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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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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작품등록일 :
2014.01.06 17:12
최근연재일 :
2014.02.09 10:4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0,710
추천수 :
19,837
글자수 :
39,576

작성
14.01.26 12:05
조회
17,364
추천
676
글자
8쪽

8장 : 반격 (2)

DUMMY

‘어쩐다?’

원래 이곳을 불사르려던 게 서윤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불을 피우기도 전에 놈들과 부딪치게 생겼다.

‘호각을 불게 한 것이 실수였다.’

찰나의 순간, 서윤은 고민에 빠졌다.

식량을 챙긴 것만으로 만족하고 조속히 빠질 것인가, 어떻게든 이곳을 태울 것인가.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이다. 이곳을 태워 식량 공급을 차단하지 못하면 남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서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불을 만들려면?’

무언가를 극도로 뜨겁게 만들면 되는 일.

그렇다면 그 방법은?

서윤은 아무렇게나 버려진 나뭇조각 두 개에 자연력을 집중했다.

이윽고 그 두 조각을 빠르게 비볐다.

사사사사삭!

범인의 완력쯤은 가볍게 뛰어넘는 자연력이다. 그 힘이 나무를 비비는 데에만 집중되니 순식간에 엄청난 마찰열이 발생했다.

연기에 이어 새빨간 불씨가 피어올랐을 때 그것들을 건초 더미에다 집어던졌다.

화르륵!

자그만 불꽃이 피어났다. 불은 삽시간에 건초를 살라먹고 세를 불렸다.

불이 확장되는 것을 확인한 서윤은 냅다 바깥을 향해 달렸다.

화려한 폭발 같은 게 일어날 리는 없었다. 그러나 불길은 확실하게 세를 불려 천장까지 치솟았다.

서윤이 백 장 거리까지 멀어졌을 땐 지붕을 뚫고 불길이 치솟을 정도였다. 이미 식량 전부가 활활 타고 있으리라.

“불이다! 식량고에 불이 났다!”

“너희 셋은 화재를 진압하고 나머지는 나를 따라와라!”

기감을 통해 먼 거리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중 명령을 내리는 이에게 감각을 집중시켰다.

두 자루의 거병, 쌍도끼를 쥔 채 힘껏 달리고 있다. 각 도끼의 무게는 못해도 이십 근 이상. 그럼에도 달리는 기세엔 거침이 없었다.

지금껏 상대한 대원들을 가볍게 능가하는 일류 고수였다.

‘저자가 설마 그때의? 아냐. 기운이 약간 다르다.’

흑일령과는 느낌이 달랐다. 흑일령이 차갑게 식은 칼날 같은 느낌이라면, 저자는 뜨겁게 끓는 쇳물 같았다.

“쥐새끼 같은 놈! 이 흑이령이 친히 팔다리를 쪼개 주겠다.”

흉흉한 살기를 뿜으며 씹어 뱉듯 중얼거린다. 서윤의 흔적을 찾지 못한 듯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흩어져서 놈을 찾아라!”

“예!”

다섯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중 하나의 방향이 서윤과 일치했다.

‘이대로는 금세 발각당한다!’

그저 달릴 뿐인 서윤과 경공을 펼치는 저들의 속도는 비교도 못할 정도다. 게다가 이번엔 쫓기는 입장이다 보니 기습의 이점을 발휘할 수도 없었다.

‘어쩐다?’

서윤은 초감각을 확장시켰다.

우측으로 칠십 장 거리에 낭떠러지가 있었다. 너비는 그다지 넓지 않지만 그 깊이가 상당하고 지형도 험준했다.

추락한다면 치명상은 면키 어려울 터.

서윤은 곧장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사이에 흑령대원이 기어코 서윤을 발견했다.

삐이익―!

호각을 부는 것과 동시에 비도를 던졌다. 서윤 역시 비도를 띄워 날렸다.

챙!

두 자루 비도가 아슬아슬하게 허공에서 충돌했다. 반응이 조금만 늦었어도 서윤의 목젖으로 쇄도했으리라.

서윤은 방어에서 그치지 않고 흑령대원 쪽으로 비도를 하나 더 날렸다.

흑령대원은 장검을 뽑아 침착하게 비도를 튕겨냈다. 그 순간 먼저 날렸던 비도가 방향을 전환해 오금 쪽을 치고 들어왔다.

“무슨 사술을!?”

경악성을 터트리면서도 몸을 띄워 어렵잖게 비도를 피해냈다.

더 몰아친다면 해치울 수 있으리라. 그러나 서윤에게서 너무 멀어진 비도들이 제어력에서 벗어나 땅으로 떨어졌다.

흑령대원이 허리춤에 장검을 꽂는 게 보였다.

결국 성과 없이 이쪽의 패만 보여준 꼴이 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머지 흑령대원들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일까.

