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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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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1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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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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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DUMMY

하늘로 도망친 게늠은, 악에 바친 얼굴로 발밑의 모두를 내려다보았다.

이글거리는 눈빛.

일그러진 표정.

잔뜩 힘이 들어간 손가락에서는 붉은색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또 혈마법이냥. 지긋지긋하지도 않냥?”


그 액체를 본 어흥선생은 혀를 차며 탄식했다.

요간이 사용했던 혈마법. 그 시초는 어쩌면 붉은색에 미친 게늠일지도 모르겠다. 세상 어디에도 피보다 진한 붉은 색은 없을 테니까.


“정말 붉은색에 미친 너 같은 마법이다냥.”

“인정하는 건가, 어흥선생?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 붉은 마법이 모두를 집어 삼킬 것이니까!”


손에 흐르던 그의 피는, 이내 사람들이 뭉쳐있던 그 위로 천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한 방울. 두 방울. 점차 굵어지는 빗줄기처럼, 점차 진해지는 핏방울. 그 핏물은 순식간에 소나기가 되어 원더랜드 성의 전역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아라 피의 저주를!”


온 세상에 피를 뿌리면서 승리감에 가득 찬 미소를 짓고 있는 게늠. 어흥선생은 그 핏줄기를 맞으며 담담하게 게늠을 노려보았다.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피를 준비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는 건, 이미 어딘가에 보관하고 있던 피라는 것. 아마도 오랜시간 전에 그의 손에 희생된 사람들의 피일 것이다. 그래, 이미 가엽게 희생되어 사라진 존재들이, 게늠이 부활함에 따라 다시금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란 인간은 도대체...”


어흥선생은 망설임 없이 고양이귀머리띠를 벗었다. 점차 하얀색 정장으로 변하기 시작하는 그의 피에 젖은 한복. 정장 위로도 핏물이 떨어졌지만, 결코 그 안으로 스며들지는 않았다. 마치 옷 자체가 거부하는 것처럼.


“그대에겐 진정한 벌이 필요한 모양이다.”


어흥선생은 그대로 게늠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어흥선생의 주변으로 뿜어져 나오는 어둠. 뭉게뭉게 피어난 그 그림자는 성 뿐만 아니라 성밖마을을 넘어서 원더랜드 전역에 순식간에 퍼지고야 말았다.

완전히 어둠속에 잠겨버린 원더랜드. 사방이 어두워진 것에 무척이나 놀란 것일까. 게늠은 다급한 목소리를 쏟아 내었다.


“비, 비겁하게 어둠의 마법을 쓰다니!”


목소리에 가득 녹아있는 공포와 두려움. 게늠의 눈동자는 완벽한 어둠 안에서 출구를 향한 한 줄기 빛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렇게 신경 쓴다고 보일 빛줄기가 아닌 데도.


“어둠의 마법? 도대체 그대가 아는 건 뭔가?”

“내가 아는 건, 오작 나만이 진정한 붉은색의 주인이라는 거다!”


게늠의 두려움 가득한 목소리가 끊어지자, 그의 주변으로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흥선생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앙칼진 여성의 목소리와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함께 뒤섞여서.


“웃어?! 감히 나 붉은색의 주인을 비웃어?”

“그건 네놈만의 생각일까나.”


여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게늠의 주변으로 갑자기 솟아오르는 하얀 불기둥. 게늠은 이 불기둥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대답하지 않아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미 몇 차례나 봤었던 불길이었으니까.


“아니! 내가 붉은색의 주인이다, 마녀! 나만이 오직 나만이 붉은색의 주인...”


게늠의 말이 아직 끝나지도 않은 그때, 갑자기 사라지는 어흥선생의 어둠과 채야의 불기둥.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발밑의 사람들도 그대로였다. 비처럼 내리는 핏물도 그대로였다.


“여전히 제정신이 아니군. 그럼 보여줘야지. 진정한 붉은색의 주인이 누구인지.”


바람결에 들려오는 한 남자의 목소리. 바로 갓패치였다.

