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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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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조회수 :
152,550
추천수 :
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4.10 18:05
조회
1,461
추천
28
글자
10쪽

*9*

DUMMY

19.

*9*

*9*

고맙습니다. 선생님.

*9*

*9*

아방가르드 해산물 카레 볶음이라는 다소 긴 제목의 요리가 내 눈앞에 나타났다.

이 요리를 만들고 제목을 붙인 미수의 반짝이는 눈빛을 피한 나는 조심스레 수저로 요리를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어때?”

그녀의 물음에 나는 답하지 않고 꼼꼼하게 입안의 내용물을 맛보았다.

오징어는 질기고, 조개는 약간 비리네, 양파도 거의 생이고. 그리고 동태 퍽퍽해.

“오징어는 너무 익혔고, 조개는 제대로 안 씻었는지 비려, 양파도 까먹고 나중에 넣었는지 톡 쏘는 맛이 너무 강하고, 동태는... 알도 아닌데 왜 이리 잘게 부서지냐. 새우 하나는 먹을 만해.”

“잔인해!”

“뭐가 잔인해.”

“좀 좋게 말해주면 안 돼?”

“좋게 말해주면 안 고쳐지잖아. 그러면 최소한 똑같이 잘못 조리된 음식을 나나 네가 사랑하는 가족이 먹어야 한다는 뜻인데, 너는 그러고 싶어?”

내 말에 입을 꾹 다문 미수의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긴 생머리에 어깨가 드러난 검은 상의와 청바지를 입은, 임수아 요리 선생님이 다가와 미수의 어깨를 감쌌다.

위로하면 또 이렇게 만들 텐데.

“미수 학생”

“네...”

“내가 말한 대로 평가가 박하죠?”

선생님이 말한 대로? 이건 또 무슨 소리지?

“네...”

“지적을 받아들이는 게 처음에는 쉽지 않은 거 잘 알아요. 특히 기존에 널리 알려진 레시피가 아닌, 한 달 넘게 고민하고 만든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들고 그걸 시식하는 사람들에게서 좋지 않은 반응이 나오면 더더욱 받아들이기 힘들죠. 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새로운 음식을 만들 수 없어요. 그러니 약속대로 이번에는 제 말대로 해보시는 거예요. 아셨죠?”

“네...”

“그럼 자리로 돌아가서 재료 손질부터 내가 말한 대로 해보세요.”

“네.”

그녀가 털레털레 자기 자리로 걸어갔고, 그녀의 등을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선생님이 내게 다가와 상체를 숙였다.

상체를 숙이면서 살짝 검은 상의 앞부분이 벌어졌고, 그 안에 보이는 가슴골에 나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두근. 두근.

“너, 친구 미수 밖에 없지.”

선생님의 말에 살짝 두근거렸던 심장 박동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내 말이 맞구나.”

“그래서요.”

“감정 없이 툭 내뱉는 말투부터 고쳐. 그러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친구들이 네 말 들어주지 않아.”

“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정말? 그러다가 따라도 당하면-”

“선생님 복장이나 어른스럽게 하고 다니세요. 이십 대 대학생도 아니고-”

내 말에 그녀는 허리에 양손을 얹고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내 나이는 스물일곱. 어린 나이에 조리 자격증 전부를 보유하고 식당까지 차려서 대박을 낸 사람이에요.”

“그러다가 선생님들 사이에서 따 당해요. 아니 이미 당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정말 그럴까?”

내게 다시 상체를 숙이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슬쩍 나와 선생님을 지켜보고 있던 이미수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앞으로 돌린 걸 보고 마음속으로 걱정 하나가 피어났다.

서로 각자 떨어진 우리 사이를 연결하는 중심에 미수가 있다.

수지에게 지금 내 모습이 전 된다면...

다음 요리는...

칭찬... 하자.

“수호 학생. 수호!”

