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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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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7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7.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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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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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146. <장편> 죄의 탑 - 1

DUMMY

완벽한 덫이라. 호떡을 향한 식탐이 문제가 아니란 말인가. 현과장은 머리를 굴려보았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런 법정이 열리게 된 것일까. 무슨 일 때문에 사이가 좋지 않은 여왕과 갓패치가 손을 잡게 된 것일까.

현과장은 호떡 이외의 답안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원더랜드 지식의 50%」를 활용해 보아도 답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 판결을 내리겠습니다만.”


어흥선생은 그녀를 막을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무죄임에도 기어코 법정을 열었다. 그녀의 입에서 절대 좋은 판결은 나오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 하지만 막을 방법이 없었다.


“피고 현과장이, 성밖마을에 독을 풀었다는 사실을 증명할 방법이 미흡하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합니다만.”


무죄라는 판결이 나오자, 다시금 술렁이는 법정 내.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판결을 듣고 있는 갓패치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지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가 원더랜드 전역에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킨 것 또한 사실. 그러므로 피고 현과장에게 「죄의 탑」 행을 내립니다만.”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일순간 조용해졌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방청객들의 눈동자. 생각지도 못한 형벌이란 것일까. 연신 현과장을 비난하던 나마래조차도 입을 꾹 다물었다.


[땅! 땅! 땅!]


묵직한 판사봉 소리와 함께 끝나버린 재판.

방청객 사이에서도, 경비원들도 심지어 어흥선생도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두 눈만 깜빡이는 어흥선생. 그리고 그런 그를 바라보는 현과장. 시간은 정처 없이 흐르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모두가 떠나버린 법정 안. 남은 사람은 단 두 사람, 어흥선생과 현과장 뿐이었지만 그들은 결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움직일 수 없었다.

한 사람은 이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 것도 몰라서.

그리고 남은 한 사람은 이 이후 어떻게 해야 할지 너무나 잘 알아서.


***


집으로 돌아온 현과장과 어흥선생은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채야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자,


“「죄의 탑」? 현과장이 거길 갈 이유는 없다랄까나! 여왕이 미쳤다랄까나!”


분노를 감추지 못하며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는 채야. 그녀 또한 「죄의 탑」이 어떠한 곳인지 잘 아는 듯한 모양이었다.


“죄의 탑이 어떤 곳이야?”

“그냥 탑이 아니다냥. 「죄의 탑」이다냥. 죄 지은 사람들이 들어가 죄를 씻고 나온다는 곳이지만, 들어가서 나온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냥.”


어흥선생의 대답에 착잡함이 가득 담겨있었다. 탑에 들어간다면, 어흥선생이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채야 역시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없는 건 마찬가지. 그들이 뭔가 준비해 줄 수 있는 시간은 지금이 전부였다.


“준비를 해야 한다냥.”

“그렇다랄까나. 준비를 해야한다랄까나.”

“제정신이야? 준비를 한다고 잘 살아남을 수 있을 거 같아?”


각오 다부진 두 사람을 향해, 갑작스레 들려오는 묵직한 진실. 다 된 밥에 똥 뿌리는 것도 정도가 있는데, 이 남자는 정도를 모른다.


“갓패치가 꾸민 거 다 안다냥! 이 배신자!”

“어허! 제정신이야? 내가 왜 배신을 해? 내 호떡 장인을.”


어흥선생의 울분에,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갓패치,

그는 이어서 현과장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더니,


“받아. 내 선물이다.”


그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불사조의 재킷」. 현과장이 갓패치를 처음 만났을 때 입아보았던 그 가죽 재킷이었다.


“미쳤다랄까나! 그걸 왜 주냐랄까나!”

“제정신이아니다냥! 갓패치가 제정신이 아니다냥!”


어흥선생과 채야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팔짝팔짝 뛰며 갓패치를 뜯어 말렸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의 행동에는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그게 없으면 안 된다냥! 그게 없으면...”

“평범하게 사는 거지 뭐. 평범하게.”


씁쓸한 표정을 지은 갓패치였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마음을 준비해왔던 것처럼.


“도대체 왜 그러는 거...”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바로 그 순간, 현과장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 현과장이 아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원더랜드 지식의 50%」가 보여주는 진실이었다.


“이게 여왕과의 내기 품목이야?”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듯한 현과장의 목소리. 그의 음성에는 당혹감과 분노가 적절하게 녹아 있었다.


“이걸 왜 날 줘? 팔아서 이겨야지! 여왕을 이기고 다시 자리를 되찾아야지!”

“제정신이야? 이걸 10억 당근코인에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 같아? 입지도 못하는 옷을?”


갓패치는 쓴 미소를 지었다. 애당초 이길 수 없는 내기였던 것을 알았던 것처럼.


“아니, 그런 내기를 한 거야? 미친 거 아니야? 제정신이냥? 완전 미쳤다랄까나!”

“그때는 내가 이길 수 있을 거 같았거든. 왜냐면,”


갓패치는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현과장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이어지는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붉은색이 저지르는 모든 일은 무모하니까.”


