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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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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7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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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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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DUMMY

“지금 시간을 봐라냥. 아직 사람들이 아침식사 전이다냥.”


순간, 현과장은 쇠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했다. 그래, 자신이 팔려는 호떡은 주식(主食)이 아닌, 후식. 아직 시간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내, 내가 이런 실수를...”

“너무 앞만 보고 달렸다냥. 지금은 꼼꼼하게 준비를 해야한다냥.”


밭일을 하던 어흥선생은, 도구를 챙기더니 밭에서 걸어 나왔다. 그의 눈빛에 들어차 있는 강한 확신. 어흥선생은 현과장의 호떡이 마약빵과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란 것을 강하게 믿고 있었다.


“현과장표 호떡의 중독성은 건전한 중독성이다냥. 우리가 건전한 원더랜드를 만드는 것이다냥.”


어흥선생은 이런 자신의 생각에 조금의 의심이나 망설임조차 없었다.


“우리도 밥을 먹고 출발할까나. 호떡을 팔려면 힘이 있어야 한다랄까나.”


채야 역시 밭일을 마치며 집을 향해 걸어 나왔다. 그녀의 얼굴에도 피어있는 옅은 미소. 그녀 역시 현과장의 호떡에 자신감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내가 누누이 말했듯,

인생은 그렇게 쉽게 흘러가지만은 않는다. 언제나 뚜껑을 따보기 전엔 모르는 법. 아무리 원더랜드의 지식이라고 해도 모든 것을 다 아는 건 아니었으니까.


***


그렇게 아침까지 든든히 챙겨 먹고, 거사를 위해 집을 나서는 현과장과 가족들. 어째서 일까 그들의 얼굴에는 비장감까지 감돌고 있었다.


“모두 준비는 됐지?”


현과장의 말에, 대답대신 확신에 찬 눈빛과 짤막한 끄덕임으로 대답하는 사람들.

그렇게 그들은 마약빵에게 상처 받은 호떡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올바른 먹거리의 확립을 위해.

그렇게 집을 나섰다.

이윽고 성밖마을 중앙 분수 광장에 도착한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몸을 움직여 호떡 장사를 준비했다. 마약빵이 할퀴고 간 상처 때문일까. 성밖마을은 예전처럼 생기가 없었다. 그래, 음식으로 당한 상처는 음식으로 치유해야 하는 법. 현과장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


“준비가 다 됐다냥.”


마지막으로 호떡 철판을 가스에 연결한 어흥선생이, 현과장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다. 그러자, 두 눈을 번뜩이며 호떡을 굽기 시작한 현과장. 채야와 우유나는 판매담당을. 그리고 갓패치는 잔반처리를 맡기로 했다. 그런데 잔반처리는 왜 필요한 거야?


“현과장! 제정신이야? 호떡 모양이 이상하잖아! 그건 내가 먹어야겠어!”


갓패치는 침까지 질질 흘리며 현과장이 만들고 있는 호떡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혹시, 잔반처리가 아니라, 그냥 트집잡이가 아닐까? 아무리 봐도 갓패치는 현과장을 도와줄 생각이 없는 듯한데.


“이거 줄 테니까, 저쪽 가서 먹고 있어. 맛있게, 아주 맛있게 먹고 있어. 알았지?”


현과장은 갓패치에게 호떡 몇 장을 쥐어 주며, 그를 사람들의 시선이 잘 모이는 분수대의 앞으로 보냈다. 싱글벙글한 미소와 함께 호떡을 탐닉하는 갓패치. 주변에 상기 없이 앉아있던 사람들이 점차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아니, 호떡에 관심을 보였다.


“여깁니다! 갓패치가 먹고 극찬한 그 호떡! 매일 먹어도 안 질린다는 그 호떡! 마약 빵 따위는 비교도 안되는 그 호떡! 바로 여깁니다!”


