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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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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5,89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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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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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DUMMY

“...그럼 내가 책임을 지겠다냥. 내가 알려주겠다냥.”


의외였다. 그 누구도 아닌 어흥선생이 자진해서 나설 줄이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진지하게 그의 성장을 반대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제정신이야? 어흥선생이 책임을 지겠다고?”

“그렇다냥. 현과장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사람도 나다냥. 이건 내가 짊어져야 할 몫이다냥.”


어흥선생의 목소리가 거실 바닥으로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평소에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진지한 그의 목소리. 그도 현과장 못지않게 진심인 모양이었다.

이내 그는 현과장의 앞으로 걸어갔다. 진지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현과장과 어흥선생. 이윽고 어흥선생의 입에서 무겁고 신중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럼 내가 직접 알려주겠다냥. 싸우는 방법을.”




“아니 내가 왜 그런 걸 배워? 여기 잘 싸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난 손사래 치며 그의 말을 무시했다. 그런데,


“만약 우리가 없으면, 우리가 전부 패배하면 누가 원더랜드를 지키냥? 현과장 밖에 없다냥.”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날 압박하는 어흥선생. 난 도움의 손실을 구하는 아기 고양이마냥 애처로운 눈빛으로 주변을 바라보았지만, 거실 안에 있는 모두가 같은 뜻인 모양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꼭 배웠으면 한다랄까나.

“제정신이라면 꼭 어흥선생의 말을 따라야지.”


채야와 갓패치도 강하게 나를 압박했다. 그들의 말대로 정말 배워둬야 하는 것일까. 머릿속에 큰 혼란이 왔다.

난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그냥 여기, 지금 내 앞에 있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나에게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배우라니. 이게 과연 맞는 말일까?


“아니, 난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난 유약하고 연약한 중년 남성이라고.”

“그건 의무를 저버리는 겁니다, 현과장. 현과장은 이제 원더랜드의 주인들 중 한 사람이라고요.”


가만히 앉아있던 우유나 마저 그들의 입을 거들었다. 원더랜드 출신이 아닌, 강원랜드 출신인 그녀가 말이다.


“우유나는 여기 사람도 아니잖아.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현과장도 여기 출신은 아니잖아요.”


맞는 말이다. 나 역시 그녀와 같이 이곳 ‘원더랜드’의 출신이 아니다. 그런 내가 정말 싸우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까?


“그러니까 안 배우겠다고. 언젠간 지구로 돌아갈 사람인데 내가 굳이...”


순간 싸늘하게 굳어져버린 거실의 분위기. 모두의 시선에서 냉랭함이 느껴졌다.


“우리 가족 아니냥?”

“물론 가족이지만...”


어흥선생의 물음에, 난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그러자,


“우릴 버릴 생각이 있었다랄까나?!”

“안 버려, 안 버린다고.”


날카롭게 반응하는 채야. 난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그 순간까지 확신이 없었다.

가족이라는 믿음? 아니다.

원더랜드에 대한 신뢰? 아니다.

난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이기적이고 겁쟁이인 내가, 싸우는 법을 알게 되면, 행여나 다른 이들을 다치게 하는 게 아닐까. 지금까지 힘에 대한 의무를 착샐히 수행해 왔던 그들과 다르게,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


“어쨌든, 난 안 배워. 아니 못 배워.”


이럴 땐 단호하게 나가야 하는 법. 난 온 얼굴에 인상을 쓰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자, 일제히 모여 뭔가 쑥덕거리는 사람들. 한 공간에 있었던 터라 다 들릴 만도 한데, 전혀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좋다냥. 그렇게 해라냥.”


어찌된 영문인지. 그들은 쉽사리 포기했다. 아니, 포기하는 듯 보였다.


“단 조건이 있다냥. 단 한 기술만 배워라냥. 그것만 익히면 이 다음부터 싸우는 법을 배우라는 말은 절대 안 하겠다냥.”


단 하나만 배우면 된다라...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그때 난, 그렇게 생각했었다.




예전 현과장이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원더랜드에 종말이 찾아오기 전,

신을 죽이고 힘을 빼앗기 전,

그리고 원더랜드를 시간의 공간 속에 가두기 전 기억이.

