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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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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8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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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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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51. <장편> 죄의 탑 - 6

DUMMY

호떡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던 현과장과 그 일행들은, 다시금 앞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계단들과 다르게, 계단을 오르는 내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과장이 은빛 화염을 몸에 둘렀지만, 그 불빛도 이내 어둠에 먹혀버렸다. 소설에서 흔히들 쓰는 ‘칠흑 같은 어둠’ 그래, 그 표현이 적합했다.

그렇게 어둠 속을, 오직 감각에만 의존하며 천천히 조심스럽게 오르는 현과장과 그 일행.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계단의 끝이 느껴졌다. 어둠은 아직 그대로였지만.

아무런 냄새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3층의 분위기. 계단에서 마주했던 그 ‘칠흑 같은 어둠’만 더 진하게 느껴졌다.


“키토님, 리코님, 그리고 루프 씨. 떨어지면 안 돼. 알았지?”


현과장은 어둠 속에서 진하게 풍겨오는 불길함에, 서둘러 식구들을 먼저 챙겼다. 그런데, 전혀 느껴지지 않는 식구들의 움직임. 그 뿐만이 아니었다. 현과장은 자신의 몸을 더듬는 손길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이 어둠, 시야뿐만 아니라 오감을 빼앗는 모양이었다.


“오래간만의 손님이군. 잘 왔네.”


그런 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 젊거나 어린 목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그런데, 어째서 다른 소리는 들리지 않고, 이 목소리만 들려오는 것일까.


“영겁의 시간 속에서 이 얼마나 반가운 손님인지.”

“저기, 반가우면 불 좀 켜주실래요? 지금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역시 현과장! 거침이 없다. 오감을 빼앗긴 이 위험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불문하고 할 말을 다 하는 우리의 주인공. 영업맨 특유의 능청이 이런 곳에서 빛을 발하다니. 누가 이런 인간을 아싸 오타쿠로 볼까. 누가 봐도 인싸인데.


“오호, 용기가 대단하군, 대단해! 가진 성질과 다른 행동을 하다니.”


걸걸한 목소리가 끝나지, 순간, 갑자기 밝아지는 주변. 다행히도, 현과장의 주변에는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까지 옹기종이 모여 있었다. 짙은 어둠에 무척이나 겁을 먹은 채로.

주변이 보이자, 현과장은 빠르게 주위를 탐색했다. 2층보다 확연히 좁은 공간. 사방에는 온통 서적과 종이들이 가득하다 못해 여기저기에 널려있었다. 마치 미친 과학자의 연구실처럼.


“대단한 인물이 나타났군. 숲 주인에, 늪 주인. 거기에 시간의 번견(番犬)까지 이끌 줄이야.”

“번견? 번견이 뭐지? 나름 가방 끈이 길다고 자부를 하는데, 그 단어는 전혀 모르겠는데. 저, 번견이 뭐지요?”


현과장은 천연덕스럽게,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목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곧바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 밀려오는 긴장감의 영향 때문에 순간, 현과장은 마른 침을 자신도 모르게 삼켰다.


“재미있는 손님이군. 용기를 짜내고 또 짜내고 있어. 훌륭해.”


이윽고, 그 걸걸한 목소리의 주인은, 자신의 모습을 현과장의 앞에 드러냈다.

빛바랜 흰색, 아니 이제는 회색이 되어버린 로브.

그리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니 그냥 뼈 그 자체인 손.

후드에 감춰진 얼굴에는 코도 눈동자도 없다. 그의 모습은 해골 그 자체였으니까.


“와우! 언데드시네.”

“언데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조금 다르군. 난 그냥 죽지 못하는 것뿐이니까.”


죽지 못 하는 몸이라. 그건 현과장도 마찬가지. 「신의 방패」를 얻기 이전에 이미 그는 마법의 샘물 때문에 죽지 못 하는 몸이 되어버렸으니까.


“그, 해골님도 마법의 샘물을 마셨습니까?”

“오호, 그대는 마셨나 보군. 그거 부작용이 참 심한데.”


부작용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는 현과장과 키토. 그러고 보니, 키토도 그 샘물을 마신 당사자. 놀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였다.


“무슨 부작용이...”

“그거 마시면 안 죽지. 99%의 확률로.”


