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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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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5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2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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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DUMMY

“무기를 만들겠다고? 이미 만들었잖아.”

“그게 아니라네. 요즘 유행하는 설계도를 하나 얻었는데 말이야.”

[툭.]


다리안은 광석을 바닥에 툭 떨어뜨렸다. 그러자, 마치 알에서 깨지듯 쩍쩍 갈라지는 광석. 그 갈라진 광석은 이내 손바닥 크기만 한 거미가 되어 다리안의 다리를 타고 기어올랐다.


“이게이게 여간 물건이 아니야. 여려군데 쓸모가 있다고.”

“그 거미, 생물이 아니란 이야기지?”


피터의 물음에, 다리안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살짝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귀염둥이는 내가 그 설계도를 응용해서 만든 거네. 실제는,”

“보통의 인간 크기만 하다는 거군.”


이미 다라안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피터. 그는 다리안이 이 다음에 무슨 이야기를 꺼낼 것인지도 전부 알고 있었다.


“이렇게 나한 테 온 이유는 원더랜드를 실험장소로 쓰고 싶다는 거겠지?”

“역시 의회장. 난 이래서 자네가 너무 좋다니까.”


피터를 바라보는 다리안의 눈빛이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지금 막 산 새로운 장난감을 지금 당장 가지고 놀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그의 얼굴은 기대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힘을 빼는 데 그 장난감만한 건 없을 거 같은데.”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흐흐흐... 하하하하하하!”


다리안의 입에서 흥분한 듯한 광인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목소리는 마치 미치광이 과학자가 낼법한 정신 나간 웃음소리. 그 걸쭉하고 기괴한 웃음은 삽시간에 의회장 안을 가득 메웠다.


“그럼 당장 준비를 하지! 하하하하하!”


자리를 떠나면서도 끊이지 않은 괴소(怪笑). 피터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 채, 그저 멀어지는 다리안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휴식 끝. 내일부터는 평소대로!”


거실에 널브러져 있는 냄비들을 치우던 현과장이 갑자기 모두를 바라보며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 말 정말이냥?”


그가 일상생활로 돌아온다는 말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어흥선생. 현과장이 일상생활로 복귀한다는 말은, 곧 그와 우유나가 김치찌개를 만들기 위해 벌인 일들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걸 의미했지만, 그는 전혀 아쉬워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럼 내일부터 그 김치찌개를 모두 먹을 수 있는 거냥?”


그의 선언이 진짜라면, 이제 부턴 더욱 스페셜한 김치찌개를 맛볼 수 있을 테니까.


“특별한 건 특별한 날에만 먹어야지. 매일 먹을 생각이야?”


그러나 현과장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그가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그의 기대를 짓뭉갤 것만 같은 단호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럼 못 먹는다는 거냥?!”


어흥선생의 얼굴에 절망감이 내려앉았다. 비단 어흥선생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배가 가득 차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갓패치와 다른 가족들. 그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피어났다. 아무래도 현과장의 이 발언이 적잖은 충격으로 다가온 모양이었다.


“지금 제정신이야? 김치찌개를 안 주겠다고?”

“그냥 김치찌개는 만든다니까. 손이 많이 가는 특별한 김치찌개만 만들지 않겠다고.”

“그게 그거지!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가득 차오른 배를 움켜 주고 뒤뚱뒤뚱거리며 현과장 앞으로 걸어온 갓패치. 그의 얼굴에선 상난 콧바람이 연신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난 인정 못 해! 먹어본 적 없는 김치찌개를 포기하라니! 그게 사람이 할 말이야?! 제정신이냐고!”

“먹어보면 더 포기 못 한다니까. 그냥 그쯤 포기...”

“그러니까 더 포기 못 하지! 그렇게 맛있다는 거잖아!”


갓패치는 노발대발하며 길길이 날뛰었다. 그럼 다른 이들은 어땠을까. 뭐 언급할 필요도 없이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특히나,


“난 먹을 거라능! 정말 먹을 거라능!”

“포기! 못 함! 포기 못 함!”


