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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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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小月)
작품등록일 :
2014.01.06 17:12
최근연재일 :
2014.02.09 10:48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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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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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576

작성
14.01.28 08:05
조회
17,156
추천
707
글자
9쪽

9장 : 단 한 명의 학사 (1)

DUMMY

제구장

단 한 명의 학사



흑일령은 서른 남짓 남은 흑령대를 열 개 조로 쪼갰다.

삼인일조로 붙여 두어 조원들끼리는 항상 함께 행동하도록 했다.

열 개의 조 중 하나는 협곡 입구를 막게 하고, 나머지 아홉 조를 수색에 투입했다.

본인 역시 입구와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조 하나만으로는 불안했던 까닭이다.


하루가 지났다.

놈, 혹은 놈들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수색 작업은 생각보다 심신의 피로가 크다. 사소한 단서 하나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다 범위까지 넓은 까닭이다.

거기에 식량까지 구해야 하는 상황이니, 흑령대원들의 부담이 상당할 수밖에.


이틀이 지났다.

여전히 놈은 나타나지 않았다. 증발이라도 해 버린 건지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다.

흑령대원들은 조금씩 허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애초에 사냥만으로는 두 자릿수나 되는 인원의 식량 조달에 한계가 있었다.


사흘째.

여전히 성과는 없었다.

이렇게 되니 흑령대원들로서도 자연히 수색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선은 허기가 지는데다 성과는 전혀 없다. 수색 구역도 넓다 보니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학사 한 놈과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광인 하나라는데, 이렇게까지 용의주도하게 추적을 피할 수 있다는 게 이상했다.

자연히 수색보다도 다른 쪽에 비중을 두게 됐다. 단련된 무인인 그들이었기에, 오히려 허기에는 더 약했던 것이다.

절정 고수들은 벽곡단 약간에 이슬만 있으면 허기를 면한다는데, 그들이야 인외(人外)의 존재들이니 논외로 칠 일이었다.

수색은 뒷전이고 사냥에 집중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흑일령도 그걸 알았지만 처벌하진 않았다. 시간 싸움이 될 것이 자명한 만큼 대원들의 몸 상태는 되도록 최선이어야 했다.

뭐라도 먹게 두어 체력 소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참을성 없는 흑이령이 건의했다.

“놈들이 이미 이곳을 빠져나간 것 아니겠습니까? 그게 아니면 산짐승에게 잡아먹혔든지요.”

“그럼 너는 짐승 따위에게 잡아먹히는 멍청이들로부터 물러났었단 말이냐?”

“그, 그런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치광이 놈이라면 모르되 학사 놈이라면 잡아먹혔을지도 모르는 일 아니겠습니까? 혹은 미치광이가 학사를 죽였을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렇더라도 광인 쪽이 남는다.”

“하지만 말 그대로 미치광이일진대…….”

“수색은 그대로 계속 한다. 후환의 싹을 두고 갈 순 없다.”

고집스런 흑일령의 말에 흑이령은 한숨을 속으로 삭일 따름이었다.


시간은 계속 흘러 열흘이 지났다.

흑령대원들의 몰골은 눈에 띄게 초췌해져 있었다. 그건 흑일령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사이 무림맹 측에서도 전서구를 보내왔다.


한시바삐 처리하고 복귀할 것.


닦달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내용.

짤막한 문장에서 관철백의 짜증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되니 철옹성 같던 흑일령으로서도 귀환을 고려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놈을 두고 돌아가지 않겠노라 맹세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일단은 살고 본 뒤의 일. 이대로는 수하들이 먼저 아사할 지경이었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준비가 너무나 허술했다.’

분하지만 인정해야 했다. 이 분노를 잠시 억누르고서 지금은 물러날 때였다.

새삼 월영촌의 위치가 원망스러워졌다. 근방에 자그만 마을이라도 있었던들 식량 문제로 물러나는 일은 없었으리라.

‘대체 네놈은 어디에 숨은 것이냐.’

그는 아무도 없는 허공을 노려봤다.


*


서윤은 드러누워 있었다. 모르는 이가 본다면 태평하다고 생각할 법한 자세였다.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떼를 지어 흘러갔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구름의 모양새가 오밀조밀 변화했다.

그저 멍하니 누워 그걸 바라보는 것이었다.

지난 열흘 동안의 일상은 대개 그랬다. 초감각 내에 흑령대원의 기척이 들어올 때를 제외하면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고 체력을 비축했다.

운 나쁘게 흑령대에 접근하게 된다손 쳐도 서윤 쪽의 감지 범위가 훨씬 넓었다.

항상 먼저 발견하는 쪽이었기에 멀리 물러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식사는 딱 절반으로 줄였다.

닷새치의 건량과 건육을 열흘에 걸쳐 아껴 먹었고, 나무뿌리나 나물 등을 캐어 먹어 나머지 배를 채웠다.