하지만, 그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 듯 고개를 기울이는 현과장. 이내 그는 황당하다는 듯 정색하며 반박했다.


“아닌데! 아닌데! 나 완전 안 무모한데!”

“아니다냥. 현과장 무모하다냥.”


정색하는 현과장을 향해, 어흥선생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일제히 현과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 사람들. 거실 안에서 현과장이 무모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는 오직 현과장 혼자뿐이었다.


“아니, 내가 무모하다고? 우유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당연한 거 아니에요? 어떤 미친놈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적국 안으로 기어들어옵니까?”


우유나의 말에, 현과장은 튀어 나오려던 목소리를 참고 머리를 굴려보았다. 그녀의 말이 틀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맞았으면 모를까. 그건 그렇고, 우유나는 왜평소와 다른 운동복 차림인 것일까. 자랑스럽게 입고 있던 강원랜드의 군복은 어쩐 거지? 세탁이라도 맡긴 것일까. 하긴, 여기 와서 한 번도 세탁을 하지 않았으니... 잠깐, 그렇다는 건 지금까지 그 옷 한 벌로 꼬장꼬장한 생활을 지속했다는 거잖아. 아니, 도대체 얼마나 게으른 거야?


“아니, 아니, 아니! 그건 어쩌다가 한 번 그런 거고! 요즘 내가 무모했어? 아니잖아!”

“호떡으로 마약을 이긴다고 생각한 건 정상적인 게 아니랄까나.”


우유나의 복장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현과장은, 자신의 말만 이어갔다.

하지만 채야의 입에서 묵직하게 날아들어 온 팩트. 그 진실이 가지고 온 엄청난 화력이 현과장의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붉은색의 주인은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존재야. 그러니까 여왕도 나에게서 왕좌를 빼앗을 수 있었던 거고. 덕분에 난 이렇게 자유로운 몸이잖아.”

“뭔 헛소리야. 자유롭긴 개뿔. 호떡에게서도 벗어나지 못한 사람이 무슨.”


이번엔 현과장이 묵직한 진실을 갓패치에게 던졌다. 진실의 핵폭탄에 정신을 못 차리는 갓패치. 이리저리 날아드는 진실에 정신을 차릴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아, 현과장과 갓패치를 제외한 나머지는 팩트 폭격을 맞지 않았네. 그럼 두 사람만 정신을 못 차리는 걸까.


“아무튼! 이거 입어. 거기서 필요할 테니까.”


갓패치는 다짜고짜 재킷을 현과자의 품 안에 넣었다. 받고 싶지 않았지만, 받을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재킷을 손에 넣게 된 현과장. 재킷을 손에 들었지만, 현과장은 입지 못하고 한동안 재킷만 바라보았다.


“어차피 붉은색의 주인을 위해 만든 옷이야. 그냥 부담 없이 입어.”

“그게 아니라...”


갓패치의 말에, 조심스럽게 입을 연 현과장.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는 썩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봐. 붉은 바지에 붉은 재킷은 너무 이상하지 않아? 게다가 안에 입은 건 한핑크라고. 누가 봐도 미친놈이잖아.”


이 와중에 색깔타령이라니. 현과장의 머싯속에 정상적인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는 걸까. 심히 의심스럽다. 의심스러워.


“그런 건 걱정하지 마라냥. 여왕은 언제나 붉은색 드레스다냥. 나도 항항 하얀 한복이다냥. 채야는 검은색 고딕 드레스다냥.”


그런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일까. 어흥선생이 현과장의 어깨 위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그러자,


“아니, 그건 우리만 그런 거고. 저기 갓패치는 다르잖아! 이런저런 색이 섞여 있잖아!”

“제정신이야? 난 피부색이 창백하잖아! 이 정도 배려는 해줘야지!”


이번엔 갓패치를 물고 늘어지는 현과장. 그러나 손 놓고 당할 갓패치가 아니었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듯이, 당연하게 받아치는 갓패치. 마치 예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대답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빠른 대처였다.


“이거 준비한 멘트야! 갓패치가 이렇게 빠르게 대답할 리 없다고!”

“그만 색깔 투정부려라냥. 모두 주어진 색깔에 열심히 살아야 한다냥.”


현과장의 의심을 마치 반찬 투정 취급하며 가뿐히 그의 목소리를 묵살한 어흥선생. 그런 두 사람의 시선을 피해 갓패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패션을 지켰다는 안도의 한숨을.


“이제 「죄의 탑」에 갈 준비를 해야한다냥.”

“준비? 그냥 갔다가 필요한 게 있으면 차원문 타고 오면 되는 거 아니야?”


현과장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는 세 사람. 분위기를 보더니, 우유나도 세 사람의 행동에 동참했다.


“우유나, 당신은 뭐 알고 그런 표정을 지으시는 거예요?”

“주인님들의 표정을 따라하는 건 노예의 기본소양인 거 모르셨어요?”


얄밉다. 아주 얄밉다.