사방을 경계하며, 작은 움직임에도 날카롭게 반응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운 그 순간, 붉은색 드레스가 게늠의 앞에 펄럭였다.


“내가 상대하겠습니다만.”

“이런 어린 애가 진정한 붉은색이라고?”


게늠은 여왕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야 말았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모두들 알고 있을 것이다. 웃을 수 있는 건 언제까지나 맞기 전까지라는 사실을.


“단번에 죽여 드리겠습니다만.”

“잠깐! 잠깐! 잠깐! 여왕이 아니다냥!”


살벌한 냉기를 뿜어내는 그녀의 앞에 갑자기 튀어나온 어흥선생. 어느새 고양이귀머리띠까지 착용한 그는, 헐레벌떡 그녀를 막아야만 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그녀가 붉은색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여왕이 아니다냥!”

“내가 붉은색의 주인입니다만. 갓패치가 인정한 사람은 나입니다만!”


강한 반감을 뿜어내며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여왕. 하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어흥선생의 시선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이제는 아니다냥. 이제는 여왕은 내가 아는 미우가 아니라 그냥 여왕이다냥.”

“나는 나입니다만!”

“사람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냥. 여왕은 너무 바뀌었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끝나자, 어디선가 날아온 우유나가, 살며시 여왕을 데리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러자,


“그럼 누가 진정한 붉은색이란 거지? 것봐 없잖아. 그러니까 내가 진정한...”


그새를 못 참고 방정맞은 입을 열어 재낀 게늠. 그 덕분에 자신의 생명이 조금 연장되었다는 생각은 애초에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이미 우린 소개해줬다냥. 진정한 붉은색의 주인을 모르는 건 너뿐이다냥.”


역시나 그의 말이 거슬린 모양인 것일까. 어흥선생은 살며시 인상을 쓰며 고개를 밑으로 내렸다. 이윽고 그의 시선의 끝에 걸치는 당당하고 활기찬 붉은색. 그 붉은색을 휘감은 남자도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 듯이 보였다.


“내가 붉은색의 주인이다냥!”


어디서 짝퉁 고양이귀머리띠를 주운 것일까. 아니면 어흥선생 팬클럽에게서 산 것일까. 머리 위에 머리띠까지 하고서는 귀여운 척 재롱을 부리는 현과장. 그 곁에는 리코아 키토가 여전히 붉은색 비키니를 입은 채 귀여움을 뽐내고 있었다.


“현과장, 장난은 그만쳐라냥. 지금은 진지할 시간이다냥.”

“저런 변태를 진지하게 상대하는 건 어불성설! 변태는 변태다! 맞죠, 어러분?!”


현과장은 주변의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현과장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그 모습에, 현과장은 빙긋이 웃으며 게늠을 바라보았다.


“변태다 붉은색의 주인이라니.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난 변태가 아니다! 이 가짜 붉은색의 주인!

“뭐래, 비키니 변태가. 아니지 알몸의 팬티 마스크 빌런인가?”


현과장의 말에, 조금 전 그 장면이 생각난 것인지 인상을 찌푸리는 몇몇 사람들. 사정을 몰랐던 다른 사람들이 수군수군거리며 인상을 찌푸린 사람들에게로 다가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는 순식간에 퍼져버린 게늠의 변태 행각. 비록 게늠이 직접한 짓은 아니었지만, 소문이란 무서운 법. 어느새 그는 단순한 변태에서 성도착자 및 범죄자 천인공노할 패륜까지 저지른 악당으로 탈바꿈되어 버렸다.


“어머머, 세상에 게늠이란 사람이 그런 사람이었어요?”


자신도 처음 듣는 이야기에 소스라치게 놀란 현과장. 그는 이렇게 퍼진 소문을 들으며 승리를 확신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다. 게늠을 완벽한 시정잡배로 만드는 것. 그래서 그 누구도 두 번 다시는 게늠을 찬양하거나 숭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그의 목적이었다.

