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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숫자를 본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최근연재일 :
2019.11.19 21:00
연재수 :
1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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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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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11
글자수 :
1,250,240

작성
19.04.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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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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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8쪽

*11*

DUMMY

24.

아니야, 둘 다 아닐 수 있어.

세 가지 경우 모두 다 고려했을 때, 최선의 선택은 뭐지?

“수호야.”

“학생 왜 그래?”

두 사람의 재촉에도 나는 머릿속으로 더 나은 선택지가 없는지 고심했다.

그러다가 한 사람이 내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갔다.

아저씨... 미안.

나는 곧바로 아저씨의 전화번호를 적었다.

“수호야 그건 누구 전화번호야.”

“아는 분 전화번호요.”

“설마 날 못 믿는 거니?”

순간 예라고 대답할 뻔했다.

목까지 올라온 대답을 다시 속으로 삼긴 나는 사장님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사진은 제 핸드폰에 있어요. 전단은 일단 오백장이고요. 돈은 카드 되죠?”

“수호야!”

선생님의 외침에도 나는 사장님만 바라보았다.

“빨리해주세요.”

“저기 선생님 말대로.”

“거기 적힌 전화번호 제가 아는 경찰 아저씨 전화번호에요. 작년 크리마스날에 일가족을 협박 납치한 사람들을 홀로 잡은 경찰이 지금 제가 넘긴 번호 주인공이에요.”

“그렇다면야. 네 말 믿고 만든다.”

“네. 부탁드립니다.”

대답하고 몸을 돌리자, 두 사람 머리 위에 숫자는 보이지 않았다.

역시 내 판단이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두 사람 중 하나는 어쩌면 이번 일에-

“수호 너...”

“죄송해요... 잠시만요. 지금 전화해야 하는 곳이 있어서.”

희미 선생님이 입을 굳게 다문 사이, 나는 휴대폰을 꺼내 오 번을 눌렀다.

-또 왜.-

“죄송해요 아저씨.”

-... 사고 쳤냐?-

“대형사고요.”

-...뭔데.-

“아저씨 전화번호로 현수막 걸었어요.”

-...응? 다시 말해 줄래? 뭘 걸어?-

“현수막 제보 전화번호에 아저씨 휴대폰 전화 번호 적었다고요.”

-야! 이! 후... 그곳 경찰서도 있잖아. 왜 그런 거야.-

“경찰에서 저보고 꺼지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리고 경찰 중에 아저씨 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서요.”

-내가 믿음직스럽긴 하지. 그래도 그곳 학교나 보호자분들 있잖아.-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혹시 모를 협박 전화가 올 수 있고, 다른 업무 처리하려면 전화 없이는 불가능하잖아요.”

-나도 업무 전화 오거든.-

나는 지금은 덜하지만 경찰서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번에 같이 돌아다닐 때 전화 한 통화도 없었잖아요.”

-그건! 그날따라 유독 없었던 거야.-

“이미 현수막 뽑히고 있으니까, 조금만 고생해 주세요.”

-보호자분 허락은 받았고?-

“문자로 받았어요. 사진까지 같이 보내 줬는걸요.”

-하긴 가장 기본적인 걸 안 했을 네가 아니지. 너 나중에 나 맛난 거 사줘야 한다.-

“알았어요. 호텔 뷔페 데려다 드릴게요.”

-거긴... 됐고. 김밥집이나 갈 때 사줘. 야 나 지금 들어가 봐야 하거든-

“네. 수고하세요.”

-어.-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얼굴이 굳은 선생님에게 고개를 깊게 숙였다.

“제멋대로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번 일은 절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 됐다. 신뢰를 못 준 내 문제지 네가 문제겠니.”

“죄송합니다.”

“바깥에서 기다릴 테니까, 다 되면 들고 와.”

“네...”

딸랑.

선생님이 나가고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식료품 아저씨가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수호 학생이 이번에 너무 심했어.”