방금 전 막 김치찌개를 먹은 두 귀염둥이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흡사 성난 들짐승 마냥 이리 저리 뛰어 다니는 리코와 키토. 그들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분노. 이미 스페셜 김치찌개를 맛본 그들이었기에, 더욱 거세게 반항했다.


“어허! 두 분이 왜 이러실까! 둘은 많이 먹었잖아. 딱 한 번 먹은 루프와 팽도 가만히 있는데.”


현과장이 둘을 껴안고 진정을 시키려 했지만, 여전히 둘은 막무가내. 이미 김치찌개에 중독된 둘은 부드러운 현과장의 손길에도 진정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생떼를 쓰는 어린아이처럼 현과장의 품에 안겨 발버둥을 치는 두 귀염둥이. 정말이지 금쪽이가 따로 없다.


“계속 그렇게 떼쓰면 김치찌개를 아주 안 만드는 수가 있어!”

“먹을 거라능! 먹을 거라능!”

“리코도! 리코도!”


답이 없다. 어르고, 달래고, 화내고, 성질을 부려도 키토와 리코는 눈 하나 꼼짝 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현과장의 새로운 김치찌개. 비단 두 귀염둥이들만의 요구가 아니기에, 거실을 가득 메운 성난 눈빛은 현과장의 입지를 점점 압박하기 시작했다.


“특별한 건 특별한 날에 먹어야지!”

“매일 매일이 특별한 날이랄까나! 한 번 지나간 날을 돌아오지 않는다랄까나!”


이번엔 채야가 현과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시샘과 질투. 비록 맛은 보지 않았지만, 그의 곁에서 같이 김치찌개를 만들었던 그녀였기에, 충분히 냄새만으로 그가 만든 김치찌개가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아는 듯한 눈치였다.


“겨우 따라잡아놓으니 새로운 걸 만드는 게 어디 있을까나! 이건 반칙이랄까나!”


그녀는 가슴속에 담긴 말을 거침없이 쏟아 내었다. 하지만 그녀의 튀어 나온 말과 다르게 부러움이 가득한 그녀의 목소리. 천성이 요리사인 그녀이기에, 현과장의 이런 새로운 레시피의 발견은 대견하고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건 널리 널리 알려야 한다랄까나!”

“그렇습니다. 이건 알려야지요!”


가만히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하룡도 채야의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람이 등장하고 마는데...


“반대입니다. 우리만 먹기에도 충분하지 않아요. 이건 알릴 게 아니라, 숨겨야 한다고요. 우리만 누릴 수 있게.”


바로, 변태 천재 우유나. 예전 데빌 위딘에 의해 안드로이드 설계도를 강탈당한 그녀였기에 더욱 방어적으로 사안에 임했다.


“우유나의 말에 동감합니다. 이 음식이 원더랜드에 퍼지면 큰 패닉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밀크나 또한 우유나와 같은 생각인 것만 같았다. 그런데, 현과장이 만들어 준다고 이야기 한 적은 없는 거 같은데... 기분 탓인가?


“그러니까, 나는 아직,”

“그래요, 세상은 아직 현과장의 김치찌개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엄청난 음식을 공개한다고요? 절대 안 됩니다!”


현과장이 막 입을 떼려던 찰나, 그 입을 막고 나선 우유나. 덕분에 그의 목소리는 온벽하게 분위기에 묻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민히 있을 현과장이 아니다. 그는 다시 한 번 채야와 우유나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난 분명 만든다고 한 적이,”

“현과장인 가만히 있으랄까나. 이건 나와 우유나의 싸움이랄까나. 우유나, 음식은 모두가 즐겨야 한다랄까나. 우리만 즐기는 건 아무런 의미도 없다랄까나.”


이번엔 채야에 의해 가로막힌 현과장. 이미 그녀들은 자신들의 언쟁에 심취한 나머지 현과장이란 존재가 안중에도 없었다.


“제 말이 맞다고요!”

“아니! 내가 맞다랄까나!”


단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는 두 사람. 현과장은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

괜히 그만 쉰다고 했나.

조금만 더 쉴 걸.

아, 엄마 보고 싶다.

이런 생각들과 함께 아득히 밀려오는 후회의 쓰나미. 하지만 이 상황을 후회하기엔 너무 늦은 것도 사실. 현과장은 이 상황을 타개해야만 했다.


