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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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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4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13 10:00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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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65. 왕좌의 게임 - 2

DUMMY

“모두에게 미우가 여왕이 되도록 널리 알리는 거지! 어때? 정말 대단한 아이디어 아니야?! 안 그래?”


순간, 어흥선생와 현과장의 얼굴을 감도는 싸늘한 기운.

멍청함에도 수준이 있고. 당당함에도 정도가 있다.

무슨 똥 같은 소리를 저리 당당하게 하는 걸까.


“그건 당연한 거다냥. 미우도 아마 그렇게 작전을 펼칠 거다냥.”

“제정신이야? 내 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방법을 미우 따위의 꼬맹이라 따라한다고? 누구야? 누가 알려 준 거야? 어흥선생이야 현과장이야?”


갓패치는 두 눈동자에 분노를 머금은 채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 인간, 정말 진심이다. 자신의 생각에 진심이고. 또 자신의 멍청함에 진심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었지. 세상 무서운 게 있다면, 멍청한 자가 신념을 갖는 거라고.

지금이 딱 그 상황이었다.


“아니, 둘 다 왕이 되기 싫어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제정신이야? 왜 그게 당연한 건데? 난 인정할 수 없어! 내 생각을 빼앗아 가다니! 내가 머리를 굴려 겨우 생각해낸 이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만. 멍청한 자의 생각은 이쯤에서 그만 듣기로 하고, 이제부터 진짜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갓패치의 이런저런 헛소리로부터 사뿐히 귀를 닫은 어흥선생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텃밭에 자란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 갓패치와 미우의 왕권 싸움에 영 관심이 없는 듯한 어흥선생. 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건 인간들의 권력싸움이 아니었다.


“아니, 제정신이야? 내 말을 안 들어?”

“들을 필요 없다냥. 관심없다냥.”


어흥선생은 여전히 잡초만을 뽑았다. 그런 바로 그때,


“내가 왕이 되면, 숲 주인, 늪 주인, 시간 똥개 모두 추방이야. 그렇게 알아.”


그를 향해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꺼내드는 갓패치. 머리는 약간 모자라지만, 어흥선생의 약점 정도는 완벽히 파악하고 있는 그였다.


“그, 그건 너무하다냥! 그런 게 어디있냥?!”

“어디 있긴. 여기 있지. 왜? 그럼 네가 왕 할래?”


갓패치의 눈빛에 광기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진심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이다.

눈앞의 미친 왕권도전자는 자신의 목적을 위해선 그 어떠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을 그런 인간이니까.


“내가 돕겠다냥! 내가 확실하게 미우를 왕좌에 앉히겠다냥!”

“좋아! 그럼 현과장.”


이번에 타겟이 된 것은 바로 현과장.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던 현과장이였기에, 그는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담담하게 갓패치를 바라보았다.


“난 왜?”


그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조차 실리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특별히 현과장에게는 신급 아이템이 있는 곳을 알려 줄 수도 있는데.”


신급 아이템이라는 소리에, 두 눈이 뒤집어진 현과장. 그는 갓패치의 손을 덥석 잡고서 기대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맡겨만 주십시오! 미래의 패배자님!”


패배자란 말에 조금 거북감이 든 갓패치였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번엔 패배가 곧 승리였으니까.


“그래, 그럼 우리가 이렇게 마음을 다 잡았으니, 끝내주는 방법을 떠올려 보자고!”


갓패치는 텃밭 중앙에서 우렁차게 외쳤다. 사방으로 펴져나가는 그의 목소리. 이렇게 자신만만한 그였지만, 이 순간까지도 전혀 눈치 채지 못 하고 있는 한 가지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누군가, 아니 누군가들의 시선이 줄곧 텃받의 세 사람을 응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


“저쪽도 뭔가 대책이 나온 것 같습니다만.”

“그럴까나. 하긴 저쪽에 어흥선생이 있으니 이미 나와도 이상할 게 없다랄까나.”


창밖의 세 사람을 보고 있던 미우와 채야는 풀이 죽은 채로 털썩 주저앉았다.


“왜 그렇게 다운 되어 있어요? 뭐가 문제에요? Say so...”

