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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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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8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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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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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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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DUMMY

“성분 분석만 제대로 되면 만들 수 있냥?”

“정말이죠?”

“음성 분석 결과, 진실 99%.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치입니다!”


채야의 손을 덥석 잡은 세 사람. 그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 그렇다랄까나...”


얼떨결에 그렇다고 말해 버린 채야. 그러자, 세 사람은 너나 할 것 없이 한 장의 종이를 그녀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 종이의 정체는, 그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바로 성분 분석표. 그들이 연구실에서 만들어낸 유일한 결과물이었다.


“이게 뭘까나?”

“뭐긴 뭐냥! 성분 분석표다냥!”


채야는 그들이 내민 종이를 받아들긴 했지만, 이내 고개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랄까나.”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무지 그 내용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하긴, 그녀는 요리사이지 과학자는 아니잖아.


“비켜보세요. 제가 알기 쉽게 설명 드릴 테니까.”


이번엔 우유나가 모두를 제치고 채야의 앞으로 나섰다.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만 같은 그녀의 표정. 하지만, 뒤에서 우유나를 바라보고 있던 어흥선생은 그녀와 완전히 달랐다. 천천히 흔들리는 동공. 그리고 점점 당혹감이 몰려드는 그의 얼굴. 이윽고 그의 입에서는 한숨과 함께 혼잣말이 튀어 나왔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냥...”




한편, 원더랜드와의 전쟁을 차근차근 준비 중이었던 신의 의회 인원들. 마침내 그들의 새로운 무기가 완성이 된 듯이 보였다. 다리안은 원탁에 있는 모두를 향해 자신감 넘치는, 아니 넘치다 못해 거만하게까지 보이는 태도를 취했다.


“이게 내가 만든 무구(武具)다! 어떤가, 다들 만족스럽지 않나?”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가득 차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 원탁 앞에 앉아있던 신의 능력자들은 하나 둘 씩 그가 만든 무기를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리안의 곁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사람들도 있었고, 몇몇은 전혀 생소한 사람도 있었다.


“그대가 이런 준비를 해주다니 고맙군. 그런데 조금 빨리 만들어줬으면 우리가 수모를 조금만, 아주 조금만 받았을 텐데.”


창을 집어 들더니 다리안을 바라보며 몇 마디를 건네는 아담. 그의 목소리에서 고마움과 함께 작은 원망이 섞여서 흘러 나왔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손에 들린 창을 곧바로 낚아채는 다리안. 자신감으로 찬란했던 다리안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아담, 그대는 필요 없는가 보군.”

“아, 아, 아니, 아니, 아니. 필요 하네! 정말 필요하다니까!”


창을 빼앗기고 안절부절못하는 아담. 두 사람을 제외한 신의 능력자들은 이런 아담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긁어 부스럼이라니까. 가만히 있으면 좀 좋아?”

“내가 아무리 절친이라고 해도 저건 못 커버 치겠네.”


제일 먼저 그를 비난한 건 라니와 켄지였다. 그들의 힐난에 살짝 눈을 흘기는 아담이었지만, 두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말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니까. 하긴, 그가 애당초 원더랜드를 건들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


“우리끼리의 분열은 무의미해. 다리안, 창을 넘겨줘.”


이런 살벌한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 나선 건, 그들의 수장인 피터. 그는 다리안으로부터 마치 빼앗듯 창을 받아들더니 그대로 아담에게 내밀었다.


“그리고 아담. 제발 생각하고 말해. 당신은 언제나 쓸데없는 부분까지 말하니까.”

“...명심하도록 하지.”


창을 받아 든 아담은, 이번엔 군말을 더하지 않고 짤막하게만 대답했다.


