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소월(小月) 님의 서재입니다.

학사검신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소월(小月)
작품등록일 :
2014.01.06 17:12
최근연재일 :
2014.02.09 10:48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20,707
추천수 :
19,837
글자수 :
39,576

작성
14.01.06 18:20
조회
25,047
추천
632
글자
3쪽

서장

DUMMY

서장



노인은 미치광이다.

최소한 그를 감시하는 이들은 그렇게 생각했고 노인 역시 스스로를 미쳤다고 생각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갈 수 없는 노릇이니.

노인은 아내와 자식을 비롯해 서른 명의 식솔들을 참살했다.

시체까지 갈가리 찢어 훼손하고는 대장원과 함께 불살라 버렸다.

당시 정파무림은 천마신교에 의해 한차례 홍역을 앓은 직후였다. 그리고 노인은 강호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였다.

천마에 이은, 또 하나의 광마의 등장.

그게 현실화된다면 강호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휘말릴 터.

그 가능성에 겁먹은 무림맹에선 즉각 최정예 타격대를 출정시켰다.

어제의 영웅은 처단해야 할 악귀가 되어 있었다.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싱거우리만치 간단히 무인들에게 생포되었다.

한때 그가 목숨을 걸어가며 구명했던 이들이 그를 포박하고 심판했다.

손발의 힘줄이 끊겼고 단전이 박살났다.

수많은 마교도를 도륙했던 무공이 다시는 빛을 볼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이 벌써 이십여 년 전의 일이다.

공포의 대상이던 미치광이는 이제 술주정뱅이 늙은이가 되어 있었다.

이제 아무도 노인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를 감시하고 관리하는 소수의 인원, 취하지도 않는 싸구려 독주만이 곁에 있을 뿐이다.

엉덩이 옆으로 널브러진 술병들.

일각이 채 안 되는 사이에 네댓 병을 들이킨 두 눈이 터질 듯 충혈되었다. 힘없이 떨리는 손에서 술잔이 떨어질 듯 위태롭다.

노인의 망막엔 무기력만 비치고 있었다. 숨어서 감시 중인 이들은 그리 생각했고, 노인 본인조차도 그리 생각했다.

근골은 허물어졌고 정기(精氣)는 퇴색됐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었다. 육신은 엉망이고 머릿속엔 패배감뿐이다.

남은 것은 아득한 절망뿐.

그럼에도 기구한 삶을 연명하는 것은, 죽음으로써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록!

떨리는 잔에서 기어코 물방울 하나가 추락했다. 아무도 그 사실에 신경 쓰지 않았다.

물방울은 일순 허공에 멈추었다.

기화되어서는 다시금 술잔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무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주륵!

노인, 한때 검신(劍神)이라 불렸던 사내는 싸구려 독주를 입속에 털어 넣었다.


작가의말

격조했습니다. 소월입니다.

전역 후 새 연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학사검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1 출간 공지입니다. +27 14.02.09 6,210 46 1쪽
10 10장 : 세 개의 검, 그리고 한 걸음 (3) +65 14.02.03 16,991 803 11쪽
9 10장 : 세 개의 검, 그리고 한 걸음 (2) +48 14.02.02 15,248 673 10쪽
8 10장 : 세 개의 검, 그리고 한 걸음 (1) +36 14.01.31 16,961 626 10쪽
7 9장 : 단 한 명의 학사 (3) +44 14.01.30 16,861 647 12쪽
6 9장 : 단 한 명의 학사 (2) +67 14.01.29 16,780 739 9쪽
5 9장 : 단 한 명의 학사 (1) +50 14.01.28 17,156 707 9쪽
4 8장 : 반격 (3) +35 14.01.27 17,305 654 9쪽
3 8장 : 반격 (2) +39 14.01.26 17,364 676 8쪽
2 8장 : 반격 (1) +49 14.01.25 18,905 671 8쪽
» 서장 +15 14.01.06 25,048 63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