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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1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8.09 10:00
조회
24
추천
4
글자
12쪽

161. 갓패치의 진실

DUMMY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렸습니다.

<윤동주 – 별 헤는 밤 中에서>


별빛이 흐르는 아름다운 밤. 현과장을 떠난 보낸 그 곳에 있던 갓패치는, 자신의 이름을 하늘 위에 조심히 그렸다. 갓패치라는 그 이름이 아닌, 예전 자신이 불려왔던, 그리고 그가 스스로 떨쳐낸 그의 본명을.

바로 그때, 하늘 위에서 떨어지는 거대한 문. 바로 갓패치가 소환 했던 그 문이었다.

순간, 갓패치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치 문을 열고나올 인물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처럼.


***


고개를 올려 하늘을 바라본 현과장. 그의 눈앞에는 엄청난 화염에 활활 타오르고 있는 동그란 공 같은 것이 보였다. 아니, 자세히 들여다 보니, 공이 아니었다. 이것은... 달걀? 설마 불타는 달걀인 거야? 불... 알?


“설마 불...”

“어머! 레이디에게 무슨 그런 끔찍한 단어를!”


불타는 달걀은, 현과장의 말이 끝나는 것을 그냥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마치 그의 입에서 어떤 단어가 나올지 아는 것처럼.


“맞잖아. 불에 타고 있는 알이니까, 불...”

“어머어머! 진짜! 같잖은 음색에도 나와 줬더니!”


아름다운 목소리에, 작은 균열이 느껴졌다. 정말 그 단어를 싫어하는 모양이었다. 불 에그(egg), 파이어(fire) 알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덧 발끝까지 다가오고만 검붉은 기운. 순간, 현과장은 발끝으로부터 저릿한 느낌을 받고야 말았다. 그의 예상대로 정말 평범한 저주가 아니었다. 완벽한 방어를 뚫고 들어올 정도의 강력한 마법. 그가 가진 「신의 방패」와 같은 신급 능력.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인 게 확실했다.


“아! 모르겠고! 일단 우리 좀 살려 달라고!”

“어머,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 예의는 어디 엿 바꿔 드셨나? 음악적 감각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리니...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설마, 이게 말로만 듣던 포상인가? 그거 있잖아, 인터넷 스트리머들이 가끔씩 험한 말 해주는 거.


“오우, 포상 감사한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니까! 좀 살려줘요!”

“좋아, 살려주지. 난 관대하니까.”


현과장의 부탁에, 불타는 달걀은 그대로 로레스 앞으로 날아갔다. 그러더니,


“그 능력 좀 줄여 줘. 화력을 제대로 내는데 거추장스럽거든.”


그 향기 나는 목소리로 나직이 말한 불 달걀. 그 목소리에, 로레스는 코웃음을 쳤다.


“불알 주제에 헛소리를! 그런다고 내가 이 죽음의 기운을 거둬들일 거 같아?”

“어머어머, 뭐래 이 미친놈은. 너 말고 저기 현과장에게 한 말이거든.”

“응? 나?”


루프와 그의 등에 탄 리코와 키토를 힘껏 껴안고 있던 현과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불 달걀을 바라보았다.


“그래, 너. 그 능력 방해 된다고.”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자신의 기운을 줄여나가는 현과장. 그의 기운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더욱 거세지는 죽음의 기운. 이윽고 그 기운은 한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 사방을 뒤엎어 버렸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 힘을 쓰지.”

“불알 주제에 감히!”


현과장의 기운이 사라지자, 더욱 기고만장해진 로레스. 현과장은 그 검붉은 기운이 뿜어내는 저릿저릿한 아픔을 참아가며 모두를 부둥켜안았다.


“헤이, Boy. 이거 알아?”


이런 절체절명의 위기 속, 너무나 여유롭게 로레스에게 말을 거는 불 달걀. 이어지는 그 아름다운 목소리에서 끝없는 에너지와 무지막지한 공포가 느껴졌다.


“폭발을 아름다운 물리 에너지란다!”

[콰콰캉!!]


