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6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29 10:00
조회
27
추천
4
글자
12쪽

150. <장편> 죄의 탑 - 5

DUMMY

“야, 이도 좀 닦아라. 관리를 안 하니까 다 빠지는 거야.”


여우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현과장.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돌아서서 루프를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루프 씨도 이는 잘 닦아야 해. 여기사 나가면 내가 칫솔질 좀 해줄 게.”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바람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루프. 그 덕분이랄까, 이번엔 키토에게 시련이 다가오지 않았다. 루프의 머리에서 떨어질 뻔한 시련이.


- 음식이 잘도 지껄이는 구나! -

“아니, 음식이고 나발이고. 이런데서 어떻게 먹고 살아? 난 못 살아, 어휴!”


현과장은 여우를 바라보며 몸서리를 쳤다. 그 모습에 단단히 화가나버린 여우. 그는 썩은 내를 풍겨대며 현과장을 향해 달려왔다.


***


“현과장은 방어는 완벽하지만, 공격은 완전 낙제 수준이다냥.”


어흥선생이 붉은 가방 안에 이것저것을 넣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건 바로 호떡 만드는 재료들. 공격이 최대 약점인 현과장을 위해 호떡 재료를 챙겨주는 어흥선생, 당신은 참 도대체...


“지금 현과장이 적을 만났을 때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냥. 적이 쓰러질 때까지 버티든가. 아니면 도망치든가.”

“어차피 지는 싸움은 아니잖아. 도망 안 쳐도 되는 거 아니야?”


어흥선생의 말을 듣고 있던 현과장은, 이내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굳이 현과장이 도망칠 이유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는 싸움은 아니지만, 도망칠 이유가 있다냥. 현과장 혼자라면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만약 누군가를 지키고 있는 상황이라면 말이 다르다냥. 그럴 땐 그냥 모두와 함께 도망치는 게 낫다냥. 현과장이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을 테니까.”


정답을 말한 어흥선생. 현과장이 말한 게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는 말을 한 건 아니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까지 고려한다면, 어흥선생이 말한 게 훨씬 현명한 판단이었으니까.


“하지만 도망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거 아니야. 그럼 어떻게 해?”

“역시 현과장이다냥. 가르치는 보람이 있다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바라보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여전히 가방 안에 호떡 재료를 집어넣으며.


“그럴 때 현과장이 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다냥.”

“뭐야, 이것도 두 개가 있어?”


현과장의 말에 순간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지긋이 째려보는 어흥선생. 그러더니 그는 이내 말을 이어갔다.


“하나는 바로...”


***


현과장은 탑을 향해 오기 전, 어흥선생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도망칠 수 없을 때, 현과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그 첫 번째.

지금 그에게서 배운 그 첫 번째 방법을 시도할 순간이 왔다.


“리코님, 아무래도 저기 루프 씨와 함께 있어야 할 거 같은데.”


현과장의 말에, 파닥파닥 귀여운 날갯짓을 하며 루프의 등허리 쪽으로 날아간 리코. 그가 그렇게 자리를 비켜주자, 현과장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현과장을 감싸는 은빛의 화염. 바로 그의 몸속에 들어있는 『은화』가 내뿜는 화염이었다.

아무리 전설급 아이템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쓸 줄 모르면 그저 애물단지일 뿐.

현과장에게 은화는 그런 물건이었다. 암살자도 아닌 현과장이 어떻게 암살용 단검을 사용할 수 있을까. 사용하지 못 하는 게 당연지사. 뻔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게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말이야!”


이 또한 극복해버린 현과장. 모든 게 어흥선생의 조언 덕분이긴 하지만, 실로 놀라운 사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신의 방패」를 이용해 자신의 몸에 불꽃을 두르다니.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사기적인 능력을 준 게 아닐까 걱정이 되는데. 이거 괜한 걱정이겠지? 그래도 현과장은 큰 공격력은 가지고 있지 않잖아. 그래, 그리고 「신의 방패」는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의 생물까지 보호하잖아. 현과장은 이 능력 때문에 절대 이길수 없어. 암, 이길 수 없고말고.


“타올라라! 활활!”


현과장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여우를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그렇게 부딪치게 된 여우와 현과장. 그렇게 두 몸뚱이가 충돌하자마자 여우의 몸에서 은빛 화염이 순식간에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던 그의 은빛 화염. 하지만, 그 효과는 현과장이 여우의 근처에서 벗어나자마자 바로 나타났다.


