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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6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2.02 06:00
조회
19
추천
3
글자
11쪽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DUMMY

창밖에 서 있던 여자의 정체는 바로 여왕.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그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매번 불쑥불쑥 찾아오는 그녀였지만, 언제나 밝은 표정이었던 그녀. 하지만 오늘만큼은 얼굴에 어둠이 가득했다.


“급한 일입니다만. 모두 어디입니까?”

“아이템 업그레이드하러 떠났습니다.”


밀크나의 대답에, 여왕의 얼굴에 어둠이 짙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무슨 일인데 그러시죠?”

“그 안드로이드들, 우유나가 만든 거 맞습니까?”


그녀의 질문에, 우유나는 곧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기본적인 설계를 한 것은 본인이 맞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제작에 참여한 것은 밀크나 하나뿐이었으니까.


“중요한 사안입니다만. 빨리 대답을 해 줘야 합니다만.”

“제가 설계를 한 건 맞은데, 직접 만든 건...”


우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말끝을 흐려버렸다. 그러자, 마치 그녀를 보호하려는 듯 그녀의 앞으로 나서는 밀크나. 밀크나의 온몸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우유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녀는 지난 일들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지나간 일들의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만.”


잘잘못을 따지려는 게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여왕의 목소리에서는 원망감이 잔뜩 느껴졌다. 급기야 여왕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감당하기 힘든 일들이 그녀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처럼.


“무슨 일이 있으셨나요?”


밀크나가 다급하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살며시 떨리는 어깨.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 그리고 딱딱하게 굳은 어깻죽지까지. 이러한 몸 상태로 봐서, 그녀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큰 일이 났습니다만...”


큰 일이라는 말이 이토록 무겁게 다가온 적이 있었을까. 그녀를 바라보는 우유나와 밀크나의 얼굴에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여왕의 이야기.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유나의 얼굴이 점차 잿빛으로 물들어갔다.


“우유나가 만든 그 로봇들, 지금 우주 암시장에 거래되고 있습니다만.”




진득한 피의 향기가 발밑으로부터 서서히 올라왔다.

턱 밑까지 차오른 가쁜 호흡. 부들부들 떨리는 팔과 다리.

당장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래, 당장 그만 둬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현과장 버텨야한댜낭! 모두를 생각해라냥!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냥!”


이런 생각이 피어날 때마다 어흥선생은 큰 목소리로 날 일으켜 세웠다. 응원도 격려도 아니었다. 그가 언급한 건 의무이자 내 역할이었다.

난 싸우고 또 싸웠다. 그 작은 나무 단검이 부러질 때까지.

그리고 배 위에 더는 살아있는 해적이 없을 때까지.

단 한 순간을 위해 단검을 휘둘렀다.




해적들과 칼을 맞댄 현과장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럽게 예전 내가 겪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나 또한 현과장이라고 불렸던 시절. 아니, 난 최초의 현과장이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지금의 현과장이 아닌, 또 다른 현과장의 기억이었다. 뭐, 지금의 나는 현과장도 뭐도 아닌 그냥 변사일 뿐이지만.


“현과장 버텨야한댜낭! 모두를 생각해라냥! 이렇게 포기할 수는 없다냥!”


그때처럼 어흥선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때와 마찬가지로 그는 격려나 응원의 한 마디를 던진 게 아니었다. 그가 던진 것은, 바로,


“아 정말 시끄러워 죽겠네! 집중이 안 되잖아! 집중이!”


단순한 방해. 어흥선생은 현과장이 해적들에게 집중하려고만 하면 어김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도 하나의 훈련이다냥. 최악의 상황에서도 집중을 해야 한다냥.”

“아니! 어떻게 집중을 해! 누가 어디서 날 부를지도 모르는,”

[퍽!]


현과장이 어흥선생에게 한 마디 따지려던 그때, 현과장을 향해 날아온 주먹. 당연한 일이었다. 아직 현과장은 해적들과 주먹을 주고받고 있던 중이었으니까.


“아니! 너희들은 상도덕도 없냐? 지금 대화 중이잖아! 대화 중!”


머리끝까지 화가 나버린 현과장. 그는 나무 단검을 꽉 쥐더니 해적들을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이제 한바탕 피바람이 일어날 게 분명했다. 아무리 그가 전투력이 없다고 해도, 그 역시 원더랜드의 주인이니...


“야! 야! 그만! 때려! 너희는 어른 공경도 없냐?”


무참하게 맞는다. 정말 원더랜드의 주인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신명나게 맞는다. 이게 맞아? 이렇게 반격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는 게 맞냐고?!


“그만! 그만! 공격 그만! 어른 공격 그만!”


현과장이 목소리를 높였지만, 해적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긴 시간동안 바다 위에서 생활했던 탓에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해적들. 그들은 스트레스를 풀 상대가 필요했었다. 지금 일방적으로 맞아주는 현과장 같은 인물이.


“아! 진짜!”


현과장은 해적들의 주먹을 온몸으로 받아내던 도중, 반사적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에서는, 주인공의 단 칼에 악당들이 으깨진 두부마냥 뭉개지기 일쑤겠지만, 여긴 다르다. 여긴 원더랜드니까.

현과장이 단검을 휘둘렀지만, 그의 칼질은 해적들의 근처에도 닿지 못했다. 아니,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라떼는 말이야! 아무 능력 없이도 해적 5~60명 정도는 그냥 잡아 족쳤어!


“그만 하자냥. 이거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냥.”


풀이 죽은 듯한 어흥선생의 목소리가 갑판 위로 들여왔다. 그러자, 일제히 현과장으로부터 멀어지는 해적들. 마친 잘 훈련된 군인들처럼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아니! 뭘 그만 해! 난 더 할 수 있어! 온종일! 한 달 내내 할 수 있다고!”


