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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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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932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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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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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55. 결성! 솔티드!

DUMMY

“좋아요. 역시 대단하시네요. 단번에 우리에게 맞는 곡을 찾아 주시고.”

“어르신, 괜히 나이를 먹은 게 아닙니다. 이게 전부 경력이라고요.”


노신사는 어깨를 쭉 피며, 거만함 가득한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았다. 마치, ‘이게 바로 능력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운이지 운이야. 할배, 전부 운이라고.”

“운도 능력의 일부다. 넌 운도 없잖아. 그나마 가지고 있던 노래 능력까지 사라진 주제에.”


노신사의 말에, 그대로 고개를 숙여버린 청년. 현과장은 그 모습에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가 능력을 잃게 된 것은 어디까지나 전부 현과장의 탓. 그가 청년에게 걸린 노래의 저주를 날려버린 게 원인이었다.


“운도 없는 놈. 넌 내 밑에서 작곡이나 배워.”


청년은 아무런 대꾸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의 옆에서 덩달아 고개를 끄덕이는 현과장. 현과장은 노신사의 말을 되뇌었다. 운이라. 그러고 보니, 요즘 한동안 「개행운과 초불행」 이 터지지 않았네. 슬슬 터질 때가 된 거 아닐까. 이런 불안한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그건 그렇고, 어르신. 팀 명은 정했습니까?”

“팀명이요?”


노신사의 질문에, 현과장은 물끄러미 키토와 리코를 바라보았다. 현과장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생각이 없는 두 귀염둥이. 그때였다, 가만히 있던 루프가 입을 연 때가.


“내가 듣기에 이 노래는 R&B 창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멋진 곡이다, 멍! 이런 노래를 부르는 팀에게 딱 어울리는 이름이 있다, 멍. 바로, 솔리...”

“자, 잠깐!!”


불길함을 느낀 현과장은 서둘러 루프의 입을 막았다. 설마 그 팀명을 말하려는 건 아니겠지? 90년대를 풍미한 남성 3인조 R&B그룹 『고체』 영어로 고체, 그 그룹 말이다.


“그 그룹명이 별로라면 이건 어떨까요, 어르신. 모두가 원하는 그룹. 마치 수배전단지를 돌려서라도 잡고 싶은 그룹. 그 이름은 원티...”

“너, 너도 조용!!!”


현과장은 몸을 던져 청년의 입을 틀어막았다. 설마 그 그룹을 말하려는 건 아니었겠지? 2000년대 활동한 엄청난 음색의 그룹, 『원했다』 영어로 원했다, 그 그룹 말이다.


“아니, 무슨 입만 열면 폭탄이 튀어나와?! 제발 생각좀 하고...”


불만을 토로하려던 그때, 현과장의 머릿속을 지나가는 한 단어.

루프가 입에 담았던 그룹 명, 『솔리X』.

청년이 제안한 그룹명, 『원티X』.

이 둘을 섞은 적절한 그룹명이 떠올랐다.

첫 번째 그룹명의 첫 번째 글자, 『솔』.

두 번째 그룹명의 두 번째 글자, 『티』.

그리고 두 그룹의 공통 글자, 『X = 드』.

음악계에 짭쪼름한 혁명이 되겠다는 느낌의 그룹명, 『솔티드』

순간, 현과장이 두 눈이 번쩍였다.


“그래! 솔티드! 솔티드로 하면 되겠다!”

“나쁘지 않은 이름이다, 멍. 솔티드라니. 솔티드 카라멜처럼 달콤함을 품은 그룹! 좋다, 멍!”


어, 그런 의미는 아니었는데... 현과장은 그룹명의 의미를 설명하려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런데,


“아주 좋은 팀명입니다, 어르신. 내 손주 녀석은 생각도 못할 대단한 이름이군요!”


노신사까지 입을 열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에 인색한 노신사가 저렇게 말할 줄이야. 현과장은 말을 아끼며 그냥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운 좋게 얻어 걸린 거 같은데.”


뜨끔했다. 이름도 없는 청년이 눈치는 무척이나 매섭네.


“어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해.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런 이름을 지었다, 이 말이야.”


현과장은 너스레를 떨며 청년을 나무랬다. 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단지, 현과장의 생각과 모두의 생각이 같지 않았을 뿐이지.