“그만. 그 이상 말하면 안 된다랄까나. 그 이상은 위험하다랄까나.”


타이밍 좋게 우유나의 입을 막은 채야. 덕분에 원더랜드 밖에서 일어날 대참사가 미연에 방지 되었다. 고마워, 채야.


“그러니까. 왜 그렇게 축 쳐져 있냐고요. 우리도 머리를 써야죠.”

“머리쓰는 일은 언제나 어흥선생이 다 했다랄까나.”


채야의 풀 죽은 목소리에, 우유나는 양팔을 걷어붙이며 그녀들의 앞에 당당하게 다가갔다.


“나, 우유나 마샤! 5급 용자 겸, 건달 파일럿 겸, 바로 킹메이커입니다!”


킹메이커라는 말에 동공이 커진 채야와 미우. 그 흔들리는 눈빛이 각각의 서로를 향해 다가갔다.


“킹메이커가 뭘까나?”

“나도 모릅니다만.”


서로를 바라본 채로, 고개를 기울이는 채야와 미우. 그러자, 우유나가 직접 자신의 위업을 입 밖으로 꺼내놓았다.


“서열 3위인 내 언니, 무리나 마샤를 여왕으로 만든 사람이 누구? 바로 나, 우유나 마샤! 정보 조작과 여러 비열한 공작활동으로 몇몇 사회에서 묻어버렸지요, 후후후.”


그녀의 눈빛에 감도는 차분한 광기. 평소 같았으면 무시하고 멀리할 그녀들이었지만, 오늘만큼은 아니었다. 저 광기가 이토록 기대가 되고 반가울 수가. 이제야 본인들에게도 미래가 보이는 듯 했다. 승산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럼 뭐부터 할까나?”


자신감이 붙은 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채야. 하지만, 우유나는 그런 그녀를 살며시 말렸다.


“채야 주인님, 아직 이릅니다. 움직이기에는 아직 일러요.”


눈빛 속 광기 위에 차분함이 살며시 내려앉았다. 그녀는 결코 채야가 못 미더워서가 아니었다. 그랬다면 애당초 이 파티에 합류하질 않았을 테니까.


“우리가 펼칠 것은 정보 전쟁. 우선, 저쪽이 뭘 들고 있는 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만 지켜보도록 하죠.”


우유나의 말에, 살며시 고개를 끄덕이는 채야.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기세가 꺾인 듯한 그녀였지만, 이어지는 우유나의 말은 풀 죽은 그녀를 다시 생생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쪽은 이런 일에 저만큼 빠삭하지 않을 테니, 이번 전쟁은 우리가 이긴 거나 다름이 없습니다, 후후후.”


***


그렇게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된 선거 전쟁.

갓패치의 팀과 미우의 팀은 장소를 불문하고 맹렬하게 서로를 띄우기 시작했다.


“미우만이 원더랜드를 이끌 자격이 있다냥!”

“미우를 여왕으로!”

“제정신이야? 응! 제정신이야! 미우를 여왕으로!”


성밖마을을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미우를 향한 표심을 얻기 바쁜 갓패치 팀.

이에 반면, 미우 팀은 물밑 작전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갓패치가 다시 왕이 되면, 나라가 얼마나 행복할까나? 호떡이 줄줄줄 흐른다랄까나.”

“미우는 남자친구가 1000명이 넘는다네요!”

“미우는 무능합니다만. 정말 무능합니다만.”


자신의 입으로 자신이 무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해괴망측하고 말이 안 되는 정보를 흘리는 미우 팀. 그러나, 형편없는 거짓말에도 불구하고, 이런 충격적인 가십은 쉽게 그리고 쉽게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갓패치와 미우의 열정적인 활동에 힘입어, 온 원더랜드의 시선을 집중받게 된 선거 전쟁. 이런 거대한 시대의 움직임에, 원더랜드의 방송이 가만히 앉아서 보고만 있을 리 없었다.


“네! 나마래 아나운서입니다. 저는 지금 제 1회 국왕 선거의 중간 점검 차 성밖마을의 중앙 분구 광장에 나와 있습니다.”


