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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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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97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05 06:00
조회
37
추천
3
글자
12쪽

35. 그 이름은 김치 - 5

DUMMY

세 사람은, 내키진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입 안의 김치를 와그작 깨물었다.

그 순간, 입 안에 펼쳐지는 신세계.

그들의 동공이 트이고,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입안을 가득 채운 배추의 단맛 뒤로 살포시 다가오는 감칠맛.

김치의 아삭한 식감은 탱글탱글한 수육가 어우러져, 입뿐만 아니라 귀까지 즐겁게 했다.

맛과 식감이 이끌어낸 엄청난 조화. 이 하모니는 까탈스러운 미각 세포를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 이건! 예술이다냥!!”

“혁신이랄까나!”

“나 제정신이야? 왜 이런 걸 모르고 살았지?”


감탄을 자아내는 세 사람. 심지어 갓패치는 무지했던 자신을 자책까지 하며, 현과장을 칭송했다.


“이게 대한민국 김치고, 이게 김장 마이스터야!”


현과장은 세 사람의 입안에 김치가 사리지기 무섭게, 다시 고기에 김치를 싸서 넣어줬다. 마치 어미 새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것처럼 야금야금 받아먹는 세 사람. 현과장의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계속해서 높아져만 갔다. 그런데 그때,


[탁탁!]


현과장의 머리를 두드리는 푹신한 감촉. 바로 키토였다.

세 사람의 먹방을 보더니, 자신도 먹고 싶어진 모양이다.


“키토님도 먹고 싶어? 하지만 안 돼. 이건 안 돼. 나중에 따로 배추 잘라 줄게.”


부드러운 말투로 어르고 달래며 거절하는 현과장. 하지만 키토는 전혀 물러설 마음이 없는 듯, 계속해서 현과장의 머리를 두드렸다.


[탁탁탁!]

“안 된다니까. 키토님 불똥 싸! 무지개가 아니라 붉은 인내의 보약이 나온다고.”

[탁탁탁탁!!]


아무리 달래도 소용이 없다. 막무가내다. 제 아무리 튼튼한 숲 주인이라고 해도 사람이 먹는 맵고 짠 걸 감당할 수 있을까. 현과장의 얼굴에 근심이 쌓여만 갔다.


“그냥 줘. 그래야 정신을 차리지.”


그런 현과장을 바라보며, 강한 어투로 말을 건네는 갓패치. 그의 시선은 이내 키토를 응시했다.


“먹고 치질이나 생겨라! 하하하하!!”


갓패치를 바라보는 키토의 눈매도 꽤 날카로워졌다.

김치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숨 막히는 신경전. 뺏기고 싶지 않은 인간과 먹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귀염둥이. 승자는, 당연히 귀염둥이 키토였다.


“딱 하나만 먹는 거야, 키토님.”


현과장은, 최대한 양념을 걷어낸 배추를 아주 조금만 찢어서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러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해치워 버리는 우리의 귀염둥이. 김치를 맛본 순간, 키토의 눈빛도 완전히 바뀌었다.

뭐지? 이 아삭함은?

뭐지? 이 달달함은?

뭐지? 이 매콤함은?

뭐야! 짭쪼름까지 하잖아!

키토의 눈동자가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멈추고 싶지만 자꾸만 눈길이 갔다. 잊고 싶지만 자꾸만 생각이 났다.


[탁탁탁탁탁!!]


키토의 발놀림이 빨라졌다. 맛있는 것 앞에서 이성을 잃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매한가지. 지금의 키토는 한 마리의 귀여운 짐승이었다. 아, 원래 짐승이었던가.


“더 먹을 거야, 키토님?”

“제정신이야? 안 돼! 몸에 안 좋아!”


역시나 반대하고 나서는 갓패치. 서로를 바라보는 키토와 갓패치의 눈빛에서 엄청난 적대감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먹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일촉즉발의 순간이었다.


“안 된다냥. 키토님 너무 많이 먹는다냥!”


언제나 키토 편인 어흥선생마저 갓패치의 손을 들고 일어났다. 게다가,


“키토님은 살 좀 빼야한다랄까나~”


키토의 앞을 막아서더니, 씨알도 안 먹힐 이유를 들먹이는 채야. 심지어 고개까지 젓는다. 아니, 이렇게 귀여운 키토에게 뺄 살이 어디 있어?!


채야와 어흥선생의 참전으로 1:3이 되어버린 김치 전쟁. 분명 키토에게 불리한 양상인 것은 자명했지만, 키토는 자신 있었다. 그는 한 마리의 귀여운 맹수니까.

김치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 어느 누가 선제공격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누가 밥상머리 앞에서 싸움질을 하나! 어서 밥이나 안 먹어?! 안 먹어? 그럼 다 치울까?”


치솟으려던 불길에 찬 물을 확 끼얹는 현과장. 그의 목소리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지만. 그가 들고 있던 김치는 그 존재 자체가 위협이었다.


“머, 먹는다냥!”

“제정신이야? 누가 싸워 누가 싸우긴!”

“밥 좀 가지고 올까나~ 밥도 잘 어울릴 거 같은데.”


제 각각 딴청을 피우는 세 사람. 키토도 현과장의 머리에서 사랑스럽게 몸을 비벼댔다.

그래, 김치 하나로 완전히 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그들. 가슴 속에서 뿌듯함이 차올랐다.


“이거 팔아도 될 거 같다냥.”


뿌듯함이 차오르던 그의 가슴에, 욕망의 불꽃이 서서히 일렁였다. 어흥선생의 한 마디 때문에.


“팔아도 될 거 같다고?”


