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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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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30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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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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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42. 역쩐재판 - 2

DUMMY

[시끌시끌]


현과장의 말이 끝나자, 법정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무척이나 충격을 받은 듯한 보증 재판관과 변호사 나류오도. 법정 안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단 두 사람, 어흥선생과 현과장 뿐이었다.


[땅땅땅땅땅!]

“정숙!”


어수선한 분위기 속, 법정의 분위기를 다잡는 판사봉 소리.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보증 재판관을 향했다.


[땅땅땅!]


아니, 지금 막 시작했는데, 이렇게 폐정한다고? 현과장의 동공이 커졌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것일까.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재판장의 판단에, 그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법정 밖으로 나오게 된 현과장과 어흥선생. 이상하리만큼 아무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피고인 현과장이 막 법원을 막 떠나려 해도 말이다.


“너무 이상하잖아.”

“뭐가 이상하냥?”


법원을 나오자, 본래의 말투가 돌아온 어흥선생. 어느새 그의 복장도 순백의 한복으로 바뀌어 있었다.


“언제 갈아입었어?”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냥. 뭐가 이상하냥?”


분명 어흥선생의 변신이 훨씬 이상하고 수상하지만, 더는 묻지 말라는 어흥선생의 강렬한 눈빛에 현과장은, 그냥 법원에서 느낌 위화감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나 그냥 집에 가도 돼? 그리고 내 진술 끝나지도 않았어. 그런데 폐정한다고?”


현과장의 의문에 어흥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런 대답을 내놓지 않는 어흥선생. 그의 눈빛은 이렇게 된 모든 원인을 다 아는 듯 차갑고 또 냉철했다.


“어흥선생, 뭐 알고 있는 거지?”

“알지만 말할 수 없다냥. 지금은.”


어흥선생의 목소리는 결연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결코 설명해주지 않을 것만 같은 단호한 표정. 그래도 현과장은 포기할 수 없었다. 김치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사업이기에.


“어흥선생, 내 일이잖아. 내가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맞는 말이다냥.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냥. 이건 정말 보여주기 싫다냥.”


보여주기 싫다고?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무슨 모습을 어째서 보여주기 싫은 걸까. 현과장의 머리는 더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돌아가자냥.”


그런 현과장을 그대로 두고 걸음을 옮기는 어흥선생. 그런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던 그가 갑자기 멈춰섰다. 뭔가 큰 일을 잊었다는 듯이.


“왜 그래, 어흥선생?”

“아까 현과장이 키토님에게 레시피가 있다고 말한 걸 깜빡했다냥.”

“그게 왜?”


어흥선생을 향해 천천히 걸어오는 현과장. 도대체 무슨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일까. 현과장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현과장 그러다가 또 추리 소설 된다고. 너무 그렇게 파지 마. 이제 곧 설명 할 테니까.


***

한편, 집에서 어흥선생과 현과장을 기다리던 채야와 키토는, 불청객의 등장에 조금 애를 먹고 있었다.


“키토님, 너무 했다랄까나.”


키토를 향해 한숨 석인 푸념을 털어놓는 채야. 키토도 미안한 모양인지, 그의 작은 앞발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일반 사람들은 저주를 살짝만 걸어도 죽는다랄까나. 그러니까 키토님이 조심해줘야 한다랄까나.”


채야가, 마당에 널린 시신을 발로 차며, 다그치듯 이야기했다. 그러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키토. 그 모습에 채야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너무 강한 것도 어떨 때는 독이 된다랄까나~”


그녀의 말에 공감하는 듯, 키토는 폴짝 뛰어 채야의 머리 위에 올라탔다.

하얀 피부와 대조적인 그녀의 검은 드레스. 그리고 그 위에 공포를 가득 머금고 있는 귀여운 존재. 음산하지만 아름답고, 어둡지만 화려한 분위기가 그들을 중심으로 주변에 퍼져나갔다.