“그럼, 다시 한 번 불러 보시죠. 제가 드린 명곡, 이 밤의 끄트머리를 잡고!”


노신사는 분위기를 전환시킬 겸, 현과장에게 노래를 제안했다. 노래의 제목은 『이 밤의 끄트러미를 잡고』.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의 제목이지만, 동일한 제목의 곡이 한둘이 아니니까. 그러려니 넘어가자. 이윽고, 현과장과 두 귀염둥이의 눈동자에 서린 자신감. 그 자신감은 이내 입 밖으로 조화롭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다신 널 만날 순 없겠지.”


나직이 깔리는 현과장의 내레이션.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멜로디와 참 낯이 익은 가사. 느낌이 이상한데...


“나의 입술이 너의 하얀 어깨를...”


키토의 목소리가 감미롭게 울려 퍼진... 자, 잠깐! 이거 『솔리X』의 그 노래잖아! 아니 이걸 모른다고? 현과장, 그룹명은 알면서 이 노래는 모른다는 거야? 이거 엄청 유명한 노래라고!


“그렇게 우린 이 밤의 끄트러미를 잡고 사랑했지만~”


리코의 아름다운 목소리가 모두의 가슴을 감싸 안았... 이게 아니잖아! 이건 얻;까지나 표절이라고! 표절!

하지만, 현과장은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노래를 모르는 듯한데...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첫 번째 무대는 바로 그 분들! 원더랜드를 지켜주시고, 우리를 위해 헌신하신 그분들의 무대입니다!”


나마래의 낭랑한 목소리가 청중들의 귓가로 쏙쏙 들어갔다. 그녀의 소개가 채 끝나지도 않았지만, 강하게 외치는 이름, ‘어흥선생’. 청중들은 이미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지금 누가 무대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지.


“원더랜드의 어르신들! 주인즈의 무대입니다! 뜨거운 함성과 힘찬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청중석에서 시작된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 소리가 크고 드넓은 대회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이어서 모두의 호응들 사이로 비집고 들려오는 강렬한 비트. 점차 모두의 목소리와 박수소리는 그 강한 리듬 밑으로 삼켜져 버렸다.

청중석의 모두는 그 흥겨운 가락에 몸을 맡겼다. 나이 드신 분들은 나이 드신 분들 대로, 젊은 사람들은 젊은 사람들대로 그 음악을 즐겼다. 남자와 여자, 여상과 남성 할 것 없이 음악에 심취해 갔다. 그런 바로 그때, 그 리듬을 깨며 등장한 네 그림자. 청중석에서 열화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빗발쳤다.

그런데, 잠깐. 네 사람의 모습이 심상치 않다. 네 사람에게 각자의 색, 뭐 여왕은 현과장에게 빼앗겼지만, 아무튼,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건 원더랜드의 모두가 아는 사실. 붉은색, 흰색, 검은색, 창백한 색의 복장을 한 사람들이 나올 거라는 건 모두가 예측 가능한 범위였다. 하지만, 복장은 다르잖아. 그들은 기존 자신들이 입고 있던 복장들을 버리고, 새로운 무대복장으로 모두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도 무대 복이 아닌, 고철이 덕지덕지 붙은 철갑슈트로. 아니, 누가 저런 옷, 아니 갑옷을 입을까. 그 유명한 히어로 멋진 슈트가 아닌, 고철덩어리를.

그들의 모습이 청중 앞에 드러나자, 순간 정적이 네 사람과 청중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흥겨운 음악도 무시할 정도의 크나큰 정적이.


“이게 맞는 걸까나?”

“맞는 거다냥. 이런 묵직한 모습을 사람들은 원한다냥.”

“우리를 보는 시선이 이상합니다만. 정말 이상합니다만.”

“제정신이야? 아니, 우린 미쳤어! 미쳤다고!”


분위기를 정확히 읽은 채야와 여왕, 그리고 갓패치. 하지만 어흥선생만큼은 전혀 읽지 못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의상을 주문한 게 어흥선생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빤히 보이는 반응을 무시할 리 없으니까.


“완전히 망한 거 같다랄까나.”

“채야, 그런 약한 말 하지 말아라냥. 우리가 춤을 추기 시작하면 모두 난리를 칠 거다냥! 모두 준비다냥!”


