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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0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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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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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58. <장편> 죄의 탑 - 13

DUMMY

“하여튼 지능이 낮은 인간들이란.”


미소를 뚫고 흘러나온 그의 독설은 다시금 레스의 멘탈을 산산이 부수기 시작했다.

이제는 하다못해 지능이 낮다는 말까지 듣게 된 레스. 그가 현시점에서 할 수 있는 대응은 그저 윽박을 지르는 일 뿐이었다.


“할 말이 없으면 없다고 말할 것이지!”

“할 말이 왜 없어? 너 그냥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낫겠다. 그래야 저능아인 거 안 들키지.”

“뭐라고? 감히!”


현과장의 도발에 완전히 말려 들어가 버린 레스. 그의 분노 때문일까. 주변에 있던 수 많은 동물들이 현과장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과장의 몸을 둘러싼 은빛 화염에 닿자마자 화르르 타버리는 동물들. 단 한 마리의 예외도 없었다.


“웃기지도 않네. 우리 키토님과 리코님은 이렇게 약하지 않는데.”

“고작 토끼와 용 따위가 강해봤자...”

[퍼억!]


바로 그 순간, 레스의 안면을 강타하는 키토의 정권. 붉은 군복 위로 빛나는 그의 금빛 눈동자가 여실히 말해주고 있었다. 숲 주인의 등장을.

키토의 정권을 맞은 레스는 그대로 벽까지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런 바로 그때,


[퍼억!]


레스가 날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꼬리로 냅다 후려갈기는 리코. 그의 꼬리에 맞은 레스는 다시금 현과장의 앞에 모습을 나타내고야 말았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늪 주인의 의지로 인해.


“아니, 손님 두고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 예의 없이. 그러니까 저능아라는 소리를 듣는 거야. 알겠어?”


단 두 방에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레스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토끼와 새끼용이 이렇게 대단한 존재일 줄이야. 현과장이 몸에 두른 화염이 문제가 아니었다. 진정한 문제는 군복 차림의 두 동물이었지.


“도대체.. 어떤 실험을...”

“어이쿠! 이놈이 미친 소리를 하네! 난 동물 실험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리코님! 키토...”

[퍽! 퍽! 퍽! 퍽!]


현과장이 부탁을 하기 전에, 이미 두들겨 패고 있는 두 귀염둥이. 2층과 3층에서 만난 여우들을 위한 진한 복수였다. 이런 살벌한 풍경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는 한 존재, 바로 루프. 그의 눈동자에 피어났던 작은 두려움이, 이제는 나할 나위 없이 거대한 공포로 바뀌어 갔다. 저런 존재들을 머리에 얹고 등에 싣고 달렸다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였다.


“루프 씨, 괜찮아. 괜찮아. 리코님과 키토님 그렇게 안 무서운 분들이야.”


루프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는 현과장. 그러자, 현과장의 몸에서 따뜻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의 등 뒤로 따스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낀 리코와 키토. 둘은 그 기운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너무나 잘 알았다. 그래, 「신의 방패」가 켜졌으니 이제 그만 때리라는 소리다.

현과장의 무언의 부탁에, 물리력 행사를 멈춘 키토와 리코. 그들은 곧바로 루프에게로 달려가 머리와 몸통에 올라탔다. 흡사 늑대에 올라탄 개선장군 같은 느낌의 두 귀염둥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 모습에, 현과장은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크! 어디 누구 집 자제분들인지 몰라도 빛이 난다, 빛이나!”

“누구긴 누구야... 네 놈 애완동물...”

“어허, 잡것이 살려 줬더니 입을 터네. 더 맞을래? 시간이 멈췄으니 이제 안 죽는다고 생각했지? 아니던데? 절대 아니던데?”


현과장의 말에 레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럴 리 없었다. 결코 그럴 리 없었다. 자신들의 영생을 위해 만든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 그러나, 이어지는 현과장의 이야기는 그를 더욱 공포로 몰아넣고야 말았다.


“그 거 있잖아. 영생. 그거 저주더라. 그치?”

