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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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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981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4.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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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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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자
12쪽

*ㄴ*

DUMMY

33.

“이 새끼가 지금 우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그러냐!”

“맞아! 우리는 여기서 그 짓 하지 않았어! 우리가 경찰이었는데, 그건 엄연히 범죄라고!”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에게 걸어갔다.

“뭐야. 한번 붙어 보자는 거야!”

“이것이 어른에게 눈을 치켜뜨고. 안 깔아!”

윽박지르지만 막상 주먹을 내지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이상하네요. 저는 두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는데요? 왜 우리라고 하시는 거죠? 아저씨 혼자서 할 수도 있잖아요.”

내 말에 백 아저씨는 눈을 살짝 아래로 깔았고, 이번에 나는 반대쪽으로 고개를 기울여 이치헌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기서 그 일이 벌어졌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장사 매출에도 관련된 일이라서 주인아저씨와 저 그리고 아까 경찰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모를 텐데.”

“그 그건...”

한 사람은 말을 더듬고, 옆에 사람은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그들의 대답을 듣지 못한 나는 두 사람의 어깨를 잡고 살짝 내리눌렀다.

“어차피 위에 올라간 아저씨가 짐을 뒤지면 다 알게 될 일인 것 같으니까 그만 인정하고 자리에 앉으세요. 설마 우리 다 죽이고 도망치려는 건 아니죠? 고작 심부름 따위에 인생을 걸 생각은 하지 마시고요.”

내 말에 움찔한 백홍수 아저씨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너... 경찰이 되고 싶다고 했었지. 나중에 아무리 엿 같아도, 경찰 그만둘 생각 하지 마라... 아니면.”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은 그가 담배를 꺼내며 말했다.

“나처럼 이 병신 짓거리나 할 거니까. 어이, 치헌 너도 앉아.”

“하지만.”

“앉아. 너 개 죽이고 나서 괴로워했잖아. 이번에 데려온 길고양이 눈깔 보니까 도저히 못 죽이겠다고 술 마시면서 한탄했잖아.”

“그래 시발 더는 못해먹겠다.”

옆에 서 있던 그도 힘없이 앉았고, 라이터를 꺼낸 그가 불을 붙이려고 했지만, 이 산장 주인인 박정남 아저씨가 손을 뻗어 라이터를 채갔다.

“산장 안은 금연구역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라이터를 쓰레기통에 던져버리는 모습에, 백씨는 움찔했다.

“죄송합니다.”

“누가 시킨 겁니까?”

박정남 아저씨의 물음에 두 남자는 입을 다물었다.

“정말 말 안할 겁니까?”

“...”

그 이후로도 계속 주인아저씨가 물어봤지만, 두 사람은 입을 다문 가운데, 나는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있는 회색 숫자가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서, 나머지 네 명을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저들은 도저히 모르겠단 말이야.

왜 머리 위에 숫자가 있을까?

여기 산장에 머무는 사람 중에 추가로 누군가를 죽이거나 살릴 생각을 품고 있다는 건데, 혹은 의도치 않게 그런 행동을 하거나.

이렇게 경직된 분위기에서 우발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는 적다.

자기가 범인이라서 자살하는 경우 밖에는

뻐꾹. 뻐꾹.

가만, 자살?

하지만 네 명이 전부 자살할 이유는 없잖아.

아니면 이번 대화를 통해 갑자기 원한이 생겨서 죽고 죽이-.

에이 만화책도 아니고 그건 아니지.

혹시... 범인이 자살을 결심한 상황이고, 그 범인이 누군지 나머지 세 사람이 알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성 있어.

범인이 누군지 세 사람이 알고 있는데 숨기고 있다면, 네 사람 전부 죽은 피해자와 좋지 않은 사연을 가지고 있다는 거고.

지금 물어봐봤자,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하지 않겠지?

그리고 가설이 틀렸다면 섣불리 물었다가 내 일행인 이신후 아저씨에게도 좋지 않아.

는 개뿔.

나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미소 지은 이수명이라는 젊은 남자에게 말했다.

“형 피해자랑 원한 관계죠?”

“어. 어?”

그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같은 회사 사람이 죽었는데, 그렇게 웃을 수 없잖아요.”

“아. 아니, 나는 절대 원한 같은 건 없었어.”

“그런데 왜 조금 전에 웃었어요?”

“그냥 네가 보니까, 편안하게 해주려고-”

“거짓말이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데요.”

오호. 움찔하네. 조금만 더 건드리면-

“학생, 살인 사건도 아니고 자살 사건인데, 원한 관계인지, 아닌지가 중요한가.”

중요한 순간에 내게 위엄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을 건 박인훈씨를 바라보았다.

“정말 자살이라고 생각하세요?”

“목에 줄을 감겨 있었으니, 목에 줄을 매고 스스로 뛰어내린 거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야 어떻게 의식이 있는 사람을 뛰어내리게 할 수 있겠어.”

