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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채즈 님의 서재입니다.

괴물인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김채즈
작품등록일 :
2020.12.10 14:32
최근연재일 :
2021.04.30 16:40
연재수 :
9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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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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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4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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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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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8. 다름과 선택

DUMMY

제안하는 입장은 언제나 클란의 몫이었다.

(솔직히 제안이라기보다는 질척거린다는 것이 더 맞는 말이다.)

그런데 그날은 좀 달랐다.


“저기 클란 내가 할 말이 있는데···.”


말을 하는 리안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물론, 이건 오로지 클란의 상상 속의 모습이다.


“너를 우리 슬레이브런티에 마법사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네가 가장 적합한 거 같아. 혹시 슬레이브런티로 와줄 수 있겠니?”


그때를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났다.


‘참 수줍었었는데.’


물론, 이것 역시 클란의 상상 속의 모습이다.

실제로는.


문을 박차고 들어온 리안이 소파에 앉더니 테이블에 팔꿈치를 대고 양손을 모은 채.


“야, 너 우리 슬레이브런티의 마법사나 해라. 뭐 싫어? 그래 그럼.”


이러고는 그대로 소파에 누워서 잤다.

하지만(여전히 자신만의 상상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클란은 그때 일만 생각하면 아직도 코끝이 찡해 왔다.

암튼, 클란은 리안이 저런 포즈를 잡을 때부터 리안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카르니안 사람이다. 그런데 친하다는 이유로 구원자라는 이유로 어찌 나라를 배신할 수 있겠는가.’


그의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인제 그만 튕기고 슬레이브런티로 넘어올 때 되지 않았어?”

“내 대답은 같ㄴ···.”


‘저것은?!’


눈앞에 맑고 깨끗한 푸른 빛의 돌멩이가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앗 따거.’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돌멩이에 비쳐 클란의 눈에 비췄을 때 클란은 얼른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순간 눈이 멀뻔했다.

그만큼 클란에게 만큼은 그 빛은 이 세상에 그 어떤 빛보다 강렬했다.

은봉의 몸에서 나오는 빛보다도 더.


‘뭐하냐. 지금?’


리안은 앞에서 눈을 가리고 있는 클란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클란이 왜 저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는 안다.

카르니안에서는 보기도 힘든 마나석이 눈앞에 있는데 마법사라면 당연히 격한 반응이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저런 멍청한 반응을 생각했던 것은 아니긴 하지만.’


물론, 리안은 자기 생각을 클란에게 말할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클란, 이게 뭔지 알아?”


클란은 손을 치우고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여전히 영롱한 푸른 빛을 내뿜고 있는 마나석이 눈에 들어왔다.


“암, 알고 말고 마법사가 마나석을 모른다면 도대체 누가 이 마나석을 알겠는가.”


‘깔쌈? 액괴?’


이 역시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내가 최근에 오버플룸이라는 곳에 갔다 왔던 거든. 근데 그곳이 유독 마나가 많이 모이는 곳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공석이라는 돌멩이가 기운을 흡수해 그와 같은 성질로 변하는 돌멩이라는데 그 돌멩이가 이상하게 오버플룸에 많다네. 그 돌멩이가 오버플룸에서 뭘 하겠어. 마나나 먹겠지. 그렇게 마나를 먹어대는 돌멩이는 뭐가 될까?”


말을 쉬지 않고 쏟아내던 리안이 말을 멈추고 숨죽여 듣고 있던 클란 앞에 마나석을 들어 올렸다.


“바로 이거 이 녀석이 바로 그 마나를 먹어대는 돌멩이란 말이야. 이 마나석이.”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아닌 척하려고 노력하지만 흥분으로 인해 떨려오는 클란의 목소리를 들으며 리안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올라오지 못하도록 잔뜩 힘을 줬다.


“뭐긴 뭐야. 나에게는 이 마나석이라는 것이 잔뜩 있다는 말이지. 거기에 오버플룸에 있는 괴물들을 구해줬거든. 그러니까 사람만 보내라고 하더라고. 매달 내 몫은 남겨두겠다고.”

“그럼 이건···.”


클란이 마나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리안은 펼치고 있던 손을 쥐더니 그대로 마나석을 주머니 속에 넣는 것이 아닌가.


“네가 마음 내켜 하지 않는 거 알아. 나도 더는 너에게 강요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너의 신념이 그렇다면 따라야지. 다만, 나는 그냥 아쉽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툭툭.


소파에서 일어난 리안이 가볍게 옷을 털고 몸을 돌렸다.