불 달걀의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잡아먹어 버리며 사방으로 퍼지는 굉음. 불 달걀에서는 엄청나게 뜨거운 불길과 바람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거대한 폭탄이 터진 것처럼 완전히 날아가 버린 사방. 남아있는 아무 것도 없었다. 성도, 성터도 탑도, 그리고 폐허도. 온전히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현과장과 그 일행, 그리고 공중에 떠있는 불 달걀 정도뿐이었다.


“역시 이 모습은 위력이 약하네.”

“아니, 이게 약한 거라고?

“어머어머, 그럼 이게 약한 거지. 태양의 반 정도도 안 터졌잖아.”


태양의 반이라니. 현과장은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음치라서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그는 이런 엄청난 예술적 불행을 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럼 부탁을 들어줬으니, 난 이만 자러간다~”


매혹적인 목소리만 남기며, 그대로 사라진 불 달걀.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은 성터에 버려진 것 마냥 우두커니 서 있게 된 현과장과 그 일행들은, 그대로 한동안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었다.


***


“어서 와, 현과장. 수고 많았어.”


갓패치의 목소리를 통해 다정함과 안도감이 전해져 왔다. 평소에 하도 이상한 짓을 벌인 갓패치였지만, 이번만큼은 거짓이 아니었다.


“아니, 제정신이야? 이런 위험한 물건을 나한테 준 거야? 이런 엄청나게 위험한 물건을?”


현과장은 문을 나오자마자, 갓패치를 향해 재킷을 벗어 던졌다. 그러자,


“제대로 사용했어? 어때, 불사조 끝내주지? 판타스틱하지?”


오히려 두 눈을 희번뜩이며 립가에 미소를 머금는 갓패치. 그는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우며 자세한 후기를 물어보았다. 하긴 이 인간도 정상은 아니지.


“몰라! 제대로 못 불러서 달걀인 상태로 만났다고.”

“제정신이야? 그거 하나 제대로 못 불러?”


갓패치의 얼굴에 가득 떠오른 실망감. 살짝 약이 올라버린 현과장은, 갓패치의 품에 있는 재킷을 뺏더니, 그대로 입어 버렸다.


“안 돌려줘. 안 돌려 줄 거야. 절대 안 돌려 줘.”

“아오~!!”


그런 현과장의 행동을 옹호하듯, 멋진 하울링으로 응원하는 루프. 그제야 루프의 존재를 눈치 챈 갓패치는, 루프를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니, 제정신이야? 시간의 번견(番犬), 네가 왜 여기 있어? 죄인들은 안 지키고 여기서 뭐해?”


갓패치의 다그침에, 슬며시 눈을 돌리는 루프. 덕분에 갓패치의 얼굴 가득한 당혹감이 더욱 짙어졌다.


“아니, 로스랑 레스, 그리고 로레스가 못 나오게 지켜야지! 그게 네 할 일이잖아!”

“낑낑...”


루프는 갓패치의 윽박에 기가 죽어버린 모양인지, 낑낑거리며 그대로 현과장의 뒤에 숨었다. 그러자,


“또 도망가네! 아니, 제정신이야? 몸뚱이만 집채만 하지! 순 겁쟁이!”

“어허! 우리 루프 씨에게 그러면 못써!”


루프를 감싸며 단호하게 갓패치의 앞을 가로막는 현과장. 이어서 그는 갓패치의 앞에 무안가를 내밀었다.


“...이건?”


모래시계. 로레스가 가지고 있던 바로 그 모래시계. 모래시계를 받아 든 갓패치는 북받쳐 오는 슬픔과 안도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죽었어?”

“아니, 죽진 않았던 거 같은데. 그냥 정신을 잃었더라고.”


무덤덤한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슬픔. 현과장은 그 목소리에, 최대한 평범하게 대답했다. 꼭, 그의 감정을 눈치 못 챈 사람과 같이.


“내 동생이다, 로레스는.”


하지만, 눈치 빠른 갓패치가 이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법. 그는 이어서, 미쳐 그에게 전하지 못했던 자신의 사정을 조곤조곤 털어놓기 시작했다.


***


“백성들을 제물로 바친 게 진짜, 능력을 위해서야?”


현과장의 물음에, 갓패치는 나직이 고개를 끄덕였다.


“공간 마법은 노력으로 커버가 되지만, 시간 마법은 달라. 결코 노력만으로 이룰 수 없다. 신이 점지해준 능력이 아니면.”


