 주위에 있는 괴물들이 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의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버드리아를 넘어 그가 의도한 대로 밤의 나라 세크리트리우에 도착했다.


“와.”


며칠째 이어지는 황무지에 지쳐있던 대원들은 낮에서 갑자기 밤으로 바뀌자 저도 모르게 감탄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이것도 잠시일 뿐 여전히 계속되는 황무지에 그들은 힘없이 그를 따라갈 뿐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굉장히 거대한 성이었다.


“킁킁. 저거 인간 아니야? 먹을 것을 구해온 건가?”


정문을 지키는 괴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힘없이 걸어가던 대원들의 정신을 들게 하기 충분했다.


“이상한 소리 그만하고 들어간다.”


그도 이를 눈치챘는지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려고 하였지만.


“잠깐, 우리는 먹이가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도록 풀어놓지 않는데.”


괴물은 그 큰 덩치로 그들의 앞을 막았다.


“먹이 아니라니까.”


그는 괴물을 옆으로 지나쳐 가려고 했다.

하지만 괴물도 그를 따라 옆으로 몸을 옮겼다.


“그렇게는 못 하겠는데. 내가 맡은 일이 들어올 수 있는 괴물과 못 들어오는 괴물을 구분하는 일이라서.”

“하아.”


그는 자기 앞을 막아서는 괴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툭.


촤아악.


괴물의 몸에 붙어 있던 머리가 흘러내리더니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언제 움직였지?’


이곳에 있는 모든 괴물 중 그의 움직임을 본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움직였는지도 몰랐다.


“그냥 조용히 지나가겠다니까.”


그는 얼굴에 묻은 녹색 피를 닦아내고는 무너져내리는 시체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퉁.


거대한 몸마저 무너져 내리며 바닥이 울려왔다.


작가의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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