주변의 분위기로 보아하니, 이 작전은 크게 성공한 모양이었다. 이제 남은 건 게늠의 처리뿐. 그런데 게늠이 순순히 당해 줄 리가 없는 것도 당연한 사실.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현과장이었지만, 머릿속은 그 누구보다, 그 어느 때 보다 복잡했다.


“가만히 둘 수 없다! 모두 죽여 버리겠어!”


게늠이 다시금 하늘을 향해 손을 올리자, 내리던 핏물이 점차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마치 염산처럼 모든 것을 녹이기 시작한 게늠의 피 소나기. 이대로 가면 원더랜드 성 안의 모두가 위험한 상황. 현과장은 선택해야만 했다. 당장 저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범법자를 처단할지, 아니면 모두를 구할지.


“넌 이대로 죽기에는 너무 지은 죄가 많아. 전부 고통 받고 죽어야지.”


이미 그의 마음은 정해진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미 이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정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이게 바로 클래스의 차이다, 이 말이야!”


현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의 주변에서 퍼져나가는 따뜻한 기운. 그 기운에 닿은 사람들은 게늠의 피 소나기를 맞아도 전혀 아무렇지 않았다. 그래, 「신의 방패」 축복으로 인해 다시금 전원이 들어간 신급 능력. 이 따스한 기운은 그의 주변에만 머물지 않고 성안 곳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더는 이 저주받은 피에 다치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가 없었다. 현과장은 그렇게 만들 생각이 아니었으니까. 이제 죽는 것도, 다치는 것도 현과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지도 모르겠다.


“현과장, 너무 갔다냥. 그렇게 힘을 안 싸도 된다냥.”

“이게... 조절이 안 되는데...”


감정이 너무 끓어오른 탓일까. 전혀 제어를 못하는 현과장. 문제는 게늠의 피 소나기에서, 이제는 현과자의 「신의 방패」로 바뀐 상황. 그가 이 능력을 거두지 않으면 게늠을 처단할 수 없는 아주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현과장, 좀 꺼봐라냥!”

“그렇게 재촉하지만, 더 안정이 안 되잖아!”

“호흡을 가다듬어라냥! 히! 히! 후우~ 히! 히! 후우~”

“호흡? 히! 히! 후우~ 히! 히! 후우~”


현과장은 어흥선생의 말에 따라, 차분히 호흡을 이어갔다. 그러자 점차 옅어지는 줄어드는 「신의 방패」 범위. 다행히도 그 호흡 덕분에, 능력은 완전히 꺼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인간 어디갔냥?”


현과장과 어흥선생이 호흡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있던 사이, 그 틈을 노리고 도망쳐 버린 게늠. 주변의 사람들도 피 소나기를 피해 도망을 쳤었던 터라, 그 누구도 게늠이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이 인간 가만히 놔두면 또 생명을 해칠 거랄까나! 당장 잡아서 죽여야 한다랄까나!”


채야는 게늠이 사라졌다는 사실에 노발대발하며 서슬 퍼런 눈빛으로 사방을 째려보았다. 그 모습에 조금식 위협을 느끼는 일반 사람들. 게늠의 추종자였던 자신들에게 채야의 분노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한 듯이 보였다.


“어허! 거 참, 도망친 건 도망친 거고. 주변 사람들 불편하게!”


그런 채야를 향해 꼰대스럽게 언성을 올린 현과장. 덕분에 삭막했던 분위기가 조금은 나긋해졌다.


“그건 그렇고. 여러분 절대 기억하셔야 합니다. 게늠은 변태다. 상종 못할 변태!”

마지막 한 순간까지도 게늠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현과장. 그래, 이게 여론조작이지! 역시 인터넷에서 좀 놀아본, 키보드 워리워 다운 행동이자 발상이었다.


***


한편, 모두에게서 시선이 떨어진 틈을 타 자리를 피했었던 게늠. 그는 최대한 빠르게 원더랜드 성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날아갔을까. 체력이 고갈된 게늠은 그대로 땅으로 내려와 나무 밑에 걸터앉았다. 시원한 바람과 산뜻한 공기. 살아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그래,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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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4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8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4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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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3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3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6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5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8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1 3 12쪽
»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9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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