“자초지종도 말하지 않고 이렇게 무기부터 주다니, 이게 무슨 일이죠?”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이 이상한 것일까, 한 여성이 무기를 보다 말고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르네상스 시대에나 어울릴 것 같은 고풍스러운 드레스와 우아한 손짓. 그리고 원탁 앞의 모두를 압도하는 거대한 풍채. 그녀는 거대한 부채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실상은 부채 넘어로 그녀의 거대한 얼굴이 전부 보이고 있었다.


“미안하군, 안드레아. 설명할 시간이 없었어.”

“안드레아만 설명을 못 들은 게 아니라, 나도 못 들었는데. 나한텐 안 미안해?”


채찍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탐험가 복장의 중년 남성이 서서히 고개를 돌리며 피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의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두 인물, 안드레아와 콘다. 영문도 모른 채 의회에 출석한 그들이었지만, 분위기로 봐서 꽤 중요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눈치 채고 있었다.


“우선 설명이 필요하겠군. 무기를 받았으면 자리에 앉도록 하자고.”


설명을 위해 모두를 자리로 돌려보내는 피터.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 착석하자, 이윽고 피터의 입에서 진지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신의 의회가 비상소집 된 이유는...”




평화롭다. 너무나 평화롭다.

따사로운 햇살과 상쾌한 공기. 매일 느끼던 풍경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다니. 이래서 신께서 휴식을 취하라고 그랬던 것일까. 현과장은 감탄에 감탄을 더해만 갔다.

이제는 귀염둥이들도 김치찌개를 달라고 칭얼거리지 않는다. 주변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시간이 되면 뽀르르 달려온다. 이게 완벽한 힐링이지. 아무 것도 안 하고, 아무런 구속도 받지 않고.

그는 이 자유와 평화를 만끽하며 김치찌개를 한 슬 떴다. 다른 김치찌개가 아닌, 그가 심혈을 들여 만든 스페셜 김치찌개를.


“음~ 퍼~ 풱트!”


저절로 입에서 튀어 나오는 탄성. 진심 100% 함유된 맛을 향한 감탄사였다.


“새로 만든 양념장도 나쁘지 않군. 아니, 오히려 좋아!”


그는 연신 김치찌개를 떠먹으며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오히려 좋아.’가 이럴 때 쓰는 말 맞아? 내가 알기로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이런 의문이 피어오르는 사이, 어느덧 김치찌개를 깔끔하게 해치운 현과장. 그는 포만감에 젖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배를 두드렸다.


“그럼 알잘딱깔센을 할까?”


어? 현과장이 알잘딱깔센을 알아? 정말?

그는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빠르게 밖으로 나오는 현과장. 그의 손에는 너무나 탐스럽게 보이는 복숭아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알러지 있어도! 잘 익은! 딱복(딱딱한 복숭아)을! 깔끔하게 먹는! 센스!”


설마, 그걸 알잘딱깔센으로 알고 있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건 너무 끼워 맞추기식이잖아! 하여튼 아저씨들이란...

내 이런 푸념이 무색할 정도로, 현과장은 복숭아를 야무지게 먹어치웠다. 그의 입가에 피어오르는 행복의 미소. 그래, 이게 힐링이지. 힐링이고 말고.

... 방금 전 mz하게 보이려는 행동들은 빼고.


“그러고 보니 나도 참 젊게 산단 말이야. 핫! 참!”


복숭아를 한입 베어 물며 씨익 웃는 현과장에게서 절대 가지지 말아야할, 가져서는 안 되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아, 들린다! 여태까지 쌓아놓은 호감도가 팍팍 날아가는 소리가! 이쯤해서 현과장의 모습은 마무리 짓도록 하자. 주인공 보호 차원에서.




그럼 그 시각.

현과장이 복숭아가 아닌 자신의 호감도를 깎아 먹고 있던 그 시각 즈음, 채야는 조이 한 장과 엄청난 씨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요, 채야 님. 이게 그 뜻이 아니고요.”

“뭐가 아니랄까나? 분명 아까 그렇다고 말했다랄까나. 붉은 건 고춧가루라고 말했다랄까나!”