이 때를 놓칠세라, 현과장은 목소리를 올리며 사람들의 주위를 끌었다. 현과장의 목소리에 이끌린 것일까. 아니면 분수광장에 은은하게 퍼지는 고소한 냄새에 이끌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갓패치의 먹방에 모인 것일까. 이유야 어찌 되었건, 사람들은 하나둘 씩 호떡 판매대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나만 주세요.”


어느 용기 있는 여성이 선뜻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현과장표 호떡 제 1호 손님! 어서옵쇼!”


반갑게 맞이하며 호떡을 구워주는 현과장. 여성의 손에 호떡이 쥐어지자, 그녀는 살짝 망설이더니 이내 작게 한입 베어 물었다.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 여성 고객을 향했다. 처음에는 별반 반응이 없었던 그녀. 하지만 점차 그녀의 손놀림과 입놀림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뭔가에 홀린 듯 초점을 잃은 동공. 입가에 저절로 핀 미소. 그녀는 순식간에 호떡 한 장을 다 먹어치우더니, 자신의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폈던 미소는 이제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 가득한 상실감.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호떡을, 현과장표 호떡을 당장 먹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호떡? 그 호떡 하나 더 주세요! 아니 두 개 주세요! 아니, 세 개!”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에, 호떡이 심상치 않은 먹거리란 것을 깨달은 사람들. 하지만 마약빵에 호되게 당한 사람들은 섣불리 다가가지 못했다.


“이건 건강한 중독이다냥. 우리도 매일 먹는다냥. 저것 봐라냥. 갓패치도 먹고 있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살며시 흔들리는 사람들. 몇몇 사람은 긴장한 표정으로 호떡을 주문했다. 결과는 당연히 호떡 중독. 한번 맛본 사람은 결코 빠져 나올 수 없는 것이 바로 현과장표 호떡. 그들 역시 앞선 여성과 다를 것 없이 호떡을 찾기 시작했다.


“아니,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바로 그때,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오는 한 사람, 이번 마약빵 사건 때 어르신들에게 큰 실망감을 맛본 하룡이었다.


“아니, 어르신들! 여기서 무슨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마약빵을 잊게 만들고 있다냥.”

“다른 마약을 가지고 와서요? 이게 정말 무슨 짓을 하시는 겁니까? 마약을 잡기 위해 다른 마약을 가지고 오시다니!”


하령은 마치 세상을 다 잃은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건 마약이 아니다냥. 이건 맛의 궁극이다냥.”

“무슨 거짓말을 하십니까?! 사람들이 지금 미쳐서 저것만 찾는 거 안 보이십니까?”


하룡은 손을 뻗어 주변의 사람들을 가리켰다. 이미 호떡 중독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수많은 사람들이 호떡 판매대 앞에서 긴 줄을 만들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제정신...? 응?”


하룡은 잠시 말을 멈추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마약빵을 먹었을 때와는 다르게 모두 생기 넘치는 눈빛을 하고 있는 사람들. 마약에 중독된 환자들의 얼굴이 결코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호떡을 바라보며 군침만 삼켰다. 그 군침이 멈추지 않아서 문제였지만.


“이게 도대체...”

“한번 먹어보면 왜 저러는 지 알 거다냥.”


의아해하는 하룡을 향해 시식용 호떡을 살며시 내민 어흥선생. 잠시 망설였던 하룡이었지만, 어흥선생을 믿고 호떡을 받아서 입에 넣었다. 그러자, 입 안에서 가득히 느껴지는 달콤함. 호떡의 겉면에서 느껴지는 바삭함. 은은하게 퍼지는 견과류의 고소함과 코끝을 살며시 스쳐가는 시나몬 향기까지. 향이면 향, 맛이면 맛, 게다가 식감까지.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먹거리였다.


“이, 이건!”

“김치보다 더 획기적이다냥!”


하룡은 가만히 서서 자신의 손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입속으로 사라져 버린 호떡을 아쉬워하는 듯이.


“저, 한 조각만...”