“알고 있습니다.”

“일단-”

이때 뒤에서 사장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아이 사진 준다면서.”

“네! 메일로 드려야 하나요?”

“저기 컴퓨터에 사진 올려주면 내가 알아서 사진 넣어주마.”

“감사합니다.”

컴퓨터로 걸어갔다.

*11*

*11*

현수막이 도로가에 걸리고 전단을 영동군 곳곳에 붙었다.

“안녕히 가세요.”

부우웅.

나는 픽업트럭이 멀어지는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밤늦게까지 차를 몰아주며 같이 이동해준 나희미 선생님의 얼굴은 조금 전까지 굳어져 있었다.

“하아...”

분명 내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을 텐데도,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고 같이 움직여준 선생님에게 너무 죄송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내 머릿속엔 의심이 휘젓고 있었다.


선생님도 범행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담임이라는 위치는 그 누구보다 학생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지금은 어디 있는지 알기 좋은 자리이다.

그 누구보다 아이들 주소를 잘 아는 사람이 바로 나희미 선생님이다. 그리고 최근 벌어진 도둑이나, 여대생 납치 사건도 픽업트럭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이건 식료품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탑 트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축 도둑을 한 후 운반도 쉽다.

단지, 아저씨가 인상이 좋아 보여도, 아는 사람들이나 좋아 보이는 거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처음엔 겁먹을 만한 인상이시다.

그리고 밤늦게 육십 부근인 아저씨가 젊은 여자를 태우고 가는 것 자체도 동네 사람들에게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데려다 주겠다고 하신 적도 단 한 번도 없으신 분이셨다.

내 머릿속에서 왔다 갔다 하던 무게의 추는 나희미 선생님에게 기울었다.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만약을 대비해 다음부터는 유인준 선생님과 같이 다녀야겠어.

유인준 선생님은 선애가 실종된 날 나와 함께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셨고, 체육관에서 대련도 해주셨기 때문에 확실하게 믿을 사람 분이다.

무엇보다 내 돌발적인 행동을 가장 잘 이해해주시는 분이기도 하셨다.

휘이잉.

춥다.

이제 내일이면 십이월달이 되어서 그런가, 뼈까지 시릴 정도로 매서운 바람이 내 얼굴과 목을 베고 지나갔다.

“으... 들어가자.”

나는 옷깃을 여미며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우웅.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이신후 아저씨-

“벌써?”

나는 곧바로 휴대폰을 펴서 귀에 가져대 댔다.

“네. 아저씨.”

-연락 왔어! 연락처랑 주소 받았고, 지금 내가 문자 보낼 테니까. 그거 가지고 어른이랑 같이 가.-

“알겠어요. 끊어요.”

-바로 보낸다.-

“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내게 문자가 왔다.

-영동군... 010 ... 밤에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하셨다.-

민지네 근처에서 사시는 분이네.

인준 선생님에게 전화하자.

선생님 기숙사에서 사시는 분이기도 하고, 내가 제일 믿는 선생님이기에 나는 곧바로 휴대폰의 육 번을 눌렀다.

-여보세요.-

유인준 선생님이 자고 있었는지 죽어 들어간 목소리를 들었다.

설마...

“선생님 술 마셨어요?”

-수호구나. 흐헤헤 그래 선애 못 지켜서 속상한 마음에 한잔했다.-

“으...”

머리에 두통이 느껴져서 왼손으로 관자놀이를 주물렀다.

이러면 아저씨 차는 불가능 해.

“알았어요. 푹 쉬시고 내일 봬요.”

-그러지 말고, 내 기숙사로 와서-

툭.

전화를 끊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희미 선생님?

절대 안 돼. 최소한 그날 알리바이라도 없으면 목격자 진술을 듣는 것조차 위험 해.

임수아 선생님?

내일 주말에 체인점 열린다고 미수랑 같이 서울 갔지.