그마저도 드물게 했다. 최대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다고 마냥 쉬기만 하는 것은 아니었다. 몸은 편안히 있으나 머릿속은 몰아치는 돌풍보다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내겐 이 힘에 익숙해질 시간이 부족했다.’

그것이 서윤이 내린 결론이었다.

기신전이술이 펼쳐진 후, 서윤은 거의 내던지다시피 하여 전투에 임했다.

기껏 얻은 힘에 대해 고찰하고, 그것을 체득하여 자기화할 시간이 적었다는 뜻이다.

물론 실전 경험이란 값진 보물을 얻었으니 수확은 있었다. 그래도 진정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하려면 힘 자체에 익숙해지는 게 먼저였다.

지난 열흘 동안은 그것만을 목표로 먹고 자고 숨을 쉬었다.

그 결과 괄목상대하게 된 것은 우선 제어력.

처음엔 세 개 이상의 물건은 제어하지 못하던 서윤이었다. 제어하는 물건이 두 개만 되어도 뇌에 가해지는 부하가 상당했다.

지금은 간단한 동작이라면 두 자릿수까지도 가능했다.

조종하는 물건이 두 개만 되어도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해진다. 하나로 시선을 뺏고 다른 하나로 사각을 노리거나 하는 식으로.

그것이 늘어난다면 응용법은 실로 무궁무진해질 터였다.

서윤은 분명 착실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슬슬 끝이 보였다.

아무리 행동을 최소화했다고 해도 본래 오 일치였던 식량만으로 열흘을 버텼다.

그것만 먹은 건 아니지만, 나물이나 나무뿌리 따위로 제대로 식사가 됐을 리 만무하다. 그래도 세 끼 중 두 끼는 먹은 셈이니 흑령대원들보다야 사정이 좋긴 했지만.

그 소량의 식량마저도 이젠 완전히 동이 났다.

그나마 평소에도 소식하는 편이었기에 이만큼이나마 버틸 수 있었지, 아니었다면 현기증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한계인 것은 저쪽도 마찬가지일 터. 아니, 서윤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못하진 않을 것이다.

이젠 정말 움직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쯤이면 녀석들도 약이 바싹 올라 있겠지.’

닷새분의 식량을 챙겼던 서윤조차 이 정도다. 식량을 매일 조달해야 했을 흑령대원들의 굶주림은 더 심각할 것이다.

활동량 많은 무인들이 배불리 지내려면 엄청난 양의 고기와 곡식이 필요하다. 그중 어느 쪽도 이곳에선 보기가 쉽지 않다.

산짐승이 있다 해도 수가 많지 않을뿐더러, 그마저도 험준한 협곡 쪽에 분포해 있었다.

이곳까지 오는 놈들은 대개 늑대나 살쾡이뿐. 그것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흑령대원들이 느끼는 허기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서윤은 몸을 일으켰다.

너무 오랜만의 행동이다 보니 등허리에서 우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잠깐 이리저리 몸을 비틀며 움직여 보았다. 동시에 기감을 최대한 확장시켜 주변 상황을 살폈다. 지난 열흘 간 기감의 감지 범위 역시 본래의 배 이상으로 늘어나 있었다.

‘역시…….’

얼마 전부터 흑령대원들은 수색보다 사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허기로 인해 자제력을 잃은 걸까?’

본래 각 조끼리는 최대 칠십 장의 거리를 유지하게 되어 있었다. 한 조가 습격당할 경우 재빨리 지원할 수 있게 말이다.

그러나 그 범위가 무의미해졌다.

이제 각각의 조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조 사이의 거리는 호각을 불어도 들리지 않을 정도까지 벌어져 있었다.

기강이 확실히 해이해졌다는 의미.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수색 작업을 중단하고 철수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

정말 그렇다면 서윤으로선 선택이 필요했다.

‘놈들을 친다면 지금이 적격이다.’

그리고 치기로 마음먹었다면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그냥 흑령대가 물러나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굳이 싸울 것 없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 테고.

그러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 월영촌을 통째로 불사른 저들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무고한 광인과 학사들을 참살한 저들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철수 자체가 함정일 수도 있다.’

눈에 보이는 정황만으론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항상 모든 정보를 손에 쥘 순 없는 법이니까.

서윤은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저들에게 맞섰을 때 승산은 있을 것인가?

‘지금이라면.’

마음을 정한 서윤이 걸음을 뗐다.


작가의말

장르별 베스트 무협 부문 1위에 올랐습니다. 골든 베스트도 5위까지 올랐네요. 모두 여러분이 보내주신 성원 덕입니다. 감사 말씀 올립니다.(__)

 

P.S: 개연성 확보를 위해 서윤의 상태 묘사에 약간 수정을 가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올리기 전에 충분히 퇴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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