“시식은 한 조각까지만이다냥. 이건 철칙이다냥”


단호한 어흥선생의 말에, 어쩔수 없이 돌아서는 하룡.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주막이 아닌, 길게 이어진 호떡 대기 줄의 맨 뒤였다.

성밖마을의 주방장 하룡까지 줄 서게 만든 현과장표 호떡. 이쯤되면 회자가 안 되는 게 이상할 수준이었다.

호떡을 판매한지 1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마을 전체에 현과장표 호떡의 존재가 알려졌다. 2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마을 인구의 30%가 시식을 마쳤으며, 3시간이 지났을 무렵에는 호떡 대기시간만 3시간이 넘게 되었다. 이제 성밖마을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잊혀진 마약빵. 모든 사람들이 호떡에 열광했다.

호떡의 인기에 유명한 말과 속담까지 바뀔 정도였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라는 말은,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지만, 호떡은 제외.」,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만 호떡은 프리패스.」로.


그렇게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점심시간이 채 오기도 전에 완판 되어버린 호떡. 결과는 말할 것도 없는 대성공이었다.


“현과장의 도전은 틀리지 않았다냥!”


어흥선생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음식의 맛과 질만으로 마약을 이긴 첫 번째 사례. 이번 승리는 너무나 값진 기적과도 같았다.


“이 정도는 당연한 결과야.”


어흥선생의 칭찬에 우쭐거리며 콧대를 드높이는 현과장이었지만, 그의 마음은 달랐다. 기대보다 훨씬 거대한 결과에 벅차오르는 가슴. 무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이기고 싶었다. 원더랜드에서 마약을 밀어내고, 씻어내고 싶었다.


이렇게 여기까지만 보면 완벽한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정말 그럴까?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인생은 생각한 대로 쉽게 쉽게 흘러만 가지 않는다. 이번 호떡 장사도 이 사실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금은 완벽해 보이는 결과일지 몰라도.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문제는 곧 찾아올 테니까.


***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긴 바로 다음날.

현과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아침을 준비하고, 밭일을 준비하고, 또 호떡을 준비했다.

아, 이번 호떡은 다르다. 성밖사람을 위한 호떡이 아닌, 자신들의 디저트용 호떡이었으니까. 그런데,


“혀, 현과장! 이걸 좀 봐야할 거 같다랄까나!”


현관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더니, 호들갑을 떨며 현과장을 찾는 채야. 그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채야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급하게 날 불러?”

“말로는 설명을 못 한다랄까나! 빨리 봐야 한다랄까나?!”


채야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현관 밖 마당으로 걸음을 옮기게 된 현과장. 그는 마당에 발을 내딛는 순간, 밀려오는 공포에 그만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퀭한 눈동자와 창백한 피부.

푸석푸석한 머리카락. 그리고 반쯤 넋이 나간 시야.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은 완전히 영화 속에서 나온 좀비와 다를 것이 없었다.

문제는 그 좀비가 한 둘이 아니라, 마당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


“호... 떡... 호...떡! 호떡!”


현과장이 마당에 나오자, 황급히 현과장 앞으로 달려오는 호떡 좀비 무리. 그들은 현과장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지기 시작했다. 오로지 호떡을 외치면서.


“아, 안 팔아! 안 판다고요!”

“호떡! 호떡! 호떡! 호떡!”


안 판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장이라도 현과장울 호떡처럼 뜯어먹을 것만 같은 호떡 좀비들. 위기는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었다.

마약빵에 중독된 사람들은 그대로 멈춰서 느릿느릿 움직였지만, 호떡에 의한 좀비들은 달랐다. 날쌔고 강인한 호떡 좀비들. 마약빵 좀비가 8,90년대 좀비라면, 호떡 좀비는 그 이후에 나온 미친 듯한 피지컬을 자랑한 MZ좀비였다.

호떡을 먹겠다는 생각만으로 완전히 미쳐버린 사람들. 그들은 점차 현과장의 목을 옭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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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1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3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8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4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2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8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3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2 3 12쪽
»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3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6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4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7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0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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