가만, 미수 아버지가 경찰이시잖아.

전에 조용히 넘어간 거에 대한 마음에 빚이 있다면, 거절하지 않으실 거야.

나는 사 번을 기게 눌렀다.

-여보세요?-

“수아 선생님이 받으시네요.”

전에 내가 나간 대회 이후로는 제대로 대화는 해보지도 않았고, 인사만 주고받아서 그런가, 어색하셨는지 잠시 말이 없던 선생님이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늦은 밤에 무슨 일이니.-

“미수 아버지 전화번호 좀 받을 수 없을까 해서요.”

-왜? 혹시 범죄라도 연루 된 거야?-

“그게 아니라...”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선생님이 미수가 씻고 나오는 즉시 바로 전화번호를 보내도록 하겠다는 답을 들었다.

다시 기다림의 시간이 흘렀다.

우웅

-미수-

-010...-

전화번호만 적힌 문자를 본 나는,

-고맙다.-

답장을 보내고선, 문자에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굵직한 남성 목소리에 나는 바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 박수호라고 합니다.”

내 말에 수아 선생님처럼 말이 없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 번호는 어떻게 안 거냐.-

“미수에게 알려달라고 했어요.”

-그래... 혹시-

“전에 일은 묻어두기로 하죠. 대신 부탁이 있습니다.”

-뭐지.-

“우리 학교 여자애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은 들어서 알고 계시죠?”

“그래.”

“그래서...”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 이야기를 다 들은 그는 바로 답했다.

-알았다. 어차피 딸애 대회라 내일 비번이니까. 지금 바로 가마.-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바로 끊은 그였다.

그리고 잠시 뒤.

부웅.

검은색의 국산 승용차를 타고 온 미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다.

여전히 건장한 체격에 검은 점퍼와 검은 바지를 입고 있어서 그런가 약간의 위압감이 느껴졌다.

이국혼.

6.25 참전 용사이신 미수 할아버지가 직접 지어주셨다는 이름이, 바로 미수 아버지 성함이다.

나는 아저씨의 손짓에 차를 탔고, 타자마자 아저씨가 말했다.

“경찰에도 연락했다.”

“그래요?”

“별로 놀라지 않는구나.”

“전화번호, 주소에 내용까지 보내 달라는 말에 눈치챘죠.”

“이번에도 혹시 네 공을 가로채지 않을까-”

“선애 아버지가 요청하신 거였어요. 그깟 표창장보다는 선애부터 찾는 게 중요해요.”

“네가... 나보다 훨씬 더 어른이구나.”

“그래봤자, 저는 아저씨 좋게 안 봐요.”

“그래...”

“경찰에 얘기하셨는데, 왜 저를 데리러 오신 거죠? 그냥 가셔도 되잖아요.”

“연락해보니, 전화 받으신 분이 네 이름을 댔다더라, 마침 너를 아는 분이셨다. 너랑 작년에 같은 반 친구 아버지라면서, 너하고만 얘기하겠다고 하셨다.”

“그냥 경찰에게 말씀하시지...”

“예전에... 도둑으로 몰린 적이 있으셨다. 아마 작년에 수지와 관련된 일을 들으시고는 네게만 말하겠다고 하신 모양이야.”

“그렇군요.”

다시 우리 둘의 이야기는 끊어졌다.

어차피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몇 분 지나지 않아 주소에 적힌 곳에 도착했다.

민지네와는 다르게 콘크리트 벽돌로 담장이 쳐졌고, 집고 콘크리트로 마감된 회색 벽 집이었는데,

“계십니까.”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염소수염을 하신 오십 대 남성 한 분이 두꺼운 점퍼에 하트 무늬 잠옷 바지를 입고 나오셨다.

“네가 수호구나. 나, 명환이 아버지다.”

명환이라면 새치가 유독 많았던 범생이 녀석이잖아.