뚜벅.


한 발짝 리안의 뒷모습이 멀어졌다.


‘어떡하지? 그냥 슬레이브런티로 이민 갈까?’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그 영롱한 자태의 마나석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깟 마나석 하나 때문에 나의 신념을 저버릴 수 없지.’


뚜벅.


또 한 발짝 멀어졌다.


‘그래도 그 구하기 힘들다는 마나석인데? 그것도 들어보니까 한 개가 아니라 수백 개는 된다잖아. 그것도 매달 마나석이 들어오고’


어느새 클란의 머릿속에선 마나석의 개수가 구체적으로 바뀌어 있었다.


‘ 니, 클란 잘 생각해. 거짓말일 수도 있잖아. 네가 리안에게 한두 번 속아봐? 분명 거짓ㅁ···. 리안이 나에게 거짓말을 한 적이 있던가?’


뚜벅.


또 한 발짝 더 멀어졌다.


‘없잖아!’



그가 속여먹은 적은 있어도 리안이 그를 속여 먹은 적은 없었다.

이용하였지.


끼이익.


어느새 문 앞까지 도착했는지 리안의 손이 손잡이를 잡고 돌리며 소음이 발생했다.


“잠깐!”


문손잡이를 잡아 돌리던 리안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럼 그렇지.’


마법사가 마나석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앞에 먹을 것이 있어도 먹지 않는 리안과 같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리안은 음흉한 미소를 바로 하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


“왜?”


정말 왜 부르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순수한 물음이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조금만! 조금만 시간을 줄 수 있겠나?”


리안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최대한 내리며 고민하는 듯한 얼굴을 하였다.

물론, 리안은 이때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다만 즐길 뿐.


“흠···.”


리안의 입에서 조그맣게 흘러나온 신음이 클란의 마음을 더 다급하게 했다.


“정말 조금 아주 조오금의 시간이면 되네.”

“정말 아주 조오금의 시간이면 되?”


클란의 고개가 위아래로 거세게 흔들렸다.

이에 리안은 잠시 생각하는 듯 하나다가 사뭇 심각했던 얼굴을 풀었다.


“아주 조오금의 시간이라면 가능할 거 같네. 그럼 결정하며 슬레이브런티로 연락해. 그리고 정말 아주 조오금의 시간이야. 혹시라도 늦어진다면 너를 대신해서 다른 마법사를 찾아볼 테니까.”

“물론, 약속하면 이 클란 아니겠나. 하하하!”


리안은 겨우 누르고 있던 입꼬리에 힘을 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다음 날 아침, 리안의 손에는 한 통의 서신이 들려있었다.


내 카르니안의 마탑주가 된 지 어느덧 20년이라는 세월을 흘렀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지.

아마 자네는 모르겠지만 내가 처음 조화의 마탑에 들어갈 때는 조화의 마탑은 멍청한 마법사들이나 가는 꼴통 마탑 취급을 받고 있었다네.

하지만 내가 그곳에 들어가고부터 모든 것이 변했지.

난 나의 뛰어난 마법 실력을 가지고···.

그렇게 해서 조화의 마탑은 꼴통 마탑에서 최고의 마탑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하지만 우린 알고 있었지.

인간들이 인정하는 힘만으로는 괴물과 싸울 수 없다는 것을.

그때 자네가 우리 앞에 나타났네

자네는 정말 우리에게···.

하여 내가 카르니안에서 슬레이브런티에 들어가는 것은 그저 자네 손에 들려있던 마나석 때문이 아닐세.

자네는 우리의 구원자아자 친구이자 동료이자 가족이지 않은가.

내 어찌 가족을 버릴 수 있겠나.

그러니 혹시, 혹시라도 오해할까 다시 한번 말하네만 난 가족인 자네와 함께 하고 싶어서 슬레이브런티에 오는 것이지 절대 절대! 마나석 때문에 슬레이브런티로 오기로 마음먹은 것이 아닐세.

절대로!


‘마나석 때문에 오는 거네.’


저렇게 ‘나는 마나석 때문에 가는 거예요.’라고 말하고 있는데 어찌 모를 수 있겠는가.

하지만 리안의 얼굴에는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오는 것이 중요하지 무슨 이유를 오는 게 무엇이 중하겠는가.

그리고 이래야 클란 같았다.

만약 클란이 정말 자신 때문에 온다면 오히려 의심스러웠을 것ㅇ···.


“마법사 받아라!”

“마법사 받아라!!”


성 입구가 갑자기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클란이 서신을 보내자마자 바로 조화의 마탑의 마법사들을 전부 데리고 슬레이브런티로 온 것이다.

