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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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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142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07 19:00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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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85. 제안

DUMMY

“그냥 풀리던데. 가만히 있으니까.”

“그냥 풀려? 가만히 있으니까?”


김치찌개를 한 숟갈 푸려던 그의 손이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다. 가만히 있으니까 풀렸다고? 아무런 물리력도, 마력도 쓰지 않았는데 풀렸다고? 이게 정말 사실일까?


“채야! 지금 저 말이 사실이야?”

“사실이랄까나. 현과장이 나까지 풀어 줬다랄까나.”


갓패치는 자신의 등줄기에서 서늘한 땀방울이 스르륵 굴러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의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공포. 아무래도 단순한 사건이 아닌 듯 했다.


“왜 그렇게 가만히 있어? 김치찌개 안 먹어? 또 반찬투정 하는 거야?”


갓패치가 느끼는 공포를 전혀 눈치 못 챈 채, 곧바로 타박에 들어가는 현과장. 그는 갓패치가 들고 있는 숟가락을 단번에 낚아챘다. 그런데,


“어? 왜 가만히 있어?”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순순히 숟가락을 빼앗긴 갓패치. 그제야 현과장은 갓패치의 얼굴에 핀 공포를 알아차렸다.


“왜? 무슨 일 있는 거야? 무슨 일인 거야?”


그가 이렇게 공포에 떠는 모습을 처음 본 현과장은 이내 그에게 달려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현과장 잘 들어. 감당하지 못할 힘은 가지지 않는 것만 못 해.”

“그건 당연한 거잖아.”


갓패치는 당연하다는 그의 대답에 얼굴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현과장. 현과장은 지금 자신이 가진 힘을 전부 제대로 다룰 수 있어?”


갓패치는 무척이나 진지했다. 평소의 깐족거림과 비아냥을 전부 제거 한 채, 진지하고 사려 깊게 현과장에게 말을 건넸다.


“행운은 못 다루지만, 나머지는 전부 잘 다루잖아. 커피도 그렇고, 호떡도 그렇고.”

“신의 방패는?”


갓패치의 새하얗게 질린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두 사람 사이에 퍼지는 긴장감. 이윽고 현과장은 담담한 어투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내 능력을 벗어난 힘이라는 건 알고 있지.”


그의 대답에, 이상하게도 갓패치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 졌다. 제대로 다룰 수 없다는 말인데 왜 그는 안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내가 겪은 적들 중에 제일 무서운 적이 누구였는지 알아?”


현과장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엄청난 능력을 가진 영웅? 그건 한주먹 거리였지. 신의 능력자들? 나름 비등비등했어. 그런데 말이지.”


갓패치는 진지하게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능력의 한계점이나 장점을 완벽하게 파악한 놈들은 결코 만만치 않았어. 큰 힘 초라한 힘 상관없이, 자신을 아는 놈들은 정말 까다로웠다고.”

“그런데?”

“그런데 현과장은 큰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그 힘을 제대로 사용했잖아!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인상을 팍 쓰며 현과장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아니, 힘을 제어하라면서! 능력을 컨트롤 하라면서!”


억울하다는 듯 대뜸 대드는 현과장. 그의 얼굴에 짜증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건 반사 능력만 있는 줄 알았을 때고! 지금은 능력을 깨우치는 것보다, 봉인하는 쪽이 급선무라고!”

“봉인?”


갓패치의 말에 현과장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봉인이라고? 그 엄청난 힘을 가진 이들을 꼼짝 못하게 할 때 쓰는 단어잖아. 그런 단어를 자신에게 쓴다고? 설마 그렇게 강해진 거야?


“내가 그렇게 강해진 거야?”

“제정신이야?! 강해진 건 둘째 치고! 제일 문제는 상시 발동 능력에, 힘도 크게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라고! 이건 밸런스 붕괴야! 붕괴!”


갓패치의 눈동자에서 쏟아지는 단호한 눈빛. 그는 무척이나 진심인 모양이었다.