“캉! 캉! 캉!”


2층 안을 가득 메우는 여우의 울음소리. 그 울음소리 안에서 괴로움과 두려움이 느껴졌다. 죽지 않은 채, 온몸이 썩어가면서 2층을 지키고 있던 거대한 여우. 삶에 대한 집착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저주인지 알 수 없지만, 이제는 모두 잿더미로 바뀔 시간이었다.

화염은 여우에서 그치지 않고, 2층에 널려있던 시체와 쓰레기들을 향해 거침없이 뻗어나갔다. 이윽고 2층을 가득 메운 현과장의 은빛 화염. 현과장은 그 중앙에서 온갖 무게를 잡으며 자신만만하게 서 있었다.

젠장, 이겼네. 정말 이겼네. 이건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가 아닌데. 너무 불안한데. 현과장, 너무 강해지는 거 아니야? 현과장은 적당히 강해야 한다고.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현과장은 너무나 당당했다.


“어때, 나 좀 멋있는 거 같아? 리코님, 키토님? 루프 씨?”


현과장의 무게감 있는 목소리에, 멀리서 멀뚱히 보고만 있던 세 친구들이 천천히 다가왔다. 비록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았지만, 마치 자신이 한 건 해 낸 것 마냥 비장한 얼굴이 된 키토와 리코. 루프는 그 둘의 표정을 진지하게 따라하고 있었다.

이윽고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온 일행들은, 은빛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주변을 등지고, ‘자칭’ 멋진 포즈를 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단 한 친구, 루프를 제외하고.


“루프 씨도 자신감있게!”


현과장의 목소리에, 조금 자신감을 얻은 것일까. 루프도 나름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점점 미치광이 클럽, 아니 미드나잇 클럽에 물들어가는 루프. 아, 왜 이렇게 이 순박한 친구가 걱정이 되는 것일까.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완전히 타고 재만 남은 거대한 좀비 여우. 주변에 널려있던 시체와 쓰레기들도 다 타고 재만 남게 되었다.


“그럼 이제 또 앞으로 갈까.”


주변을 확인하더니, 앞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현과장. 그런데 그때, 불길한 기운이 현과장과 그의 일행들에게 엄습해 왔다.


“이거 아직 뭔가 있는데.”


현과장은 불길한 기운의 정체를 재빠르게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루프를 만났을 때와 다른 느낌의 불길함. 이 느낌은 처음 2층에 들어왔을 때 느꼈었던 그런 느낌과 매우 흡사했다. 그렇다는 건,


“2층에 사는 여우가 한 마리가 아니란 거 같은데, 맞아 루프 씨?”

[끄덕끄덕.]


현과장의 말에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루프. 덕분에 그의 머리 위에 앉아있던 키토는 이번에도 로데오를 경험하고야 말았다. 루프의 머리를 치지 않는 걸 보니,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한 모양이었다.

공터를 정리했으니, 이제는 그 뒤에 있는 곳으로 움직일 차례.

어디서 어떻게 여우들이 튀어 나올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죄의 탑」의 출구가 눈앞에 나타나는 것도 아니니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 그냥 전진하자고!”


현과장은 하늘 높이 두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러자, 그를 따라서 앞발을 번쩍 드는 리코와 키토. 눈치를 보던 루프도 그들을 따라 앞발을 번쩍 들었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는 현과장과 일행들. 현과장은 다시금 자신의 몸에 은빛 불꽃을 두르더니 당차게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주변에서 여우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이미 불타버린 동적을 봐서 그런 것일까. 단 한 마리도 덤벼들지는 않았다. 텔레파시를 보내지도 않았다.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가깝고 먼 발치에서.

걸음을 이어간 지 수 십분. 어느덧 3층을 향한 계단에 도착한 현과장과 세 친구들은 잠시 숨 좀 돌릴 겸, 3층 계단 위에 잠시 엉덩이를 붙였다. 악취와 쓰레기 가득한 2층의 바닥에 비해 몇 배는 더 깨끗하게 느껴지는 3층 계단. 현과장은 잠시 불꽃을 거두고 가방을 뒤적였다.


“짜잔~ 이런 게 있네~”


가방으로부터 현과장의 손에 들려 나온 건, 다름 아닌 호떡. 어제 루프를 위해 만들고 남은 호떡의 일부였다.