“안녕하세요. 명환이는 서울로 전학 갔다고 해서 여기 계신 줄은 몰랐어요.”

내 말에 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맺혔다.

“자식이 서울대 가고 싶다는 데 어쩌겠어. 어미랑 자식 보내고, 내가 여기서 기러기 아빠 노릇하고 있다.”

“고생 많으시겠습니다.”

“아참, 미수 아버님도 오셨는데, 저기 안으로 들어가서 얘기라도-”

“그게, 사안이 급해서, 우선 진술을 들으려고 왔습니다.”

“아. 그렇지. 어. 내가 본 건, 우리 딸애가 뜀박질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해서 대전 고모 집에 묶게 하고 있는디. 우리 아가가...”

지루했지만 자세하게 설명하신 아저씨의 진술을 나는 머릿속으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선애와 딸애가 아는 사이 – 딸을 데리러 오기 위해 기다리다가, 딸과 선애를 봄 – 뒤에 짐이 가득 차서 태울 공간이 부족해 같이 타자는 말을 못 함 – 선애가 쭉 앞으로 걸어가다가.


“뭐지? 택배차? 짐차? 아 뭐더라. 갑자기 생각 안 나네.”

택배? 짐? 그런 거면.., 아!

“탑차요?”

“그래 작은 탑차! 냉방기도 달려 있었던 거로 기억혀. 그리고 내 차랑 똑같은 무늬가 박혀 있었어.”

아저씨의 말에 나의 시선이 담벼락 옆에 세워진 작은 승용차로 향했다.

국산이다.

“번호는 못 보셨습니까?”

“어두워서 번호는 못 봤고, 차는 흰색에 번호판 색이 노란 것까지는 확인했지.”

“어디로 가는 건 못 보셨나요?”

내 물음에 눈동자를 위로 올려서 생각하시던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휘저었다.

“내 딸이 머리띠를 떨어뜨리면서 중간에 멈췄는데, 다시 출발할 때 보니 그 탑차가 우릴 지나고 있더라고.”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그야, 우리 딸애가 눈이 엄청 좋아서, 한눈에 어? 선애 언니라고 했으니까 알지. 아까 현수막 보고 그 생각이 나서 전화로 물어보니까, 잠자고 있는지 창가에 얼굴을 대고 있어서 봤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그 차는 어디로...”

“아. 내 정신 좀 봐. 그 차가 어디로 갔냐면. 이쪽이었어.”

“이쪽이요?”

“응. 이곳으로 갔다. 군청 오거리에서 그 차가 빠르게 우회전하더라니까.”

“정리하자면 군청 오거리 들르기 전에 아버님이 잠시 멈췄고, 그차가 앞질러서 이곳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겁니까?”

내 질문에 아저씨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렇지. 내가 살짝 밤눈이 어둡긴 해도 움직이는 방향만큼은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

“감사합니다. 저기 내일이나 모레 시간이 여유가 되시면 경찰서에 오셔서 진술서 좀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술서라... 음...”

아저씨가 고민하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수호가 그곳에 있으면 가겠습니다.”

그의 말에 나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저씨가 원하는 대로 저도 나갈게요.”

“우리 명환이 말대로 성격도 시원시원하구만. 진술 뭐? 아무튼 그거 쓰고 나서 내가 밥 한 끼 사주마.”

“네.”

“그럼 내일이나 모레 뵙겠습니다.”

“예. 미수 아버님도 수고 많으십니다. 수호도 고생 많고.”

“안녕히 계세요.”

“조심혀서 가.”

아저씨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 두 사람은 차에 탔다.

“경찰서에 연락부터 하마.”

“예.”

“여보세요. 어. 이 형사. 지금 명환이 아버님에게 들었어. 어. 하얀 탑차인데, 국산이고. 작고, 냉방기 달려있었다고 하셨어. 선애 얼굴 확인까지 했고. 그 차가 십구번 국도 옆 지름길 있잖아. 어, 포도밭 있는 곳 맞아. 그곳을 지나갔어. 그래서...”

