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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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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작품등록일 :
2014.01.06 17:12
최근연재일 :
2014.02.09 10:4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0,709
추천수 :
19,837
글자수 :
39,576

작성
14.01.29 08:05
조회
16,781
추천
739
글자
9쪽

9장 : 단 한 명의 학사 (2)

DUMMY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세 개의 인기척이 감지됐다.

서윤은 그쪽으로 감각을 집중시켰다.

세 명의 흑령대원이 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 주변에 여러 개의 구멍이 있었다.

토끼 굴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흑령대원들은 불을 피워서는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구멍들에 연기를 들이미는 중이었다.

나머지 하나의 구멍에서 뛰쳐나오는 토끼를 잡으려는 것일 터.

“젠장. 이래 봐야 간에 기별이나 가려나 모르겠군.”

“우리 셋이서만 먹으면 그래도 배는 채울 수 있을 게다.”

“대주한테는 바치지 않으려고?”

“우리 코가 석 잔데 대주 챙길 겨를이 어디 있어? 그 인간이야 자기 능력껏 먹을 걸 챙기고 있겠지.”

“하긴 세상에 걱정할 인간이 따로 있지…….”

얼마 전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대화였다. 흑일령에 대해선 공포에 가까운 경외심을 지닌 그들이었으니까.

그러나 인간의 모든 감정 위에 군림하는 것은 본능적인 욕구. 열흘에 걸친 굶주림은 경외심조차 바래지게 만들었다.

두런두런 얘기하고 있는데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났다.

세 사람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쉿.”

서로 침묵하고서 기다렸다.

과연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기척이 났다.

탓!

“잡아!”

굴 밖으로 뛰쳐나오는 토끼를 한 명이 몸을 날려 그대로 붙들었다. 토실토실하게 살이 오른 토끼를 보니 입 안에 군침이 돌았다.

“좋았어!”

“어서 빨리 손질부터…….”

털썩!

흑령대원 하나가 말을 하다 말고 고꾸라졌다. 엎어진 그의 뒤통수엔 비도가 꽂혀 있었다.

“뭐, 뭐야!”

대답이라도 하듯 여섯 자루나 되는 비도가 날아들었다.

“이런 젠장!”

깜짝 놀란 흑령대원들이 검을 뽑아 냅다 휘둘렀다. 그러나 일인당 세 개씩 협공해 오는 비도들을 모두 쳐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 지원 요청을…….”

그렇게 중얼거리자마자 비도 하나가 더 날아들어 호각 줄을 잘라냈다.

“이런 제기랄!”

“놈이 나타났다. 이쪽이다! 어서 도와줘!”

할 수 없이 입으로 소리쳐서 동료를 불렀지만 공허한 메아리만이 퍼져 나갈 따름이었다.

그제야 그들은 실감했다. 자신들이 얼마나 마음을 놓고 있었는지.

반각이 지나지 않아 나머지 둘도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졌다. 쇠붙이 소리만 요란하던 공터에 고요가 찾아왔다.

그들이 완전히 죽었는지 확인한 뒤에야 수풀을 헤치고 서윤이 나타났다.

‘많이 익숙해졌어. 이 정도면 싸울 만해.’

이십 장 거리에서 여섯 자루 이상의 비도를 자유자재로 다뤘다. 이기어검에 정통한 고수라 해도 이 정도까진 불가능할 것이다.

상단전이 각성해 이능에 눈을 뜬, 제어력만 쳤을 땐 입신지경에 가까운 서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고맙게도 식량까지 마련해 줬군.”

서윤은 쓰러진 흑령대원의 옆을 보았다.

비도에 옆구리가 꿰인 토끼 시체가 있었다.

처음 여섯 비도를 날릴 때 하나를 더 날려 토끼를 맞혔었다. 기껏 얻은 먹잇감이 도망쳐서야 곤란한 일이었다.

그간 고기라고는 질기고 딱딱한 건육만 먹어왔다. 그러다가 신선한 생고기를 보니 절로 입 안에 침이 고였다.

‘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있으니까…….’

일단 토끼를 끈으로 묶어 허리춤에 매달았다. 그런 다음 시체를 뒤져 챙길 만한 것을 찾아봤다.

수색을 마친 서윤이 다시 기감을 펼쳤다.

이제 두 번째 사냥감을 찾을 차례였다.


*


그렇게 흑령대는 소리 없이 사냥당하고 있었다.

단 한 명에 의해. 반격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서윤의 예상대로 각 조 사이의 거리는 고함을 쳐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삼인일조의 규칙이 깨지지 않은 것이 용해 보일 지경이었다.

열흘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컸다.

한나절이면 끝날 거라 생각했던 일이 지나치게 길어진 데다 굶주림까지 겹쳤다. 짜증과 허기가 뒤섞이게 되자 그들의 이성은 차츰 본능에 자리를 내주었다.

생쥐 무리를 아무 것도 없는 광주리에 넣고 오래 두면 하나가 남을 때까지 서로를 잡아먹게 된다.