‘어쩔 수 없지.’

가만히 달리기만 했다면 이미 따라잡혔으리라. 패를 보이면서까지 거리를 벌릴 필요가 있었다.

잔가지와 수풀을 헤치며 마구 내달렸다. 한순간 앞쪽에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는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반대편까지의 거리는 오 장 정도.

무인이 뛰어넘기엔 어렵지 않은 거리였지만 서윤의 몸으론 무리였다. 그래도 넘어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서윤은 장검을 뽑아 내밀었다.

동시에 장검에 자연력을 불어넣어 전방으로 날렸다. 자연히 검을 쥔 자신의 몸도 허공을 날았다. 거의 매달리다시피 한 채였다.

그렇게 어렵게나마 낭떠러지를 뛰어넘을 수 있었다.

노인은 아예 허공섭물로 자신의 몸을 움직였었다. 그러나 지금의 서윤에게 그 정도까지는 무리였다.

때문에 이렇게 응용을 한 것이다.

낭떠러지를 건넌 서윤이 곧바로 수풀 속에 몸을 숨겼다. 양쪽간 거리가 짧은 만큼 멍청히 있다간 암기에 당할 수도 있었다.

약간의 시간차로 수풀을 헤치며 흑령대원이 나타났다. 서윤이 건너가는 모습을 못 본 탓에 주변을 잠시 두리번거렸다.

따로 달아날 방향은 없다.

‘놈은 건너편으로 달아났다!’

생각을 마친 흑령대원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가벼운 경공술만 펼쳐도 이 정도를 넘는 건 쉬운 일이었다.

그 순간 반대편에서 서윤이 손을 뻗었다.

서윤이 다룰 수 있는 자연력은 아직 사람 자체를 날려버리거나 하는 경지까진 아니었다.

이는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선천진기가 자연력에 저항하기 때문이다. 고수라면 아예 호신강기를 둘러 자연력을 차단할 수도 있을 테고.

그렇기에 서윤은 허리춤의 장검을 노렸다. 내력도 실리지 않았고 거리도 적당하여 자연력을 불어넣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꾸우욱!

힘의 방향은 바로 아래.

한참 날고 있던 흑령대원의 몸이 아래쪽으로 끌어당겨졌다.

“뭐, 뭐야?”

갑자기 천근추에 눌린 듯한 느낌. 허리춤의 장검이 사신의 손길인 양 몸을 아래로 끌어당겼다.

앞으로 날아가는 데에만 열중하던 중이었기에 미처 대응하지도 못했다.

“으, 으아아악!”

흑령대원이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했다. 허공을 박차고 방향 전환을 할 정도의 성취라면 모를까, 그의 경공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으아아아……!”

비명이 길게 이어지다 끊어졌다. 퍼억 하는 소리가 바람결에 실려 왔다.

목숨을 건사하진 못했으리라.

서윤이 숨죽인 채 잠시 기다리니 다른 흑령대원들도 도착했다.

거리가 꽤 됐는지 동료의 비명 소리를 듣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잠시 주변을 살피던 그들도 앞선 동료와 같은 결론을 내린 듯했다.

두 명이 연이어 몸을 날렸다.

‘지금!’

서윤은 같은 방식으로 그들에게도 힘을 가했다. 그들의 무위 역시 별반 다를 게 없었던 듯, 이내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해 버렸다.

뒤늦게 흑이령과 나머지 대원 둘이 도착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흑이령은 상황 자체를 보지 못했다. 그저 비명 소리와 함께 수하들이 추락했다는 것쯤은 파악한 정도였다.

‘역습을 당했다는 것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게 논리적 귀결이다. 그러나 그 역습의 정체를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흑이령으로서도 함부로 몸을 날리기 껄끄러웠다.

서윤에겐 다행한 일이었다.

흑이령쯤 되는 고수가 이런 장난질에 추락할 리는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 꽁지 빠지게 달아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순간 저들의 추격이 재개될 테니 말이다.

지금 필요한 건 허장성세(虛張聲勢). 어떻게든 이쪽의 힘을 과장해서 저들이 추격을 포기하게 만들어야 했다.

‘최소한 주저하게만이라도.’

서윤은 천천히 수풀에서 나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말

제 경우엔 제법 퇴고를 자주 하는 편인지라, 처음엔 이거 참 기똥차다 싶었던 부분도 읽고 또 읽고 하는 와중에 불안해지기 예사더군요. 이 정도면 괜찮겠다 싶던 것도 몇 번씩 읽다 보면 이게 과연 재밌으려나 싶기도 하고.-______-;

그래도 묵직하게 밀고 나가야겠지요.

 

추천과 댓글, 선작해 주시는 분들께 항상 감사한 마음 갖고 있습니다. 정말 작가로서 큰 힘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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