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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님의 서재입니다.

학사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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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작품등록일 :
2014.01.06 17:12
최근연재일 :
2014.02.09 10:4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0,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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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7
글자수 :
39,576

작성
14.01.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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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장 : 단 한 명의 학사 (3)

DUMMY

“네놈이었구나!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니라 네놈이 수작을 부린 거였어!”

충격과 경악이 섞인 외침이었다.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이제야 알아차리다니 대단한 머리로군요.”

어설프게 욕을 하느니 비꼬는 편이 사람을 미치게 하는 법.

서윤은 구태여 경어까지 써 가며 흑이령의 속을 긁어 놓았다.

최대한 이성을 잃게 하는 편이 상대하기 쉽다.

그러려면 최대한 도발하는 편이 좋았다.

지난번처럼 두 명인 줄 알게끔 기만할까도 생각해 봤다.

그러나 그땐 어둠이 시야를 가려준 데다 몇 가지 상황이 겹쳐진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낮에 같은 짓을 했다간 금세 간파당할 거란 게 서윤의 판단이었다.

장소도 문제였다.

지금 이곳은 숲이긴 해도 엄폐물과 장애물이 거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접근을 허용했다간 그대로 목이 달아날 터였다.

그래서 비도들을 띄워 놓았다. 공격과 동시에 방어를 할 수 있는 무기들이었으니까.

게다가…….

‘무학사는 무공을 익힐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편견.’

뿌리 깊이 믿고 있던 것에 반하는 현상을 맞닥뜨렸을 때 머릿속은 자연 혼란스러워지는 법이다.

잡념이 많아질수록 서윤이 파고들 틈도 많아진다. 실제로 흑이령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눈치였다. 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과 마주친 까닭이다.

‘함정을 팔 여유만 있었다면 이기어검을 좀 더 숨겨뒀겠지만.’

아쉬워 해 봐야 의미는 없었다.

이제는 싸우는 일만 남았을 뿐.

“그것도 모르고 내가 네놈을 놓아주었구나! 네놈의 교활한 계략에 속았어!”

“그 일은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시간도 벌 수 있었고 말입니다.”

“대체 학사 나부랭이인 네놈이 어떻게? 아니, 아니다. 그게 진정한 이기어검일 리 없지. 무슨 사술을 쓴 것이냐!”

“설명한다고 이해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하물며 당신 같은 자라면 사흘밤낮도 모자랄 것 같군요.”

흑이령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

자신을 상대로 태연히 농지거리를 하고 있다. 일개 무학사 따위가!

그 사실이 조각처럼 남아 있던 흑이령의 이성을 완전히 불살랐다.

“네놈의 팔다리를 토막 내어 개 먹이로 줄 테다!”

고함을 토한 흑이령이 땅을 박찼다.

그는 흑령대 전용 보법인 영혈보(影血步)를 펼쳐 서윤에게 돌진했다. 다분히 저돌적인 보법으로 그 속도는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였다.

서윤도 눈으로 좇는 것은 포기했다.

이제 와서는 기감으로 느끼는 것이 모든 면에서 편했다.

기감으로 흑이령의 행동을 파악하고, 무학사의 지식으로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여 대응한다.

그것이 서윤의 싸움법이었다.

‘노리는 건 왼쪽 어깻죽지. 그러나 그건 미끼다. 진짜는 아래에서부터 사타구니를 가르며 들어온다.’

쌍아분쇄(雙牙粉碎)의 초식.

본디 부법의 명문인 산동성 백가장의 살법 중 하나였다.

무림맹의 무공 거래 정책에 호응하여 거래되었는데, 그것이 흑령대에 전수된 모양이었다.

다분히 패도적인 초식이었으나 대응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날카로운 이빨도 맞물리지만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하물며 익히 알고 있는 무공이라면!

서윤은 비도들을 날려 허공을 점했다. 하나같이 쌍아분쇄의 공격로를 차단하는 위치였다.