“하긴, 신급 능력을 강화한 능력이니까... 봉인 하는 게 맞겠지.”


현과장은 군말 없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인 듯 했다. 그도 어렴풋이, 아니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이 힘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힘이라는 것을.


‘그렇다고 내가 만든 기회를 쉽게 날리면 안 되잖아요.’


그가 마음을 다잡은 바로 그 순간, 머릿속에서 들려온 아름다운 목소리.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현과장은 확실히 느끼고 있었다.


“음 님?!”


현과장이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갑자기 멈춰버린 시간. 허겁지겁 김치찌개를 먹는 리코와 키토의 소리도, 자신을 바라보며 걱정을 한 바가지 하는 갓패치의 목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렇게 자주 오게 하면 곤란해요. 남편이 의심하기 시작했단 말이에요.”


그녀의 말에 현과장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저, 저, 저는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그 어떤 못된 감정도 품지 않았습니다!”


현과장은 하늘을 향해 큰 소리로 자신의 억울함을 읍소했다. 그래, 현과장이 무슨 짓을 했던가. 그냥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을 뿐이다. 단지 그 뿐이었다.


“차라리 불순한 감정이었으면 용서를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한 짓은 그걸 뛰어 넘은 짓이니까.”


불순한 감정을 뛰어넘는 짓이라고? 현과장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아니 하늘이 무너질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아니요, 음 님. 그런 일에 저를 끌어들이시면...”

“어쩔 수 없어요. 시작은 그이가 했으니까.”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겨오는 감정. 그 분노 가득 찬 단호함은, 그녀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을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이내 현과장 곁으로 다가온 그녀. 그녀는 현과장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내 말대로 혼자 제어하기 힘들죠?”




며칠 전, 강화장 안.


“그래요, 그럼 잘 들어요. 우선 무슨 수를 쓰더라도 「개행운과 초불행」을 강화 하도록 하세요. 그럼 신의 방패가 강화 될 거예요.”


딜려 옷차림의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현과장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러면 끝인가요? 그냥 그렇게만 하면 될까요?”

“물론 아니죠. 현과장 혼자 승급한 신의 능력을 사용하기에는 벅찰 거니까.”


그녀의 목소리에서 풍겨오는 불안한 느낌. 현과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능력을 완전히 제어하기 위해서는 다른 힘을 빌려야 해요.”

“다른 힘이요? 어흥선생의 힘? 아니면 갓패치의 힘인가요?”


현과장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젓는 그녀. 그녀의 머릿속에는 다른 존재가 있는 듯했다.


“그럼, 우유나와 밀크나가 가진 과학의 힘인가요?”

“아니요.”


대답과 함께 여전히 고개를 젓는 그녀. 이제 현과장의 머릿속에 남은 인물은 단 한 명뿐이었다.


“설마... 채야? 채야와 결혼하라는 말씀이신가요?”


슬슬 올라가는 현과장의 입꼬리. 하긴, 채야 정도의 외모면 생각할 필요도 없지. 게다가 요리까지 잘하잖아. 뭐 가끔 이상한 액기스를 넣긴 하지만, 이 정도면 감사할 정도가 아니라 두 손 모아 절을 해야지.


“아니에요. 그런 게.”


하지만 이어지는 그녀의 답변은 현과장의 상상을 완전히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그녀와의 첫날밤부터 시작해, 태어나지도 않을 자식들의 이름 그리고 더더욱 태어나지 않을 손주들의 이름까지. 결코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그대로 머릿속의 거품이 되어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아... 좋다 말았네.”

“현과장을 도와줄 수 있는 인물은 단 한명 뿐이에요.”


그녀는 살망해 하는 현과장을 향해, 조용히 입을 열았다.


“그 사람은 바로...”




“그래서 미래의 저를 받아들이라고요?”


현과장은 굳어진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미래의 현과장이라니. 그건... 나잖아?! 잠깐 날 받아들인다고? 이건 또 무슨 말이야?