잠깐만, 죽지 않는 것이 부작용이라고? 그럼 원래의 효과는 뭐란 걸까?


“잠깐만요! 죽지 않는 게 부작용이라면, 원래의 효과는 뭔데요?”

“효과? 그런 게 있을 리가. 그냥 마력 덩이리인데.”


현과장은 순간 멈칫했다. 아무런 효과도 없는 마력의 샘물. 하지만 부작용만 99%다. 그것도 불사의 몸이 된다는 부작용만. 사실, 엄연히 따지만 불사가 아니라 엄청난 치유 능력이긴 하지만. 아무튼, 부작용만 있는 마력의 샘물. 그렇다는 건, 부작용이 원래의 효능이 아닐까. 현과장은 머리에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이 해골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저기, 호떡 좀 드실래요? 내가 호떡을 무지하게 잘 굽는데.”


천연덕스럽게, 가방을 열어 호떡을 한 장 꺼내는 현과장. 그런데, 현과장의 손을 바라본 해골인간은 이내 고개를 휙 돌리고 말았다.


“치우시게! 어디 산 자의 음식을 죽은 자에게!”


호떡을 내민 현과장이 무색할 정도로, 단호하게 소리치는 해골인간. 그는 호떡을 향해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음식에 거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처럼.

현과장은 이런 그의 태도까지 면밀히 분석했다. 이번 층을 돌파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 모르는 거니까.

현과장을 만나자 보인 그의 반응. 그리고 지금까지의 대화와 음식을 향한 그의 태도.

이어서 현과장은 사회생활에서 다져진 통찰력을 발휘했다.

현과장을 보자 말을 걸어온 건, 산 자가 자신의 방까지 도착해서였고.

마력의 샘물의 효과와 부작용을 반대로 말한 건, 그 능력을 싫어해서 혹은 증오해서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식을 향한 강한 거부. 그에게 확신을 가져다 준 것은 바로 호떡을 거부하는 것이었다. 아니, 이렇게 맛있는 호떡을 당차게 거부하다니. 이 해골은 살아있다는 행복을 전혀 모르는 사람, 아니 그 행복 자체를 증오하는 사람이다.

죽지 못 해서 살아있는 해골인간. 이곳에 있는 수많은 서적들은, 죽기 위한, 혹은 죽음을 되찾기 위한 연구의 참고서일지도 모른다. 이내 현과장은 2층의 그 거대한 좀비 여우들도 이 해골인간의 작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찾기 위한 그의 연구의 결과 말이다.


“오래간만의 손님이라 내가 너무 시간을 뺏겼군. 이제 다시 내려가 주게. 여긴 그대가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세상에 못 가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지.”


현과장의 말에, 해골인간이 뒤를 돌아보았다. 눈동자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


“그럼 난 마음을 안 먹어서 어디도 못 간다는 말인가, 살아있는 손님?”

“먹을 마음이 어디 있어요. 썩어서 꺾여버렸는데.”


현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과장 주위로 다시금 어둠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에 맞서서 순간 온몸에 은빛 화염을 두르는 현과장. 이번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리코와 키토 그리고 루프에게까지 같이 감았다.


“미드나잇 클럽 마이너스 투! 오늘은 불꽃 공연이다!”


현과장은 어둠이 자신을 감싸든 말든, 무작정 몸을 흔들어 재끼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과장을 따라 춤을 추기 시작하는 미드나잇 클럽의 멤버들. 그들은 서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니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어둠이 짙게 내려앉았지만, 춤을 멈추지 않았다. 흡사 춤에 목숨을 건 광신도들처럼.


“발버둥인가? 그런 쓸데없는...”


비웃음이 가득했던 해골인간의 걸걸한 목소리. 하지만 그 목소리는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 없었다. 현과장과 미드나잇 클럽 멤버들이 춤을 춘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노린 것이 뭔지 바로 눈치 챘으니까.


“네 이놈들! 감히! 감히!”


해골인간은 노발대발하며 현과장과 그 일행을 감쌌던 어둠을 싹 거뒀다.

어둠이 걷히자, 단번에 들어온 주변의 풍경. 현과장의 주변, 아니 3층 전체가 은빛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하나 둘 씩 그 찬란한 은빛 화염에 휩싸여 서서히 타들어가는 서적들. 해골인간은 황급히 주변으로 사무치는 냉기를 뿌려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은빛 화염은 보통의 화염이 아니라, 독 화염이기 때문에.