동시에 냅다 뒤로 돌아 달렸다.

뒷걸음질 정도로 피할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피할 거라면 전력을 다해 뛰어야 했다.

“이놈! 도망치느냐!”

그렇게 외치면서도 흑이령은 쉽사리 나아가지 못했다. 여덟 자루나 되는 비도들이 길목을 막았던 탓이다.

아니, 막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곳곳의 사각에서 치고 들어온다.

그것도 하필 쌍아분쇄의 위력을 교묘하게 상쇄시키는 지점들이다.

마치 이쪽의 수를 먼저 읽기라도 하듯!

‘고위 무학사라도 된단 말인가? 저 애송이가?’

휘리리릭!

무려 여덟 자루나 되는 비도다. 각각의 칼날이 그리는 궤적 또한 변화무쌍하다.

무시했다간 무사하지 못할 판이었다.

“쳇!”

흑이령은 할 수 없이 쌍아분쇄의 초식을 거뒀다. 반면 영혈보는 그대로 유지한 채, 사선으로 움직이며 두 도끼를 마구 휘둘러 비도들을 튕겨냈다.

일류 검사가 검막을 쳐 방어를 하듯, 흑이령은 두 자루 도끼날로 부막(斧膜)을 만들어냈다.

차차차창!

비도들이 힘을 잃고 튕겨 나갔다.

몇 개는 육중한 도끼날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지거나 박살났다. 무게의 차이도 차이인데다 도끼날에는 희미한 기운까지 서려 있었다.

이를 부기(斧氣)라 해야 할까.

기운이 다소 불완전한 걸 보면 흑이령이 일류 초입의 무인이란 의미였다.

부기가 완전하기만 했어도 서윤으로선 계획을 바꿔야 했으리라.

“흥! 이기어검은 무슨. 결국은 조잡한 잔재주로군! 정수라 할 수 있는 검기가 칼날에 실려 있지 않구나!”

의기양양해진 흑이령이 소리쳤다. 하지만 서윤은 절망한 표정이 아니었다.

“좋아하긴 이를 텐데요.”

“뭣?”

푸푹.

따끔한 느낌에 흑이령이 움찔했다. 허벅지 쪽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붉은 혈선 사이로 반짝이는 쇠붙이가 보였다.

조금 전 그의 애병(愛兵)으로 박살냈던 비도의 칼날 조각이었다.

부쉈다고 방심했던 게 실수였다.

“이놈이……!”

“잔재주라도 잘만 써먹으면 어지간한 절기가 부럽지 않은 법이니까.”

서윤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그날, 흑이령 앞에서 선언하던 때와 같은 목소리였다.

‘그자에게 전해. 자신이 벌인 모든 일을 후회하게 될 거라고. 나락 밑바닥의 구정물 속에서.’

하필 그때 그 말이 뇌리를 스쳤다.

“감히……!”

이를 갈던 흑이령은 이내 눈을 부릅떴다.

박살났던 칼날 조각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주변의 날카로운 돌멩이나 쇠붙이, 심지어 잔가지까지 떠오르고 있었다.

쿠구구구…….

사방이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찼다.

‘해볼 만하다. 지금이라면.’

서윤은 머리로만 생각해 두었던 수법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흑이령은 척 봐도 저돌적인 성격이다. 다시 말해 상대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방법으로 대응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였다.

그가 서윤의 능력에 익숙하지 않은 지금이라면 승산은 충분했다.

서윤은 상단전의 모든 기혈을 개방시켰다.

“네놈……!”

흑이령은 긴장하여 서윤을 보았다. 사위를 지배하는 공기가 조금 전과는 달랐다.

서윤의 두 눈이 형형한 안광을 토하고 있었다.

상단전의 힘을 모두 개방했다. 현재의 뇌가 감당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쏟아 부어 주변의 자연력을 최대한 끌어 모았다.