“그걸 어떻게?”


레스의 얼굴에 가득한 두려움. 도대체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일까.


“죽지 말아야 할 존재들이 불에 타더라고. 내가 곁을 지나치자.”


현과장은 천천히 레스를 향해 다가갔다. 현과장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더욱 강렬하게 느껴지는 따스함. 레스는 이 기운이 단순한 기운이 아니란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저리가! 꺼져! 나한테 오지 마!”

“너네, 실패한 거지? 영생을 얻는 건?”


몸서리치며 현과장으로부터 도망치는 레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도망치게 놔둘 현과장이 아니었다. 엉금엉금 기어가는 레스의 뒤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따라가는 현과장. 누가 보면 현과장이 악당인줄 알겠다. 아, 현과장은 대악당이지. 뭐, 자칭 대악당이긴 하지만.


“리코님, 키토님. 손님이 도망치시네~”

“자, 잠깐! 대답하면 되잖아! 대답하면!”


현과장은 이런 레스의 태도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아픈 건 용납 못 하는 인간이, 다른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또 그 많은 동물들을 실험에 이용했다니.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 때문에 도저히 감정을 다스릴 수 없을 정도였다.


[탁!]


바로 그때, 현과장의 머리 위로 올라온 키토. 리코 역시 현과장의 가슴팍으로 날아왔다. 그들 역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현과장에게 달려온 그들의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결코 현과장의 몸에서 떠나지 않는 리코와 키토. 마치 참으라는 것만 같은 그 모습에, 현과장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래, 지금은 아니다. 지금이 그 때는 아니다. 분노를 전부 놓아줄 때는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니, 지금은 참고 넘기자. 비록 가슴이 뭉개지는 것만 같아도.


“대답해.”

“실패했어! 실패했다고! 겨우 세상의 시간만 멈출 수 있었을 정도라고!”

“그래서... 실험한 거야?”


현과장의 물음에 대답을 회피한 채, 시선마저 돌려버린 레스.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그 모습에 현과장은 다시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대답해라. 확 다 태워버리기 전에!”

“그, 그래! 그래서 했다! 영생의 비밀인 모든 생명 안에 있다고 그랬으니까.”

“누가? 누가 그런 말을 한 거지?”

“시간의 생명, 시간의 생명이...”


현과장의 가슴속에 가득 차 있던 분노가, 이제는 점차 당혹스러움으로 바뀌어 갔다. 시간의 생명이라니. 그건 능력이 아니던가? 현과장 자신이 갓패치의 꼬임에 빠져 몸에 받아들인 능력이.


“거짓말하지 마! 그건 그냥 능력이잖아!”

“시간과 능력을 관장하는 신이라고! 거짓말이 아니야! 거짓말이!”


들킨 거야? 내 정체를? 이거 너무 쉽게 들킨 거 아니야? 아, 이러면 내가 또 직접 나서야 하나? ...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과장도 바보는 아니다. 가끔 나사가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어이, 저능아. 생각나는 대로 그냥 막 떠든다고 진실이 되는 게 아니야. 내가 시간의 생명을 얻었는데 무슨 개 잡소리를 지껄여?”


그런데 개 잡소리라는 말에, 울상이 된 건 다름 아닌 루프. 그 모습에 현과장은 아차 싶었다.


“루프 씨, 이 ‘개’는 멍멍이가 아니고, 부사로 쓰는 개. ‘매우 많이’ 라는 뜻의 ‘개’.”


현과장의 열띤 변명에도 전혀 풀리지 않는 루프의 기분. 리코와 키토도 덩달아 현과장에게 비난의 눈빛을 보냈다.


“아니, 키토님, 리코님! 그게 아니라니까! 나는 수많은 멍뭉이 친구들을 비하할 목적으로 그 단어를 썼던 게 아니라...”


현과장이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모두의 오해를 풀고 있던 바로 그때, 갑자기 도망치기 시작한 레스. 아무래도 완벽한 멍청이는 아닌 모양이었다. 도망갈 타이밍도 알고. 그런데,


“아차차. 도망가 버렸네. 이를 어쩌지?”