“아니, 음악도 없는데, 저런 미친 짓을!”

“음악은 우리의 몸짓을 구속할 뿐. 진정한 춤사위는 음악에 구속받지 않는다!”


병맛 가득한 멘트와 함께, 현과장은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어느덧 3층의 책과 책장 전부를 불태우고 해골인간에게 까지 붙어버린 불길. 당황한 것일까. 해골인간은 황급히 자신에게 붙은 불꽃을 지우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거 안 지워져. 밑에서 확인했거든.”


현과장은 담담한 목소리를 내면서, 미드나잇 멤버들의 화염을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여전히 타고 있는 3층의 전체. 이제 불길에서 온전한 것은 현과장과 그 일행들뿐이었다.


“자자, 나한테 밀착~ 루프 씨도 밀착~”


마치 어린 아이 달래듯, 상냥하고 부드러운 말투로 모두를 주변으로 모으는 현과장. 듣고 있는 해골인간은 그런 그 목소리에 약이 더욱 오를 뿐이었다.


“감히! 감히! 감히! 날 우롱하다니!”

“우롱은 무슨. 그냥 재롱을 부리는 거지.”


이제 남은 것은 방 안의 모두를 감싼 「신의 방패」를 끄는 것뿐. 그런데, 현과장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너무나 이상하게도.

해골인간을 향해서는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를 내는 현과장. 그의 눈빛에 연민이 두드러지게 쌓이고 있었다. 흡사, 떠나가는 사람의 마지막 모습을 보는 듯이.


“나, 두 번은 말하지 않을 거야. 정말 죽고 싶으셔?”


현과장의 목소리는 담담하고 차분했다. 감정이 없는 듯 보였지만, 그의 눈빛에 가득히 차오른 연민. 그는 듣고 싶었다. 아니라는 대답을.


“정말 끝낼 수 있는 건가?”

“밑에서 확인했어. 여우 한 마리가 죽는 걸.”


현과장의 나직이 대답하자, 해골인간은 자신의 몸에 붙은 불꽃을 더는 지우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 편안하게 불꽃을 향해 걸어갔다.


“그 선택에 무슨 의미가 있어...요?”


불꽃 위에 선 해골인간은, 이내 현과장과 그 동료들을 향해 얼굴을 돌렸다. 눈동자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게 느껴지는 그의 시선. 이내 그는 손을 들어 3층 깊숙한 곳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저 안에 가면, 내가 모아 놓은 지식의 전부가 있네. 가서 한번 읽어 보게나. 그대의 인생에 도움이 될지 모르니.”

“아, 저 그쪽 언어를 잘 모르는데. 저는 대한민국 사람이라서.”


순간, 찬바람이 휑하니 불어 닥쳤다. 진짜 찬바람이 아닌, 분위기의 찬바람이.


“아니, 자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 글을 모르는 건가?”

“아니, 내 나이가 어때서요? 아직 배우기 딱 좋은 나이인데! 그런 건데!”


표정을 전혀 읽을 수 없는 해골인간이었지만, 분위기가 그의 감정과 기분을 전부 전해 주고 있었다.


“한심하군! 한심해!”

“아니, 한심하다니요! 말이 너무 심하십니다!”


해골인간은, 머뭇거리더니, 이내 불길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더니, 옷에 붙은 불길을 다시금 꺼뜨리려고 노력하는 해골인간. 그는 필사적이었다. 죽으려고 애쓰던 그때보다 더.


“와서 불길 좀 잡아 봐! 옷이 타잖아!”

“아니 죽으시려던 분이 갑자기 이건 또 무슨 짓이에요?!”

“멍청한 놈을 두고 어찌 그냥 죽어?! 이건 교육자의 의무를 내팽개치는 것과 다름없어! 죽어도 죽는 게 아니라고!”


해골인간의 목소리에 가득 담겨있는 교육열. 강남 어머님들 못지않은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었다.

열과 정성으로 불길을 꺼낸 해골인간은, 이내 현과장과 그 동료들을 데리고 안쪽으로 끌고 갔다. 현과장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애초에 현과장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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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3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7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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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2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7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3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2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2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6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4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7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0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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