지금의 현과장은 분명 나의 일부분인데, 어떻게 나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하긴, 일개 변사로 전락한 내가 꺼낼 궁금증은 아니긴 하다. 이제 진짜 현과장은 내가 아닌 바로 그니까.


“우선 알아 둬야 하는 게 있다냥. 지금의 현과장은 아무도 죽일 수 없다냥.”


어흥선생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잠깐. 난 누구를 죽일 생각으로 싸우는 법을 배우는 게 아닌데.”


정색을 하며 어흥선생을 바라보는 현과장, 잠깐! 잠깐! 잠깐! 싸우는 법을 배운다면서? 그럼 당연히 누군가를 죽이려고 배우는 게 아니야? 전쟁을 대비하려고 배우는 거잖아!


“난 그냥 전쟁을 대비하는 거라고.”


그래, 전쟁. 전쟁에서 수많은 목숨들이 빛을 잃는 건 당연한 일. 사람이 죽고 죽이는 걸 전쟁이라고 하는데, 현과장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현과장이 좀 이상하다냥! 전쟁을 대비하는데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한다냥!”

“아니, 대비 할 수 있지! 대비한다고 꼭 사람을 죽여야 해?!”


...틀린 말은 아니다. 전쟁을 대비한다는 것이 꼭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니까. 사실 전쟁을 준비한다고 다른 누군가를 죽이는 게 더 말이 안 되긴하지만.


“맞는 말이다냥! 누군가를 죽일 필요는 없다냥!”

“그렇지? 그런데 왜,”

“하지만 전쟁이 일어나면 누군가를 죽이게 된다냥. 명심해라냥.”


어흥선생의 말도 틀린 건 아니었다. 그래 전쟁이 일어난다면 누군가를 죽이는 것도 사실.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 거실에 있는 모두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자냥. 현과장은 지금 그 누구도 죽일 수 없다냥. 사람도, 심지어 벌레도 그렇다냥.”

“「신의 방패」 때문에?”


어흥선생은 대답대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현과장의 몸속에 자리 잡고 있는 최고의 능력 「신의 방패」. 그 능력 덕분에 붕괴되던 원더랜드도 되살아나고, 그 능력 덕분에 원더랜드의 많은 이들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났다. 정말 엄청난 사기 스킬인 건 분명한데. 이 능력이 오히려 현과장의 성장을 막아설 줄이야. 현과장은 순간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럼 난 못 배우는 거야? 싸우는 법을?”


실망감이 가득한 현과장의 목소리. 하지만, 그의 질문에 답하는 어흥선생은 그와 전혀 다른 감정의 음성을 내 놓았다.


“당연히 아니다냥! 사람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한다냥!”


어딘지 모르게 활기 가득한, 아니 무척이나 신난 것처럼 느껴지는 그의 목소리. 심지어 그는 두 눈까지 똥그랗게 뜨며 흥분된 자신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방법이 있다냥! 당연히 방법이 있다냥!”


이내 그는 자신의 방으로 달려가 거대한 지도를 꺼내서 달려왔다. 그러더니 곧바로 거실 바닥에 펼쳐 보이는 어흥선생. 그의 얼굴에는 부푼 기대감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었다.


“이게 뭐야?”


당연하게도 시큰둥하게 반응하는 현과장.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보기에는 바닥에 펼쳐진 지도는, 그냥 단순한 지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보면 모르냥? 이건 지도다냥. 우주 지도.”

“그걸 몰라. 지도인 건 당연히 안다고. 그런데 이걸 왜 가지고 온 거야?”


정말 지도인 것을 몰라서 물어본 걸로 아는 걸까. 현과장은 얼굴에 드러난 답답한 심정을 전혀 감추려 들지 않았다.


“현과장 아이템 업그레이드라고 들어봤냥?”

“아이템 업그레이드?”


그거 흔히 게임에서 많이 나오는 거잖아. 기존의 아이템에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다 때려 박아 강화하는 거.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거지?


“들어 보긴 했는데.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는데?”