제일 먼저 선거를 방송한 건, 성밖마을 방송국인 성밖TV. 그들은 간판 아나운서인 나마래를 앞세워 여론조사에 나와 있었다.


“그런 지나가는 행인분들을 모시고 몇 가지 말씀을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기자들이 하는 슴슴한 멘트와 함께, 광장의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나마래. 그런데, 그녀의 움직임이 조금 남달라 보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을 다 무시한 채, 구석에 앉아있는 나이든 남자를 향해 걸음을 멈추지 않는 나마래. 설마, 혹시?


“그럼 말씀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의사도 묻지 않고, 그대로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마치, 섭외가 되어있는 사람처럼.


“이번 선거, 어느 분이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당연히, 미우 여왕이지. 미우 여왕만이 살길이야, 살길.”


남자는 반사적으로 미우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런데, 잠깐. 이 어르신, 이상하게도 낯이 많이 익었다. 콕 집어서 어느 부분이 어떻게 낯이 익은 지 말할 수 없지만, 단 하나를 꼽는다면, 그가 입고 있는 빨간 트레이닝복 바지랄까.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 분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달랑 한 번만 물어보고 다른 곳을 자리를 옮기는 나마래.

이거 느낌이 싸한데.


“이번엔 여기 계시는 잘생긴 분을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에 나마래가 인터뷰를 진행하는 사람은... 하얀 정장의 어흥선생? 고양이귀머리띠를 벗어놓은 어흥선생 본인이었다.


“그럼 어르신, 아니 유권자님. 어느 분을 지지하시나요?”

“모든 사람과 마찬가지로, 미우를 지지한다. 그대도 그렇지 않은가?”


어흥선생의 말에, 대답대신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나마래. 그녀의 눈동자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오는 듯 했다.

대놓고 자기 자신을 드러낸 어흥선생을 뒤로하지 못한 채, 나마래는 그 자리에 서서 그냥 그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방송이 펑크가 나건 말건 상관없이.


“그대는 다음 인터뷰가 있지 않은가?”

“저는 괜찮습니다.”


물론 그녀는 괜찮겠지만, 어흥선생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데리고 분수 앞에 서 있는 키 큰 여성 앞으로 걸어간 어흥선생. 끌려가는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남. 아니 여자다.”


치근덕거리는 나마래를 그 자리에 던지듯이 내버려 둔 채, 자리를 떠나는 어흥선생. 그가 저만치 멀어져도 그녀의 시선은 어흥선생의 뒷모습만을 향할 뿐이었다.


“제정신이야? 인터뷰 안 할 거야?”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온 걸걸한 목소리. 창백한 피부의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나마래를 째려보았다.

이런 그를, 아니 그녀를 한 단어포 표헌하자면, 여성스럽지 않았다.

여성스럽다는 단어에 여러 안 좋은 댓글들이 달릴 게 뻔하지만. 이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정말 여성스럽지 않았다. 왜? 여자가 아니니까.

아, 여성스럽지 않다는 말 보다, 여자스럽지 않다는 말이 더 어울릴려나.

어쨌든, 그 남자 같은 여자인 것만 같은 남자 아닌 여자는, 강렬한 눈빛으로 나마래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 빠르게 질문하겠습니다. 어느 분을 지지하십니까?”

“제정신이야, 아니, 제정신이세요? 당연히 미우지요. 그 꼬맹이가 원더랜드를 다스리고부터 참 많이 좋아졌답니다~”


말투 가득히 느껴지는 갓패치의 향기.

이 변장쟁이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이쯤에서 인터뷰를 마쳐야만 했다. 마쳤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럼, 다른 분들도 한번 만나 보겠습니다.”

“잠깐, 무슨 소리야? 우리로 인터뷰는 끝이잖아? 그렇게 계약했잖아!”


남자 같은 그 여성은, 나마래를 향해 다시금 두 눈을 부라렸다. 그러자, 상의를 살며시 벗는 나마래. 갓패치는 그녀가 입고 있는 티셔츠를 직시하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어흥선생의 광팬인 그녀가 이런 선택을 하다니.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제정신이야...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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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왕좌의 게임 - 1 23.08.12 26 4 11쪽
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4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1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4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8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5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2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8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4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3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3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6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8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1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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