“아. 네. 잠시 딴생각 좀 하고 있었어요.”

“딴생각? 혹시 미수 생각?”

“아니요. 저는-

”꺆!“

교실 바깥에서 들려온 여자 비명에 나는 반사적으로 일어나, 문으로 뛰어갔다.

복도에는 여자아이가 창 바깥을 바라보며 벌벌 떨고 있었는데, 나는 아이가 바라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나는 그녀가 바라본 곳을 찾을 수 있었는데, 학교옆 길에서 작은 트럭이 한 대 있었고, 트럭 짐칸에 정체불명의 사체가 하나 있었다.

검은 피와 장기가 사방에 흩어져 있었는데, 보는 나는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끔찍했다.

”음. 닭이네.“

내가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그곳엔 임수아 선생님이 팔짱을 끼고 평온한 얼굴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골격을 보니 토종닭 같아. 벼슬이 있으니까 수탉이고 성기의 크기로 봐선, 팔기 좋을 때 같은데, 아깝게 저걸 해체하고 저기다 놔두다니. 제정신이 아닌 놈이 한 짓 같은데.“

나는 무덤덤하게 말하는 선생님이 제정신이 아닌 거 같은데요.

라는 말을 삼키고 휴대폰을 꺼내려는 데, 이미 선생님이 휴대폰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여기 영동고등...“

나는 다시 닭 시체를 바라보았다.

누군가 까먹고 방치해 놓은 거라면 다행이지만.

임수아 선생님 말대로 제정신이 아닌 놈이 한 짓이라면...

나는 머릿속으로 광기에 젖은 김도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녀석보다 더 미친놈이라면?

당분간 이미수와 함께 하교 해야겠다.

이수지가 꿈을 하나 잃은 것처럼 이미수가 요리사의 꿈을 잃는 건 원치 않으니까.

*9*

*9*

임수아 선생님의 말대로 내가 따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이유는, 나를 제외하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반 아이들을 보면서였다.

”우리 아버지는 혹시 우리 집 개도 훔쳐 간 사람이 이놈이 아닐까 의심하시던데.“

”그러니까 연쇄 살인범일 수 있다는 거지?“

”실종 사건에 이번 일까지 생각하면 그러지 않을까?“

”어머니가 등하굣길 위험하다고 기숙사로 들어가는 방법이 없는지 물어보시더라.“

”나도.“

”나는 옥천에서 여기로 오는데, 아버지가 무조건 자기랑 같이 등하교하자고 하셨어.“

각자 대화 주제는 동일하게 어제 있었던 일이었지만, 중심 내용은 조금씩 달랐고,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앉아 있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미수가 있는 반으로 걸어갔다.

미수는 뭐하고 있지.

슬쩍 그녀가 있는 반 안을 보니, 그녀는 아이들과 환하게 웃으며 대화하고 있었다.

[너 친구 미수밖에 없지.]

”역시 너 따 구나.“

내 심장을 찌르는 임수아 선생님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려왔다.

숫자만 보이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환청도 겹쳐서-

”수호야. 또 딴 생각 중이니?“

갑자기 내 앞에서 어제와 다르게 옅은 화장과 립스틱을 한 임수아 선생님의 얼굴이 나타났다.

”헉.“

”뭘 그리 놀래.“

두 걸음 물러난 나를 보며 웃는 선생님은 어제와 다르게 보는 이가 불편하지 않은 옅은 베이지색 블라우스와 착 달라붙은 스키니 진이 아닌 정장 바지를 입고 있었다.

옷이 중요하긴 하구나.

어제는 놀러 다니는 대학생 같더니, 오늘은 진짜 선생님 같네.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하다.“

고개 숙인 내 머리에 손을 뻗어 헝클어뜨린 선생님이었다.

취소다 취소.