“맞아요. 문이 안전 고리까지 걸려 있었잖아요. 죽인 사람이 있다면 문을 열 때까지 바깥으로 나오지 못했겠죠.”

옆에 있던 김민주씨가 거들어 주었고,

“맞아. 솔직히 살인도 아니고 자살 사건에 우리 짐까지 사진 찍혀야 한다는 게 좀 그래.”

“저는 제 속옷을 남자가 본다는 게 좀 그래요.”

“응. 나도.”

“저도요.”

다른 사람들까지 거들자, 박인훈 아저씨의 어깨가 조금씩 펴지는 게 눈에 들어왔다.

이 사람들이 시체를 모두 봐놓고 아직까지 살인인지 아닌지를 모르는 거야?

난 시체를 보자마자 알았는데.

“정말 다들 자살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자, 나는 주인아저씨의 지속적인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전직 경찰 아저씨들은 어때요?”

네 물음에 백 아저씨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음... 나는 살인 같다.”

“나도.”

두 사람의 말에 나머지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에?”

“진짜요?”

놀라는 걸 보니, 정말 모르는 건가. 아니면 연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설명해줘야겠지.

나는 사람들 사이를 걷기 시작했다.

“앉은 상태로 죽음을 택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럴 거면 애초에 방안에서 죽어도 될 일이었어요. 굳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밤에 나가는 번거로운 과정을 만들 이유가 없죠. 왜냐하면 자살하려는 사람들은 그 순간만큼 가장 쉬운 죽음을 원하기 때문이에요.”

“쉬운 죽음?”

박인훈 아저씨의 질문에 나는 멈췄다.

“말 그대로, 어느 한 행동만 하고 난 이후엔 그대로 저세상으로 갈 수 있는 죽음이요. 물론 여러 이유로 미리 준비하고 자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냥 간단한 준비를 끝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을 택해요.”

“예외인 경우도 있잖아.”

박인훈 씨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하지만, 자살을 시도하려는 자가, 누가 보고 구해줄 수도 있는 창문 바깥으로 나왔다? 정말 이상하지 않아요?”

내 질문에 이수명 씨가 곧바로 반응했다.

“그거야 강하게 자신의 목을 조르고 싶어서-”

“싶었다면 바닥에 앉을 정도로 줄을 길게 했을까요? 그리고 이상하지 않아요? 분명 뛰어내렸는데,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는 게? 아저씨 혹시 이상한 소리를 들었나요?”

정남 아저씨가 내가 한 걸음 다가와 말했다.

“내가 다섯 시까지 깨어 있었는데, 큰 소리는 듣지 못했다.”

“들으셨죠? 그 이후에 뛰어내렸다는 말을 하시려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서 하는 말인데, 목에 줄을 걸고 자살하는 사람이 미쳤다고 추락의 고통까지 겪으려고 할까를 생각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내 말에 몇 사람이 움찔했다.

“결론은 이 자리에...”

나는 천천히 걸으며 사람들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를 때리고 목에 줄을 걸어 죽이고 시체를 자살로 꾸미려고 한 살인범이 있다는 겁니다.”

내 말에 모두 얼굴이 굳어졌고, 무거운 침묵이 우리를 휘감았다.

그 침묵을 깬 건 이번에도 박인훈 씨였다.

“하지만, 아직 잠긴 고리에 대한 수수께끼가 남아있어.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그건 저도 아직 몰라요. 하지만 분명한 건, 이건 타살이라는 거죠.”

“밀실 살인-”

“연예인분들이 많아서 그런가 예상보다 더 짐이 많아서 찍는데 시간이 걸렸네요. 그나저나 이층 분들은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길고양이와 기다란 정글도를 집어 온 그가 두 사람을 추궁하다가 이미 실토했다는 말을 듣고 머쓱한 표정을 짓고는 내게 다가왔다.

“야. 그러면 결과를 보고해야 할 거 아냐.”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저라도 여기 있어야 할 거 아니에요.”

“그건 그렇지만, 그런데 분위기가 왜 이래.”

나는 작게 속삭이며 아저씨에게 전에 있었던 얘길 하자,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랬어. 그냥 감시만 하고 있다가 경찰에게 인계하면 땡인데.”

“만약에 지역 경찰이 오기 전에 범인이 자살이나 도주라도 하면, 아저씨 탓이 되잖아요.”

“내 탓? 왜?”

“용중에서 그렇게 당해놓고 왜라뇨. 이 사건이 타살로 결정 나면 왜 범인을 쉽게 놓아줬냐고 할 텐데, 이 지역에 인맥 하나도 없는 경찰에게 다 뒤집어씌우고 언론에 먹잇감으로 던져주겠죠.”

“나도 빽 있어. 내 형이 경감이야. 이제 곧 승진해. 승진하면-”

“그래서 그들이 제 말대로 할까요? 안 할까요?”

“그야... 하겠지.”

“그러니까, 우리들은 이들에게 욕을 먹더라도 한 곳에다 모아 놓고, 최대한 감시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최고는 그냥 이 자리에서 해결하는 거고요.”