말을 마친 갓패치는 로레스의 모래시계를 꽉 쥐었다.


“능력이 안 되면 장비빨. 신급 아이템인 「영원의 모래시계」도 손에 넣었지만, 결코 동생놈은 시간 마법을 정복하기는커녕 근처에도 못 갔지.”

“그래서 제물을 바쳤다?”


현과장의 물음에 갓패치는 고개를 저었다.


“먼저 자신과 닮은 둘을 만들었지. 세 명이면 시간을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당연히 오산이었고. 그래서 제물을 생각한 거지. 시간에 저주를 걸기 위해서. 문제는...”


눈빛이 달라진 갓패치. 그의 눈동자에 증오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로스와 레스가 내 동생 로레스 만큼이나 정신 나간 놈들이었다는 거지.“


***


“무슨 짓을 한 거야?! 제정신이야?! 로스! 레스!”


창백한 얼굴의 남자는 마법진 위에 서 있는 로스와 레스를 향해 폭언을 퍼부었다. 그 두 쌍둥이 주변으로 보이는 피에 절인 시체들. 동물의 시체만이 아닌 사람의 시체도 간간히 보였다.


“삼촌 오셨습니까. 보시다시피 실험 중입니다.”


그 남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대답하는 한 쌍둥이. 똑 부러진 말투로 보아, 로스임이 분명했다.


“로스! 경고했잖아! 생명체를 이용한 실험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저희도 영생을 얻고 싶을 뿐입니다.”

“맞아, 나도 영원히 살고 싶다고.”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로스와 레스. 그들의 주인, 아니 아버지인 로레스와 다를 것이 없었다. 하긴, 그들은 로레스가 자신의 피로 만든 분신들이었으니까.


“아버지가 없으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게 우리들입니다. 이러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맞아! 삼촌은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창백한 얼굴의 남자는, 기가 막힌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미치광이 쌍둥이가 원더랜드에 존재하는 한, 이 나라에 미래는 없다. 오직 어둡고 깊은 지옥만이 펼쳐질 뿐이었다.


***


“그 두 놈이 생명을 이용해 영생을 찾기 시작했지. 헛소리만 줄줄이 늘어놓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날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 원더랜드의 성을 떼 놓는 것뿐이었지. 영원히 시간 속에 가둬서.”


이윽고 그는 그 강렬한 눈빛으로 모래시계를 바라보았다.


“동생의 모래시계를 훔쳐, 시간을 멈추고. 시간의 번견을 불러 세웠지.”

“걔네들은 자기들이 시간을 멈춰 세운 줄 알던데.”

“생명을 매개로 한 저주로는 시간에 아무런 영향을 못 줘. 시간 앞에선 생명은 아무 것도 아니니까.”


말을 마친 갓패치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덧 밝아오기 시작한 하늘. 아름답데 빛나던 별빛들은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 지 오래. 현과장의 그 긴 여정도 이제 막을 내리는 듯 했다. 그런데,


“정말 이 모래시계 나에게 주는 거야?”


현과장을 향해 모래시계를 내미는 갓패치. 그런 그를 바라보며 현과장은 자신이 입고 있는 불사조의 재킷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난 재킷을 받았으니까.”

“이건 재킷보다 훨씬 비산 거라고. 재킷은 전설급이고, 모래시계는 신급이야. 이걸 바치면 현과장에게 걸린 저주를 풀 수 있어.”

“괜찮아, 난.”


갓패치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얼마나 호구 짓을 해야 정신을 차릴 거야, 현과장. 그것만 있으면 현실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그 글자가, 생각보다 우유부단해서 조금만 있으면 깎아 줄 거 같아. 너무 걱정하지 마.”


아니, 지금 내가 우유부단하다는 거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손해 보는 장사잖아, 현과장!


“제정신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그냥 넣어 둬. 재킷 값이라 생각하고.”


현과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갓패치를 향해 불어오는 산뜻하고 상쾌한 바람. 갓패치의 눈빛에 강력한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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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왕좌의 게임 - 1 23.08.12 25 4 11쪽
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4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1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3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7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4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2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7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3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2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2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6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4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7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0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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