목소리에서 전혀 느껴지지 않은 안타까움. 오히려 현과장의 입가에는 미소가 짙어지고 있었다.


“머리가 조금이라도 돌아간다면, 그대로 집에 돌아가진 않을 거야, 그치?”


현과장의 말에,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쟤 멍청하잖아.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할 정도로.”


말을 마친 현과장은, 이내 풀어 놓았던 짐을 챙겼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 탑에 걸린 저주를 완전히 끝내기 위해서.


“그럼 슬슬 끝내자. 우리도 집에 가서 편히 쉬어야지.”


집이란 말에, 숙연해지는 루프의 눈동자. 현과장이 지금 루프가 겪고 있는 기분을 모를 리 없었다. 그 역시 다른 세계에서 넘어온 존재였으니까.


“루프 씨도 마음에 들 거야. 생각보다 아늑한 집이라고.”

“아오~!”


대답대신 하울링으로 답하는 루프. 적막한 정원에 루프의 울음소리가 메이리 쳤다. 루프의 울음이 끝나자, 서서히 레스의 뒤를 쫓아가는 현과장과 일행들. 그런데 어떻게 쫓아갈 생각인 거야, 현과장? 이미 레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루프 씨 부탁해!”


루프는 이내 주변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킁킁거리며 앞으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루프. 그렇게 그들은 천천히 레스와 로스의 본거지로 발걸음을 향할 수 있었다.


***


“로스, 어디 있어? 로스!”


자신의 은신처로 돌아온 레스는 황급히 그의 쌍둥이 로스를 찾았다. 레스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고 방에서 나오는 로스. 이내 그는 자신의 두 눈을 의심했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된 레스의 몰골.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무슨 일이야?”

“엄청난 괴물들이야! 당장 아버지께 가서 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레스는 안절부절못한 채 로스를 향해 다급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너 그 몸으로 어떻게 탈출했어? 설마?”


이런 레스를 의심하는 로스. 그래도 레스 보다는 머리가 좋은 모양이었다.


“내가 바보야? 틈이 나서 탈출을 했지! 남은 힘을 다 짜내서 도망치느라 지금 말할 기력도 없다고!”

“흔적 안 남겼지?”

“공중 정원은 내가 만든 역작이야. 그 안에서는 날 찾을 수도, 잡을 수도 없다고.”


호언장담하는 레스. 하지만 그 말을 들은 로스의 얼굴에는 불안한 빛이 맴돌았다. 아니다 다를까.


“배달 왔습니다, 배달. 그것도 지옥 배달.”


은신처의 문을 부수면서 나타난 현과장과 일행들. 로스와 레스의 얼굴에 당혹감이 가득 찼다. 특히나 레스의 얼굴에.


“아니, 어, 어떻게!”

“너 진짜 바보냐? 진짜 빡대가리야? 우린 루프 씨가 있잖아. 냄새를 잘 맡는 루프 씨가!”

“냄새? 그렇게 코가 좋아?”


레스의 발언에 싸늘해진 은신처의 분위기. 적인 현과장과 그의 일행들을 당황스럽게 만든 건 잘 한 일이었지만, 문제는 자신의 쌍둥이, 로스까지 당혹스럽게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책 좀 보라고 그렇게 말했지, 레스!”

“책에 그런 법이 있어? 냄새를 잘 맡는 법이?”


아, 이 인간 답이 없다. 뭐 좀 알아야 머리를 쓴다고 하지. 기초 지식이 없는데 도대체 뭘 믿고 머리를 쓴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걸까.


“어이고 쌍둥이 형제분. 고생이 많겠어? 멍청한 반쪽 때문에.”

“당신들이 오기 전까지는 고생할 일도 없었습니다. 돌아가시지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레스와 대화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 전해져 왔다. 결코 쉽게 볼 상대가 아니라는 느낌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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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1 4 11쪽
»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4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8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4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2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8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3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2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3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6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8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1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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