갑자기 입구가 소란스러워지자 이를 구경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마법사 받아라!”


하지만 마법사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성 입구에 서서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어휴.”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르잖아.’


도대체 마나석이 얼마나 갖고 싶었으면···.

리안은 한숨을 내쉬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제일 앞에 서 있던 클란이 리안을 발견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왔다.


“빨리 왔네?”

“하하하. 내가 지금까지 결정을 못 해서 어물쩍거린 거지 결장만 내리면 이리 빠르다네. 하하하.”


리안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나석 때문은 아니고?”

“그게 무슨 말인가! 당연히 리안 자네를 보려고 왔지. 안 그런가?”


모든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마나석은 필요 없겠네?”

“무슨 말이 그런가. 자네에게도 우리가 마나석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지 않겠나.”

“치.”


리안의 잎에서 피식 웃음이 튀어나왔다.


“그럼 오늘부터 슬레이브런티이서 생활하는 거야?”

“당연하지 않겠는가. 이제 우린 슬레이브런티 사람들일세. 하하하!”


리안이 클란에게 손을 내밀었다.


“잘 왔어. 슬레이브런티에.”


이에 클란이 리안의 손을 맞잡았다.


“잘해보세 우리.”


그렇게 맞잡은 손은 위아래로 흔들렸다.


“근데 마나석은 언제부터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그날부터 슬레이브런티에 마탑이 지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리안의 일행은 아직 차지하지 못한 오우거 땅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오우거 따위에 굳이 리안 일행이 전부 같이 움직이는 것은 토끼 잡는데 뱀파이어 잡는 칼을 쓰는 것과 다름이 없었기에 2인 1조씩 팀을 맞춰 행동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토끼는 오버플룸에서 만난 그 토끼가 아닌 일반 토끼를 말하는 것이다.


“리안은 당연히 나랑 팀이 돼야지. 안 그래?”


깔쌈이 리안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했다.

이 녀석은 무슨 일만 있으면 이렇게 어깨동무부터 하고 본다.


“닥쳐. 너랑은 절대 안 할 거야.”


리안은 자신의 어깨에 올라와 있는 깔쌈의 손을 치웠다.


“왜?”

“난 동료를 죽음으로 내모는 녀석은 필요 없어.”


깔삼의 얼굴에 서운함이 묻어있었다.


“내가 일부러 그랬나? 그때는 정말 너밖에 방법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웃기네. 도망칠 때 보니까 아주 훨훨 날아다니던데.”


실제로는 깔쌈이 도망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너무 빨라서.


“뭐야. 아직도 그때 일로 삐진 거야?”

“아니, 신뢰를 못 하겠다는 말이야. 신뢰를. 그리고 겨우 나서줬더니 똥 샤워라고 놀리기나 하고 말이야.”


깔쌈이 다시 리안에게 어깨동무를 하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아, 내가 똥 샤워라고 해서 삐졌구나?”

“아니라고 했다.”


‘설마 나처럼 인자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그런 사소한 일 가지고 삐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지만 그의 꽉 문 이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똥 샤워, 똥 샤워. 똥 샤워. 똥 샤워···.”

“아, 진짜 하지 말라고!”


그렇게 해서 깔쌈과 리안은 같은 팀이 되지 못했다.

그 대신 깔쌈이 적극적으로 추천한 그의 첫째 아들인 하빌이 깔쌈의 자리를 대신했다.

은봉과 깔쌈의 둘째 딸인 루아, 액괴와 셋째 아들인 파로, 깔쌈(아무도 그와 팀이 되려고 하지 않아 혼자 팀이 되었다.), 리안과 하빌 이렇게 팀을 이루었다.

처음 하빌과 합을 맞추게 되었을 때 리안은 아무래도 그의 아버지가 깔쌈이니 만큼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깔쌈과는 다르게 매우 예의 있게 행동하며 리안의 말도 잘 따라주었다.

깔쌈을 제외하고 모두가 팀에 꽤 만족한 채 1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작가의말

재밌게 봐주세요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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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4. 마나석 21.04.16 10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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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77. 다시 떠나는 여행 21.04.02 129 1 13쪽
77 76. 다시 떠나는 여행 21.04.01 122 1 12쪽
76 75. 슬레이브런티 21.03.31 92 1 13쪽
75 74. 슬레이브런티 21.03.30 93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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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68. 슬레이브런티 21.03.22 91 1 12쪽
68 67. 밤의 나라 21.03.19 9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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