인간이 한낱 미물과 같을 리야 없겠지만 본능적인 욕구 앞에 이성의 영역이 붕괴되는 것은 다를 게 없었다.

하물며 자신들이 사냥당하는 입장이 되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터.

그들은 뒤늦은 후회와 함께 쓰러져 가고 있었다.


처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건 흑이령이었다.

그땐 이미 다섯 개의 조가 서윤에게 당한 직후였다.

“잠깐. 지금 뭔가 소리가 들리지 않았나?”

“예?”

“소리 말이다. 병장기가 부딪치는 소리!”

같은 조의 흑령대원은 멍한 얼굴을 했다.

“죄송합니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만.”

“쉿!”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을 들어 올린 흑이령이 청력을 집중시켰다.

“……!”

분명했다. 바람결에 희미하게 금속성의 충돌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쇠붙이끼리 부딪치는 신경질적인 충돌음. 거기에 섞여 있는 간헐적인 고함과 비명!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게 분명했다.

“놈이다!”

반사적으로 소리친 흑이령이 수하들에게 말했다.

“너희는 곧장 대주께로 가서 보고해라! 대원들과 대주를 이곳으로 안내하도록!”

“그럼 부대주께서는……?”

“놈들을 붙잡아 두고 있겠다!”

지난번의 일로 안달이 나 있던 흑이령이었다. 반드시 애송이 학사와 광인 놈을 해치워 굴욕을 씻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대주님께서 반드시 조끼리 뭉쳐 다니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허튼 소리! 이대로는 두 눈 뜨고 놓치게 된다. 너흰 어서 대주님을 모셔 오기나 해!”

“하지만…….”

“어서 가라!”

그렇게 소리를 친 흑이령이 돌아보지도 않고 몸을 날렸다.

우물쭈물하던 수하들도 곧 반대 방향으로 달려갔다.

쾌속의 경공으로 내달리는 흑이령의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 두 자루 도끼를 쥔 팔뚝에서 힘줄이 불끈거렸다.

흉포한 살기가 그의 몸에서 솟구쳤다. 아무리 상대가 고수라 한들 일개 광인에 지나지 않는다. 참살까진 무리더라도 시간을 끄는 것쯤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결코 놓치지 않겠다!”


‘이런!’

막 흑령대원 셋을 해치운 서윤이 흠칫했다. 엄청난 기세로 접근해 오는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

폭발하는 화산과도 같은 기세.

분명했다. 한 번 대면한 적이 있는 사내, 흑이령이 확실했다.

‘금세 이곳에 도착할 것이다.’

이미 두 자릿수의 흑령대원을 해치운 서윤이었다. 각개격파에 기습 일변도, 거기에 원거리에서 비도만 조종했다곤 해도 대단한 성과였다.

허나 그 말은 곧 상당량의 심력을 소모했다는 얘기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면 모르되 지금 상대하기가 껄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도망칠 수는 없다.’

지난번과 달리 유리한 지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숨을 여유도 없었다. 격장지계 역시 두 번은 통하지 않을 터.

도망친다 해도 보법 하나 익히지 못한 서윤으로선 금세 따라잡힐 게 분명했다.

그리고 도망칠 이유도 없었다.

지난 열흘 동안 수백 번도 더 생각했다. 싸워 이길 방법을. 물러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방도를.

그가 있는 이곳은 이미 무림이었다. 때로는 자신의 검으로 활로를 개척해야만 하는 곳. 싸워 이겨서 다음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곳.

이길 수 있는 길이 보인다면 구태여 피할 이유는 없었다.

“싸운다.”

서윤은 총 여덟 자루의 비도를 띄우고는 장검을 뽑아들었다.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제어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숫자. 그게 바로 여덟이었다. 한데 뭉쳐 움직인다면 수십 개가 된들 문제없었지만.

여덟 비도가 서윤의 머리 위를 원형으로 빙빙 돌았다. 그 모양새가 마치 서윤을 호위하는 무사들 같았다.

푸스슥!

수풀을 헤치며 흑이령이 나타났다.

열흘 새 부쩍 핼쑥해진 모습이었다. 두 눈은 퀭하고 얼굴을 홀쭉해져 있었다. 마치 한 마리의 허기진 대호 같은 몰골.

다른 흑령대원들도 비슷하긴 했지만 흑이령의 경우엔 유독 심했다.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강박(强迫)에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한 까닭이었다.

“네놈……!”

흑이령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서윤의 주변을 유유히 떠다니고 있는 비도들을. 그리고 서윤의 발아래 쓰러져 있는 흑령대원들을.

깨어져 있던 조각들이 머릿속에서 맞춰졌다.

“네놈이었구나! 다른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니라 네놈이 수작을 부린 거였어!”



작가의말

곧 설날이군요.

설날에도 연재는 계속됩니다. 아마 월영촌 파트의 클라이맥스가 되는 부분일 텐데... 많은 기대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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