“그럼 현과장이 오기 전에 치워야 할까나. 어흥선생이 시간을 벌어주겠지만 좀 많은데. 키토님, 좀 도와 줄 수 있을까나?”


키토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폴짝 뛰었다.

그러자, 천천히 땅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체들. 단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집 마당에 즐비했던 시체들은 모두 흔적도 없이 땅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귀엽지만 확실히 위험한 존재, 숲 주인 키토.

그는 채야의 머리에서 내려와 마당을 향해 걸어 나갔다.

지금, 키토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있다.

자신의 업적을 확인하듯 꼼꼼히 마당을 살피는 키토.

잘 묻혀있는지. 혹시나 빗물에 흙이 쓸려 나가 시체가 밖으로 나오지는 않을지.

그의 황금빛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며 앞마당을 훑고 지나갔다.

그렇게 짧은 시간이 지나고. 섬세하게 확인한 키토는 채야를 바라보며 생긋 눈웃음쳤다. 귀여운 공포라는 게 있다면 이런 것일까. 그의 눈동자에서 아름다운 공포가 느껴졌다.

아름다운 공포가 뭐냐고? 그 있잖아, 키토 같은 거.

뭐,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고 그러시나.

그렇게 깊이 있는 웹소설이 아니니까. 대충 넘어가자.


키토가 확인을 마칠 무렵, 저 멀리서 흐릿하게 다가오는 실루엣. 바로 현과장과 어흥선생이었다.


“다 끝냈냥?”


이미 누군가가 습격할 것을 알고 있던 것일까. 어흥선생은 곧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키토님이 다 정리해 주셨다랄까나~”


키토를 향해 살짝 웃어주는 채야. 그 모습을 본 어흥선생도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도대체 뭘 어찌했다는 거야?”


당최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대화에, 결국 폭발해 버린 현과장. 채야와 어흥선생의 얼굴에 맴돌던 미소가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성 안에서 했던 짓을 성 밖에서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다냥.”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바라보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입을 열었다. 어째서 인지 그의 얼굴 가득한 미안함. 목소리에서는 전혀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기에, 현과장은 반쪽뿐인 정보로만 머리를 굴려야 했다.


“뭐 부정부패 이런 거야?”

“비슷하다랄까나. 하지만 더는 묻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머진 우리가 해결해야 할 일이니까.”


언제나 따스했던 채야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졌다.


“우리 같이 김치를 만들었잖아. 그렇게 숨긴다고 일이 해결 돼?”

“해결할 거다냥.”


현과장의 말을 단칼에 거절하는 어흥선생. 그들은 현과장을 등지며 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두 사람 잊은 모양인데. 이 웹소설, 그렇게 심각한 웹소설 아니야. 그쟝 개그 소설이라고.”


현과장이 돌아서는 그들을 향해 나지막이 진실을 내뱉었다. 그러자,

그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어흥선생과 채야. 심지어 키토 역시 엄청난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두 눈동자를 똥그랗게 떴다.


“미, 미안하다냥. 예전 버릇이 나와버렸다냥.”

“나도 미안하다랄까나. 성 안에서의 생활이 떠올랐다랄까나.”


어흥선생과 채야는 반성하는 듯, 머리를 숙였다. 키토 또한 고개를 숙여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들의 사과를 듣던 현과장은 의문을 가졌다. 도대체 성 안은 어떤 세상이기에, 사람이 이렇게 바뀌는 걸까.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그들의 태도로 이거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순수한 성밖마을보다 성 안의 세계는 훨씬 더럽고 추악하다는 것 말이다.


“그럼 대안을 생각해 보자고.”

“잠깐 그러기 전에 한 가지 할 게 있다냥.”


현과장을 잠시 말린, 어흥선생은, 바닥에 ‘X’를 적고 그 뒤에 섰다. 그러더니,


“「X」를 눌러 조의를 표해라냥.”