아저씨가 말하는 사이, 나는 무언가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아 답답한 상태였다.

그리고 무언가 살짝 기억날 때.

부우웅.

전화를 마쳤는지 아저씨가 시동을 걸면서 머릿속 탐험은 아무런 소용없이 끝났다.

“기숙사에 바래다주마. 내일 주말에 혹시 약속-”

“이제 곧 기말고사라서 없어요. 내일 부르셔도 돼요.”

“알았다. 그런데 현수막에 적힌 전화번호 주인은 누구냐.”

“아는 분이요.”

“아는 분? 혹시 이 동네 사람이면-”

“걱정하지마세요. 서울에 사시고 직업도 아저씨랑 같은 경찰이요.”

“아... 그래? 그러면 믿을 수 있겠구나. 그건 잘했다.”

“의외네요. 아저씨라면 왜 영동경찰서 번호로 적지 않았냐고 하실 줄 알았는데요.”

“솔직히 이곳 주민 전부가 의심스럽다.”

“전부요?”

“그래.”

전부면 자기 동료들까지 의심스럽다는 뜻이잖아?

도대체 왜-

때마침 지나간 가로등 불빛이 훑고 지나간 아저씨의 얼굴은 굳어있었다.

“나는 이번 사건이, 이 근방에서 벌어졌던 도난 사건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째서요?”

“탑차.”

아저씨가 내뱉은 단어에 내 머릿속이 다시 간질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생각을 이어갈 수 없었다.

“외곽 돼지 도난 사건 때 밤에 하얀 탑차를 목격했다는 진술이 있었다. 그리고 그건 최근에 보은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무주에서도 어제 물어보니까 목격자는 없었지만 도난 사건이 여러 차례 있었다고 들었다. 아까 십구번 국도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확신했다. 같은 놈이라고.”

“그냥 동시에 벌어진 사건은-”

“절대 아니야. 내가 어린 놈 공을 빼앗는 쓰레기 경찰이라지만, 내 감은 절대 틀린 적이 없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냐.”

저는 감이 아니라 숫자입니다.

“뭐... 그렇죠.”

“머리 좋고 공부 잘하는 녀석들은 죽어도 모르는 그 감, 그 감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경찰에 많아야 좋은데... 너 체육선생 진짜 할 거냐?”

“제 꿈이니까요.”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죄송하지만, 거짓말 했어요. 제 꿈은 아니에요. 단지 숫자 볼 일이 거의 없는 평범한 삶, 그중에 제가 잘할 수 있는 체육선생이 되고 싶은 것뿐이에요.

“지금까지 잡히지 않고 돌아다니는 도둑놈이 이곳 주민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조심하고 있다. 선애 실종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는 게 나중에 확인되면, 십구번 국도에서 사라진 여대생 사건으로 번지겠지.”

“동네 소문처럼 연쇄살인범의 소행으로 보시는 건가요?”

“단정 짓는 것만큼 경찰에게 위험한 건 없지만... 현재까지 내 생각은 그렇다.”

“아저씨 말대로라면, 정말 오랫동안 범행이 진행된 거네요.”

“그렇겠지. 도착했구나.”

얘기하는 사이, 고등학교 정문이 눈앞에 들어왔다.

문이 안 닫혔네. 선생님이라도 남아 있는 건가?

우리 두 사람을 태운 차가 정문 안으로 들어왔다.

“차가 있구나.”

난 눈앞에 익숙한 차를 발견한다.

픽업트럭이잖아.

그리고 그 옆에 기대어 있는 나희미 선생님을 발견했다.

“누구냐?”

“저희 반 담임선생님이에요.”

“그래? 일단 내리자.”

“네.”

나와 아저씨가 내리자, 나희미 선생님이 내게 다가와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협박 전화가 왔어.”


작가의말

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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