어흥선생은 채야의 염려를 단호하게 무시한 채, 음악에 몸을 실었다. 그를 따라 천천히 춤을 추기 사작하는 세 사람. 하지만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장해물을 만나게 되는데...


“이거 춤추기 힘듭니다만!”

“제정신이야? 이 옷을 입고 춤을 추라고?”


아무리 열심히 춤을 춰도 전혀 태가 나지 않는 무대 의상. 그 의상은 오히려 멋진 동작을 딱딱하게 만들 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심지어,


“아! 옷에 살이 찝힌다랄까나!”

“덥습니다만! 정말 덥습니다만!”


옷은 그들의 살을 집고, 또 열로 그들을 후끈, 아니 활활 타오르게 만들었다.


“견뎌내라냥! 아티스트의 길은 멀고 험하다냥!”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춤을 추는 어흥선생. 그러나 그의 강철같은 의지도 이내 꺾이게 만드는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그건,


“지금, 어르신들 대화가 들리지 않았어?”

“나 분명 채야님 목소리를 들은 거 같은데...”

“난 여왕님!”

“꺄~ 어흥선생님 목소리~!! 어흥선생님! 사랑해요!


바로 그들의 대화가 장내에 전부 울리고 있던 것. 어흥선생은 이 사실을 전혀 알지도, 심지어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청중석의 모두는, 애처로운 눈빛으로 주인즈의 네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더랜드의 모두를 위해 이렇게까지 애를 쓰다니. 네 사람의 망가진 몸짓은 이내 청중들의 눈물이 되고야 말았다.


“엉엉... 우리 어르신들 그러지 말아요... 엉엉...”

“우리가 잘 할게요... 엉엉...”

“그렇게 애쓰시지 않아도 돼요...”


순식간에 상갓집 초상 분위기로 바뀐 대회장. 어흥선생은 자신의 고장 난 율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아니다냥...”

“왜 다들 울까나? 울고 싶은 건 나랄까나!”


심지어 채야까지 울먹이는 상황. 이러다가는 원더랜드의 주민들을 위해 애써 기획한 공연이 완전한 실패로 끝날 것만 같았다.


“훗, 이제 우리의 차례인가.”


바로 그때, 장내에 울려 퍼지는 자신감 넘치고 건방진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혀, 현과장이냥?”


그래, 현과장이었다. 어흥선생을 비롯한 무대 위의 네 사람은 현과장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했다. 바로 이런 상황에 현과장이 노래를 부른다고? 그건 정말 장송곡이다. 모두를 지옥으로 이끄는 장송곡.


“현과장! 안 된다냥!”


어흥선생이 빠르게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보았지만, 이미 바뀌어 버린 음악. 신났던 리듬은 이제 은은하고 담담한 템포로 바뀌어 있었다.


“막아야 한다랄까나! 그냥 마이크에 아무 말이라도 해서 막아야 한다랄까나!”

“그래! 막아! 막으라고! 모두 제정신이고 싶으면!”


채야와 갓패치는 마이크를 손에 쥐고 아무 말이나 지껄였다. 하지만, 이미 그들의 마이크가 꺼진 지 오래. 무대 위의 사람 중에 켜진 마이크를 가지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룹 『솔티드』가 내려오기 전까지.


“다신 널 만날 순 없겠지...”


현과장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노래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지는 리코와 키토의 아름다운 화음. 눈물을 글썽이던 청중들이, 정신을 차리고 두 귀염둥이의 목소리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무대 위의 내 사람을 제치고 무대의 중앙으로 다가온 『솔티드』. 그들은 이내 아름다운 음색을 청중들을 향해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이 밤의 끄트러미를 잡고 있는 나의 사랑이~”

“더 이상 초췌하지 않게~ 나를 위해 웃어줘, 난 괜찮아~”


키토와 리코의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에, 청중들은 완전히 넋을 잃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모두의 시선에 현과장은 없었다. 현과장이 하는 부분은 오직 내레이션 파트. 하긴, 음치인 현과장에게 파트를 나눠 줄 순 없잖아. 안 그래?


둘의 노래가 잠시 쉬어가는 시간. 이제 현과장의 차례다. 그는 천천히 걸어서 청중들 가까이로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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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정비 23.12.06 19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5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4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4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0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6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18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5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3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6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5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6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3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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