그럼으로써 무기가 될 만한 것은 모두 동원했다. 각기 다른 식으로 조종할 수 있는 건 여덟 개가 한계지만 모두 한데 뭉쳐 움직이는 거라면 숫자는 무의미했다.

모여든 잡동사니가 한데 뭉쳐 뱀의 형상을 이루었다.

회오리의 뼈대를 지닌 채 쇠붙이와 자갈 등으로 이루어진 수십 개의 비늘을 곧추세운 뱀이었다.

“그 잘난 쌍도끼로 다 막아 보시지.”

나직이 중얼거린 서윤의 눈이 번뜩였다.

파드드드득!

돌풍이 몰아쳤다.

자연력에 이끌린 갖가지 것들이 한데 휩쓸려 아가리를 벌린 채 흑이령에게 쇄도했다.

“크음!”

침음을 토한 흑이령이 부막을 쳤다. 붕붕거리는 소리를 내며 도끼날이 사방을 갈랐다.

카드드득!

도끼날의 장벽에 막힌 비도며 돌멩이들이 바스라지고 부서져 나갔다.

그러나 잠시 후에는 살아 있는 양 다시 달려드는 것이었다.

핏. 피핏. 핏!

흑이령의 몸 곳곳에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둘이던 게 눈 깜짝할 사이에 열 개, 스무 개로 늘어났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 격이었다. 문제라면 이게 보통 비가 아닌, 날붙이의 비라는 점이었다.

저돌적인 성격이 화를 불렀다. 차라리 꽁지 빠지게 달아났다면 목숨은 건졌으리라. 그런 후에 흑령대와 조우하고 다시 서윤을 쳤으면 될 일이다.

물론 서윤도 그 정도는 예상했다. 때문에 흑이령이 달아나지 못하게끔 퇴로를 선점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흑이령은 전진을 택했다.

홀가분하게 도망가기엔 무인으로서의 자존심이 너무나 굳건했다.

그렇다고 서윤을 직접 노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제어력이 겨우 닿는 지점까지 서윤이 물러나 있었던 까닭이다.

‘쥐새끼 같은 놈!’

그러나 그 쥐새끼가 부리는 무기가 너무 매서웠다. 호신강기를 두를 수만 있었어도 문제가 없었겠지만, 그 정도의 성취는 이루지 못한 흑이령이었다.

그저 최대한 부막을 쳐서 부수고 또 부술 뿐.

“으아압!”

흑이령이 기합성을 토했다. 허공을 난도질하는 도끼날의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그런 그의 모습을 날붙이의 폭풍이 집어삼켰다.

그리고 잠시 후.

풀썩.

피범벅이 된 흑이령이 한쪽 무릎을 꿇었다.

“헉헉…… 헉…… 헉.”

숨이 턱까지 차올랐다. 온몸에 거미줄 같은 상처가 났다.

치명상은 없다지만 출혈량이 너무나 많았다. 흑이령의 발아래로 큼직한 피 웅덩이가 생겼을 정도다.

‘해냈다.’

서윤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호신강기를 두를 정도의 실력자였다면 먹히지도 않았을 공격. 그러나 흑이령 정도의 고수에게는 통했다.

애초에 검기(劍氣)나 검강(劍剛)을 뽑아낼 능력만 됐더라도 이런 짓을 하진 않았겠지만.

“후우.”

서윤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타격을 입은 건 흑이령만이 아니었다. 서윤 역시 눈앞이 핑핑 돌고 어지러웠다.

한계 직전까지 뇌를 혹사시킨 대가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었다.

상처 하나 입지 않았지만 실로 아슬아슬한 승부였다. 흑이령의 공격이 하나만 먹혔더라도 서윤은 죽음을 맛봤을 테니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이면에서의 싸움이 더 치열했다고 할 수 있으리라.

“아직…… 끝나지 않았다.”

흑이령이 기어코 일어났다.