채야는 우유나를 바라보며 주둥이를 툭 내밀었다. 여기도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된 거 같은데...


“아니요, 그게 아니라. 여기 위에 붉은 글씨는 고춧가루에서 나온 성분이고요. 밑에 붉은 글씨는 김치에서 나온 성분...”

“그럼 고춧가루를 네 번 쓰면 되는 거랄까나? 붉은 글씨가 네 개 있으니까?”


채야는 이제야 알겠다는 듯 두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그녀가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으니, 그건 자신이 완전히 공부에 소질이 없다는 것. 지금 그녀들은 첫 한 문장으로부터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고 있었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밀크나 다른 방법 없을까요?”

“불가능합니다. 채야 님의 목소리 분석결과 자신감 100%. 지금 그녀는 그녀만의 세계에 빠졌습니다.”


밀크나는 우유나를 바라보며 넌지시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말처럼 자신의 세계에 빠져 마구잡이로 음식을 만드는 채야. 그 모습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에 불길함이 감돌았다. 단 한 사람, 하룡을 제외하고.


“고,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냥?”

“스승님이라면 가능 하십니다. 원더랜드 최고의 요리사시니까.”


하룡의 목소리에서는 그녀를 향한 믿음이 느껴졌다. 불안감이 전혀 녹아 있지 않은 순수한 신뢰. 그의 이런 마음가짐은 이내 그의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그럼 준비를 하죠. 인원이 많아졌으니 널찍한 상을 펴겠습니다.”


하룡은 모두가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한 커다란 상을 가져와 모두의 앞에 펼쳤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상 앞에 앉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 아무래도 그들은 아직 채야에 대한 불안감이 남아있는 듯 했다. 그 것도 그럴 것이, 아직 이 불안감을 해소 시켜줄 그 어떤 행동도 채야가 보이지 않았으니까.

바로 그때였다. 주변으로 서서히 퍼지는 김치찌개 냄새. 현과장이 만들었던 그 찌개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었다.


“어, 이게 뭐야? 잠깐, 이건...?!”


제일 먼저 반응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갓패치. 역시나 김치찌개 마니아답게 그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드디어 김치찌개다운 김치찌개를 맞볼 수 있다는 것을.

갓패치는 다른 이들이 눈치 채기 전, 제일 먼저 상 앞에 자리를 잡고 김치찌개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런 그의 행동이 오히려 모두를 상 앞으로 불러들이는 역효과를 낳고 말았는데...


“제정신이야? 지금 왜 여기에 앉아? 안 먹을 거잖아. 그럼 저리로 가라고.”

“확신이 생겼다냥.”

“확신?”


확신이라는 어흥선생의 말에, 되도록 침착하게 반응한 갓패치. 하지만 그의 얼굴로 드리우는 불안한 감정은 어떻게 숨길 수가 없었다.


“맞는 거 같네요. 갓패치 님이 이렇게 반응 하는 걸 보니.”

“얼굴 스캔 결과, 불안감 85%. 맞습니다. 이건 음식을 빼앗길 때 나오는 갓패치 님의 표정과 일치합니다.”


행동과 표정으로 완전히 모든 것을 읽혀버린 갓패치. 그는 아니라는 듯 상 앞으로 떠나보기도 하고, 애써 얼굴로 태연함을 연기해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상 앞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으니까.


“다 됐다랄까나~”


그들이 이렇게 작은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천천히 다가오고 있던 행복의 시간. 그들의 기다림과 노력에 대한 보상이 이제 그 결실을 맺으려는 것만 같았다.

이윽고, 거대한 냄비가 모두의 앞으로 살포시 내려왔다. 모두의 코를 강타하는 맛있는 냄새. 분명 김치찌개였다. 그것도 현과장이 만든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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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정비 23.12.06 19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5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4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5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0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6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19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6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4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6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5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6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3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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