노발대발 한 건 오히려 현과장 쪽이었다. 그토록 그만 때리라고 할 때는 언제고, 진짜 주먹질을 멈추니까 이렇게 화를 내는 건지. 설마, 현과장 그런 취향이야?


“현과장의 쾌락을 만족시키려고 이 훈련을 하는 게 아니다냥.”

“아니! 그건 또 무슨 신박한 헛소리야?! 쾌락? 나 그런 사람 아니야! 정말 아니야!”


현과장은 모두를 향해 진정성을 잔뜩 담아서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슬금슬금 그의 눈빛을 회피하는 해적들. 그들은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서 현과장에 대해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그럼 이건 뭐냥? 단 한 명도 쓰러뜨리지 못 했다냥. 이건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수 없다냥.”

“아니, 그럼 어떻게 때려! 저 사람들이 뭘 잘못 했는데!”

“이 인간들은 해적이다냥. 나쁜 짓을 많이 했다냥.”


어흥선생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의 눈빛 그리고 그의 표정에서 엿보이는 경멸감. 마치 인간 이하의 동물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어흥선생은 주변의 해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아는 만화에서는 그렇게 해적이 그렇게 나쁜 사람들은 아니야.”


당최 무슨 만화를 말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밀짚모자가 머릿속에 샆포시 떠올랐다. 어쨌든, 해적에 대해 자신만의 작은 신념을 가지고 있던 현과장. 하지만, 어흥선생은 그의 말에 눈 하나 깜짝하기는커녕 오히려 독기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건 만화다냥. 현실을 직시해라냥. 현실이 애들 용 만화와 같이 돌아갈 거 같냥? 그렇게 세상이 호락호락할 거 같냥?”

“어허! 애들용 만화라니! 문화라고 문화! 이래서 꼰대들이란, 쯧쯧쯧.”


현과장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해적도 아닌, 바로 어흥선생을. 단지 만화를 조금 비난했다는 이유로 저렇게 바라보다니. 당최 누가 누구에게 꼰대라고 하는 건지. 나 ‘원’ 참.


“지금은 그렇게 말싸움 할 때가 아닐까나. 빨리 볼일을 보고 다음 목적지로 가야 한다랄까나.”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흘러가는 탓에, 채야가 양팔을 걷어붙이고 두 사람의 앞에 나섰다.


“진전이 없다냥, 진전이. 단 한명도 못 죽이는 현과장이 무슨 싸우는 법이냥.”

“아니! 꼭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지!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면 되는 거잖아! 내 말이 맞잖아, 안 그래?”


현과장의 말에 틀린 점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럼 현과장, 지금 몇 명이 전투 불능일까나? 한 명도 없다랄까나!”


단 한명의 해적도 쓰러지기는커녕 넘어진 적도 없었을뿐. 그래, 말 그래도 현과장은 일방적으로 맞았다. 그것도 하루 온종일.


“여기서 이렇게 하루를 날려버렸다랄까나!”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냥. 이게 어떻게 싸우는 법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의 태도냥.”


두 사람의 비난에, 현과장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대로 소중한 시간만 날렸다.


“현과장, 제정신이야? 왜 그런 거야? 싸우는 법 안 배울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현과장은 답답하다는 듯 먼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서서히 시선을 돌리는 현과장, 이어서 그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던 모두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를 내어 놓았다.


“싸우는 법을 배우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차라리 안 배우는 편이 낫지 않을까? 난 모두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법을 배우려고 한 건데.”


잠꼬대 같은 소리다. 만화에서 나올 법한 잠꼬대 같은 소리. 내 가족이 아닌 적의 가족까지 지키는 그런 허무맹랑한 일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신만이.


“현과장, 정신차려라냥. 신의 능력을 가졌다고 신이 된 건 아니다냥.”


어흥선생은 그런 현과장을 향해, 현실을 꼭 집어서 말해줬다. 그래, 신의 능력을 가졌다고 신이 된 건 아니다. 신을 만났다고 해서, 신과 동급이 된 것도 아니다. 현과장은 그냥 현과장일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아 님은 이런 생각을 좋아해 주셨는데.”

“아가 누구냥?”

“신. 음 님의 남편.”


순간 배 위에 내려앉은 정적. 배 위에 있던 모두의 눈동자가 휘둥그래졌다.


“현과장 미쳤다랄까나! 신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랄까나!”

“난 정중하게 불렀어! 어흥선생이 그냥 막 불렀지!”


채야의 말에 현과장이 반반하자, 그 불똥은 곧장 어흥선생에게로 날아갔다. 심하게 동공이 흔들린 어흥선생, 그는 밀려오는 두려움을 이겨내지 못 하고, 그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내가 미쳤다냥. 위대한 분의 존함을 함부로 불렀다냥. 난 죽일 놈이다냥.”

“비켜! 제정신이야? 전부 비켜!”


주저앉은 어흥선생을 밀치고, 해적들을 제치면서까지 현과장의 앞에 선 갓패치. 그의 눈동자에 거대한 기대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현과장, 정말 신과 친한 거야? 그분하고 막 이름을 부를 정도로 사이가 좋은 거냐고.”


정말 얼토당토하지 않은 질문이었다. 신의 이름을 막 부를 정도로 친하냐고? 당연히 현과장은,


“당연하지! 난 그분들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무척 친... 응? 현과장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우린 막 이런저런 고민도 서로 터놓고 말할 정도로 친해. 내가 말 안 했어?”


현과장은 의기양앙 으스대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니, 현과장, 그러다가 정말 신들이 그 작은 해적선 위에 강림하시면 어쩌려고 그래?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지만, 신들은 24시간 어디서든지 다 듣고 계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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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5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4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4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0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5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18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5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3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6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4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7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5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3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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