손가락으로 바닥에 적어 놓은 X를 가리키는 어흥선생. 현과장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흥선생과 땅바닥을 번달아 바라보았다.


“지금 뭐?”

“「X」를 눌러 조의를 표해야 한다랄까나.”


아니,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전개야? 아무리 개그 소설이라고 해도 이게 맞아?


“아니, 누구에게 조의를 표하는 건데?”

“현과장만 모르는 뭔가가 있다냥. 그건 알려고 하지 말아라냥. 진짜 다친다냥.”


어흥선생의 진중한 눈빛에 현과장은 땅 위에 적힌 X를 지그시 눌렀다.

여러분들도 X를 눌러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속았다고 화내진 말자. 여러분들의 순수한 호의에 땅에 묻힌 엑스트라들은 조금은 기뻐할지 모르는 일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고맙게 생각한다.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후다닥 지나간 하루.

어느덧 중천에 떴었던 햇님도 먼 산 뒤로 점점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는 듯 했다.

적어도 현과장과 그의 가족들에게는.


***


“전부 죽었어요?”


어두운 사무실 안.

책상 위의 전화를 받던 나류오도는 인상을 구겼다. 그러자, 그의 등을 두드리는 짭요이. 나류오도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는 살며시 고개를 흔들었다.


“일단 끊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나류오도는 다시금 짭요이를 바라봤다. 그러자,


“나류오도, 잠시만 기다려 봐!”


주황빛이 감도는 곡옥을 손에 꼭 쥐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는 그녀. 얼마 지나지 않아, 멋진 분위기의 숙녀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짭히루님!”


분명,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짭요이가 입고 있는 그대로였지만, 분위기나 몸매는 완전 다른 느낌. 마치 얼굴만 비슷한 다른 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들으세요, 나류오도.”

“네, 짭히루 사장님.”


짭히루라고 불리는 여성은 나류오도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짧다. 성인 여성이라고 하기엔 너무 짧다. 게다가 키 역시 그렇게 크지 않다. 나류오도 앞의 이 여자, 정말 어른이 맞는 것일까.


“이 일만 잘 넘기면 다시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요. 다시 여왕님을 만날 수 있다고요.”

“알고 있습니다, 짭히루님.”


나루오도의 눈빛에서 뿜어져 나오는 활활 타오는 의지. 그 모습에 짭요이, 아니 짭히루는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모두 여왕님을 위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이번에도 우리 사람들을 모조리 제거했는데.”


살며시 떨리는 나류오도의 목소리. 그녀는 그 목소리에서 작은 불안을 감지했다.


“어차피, 힘을 제대로 쓰지 못 합니다. 그리고 들키지 않으면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안 그래요?”


그녀의 나직한 목소리에 나류오도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제 생각이 어리석었습니다.”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든 것일까. 그녀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를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것만 같은 나류오도. 그는 이미 그녀에게 홀려있는 듯했다.


“그럼 짭요이가 오면 잘해 주세요. 그리고 이번 일 잘 부탁해요.”

“네, 짭히로님! 제가 모두를 성 안으로 모시고 가겠습니다!”


나류오도의 외침을 듣더니,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주황빛 곡옥을 꼭 쥐면서 들어오는 짭요이. 그녀의 얼굴엔 아직 지워지지 않은 화장의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있었다.


“그래, 언니가 뭐래?”

“날 사랑한다고 하시더군.”


짭요이의 인상이 굳어졌다. 대놓고 두 눈으로 욕하는 그녀. 그러나, 그녀의 눈빛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그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결코 헤어 나오지 않았다. 아니, 빠져 나올 생각이 없었다.

그래, 잠시 그렇게 두자. 착각은 자유니까. 악당도 사랑할 권리는...

아, 잠깐, 이거 그거 아니지? 철컹철컹 아니지?!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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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41 41. 역쩐재판 - 1 23.04.11 36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3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3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7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27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4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5 3 12쪽
25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5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4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1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68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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