내가 내 머리를 다시 정돈하는 사이, 한 걸음 다가오신 선생님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 생각은 어때?“

”뭐가요?“

”너 나쁜 놈들 잡는 데는 귀신 뺨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미수가 그러더라고. 네가 경찰하면 그 동네 사람들은 안심하고 잘 수 있을 거라고 미수가 칭찬하더라.“

”아무리 그래도 범인이 누군지 어떻게 알아요.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경찰이 아닌 이상 자세한 걸 알 수 없잖아요.“

”하긴 반에서 친구가 없는 네가 그런 걸 알 수 없지.“

”친구가 있어도 그런 건 알 수 없거든요.“

”정말 그럴까?“

수아 선생님이 웃으며 말하는 순간, 그녀의 머리 위로 숫자가 나타났다.


1


회색.

”우리 내기하자.“

”내기요?“

”응. 내기. 나는 문제를 하나 내고, 너는 그 문제를 맞히는 거지. 이기는 사람 소원하나 들어주는 거로 하고. 물론 서로 들어줄 수 있는 거만 가능하고. 어때 할 거야?“

머리 위에 숫자가 뜬 존재를 무시해봤자 좋은 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문제가 먼데요?“

”문제는 간단해. 토종닭을 도둑맞은 사람의 자식은 누구일까요?“

”네?“

”난 분명 말했다. 바이바이.“

”아니. 선생님! 임수아 선생님!“

내가 불러보지만, 이미 선생님은 이미수가 있는 반으로 들어가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토종닭은 도둑맞은 사람의 자식?

자식이라...

딱 봐도 우리 학교 학생이라는 뜻이고, 그걸 아는 제일 간단한 방법은 단 하나였다.

”난 못 해. 안 해.“

일일이 말 거는 것도 곤혹인데, 토종닭 사육하는 집 자식인지 알려면 친해져야 하잖아.

친해져도 어차피 학년 갈리면 아는 척도 안 하는데, 이런 비효율적인 일을 왜 해야 하지?

그리고 세 친구처럼 친해지면 그 아이들도 신경 써야 해서 나만 골치 아파.

하지만...

그러면 임수아 선생님에게 말 걸 이유도 사라지는 거잖아.

”아오...“

답답해.

그냥 전부가 다 미친놈들이었으면 이런 고민도 할 필요 없이, 숫자 보이니까 조심하세요라고 말할 수 있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친해지는 건 포기하고, 물어보기만 하자.

누구 하나는 대답하겠지.

고민하는 사이, 내 발걸음은 나를 다시 내 반으로 돌려보냈다.

드르륵.

안으로 들어온 나를 본 아이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물어봐야 하는데.

[감정 없이 툭 내뱉는 말투부터 고쳐. 그러지 않으면 정작 필요할 때 친구들이 네 말 들어주지 않아.]

수아 선생님의 말을 한 번 믿어보자.

나는 마음을 다잡고,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그러다가 따라도 당하면-]

선생님... 내가졌습니다...


작가의말

털썩...

내가 지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86 별의가가
    작성일
    19.04.10 19:41
    No. 1

    코난, 김전일 급이네요..
    가는데 마다 사건이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9.04.11 14:17
    No. 2

    ㅎㅎ 그렇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탈퇴계정]
    작성일
    19.04.20 16:56
    No. 3

    필력 좋으시네요 오랜만에 글씨 한자 한자 다읽는 소설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저그좋아
    작성일
    19.04.20 23:08
    No. 4

    정말 감사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m******
    작성일
    19.09.09 21:56
    No. 5

    미안하지만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글의 뼈대가 무었인지, 그리고 글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게 무었인지, 그리고 어떤 재미를 주려하는건지, 그냥 엉성해 보이는 우연 그리고 우연한 사건을 통해 주인공이 뭘 해결한다는 이런 줄거리는 아니겠지요? 게다가 겹친데 겹치고 또 겹치는 우연을 차용할 생각은 아니겠지요? 솔직히 쓰면서도 짜증이 나려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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