“지금은 이거 먹자. 여긴 너무 지저분해서 요리기구 꺼내기가 좀 그렇네.”


현과장의 말에, 아무런 대꾸 없이 잘만 받아먹는 우리의 세 친구들. 그렇게 탑 2층의 모험이 끝나고, 이제 막 3층의 여정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그런 그 시각. 거실에 앉아 호떡만 먹고 있던 어흥선생과 채야 그리고 우유나. 산더미처럼 수북했던 호떡이 어느새 반이나 사라져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냥!”


뭔가를 깨달은 것일까. 어흥선생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물론 여전히 호떡을 손에 쥔 채로.


“뭐가 안 된다는 걸까나?”

“이대로 간다면, 내일 호떡이 전부 사라진다냥!”


채야의 말에 다부지게 대답한 어흥선생은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호떡을 입 안에 넣어버렸다.


“저기, 두 분 말씀 중에 죄송한데, 현과장이 다 먹고 모자라면, 부엌 냉장고에 이만큼 더 있다고 말씀드리라고 했는데요.”


충격을 받은 두 사람을 향해, 살며시 손을 올리며 목소리는 낸 우유나. 역시나 그녀의 손에도 호떡은 결코 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거냐?! 현과장은 다 계획이 있구냥!”


우유나의 말에 한시름 덜은 것일까. 함박미소를 지으며 호떡을 집어먹는 어흥선생. 그러던 그때, 갑자기 어흥선생이 호떡을 내려놓으며 우유나를 노려보았다.


“이상하다냥. 왜 우유나가 그걸 말하냥?”

“예? 그야 현과장이 저한테 말했으니까요.”


어흥선생은 고개를 저으며 유심히 그녀를 쳐다보았다. 과연 정말 그 이유 때문이었을까. 그는 단호히 말할 수 있었다. 절대 아니라고.


“그게 이유는 아니다냥! 현과장은 생각보다 머리가 좋다냥!”

“생각 보다가 아니라, 생긴 것 보다랄까나.”


어허! 아무리 현과장이 호구처럼 생겼다고 해도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그래도 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그건 너무 한 거 같다냥. 외모는 건들지 말자냥.”

“알았다랄까나. 하지만 사실이다랄까나.”


또! 또! 또! 외모지적! 하여튼, 언제나 예쁘고 잘생긴 것들이 문제다. 외모가 전부가 아니란 말이다! 얼굴이 전부가 아니란 말이야!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냥! 왜 다른 사람이 아닌 우유나에게 그런 말을 남겼을 지가 더 중요하다냥!”


어흥선생은 지긋이 우유나를 바라보았다. 그 냉철하고 부담스러운 눈빛에 그만, 본색이 드러나 버리고 만 우유나. 그녀는 그 자리에 쓰러지면서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하악... 난 모, 몰라요!”


거친 숨소리에 이어지는 불안한 눈빛. 어흥선생은 살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우유나, 거짓말은 나쁜 거다냥. 마지막 기회다냥. 현과장이 왜 우유나에게 이런 말을 남겼냥. 말해라냥.”

“그건 몰라요... 하악, 하악...”


우유나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지만, 숨길 수 없는 그녀의 숨소리만큼, 그녀의 눈빛 또한 감출 수 없었다. 자신의 욕망에 너무나 솔직한 우유나. 어흥선생은 어렴풋이 눈치를 채고 있었다. 이 여자, 거짓말이 정말 거지같다는 것을.


“그럼 아는 걸 말해라냥.”

“그, 그건...”


이미 용량 이상의 매서운 눈길에, 그만 정신줄을 놓아 버린 우유나. 그녀는 현과장이 말했던 이야기를 들은 그대로, 있는 그대로 전부 토해 내었다.


“냉장고 말고, 채야 님의 비밀 냉장고에도 가득 있어요! 이것들 보다 훨씬 더 많이!”


이 말과 함께, 그만 실신해버린 우유나. 그녀에겐 취조하는 어흥선생의 눈빛이 너무나 독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를 지긋이 내려 보며 미소를 짓는 어흥선생. 그의 눈빛에서 격한 감동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유나가 거짓말을 못한다는 것까지 계산했다니. 현과장,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냥!”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64 164. 왕좌의 게임 - 1 23.08.12 25 4 11쪽
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4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5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1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3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8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4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2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6 4 12쪽
»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8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3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146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2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2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6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4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7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0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8 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