노예주제에 무척이나 얄미웠다. 물론 이 모든 게 그녀의 노림수인 것은 분명했다. 쾌락을 위한 노림수. 철저한 계산이 동반된 행동이었다. 저런 머리로 공부를 했으면 훌륭한 사람이... 아, 이미 훌륭한 용자였지. 설마, 너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저렇게 변해 버린 걸까? 사람이 너무 많은 걸을 알아버리면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잖아. 우유나도 어쩌면 그런 경험이 있는 게 아닐까?


“우유나, 혹시 어렸을 때는,”

“저는 어렸을 때와 전혀 변한 게 없어요. 저는 정상이라고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의도를 파악할 정도로 머리가 좋은 우유나 마샤. 그래, 그녀가 이야기했듯 그녀는 그냥 변태다. 그냥 머리 좋은 변태.


“현과장 그렇게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냥. 빨리 준비를 해야한다냥!”

“아니 준비가 그렇게 필요하나고!”

“당연하다냥! 이번엔 현과장 혼자만 가야한다냥!”


혼자만 가라고?

현과장은 순간 당황했다. 혼자만 가라니. 지난번 데빌 위딘 때 얼마나 큰 위험을 경험했었던가. 강원랜드에 침입했을 때는 어떻고. 그런데 혼자 가라고? 이게 말이야 방구야?!


“아니, 나 혼자 어덯게 가?!”

“걱정하지 마라냥. 이번엔 리코님과 키토님은 함께 갈 수 있다냥.”


이미 준비를 마친 키토와 리코. 붉은색 장교복과 여러 장비로 무장한 두 존재는 무척이나... 귀여웠다! 정말 귀여웠다! 어쨌든 귀여웠다!

그건 그런데, 두 귀염둥이가 입은 군복의 재질에 자꾸만 눈이 간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옷의 재질. 어디서 봤지? 현과장은 떠올려 보려고 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붉은색 군복은 본 적이 없으니.


“아니, 이런 건 언제 준비를...”

“내가 조금 전에 준비를 했다랄까나~ 좋은 소재를 찾았다랄까나~”


너무나 나이스한 채야의 준비성에 손뼉을 치며 환호하는 현과장. 그는 준비는 둘째 치고 리코와 키토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두 귀염둥이에 정신이 팔린 것은 가름 사람들도 마찬가지. 거실의 모두는 리코와 키토의 귀여움에 푹 빠져 있었다. 안 한 사람 우유나만 뻬고. 오직 그녀만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모두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면서.

그런 그런데, 당신들 준비 안 할 거야? 「죄의 탑」은 정말 무서운 곳이라고. 내가 이렇게 대놓고 말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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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164. 왕좌의 게임 - 1 23.08.12 24 4 11쪽
163 163. 로데인 몰스. 23.08.11 24 4 12쪽
162 162. 집에 갈 수 있다고? 23.08.10 28 4 11쪽
161 161. 갓패치의 진실 23.08.09 24 4 12쪽
160 160. <장편> 죄의 탑 - 15 23.08.08 28 4 11쪽
159 159. <장편> 죄의 탑 - 14 23.08.07 21 4 11쪽
158 158. <장편> 죄의 탑 - 13 23.08.06 23 4 11쪽
157 157. <장편> 죄의 탑 - 12 23.08.05 25 4 12쪽
156 156. <장편> 죄의 탑 - 11 23.08.04 27 4 11쪽
155 155. <장편> 죄의 탑 - 10 +1 23.08.03 24 4 11쪽
154 154. <장편> 죄의 탑 - 9 +2 23.08.02 27 4 12쪽
153 153. <장편> 죄의 탑 - 8 23.08.01 32 4 11쪽
152 152. <장편> 죄의 탑 - 7 23.07.31 28 4 12쪽
151 151. <장편> 죄의 탑 - 6 23.07.30 25 4 12쪽
150 150. <장편> 죄의 탑 - 5 23.07.29 27 4 12쪽
149 149. <장편> 죄의 탑 - 4 23.07.28 23 4 3쪽
148 148. <장편> 죄의 탑 - 3 23.07.27 23 3 12쪽
147 147. <장편> 죄의 탑 - 2 23.07.26 28 3 11쪽
» 146. <장편> 죄의 탑 - 1 23.07.25 25 3 12쪽
145 145. 법정 호떡 공방 - 2 23.07.24 26 3 11쪽
144 144. 법정 호떡 공방 - 1 23.07.23 27 3 12쪽
143 143.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4 23.07.22 28 3 11쪽
142 142.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3 23.07.21 32 3 12쪽
141 141.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2 23.07.20 22 3 11쪽
140 140. 마약빵 근절 캠페인! 호떡왕 현과장! - 1 23.07.19 25 3 12쪽
139 139. 완벽한 거래 23.07.18 24 3 12쪽
138 138. 마약빵 - 2 23.07.17 27 3 11쪽
137 137. 마약빵 - 1 23.07.16 27 3 11쪽
136 136. 폭풍이 지나간 자리. 23.07.15 30 3 12쪽
135 135. 세상 완벽한 변태(?) 게늠 - 3 23.07.14 2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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