내 말에 아저씨의 눈이 가늘어지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이 사건 결말을 미리 알고 싶어서 그러는 건 아니고?”

“크흠. 절대 아닙니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던데.”

“크흠. 아닙니다.”

“에휴~ 알았으니 이것 좀 봐라.”

아저씨가 카메라를 내게 넘겼다.

“뭐 특이한 점이라도 있었어요?”

“그냥 방 내부랑, 물건 사진 찍었다. 이 층 이백일 호부터 차례대로 찍었으니까, 한번 봐봐.”

“감사합니다.”

“이럴 때만 감사하지.”

“헤헤.”

“그럼 보고 있어라. 나는 저 사람들 추가로 조사해서 미흡했던 내용이나 보완해야겠다.”

“네.”

아저씨가 사람들에게 걸어갔고, 나는 로비 구석 자리에 앉아 카메라를 조작했다.

모두 똑같은 이 인실이라서 그런지, 입구에서 찍은 내부 사진은 같아 보였다.

약간 다른 점이 있다면...

“줄이 살짝 다르네.”

나는 우선 내부를 찍은 사진들만 골라보았다.

줄의 색이나 종류가 다른 건 아니고, 전에 창고에서 봤던 줄과 같았는데, 사 층에 있는 줄은 사백이 호를 제외하고 벽에서 반 정도 늘어졌다면, 삼 층은 삼백삼 호를 제외하고 제일 길게, 이 층은 죽은 자가 있었던 이백삼 호를 제외하고 삼분의 이 지점까지 늘어져 있었다.

불나서 허무하게 방에서 죽는 일은 없이 잘 준비되어 있네.

이제 짐을 찍을 사진들을 볼까?

사백일 호는 포커랑 화투패가 있는 거 보니까 도박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 호는 짐이 많아. 저걸 어떻게 들고 올라오셨지? 여성분인데 힘이 좋으신가?, 삼 호는 콘돔이 있어 원래 이런 건 남자가 준비해야 하는 거 아니었나?, 사 호는 어려워 보이는 책들이 많고. 추리 소설도 있구나.“

의심되는 네 사람의 짐이 찍힌 사진들을 유심히 봤지만, 딱히 무기로 보이는 것들은 없었다.

“우발적. 이었다는 건가.”

이러면 어제 내가 그들이 들어올 때 숫자로 보지 못한 것도 설명이 돼.

혹시 몰라 다른 사람들의 짐 내용물까지 봤고, 역시나 건질만한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으드득.

나는 기지개를 켜며 몸을 뒤로 젖혔고, 나는 내 머리 아래에서 회색으로 빛나는 숫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1


회색... 응?

없던 게 갑자기 생겼잖아.

범인 또는 추가 피해자가 한 명이라는 뜻이고, 사진을 본 내가 이미 그게 누군지 알아냈다는 뜻이잖아.

나는 사진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봤고,

“다 끝났다.”

아저씨가 돌아왔을 때,

“정말로 끝났네요.”

나는 범인이 누군지 알아냈다.


작가의말

다들 맞추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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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ㄴ* +3 19.04.22 1,095 29 12쪽
33 *ㄴ* 19.04.21 1,099 26 13쪽
32 *ㄴ* +4 19.04.20 1,254 32 14쪽
31 *ㄱ* +2 19.04.19 1,232 30 11쪽
30 *ㄱ* +2 19.04.18 1,204 24 14쪽
29 *ㄱ* +1 19.04.17 1,209 24 14쪽
28 *11* 19.04.16 1,199 26 14쪽
27 *11* +2 19.04.15 1,170 26 17쪽
26 *11* 19.04.14 1,201 27 17쪽
25 *11* 19.04.13 1,201 25 18쪽
24 *11* 19.04.13 1,212 24 11쪽
23 *10* +2 19.04.12 1,280 25 11쪽
22 *9* +2 19.04.12 1,332 26 14쪽
21 *9* +4 19.04.11 1,409 25 14쪽
20 *9* +5 19.04.10 1,458 28 10쪽
19 *8* +2 19.04.10 1,459 27 13쪽
18 *8* +3 19.04.09 1,555 32 12쪽
17 *8* 19.04.08 1,556 26 10쪽
16 *7* +3 19.04.07 1,640 40 13쪽
15 *7* +4 19.04.07 1,707 35 16쪽
14 *6* +1 19.04.06 1,686 39 15쪽
13 *6* 19.04.06 1,760 36 15쪽
12 *6* 19.04.05 1,838 40 16쪽
11 *5* +6 19.04.04 1,892 35 14쪽
10 *5* +3 19.04.03 1,940 35 11쪽
9 *5* +4 19.04.03 2,207 31 16쪽
8 *4* +7 19.04.02 2,482 41 12쪽
7 *4* +2 19.04.02 3,037 39 13쪽
6 *3* +6 19.04.01 3,833 48 10쪽
5 *2* +13 19.04.01 4,279 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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