품 안에서는 귀염둥이들이 생떼를 부리고,

눈앞에서는 두 여자가 편을 가려 말싸움을 시작한다.

몸집 큰 어른은 뒤뚱거리며 방방 날뛰고,

한 친구는, 절망감에 정신이 나가있다.

정말이지, 풍비박산 난 집안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모두 동작 그만!!!”


거실 한 가운데에 서서 모두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현과장.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모두의 시선이 현과장을 향했다.


“김치찌개, 먹기 싫어?”


그 순간을 놓칠 현과장이 아니었다. 차분하고 절제된 목소리로 그들의 시선을 자신에게로 잡아두는 현과장. 하지만 이 방법 또한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그들의 주목을 끌지 못 할 것이 분명했다. 그랬기에 현과장은 승부수를 띄워야만 했다.


“평생 특별한 김치찌개를 먹을 방법이 있긴 한데.”




“그 말이 사실이냥? 정말이냥?”


무슨 말이 오고 간 것일까. 정신이 나가 있던 어흥선생이 눈을 비비며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야. 사실이고.”

“제정신이야? 지금 장난치는 거지?”


길길이 날 뛰던 갓패치도 모든 행동을 멈추고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약간 당황한 것일까. 조금 어색해진 갓패치의 행동. 그런 그를 바라보며 현과장은 쐐기의 한 마디를 던졌다.


“난 정말 진지해.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다는 그 말이 모두의 귓가에 내려앉는 순간, 거실에 있는 사람들의 입에 정적이 찾아왔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것일까.


“어떡할 거야, 어흥선생. 내 말대로 해 줄 거야?”


현과장은 사뭇 진지하게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의 현과장과 전혀 다른 느낌의 분위기. 도대체 현과장은 이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한 걸까. 어떤 이야기를 꺼냈기에 이런 반응들을 보이는 걸까.


“...아니, 난 반대한다냥. 그럴 수는 없다냥.”


한참을 고민하던 어흥선생. 끝내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거절’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그런 제안을 꺼낸 건지 모르겠지만, 현과장 우린 그럴 수 없다냥.”

“예전에는 아니었잖아.”


어흥선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과장이 따지듯 그에게 물었다.


“그건 현과장에게 큰 힘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다냥. 지금은 다르다냥.”

“뭐가 달라? 다를 거 없어. 난 여전히 짐이야. 여러 사건들을 해결했지만, 내 실력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힘이나 도구를 이용했었다고.”


현과장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또 진지했다. 마치, 지금 이 이야기들이 짧은 시간동안 고민하고 내놓은 이야기가 아닌 것처럼.


“내가 미래의 현과장처럼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모두 내가 그렇게 되는 걸 원하는 게 아니잖아.”


현과장의 이야기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특히 갓패치가 제일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우린 현과장이 자신의 몸을 지킬 정도의 능력을 갖길 원했어. 더 큰 힘은 오히려 현과장을 힘들게만 할 거라고.”


그 누구보다 부정적인 그의 목소리. 현과장을 바라보는 갓패치의 눈빛에서 불안과 걱정이 느껴졌다. 현과장은 그가 걱정하는 걸, 아니, 모두가 걱정하는 걸 절대 모르는 게 아니었다. 그랬기에 더 오래 생각하고 고민했다. 팽을 만나는 순간부터 그리고 휴식을 끝내는 순간까지. 이 순간을 지키지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임기응변 따위로는 결코 모두를 지킬 수 없다. 이 사실을 깨달아 버린 그였기에, 오랜 시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내려진 결론. 그는 모두를 위한 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의 자신을 내려 놓으면서.


“날 걱정하는 걸 잘 알아. 그런데 나도 모두를 걱정한다고. 나도 여기 모두가 없으면 어떻게 변할지 몰라. 그게 정말 두렵다고. 그러니까 다시 한번 부탁할게, 내게 싸우는 방법을 알려줘. 모두를 지킬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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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284. 정비 - 2 23.12.07 11 3 11쪽
283 283. 정비 23.12.06 19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5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4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4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0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6 3 12쪽
»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19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6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3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6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5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6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3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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