“현과장은 미래의 현과장이 만든 가상의 인물이에요. 실체가 없어요. 당신이 아무리 큰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그걸 제어할만한 실체가 없으니 언젠간 폭주 할 거예요.”

“그렇다고 날 지우려고 했던, 아니, 우리 모두를 지우려고 했던 그 남자를 받아들이라고요? 당연히 못 하죠!”


그녀가 신이라는 것을 망각한 것일까, 아니면 그만큼 화가 나 있는 것일까. 현과장은 거침없이 자신의 감정을 쏟아 부었다.


“지금 원더랜드는 제가 살렸다고요!”

“알아요. 하지만 실체는 없죠. 이건 당신의 미래 모습이 만든 시뮬레이션이니까.”


그녀는 리코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등을 어루만지려 했다. 그러자, 리코의 등을 통과해 그의 몸 안으로 쑥 들어가는 그녀의 손. 그랬다. 실체가 있는 그녀는 실체 없는 리코의 몸을 결코 만질 수 없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눈앞의 모든 것들은 단순한 그래픽 쪼가리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긴 내 세계에요! 내가 구한 세상이라고요!”

“그런 세계가 지금 현실 세계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잖아요. 이제 선택을 해야 해요.”


그녀는 단호한 어투로 현과장을 몰아붙였다.


“그이는 현과장 당신이 새로운 세계의 질서를 만들고 현실 세계와 융화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난 달라요. 그건 이상이고 우리가 사는 곳은 현실이라고요.”


말투를 바꾸어, 달래듯 이야기하는 그녀. 하지만 절망에 휩싸인 현과장에게 그녀의 말이 닿을 리 없었다.


“이게 행운의 대가인가요? 더 미친 불행인가요? 내 몸을 다른 이에게 넘기는 게!“

“... 원래의 주인에게 돌아가는 것뿐이에요.”


주인에게 돌아간다라... 현과장은 한 동안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나 역시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는 건 마찬가지.

그는 내가 만든 세계를 뚫고, 내가 만든 규칙을 깨뜨리고 세상으로 나온 유일한 존재. 난 언제나 그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고, 존중 해야만 한다.


“결심했어요.”


마음을 정한 것일까. 그의 표정이 결연해졌다.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단호함을 넘어서 분노까지 느껴지는 그의 표정. 그 표정을 마주한 그녀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의 명령을 거역한 인간이라니. 그것도 가상인간.


“당신 때문에 원더랜드가 존재하는 건 알죠? 난 당신을 제거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거예요.”

“그것도 거절하겠습니다.”


현과장의 단호함에 더욱 당황한 그녀. 그녀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이기 시작했다.


“당신은 지금 날, 이 세계를 적으로 돌린 거라고요.”

“가짜에게도 가짜의 삶이 있어요. 저는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저와 원더랜드를 지킬 겁니다.”


현과장의 대답을 듣더니, 그녀는 그대로 모습을 감췄다. 단 한 마디만을 남기면서.


“당신의 미래 모습도, 똑같은 말을 남겼었어요.”




“뭐? 봉인을 하지 않겠다고?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눈노를 감추지 않았다.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그 힘은 까딱 잘못 하면 모두를 파멸 시킬 수 있어! 가만히 잇는데 쇠사슬이 풀린다고? 가만히 있는데 옆 밧줄을 푼다고? 그 정도 능력이면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을 죽일 수 있어!”


현과장은 아무런 대답없이 가만히 듣기만 했다. 그 역시 이런 거대한 힘을 봉인하고 싶지만, 신과의 전쟁이 시작된 이상, 그는 이 힘을 봉인할 수 없었다.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언젠가 때가 되면 봉인할게. 지금은 아니야.”

“지금이 아니면 언제! 누군가 죽고 난 뒤에?!”


현과장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누군가 죽고 난 뒤일 수도 있겠다.

신이라는 존재가 죽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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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정비 23.12.06 19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5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5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7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6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6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5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6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5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6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3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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