“훗, 이래서 현과장은.... 냥. 현과장에게 남은 방법은 한 가지다냥. 신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것! 냥!”


어흥선생이 콧대까지 높이며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질렀다.


“아니, 이것보세요, 어흥선생 님. 내가 무슨 무기를...”


어흥선생을 향해 핍박과 면박을 주려던 바로 그때, 무언가가 현과장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예전부터 현과장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해줬던 신비의 보물. 비록 그의 미적 감각과 맞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와는 떨어질 수 없는, 뭐 귀속 되어서 그렇지만, 아무튼! 현과장의 보물 중의 보물. 바로, 전설 단검 은화가.


“어흥선생, 설마 은화를 말하는 거야?”

“딩동댕! 당연하다냥! 현과장이 그 것 말고 무기가 있냥?”


찾아보면 없을 것도 없었다. 갓패치에게 받은 피닉스 가죽으로 만든 재킷도 있고, 리코의 역린으로 만든 단검도 있다.


“다른 것도 있는데? 재킷도 있고 다른 단검도...”

“시, 시끄럽다냥! 난 은화를 말하는 거다냥!”


설마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일까. 어흥선생의 얼굴이 붉어졌다. 만물에 통달한 어흥선생이 이런 실수를 했다고?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날이 있다더니.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 아닐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냥! 현과장이 가진 은화를 업그레이드 하는 거다냥! 신의 방패도 뜷을 수 있을 정도로냥!”


신의 방패를 뚫을 수 있을 정도의 대단한 무기를 만들자는 말에, 모두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보였다.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는 이도 보였다. 너무나 터무니없는 말이라 비웃는 이도 있었다.


“그게 가능할 거라 생각해? 제정신이야?”

“아니요. 어쩌면 가능할지 몰라요. 아니! 충분히 가능하다고요!”


갓패치와 우유나는 서로의 의견에 날 서게 대립했다.

그런데, 신의 능력을 뛰어넘는 무기라... 그런게 정말 있기는 한 거야?


“제정신이야? 신급 능력은 신급 무기로도 막을 수 없다고!”


것패치는 주머니에서 모래시계를 꺼내, 곧바로 현과장에 내보였다. 그러자, 잠깐 빛나더니 그대로 빛을 숨기는 모래시계. 그저 모래시계 안의 고운 모래가 하염없이 시계 바닥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봤지? 아무 일도 안 일어나잖아! 이게 신급 능력은 그 어느 것도 막을 수 없어!”

“하지만 신급 능력을 가진 자가 신급 무기를 사용하면 어떻게 되냥?”


냉소적인 태도로 열변을 토하던 갓패치가 순간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 과연 신급 능력을 지닌 사람이 신급 무기를 사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혹시 신급 능력을 깨부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럼 현과장에세 신급 무기를 쥐어주자는 말인 거야?”

“그렇다냥! 더불어 우리의 무기도 찾는 거다냥!”


그제야 긍정적인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갓패치. 그건 그렇고, 혹시 어흥선생이 기대감을 드러낸 이유가, 설마 자신의 무기를 찾을지 모른다는 희망 때문이었던 거야?


“... 내 무기 때문인 거 맞지? 다른 마음이 있는 건 아니지?”

“무, 무슨 소리냥! 당연히 현과장을 위한 거다냥!”


순간이긴 하지만 어흥선생의 얼굴에 나타났었던 당혹감. 하여튼 엉큼한 고양이 같으니라고!


“현과장의 무기 은화를 업그레이드 하러 가는 거다냥!”

“난 싸우는 법만 알면 되는데, 굳이...”


현과장은 살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과연 자신에게 강한 무기가 필요할까. 강인한 힘이 오히려 독이 되지 않을까. 그의 얼굴에 걱정과 근심이 똬리를 틀기 시작했다. 이런 그의 변화를 눈치 챈 것일까. 현과장의 곁으로 다가온 어흥선생. 그는 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리더니, 진지한 어투로 이야기 했다.


“무기를 손에 얻는 것부터가 싸우는 법의 시작이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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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정비 23.12.06 18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5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4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4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0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6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18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5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4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3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6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4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4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8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5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7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3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3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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