그 순간 그가 쥐고 있던 두 개의 도끼 자루가 파삭 하고 부스러졌다.

“무기가 없으면 맨손으로라도 죽여주마!”

흑이령이 무시무시한 기염을 토했다. 분노로 가득 찬 그의 정신력이 육체를 초월하고 있었다.

그러나 서윤은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울렁거림을 가라앉힌 서윤은 흑이령의 두 다리를 살폈다. 그 계산적이고 냉정한 시선에 흑이령은 치를 떨었다.

출혈량이나 상처를 봐선 경공은커녕 보법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할 모양새다. 내버려만 둬도 곧 죽음에 이를 것이다.

그것을 확인하자마자 서윤은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

“싸울 거라면 혼자 하시지요.”

“뭐, 뭐라고?”

“나는 싸우기 위해 싸우는 게 아닙니다. 그게 당신들 무인과 나의 차이점이죠.”

할 말을 마친 서윤이 걸음을 뗐다. 당황한 흑이령이 소리쳤다.

“도망치겠다는 거냐? 비겁한 놈!”

“좋을 대로 소리치십시오. 얼마 안 남은 목숨만 단축하게 될 테니.”

그 말을 끝으로 서윤은 멀어졌다.

흑이령이 이를 갈았으나 두 다리는 도저히 걸을 상태가 아니었다.

“크으으…….”

기어코 널브러진 흑이령이 신음을 흘렸다. 그의 의식이 차츰 희미해져 갔다.


*


흑일령과 흑령대가 나타난 건 반각 뒤의 일이었다.

서윤은 이들이 올 것임을 알고서 급히 몸을 뺀 것이었다.

물론 세상엔 만약이란 게 있으니, 여유로웠다면 어떻게든 흑이령의 숨통을 끊은 후 자리를 떴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흑이령의 성격상 의식을 잃을 때까지 저항했을 테고, 그런 이의 집념은 무서운 법이었다.

“대, 대주…….”

쓰러져 있던 흑이령이 손을 들었다. 흑일령이 급히 그에게로 몸을 숙였다.

“말하라.”

“하, 한 놈이었습니다. 그 학사 놈…….”

“학사라고? 무학사에게 당했단 말이냐?”

“이기어검…… 사술을…… 조심…….”

흑이령의 목소리가 완전히 끊어졌다.

급히 그의 맥을 짚은 흑령대원이 말했다.

“숨을 거두었습니다.”

으득!

피가 나도록 잇새를 악문 흑일령이 소리쳤다.

“모든 대원을 소집하여 놈을 찾아라! 멀리 가진 못했을 것이다. 반드시 찾아라! 오늘로 이 모든 것을 끝장낼 것이다!”

“존명!”

흑령대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서른 명이 넘던 인원도 어느새 열 명이 채 안되게 줄어 있었다.

게다가 부대주인 흑이령까지 당했다.

단 한 명에게.

학사 따위에게.

단 한 명의 학사에게!

흑일령은 지금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반드시 죽이겠다. 네놈만은 반드시!”

그의 두 눈이 광기로 번뜩였다.


작가의말

지금껏 올린 연재분 중 가장 분량이 많군요.

 

본문에선 써먹을 수 없는 비유이긴 하지만, 비도를 다루는 서윤의 컨트롤은 스타크래프트의 마이크로 컨트롤과 비슷합니다. 어택땅보다 럴커 앞에 마린 펼치기를 하는 게 어렵듯이 컨트롤의 방식이 복잡해질수록 뇌가 받는 부하도 커지는 식이죠. 게이머라면 아마 손가락에 쥐가 나겠지만......

 

어째 칼 조종하면서 냅다 도망치는 모습이 캐리어 컨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실드가 없고 빨피 상태인 캐리어랄까요.

 

댓글과 선작, 추천에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10장 ‘세 개의 칼날, 한 번의 걸음’으로 이어집니다. 설 연휴에도 계속하여 뵐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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