아무리 원더랜드의 김치가 맛이 없다고 해도, 이 김치를 판다는 건 조금 무모한 것은 아닐까. 현과장은 억지로 가슴 속 욕망을 짓밟았다. 하지만,


“제정신이야? 이걸 팔면 내가 못 먹잖아! 안 돼! 팔면 안 돼!”


신랄하게 반대하는 갓패치의 모습은 그의 죽어가던 욕망에 기름을 붓고야 말았다.


“그래, 그 정도란 말이지.”

“그 정도고 뭐고 안 돼! 다 내 꺼야!”


갓패치는 앙칼지게 반응하며 김치를 감쌌지만, 현과장은 개의치 않았다. 아직 그에겐 12통의 김치가 남아있었으니까. 자, 잠깐만 김장 시작 전엔 10통 아니었던가? 그 것도 키토가 헤집어서 남은 게 7통 반. 그런데 12통이 남아있다고?


“후훗, 신에겐 아직 12쪽의 김치가 남아있사옵니다.”


아, 통이 아니라 쪽이었군. 단위 정말 어렵다. 어려워!

뭐야, 나만 어려운 건 아니잖아. 아니, 모두들 가끔 그런 일 없어? 좌측과 우측, 왼쪽과 오른쪽이 헷갈린 적이 없어? 나만 그런 거야? 정말, 진심, 나만 그런 거야?

나 지금 좀 거리감 느껴지려는데. 자괴감도 쪼끔 들고.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래, 괜찮을 거야.


“괜찮다냥. 누구나 약점은 있다냥.”

“약점? 이건 약점이 아니지, 강점이지!”


어흥선생, 위로 고마워. 그런데, 대답은 현과장이 했네. 내 마음과 완전 반대로.


“현과장한테 한 말 아니다냥. 신경 쓰지 마라냥.”

“내가 아니야? 그럼 갓패치인가?”


현과장은 시선을 돌려 갓패치를 바라봣다. 자신의 이름을 부른 줄도 모른 채, 먹는 것에만 온 신경을 쏟아 붓는 갓패치. 저렇게 먹는데 멸치처럼 날씬 하다니. 너무 부러운데. 너무 부러워.


어쨌든, 김치가 팔릴 정도로 맛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된 현과장. 그는 더욱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했다. 그러던 그 때, 그의 뇌리에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갔다. 그 누구보다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줄 수 있는 남자이자 현업 종사자. 바로 하룡이었다.


“모두들 동작 그만.”


현과장의 말에 젓가락질을 멈추고 그를 바라보는 어흥선생과 채야. 하지만, 갓패치는 여전히 김치를 게걸스럽게 집어 먹고 있었다. 그러자, 갓패치의 오른손을 덥석 잡는 현과장. 그는 단호한 눈빛으로 갓패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디서 김치 빼기야!”

“웹소설 쓰고 있네. 제정신이야?”


현과장과 갓패치 사이에서 오고가는 팽팽한 신경전. 현과장은 말을 더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아니, 참아야했다. 그 이상 깊게 들어가면 안 될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으니까.


“아무튼, 우리는 지금 간다.”

“어디로냥?”


어흥선생과 채야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 현과장. 그는 강하게 저항하는 갓패치에게서 억지로 김치를 빼앗으며 입을 열었다.


“성밖마을로.”


***


한 바탕의 소란 후,

이윽고 성밖마을에 도착한 현과장과 일행들. 긴장한 얼굴의 세 사람이었지만, 단 한 사람 갓패치만큼은 시큰둥했다.


“얼굴 좀 펴. 돌아가면 준다니까.”

“제정신이야? 그 먹성 좋은 키토가 배추 쪼가리하나 남겨 놓을 거 같아?”


오로지 김치 생각뿐인 갓패치의 머릿속. 그는 집에서 혼자 김치를 먹고 있을 키토를 생각하니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제정신이야? 사실 난 안 가도 되잖아!”

“혼자 남겨 놓으면 키토님이랑 신경전만 벌일 거잖아. 돌아가면 다시 담근다니까.”

“어느 세월에! 어느 세월에!!”


갑자기 멈춰 서서 그대로 땅바닥에 누워버린 갓패치. 마치 장난감 앞에 드러누운 어린아이처럼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다 큰 어른, 게다가 인지도가 있는 성인 남자의 보기 힘든 광경에 하나 둘씩 현과장 근처로 모여드는 사람들. 하지만, 갓패치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 그 자리에 누워 끔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 뭐하는 거냥! 창피하다냥! 체통을 지켜라냥!”

“내가 지금 얼굴이 화끈거린다랄까나! 일어나야 한다랄까나!!”


어흥선생과 채야의 다그침에도 미동도 없다. 이럴 때 필요한 곤 오직 현과장의 손길. 그는 들고 있던 김치통을 열어 김치 한쪽을 쭉 찢었다. 그러더니,


“일어나. 일어나야 먹을 수 있어.”


갓패치의 머리 위로 살짝이 김치를 보여주는 현과장. 그 순간, 갓패치의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갓패치는 단번에 뛰어올라 김치를 낚아챘다.


“우와...”


그 흔하지 않은 광경에 놀란 듯, 입을 다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 특히나 천하의 갓패치가 저런 모습일 보이는 것에 작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했다.


“가자, 여기가 종착점이 아니야.”

“내가, 김치만 아니면! 이 김치만 아니면!!”


김치를 우물거리며 우레와 같은 포효를 내지르는 갓패치. 잠깐의 사고였지만, 현과장에게는 독이 아니라 오히려 득이 되었다. 꼬장을 부리는 갓패치를 단번에 잠재운 김치. 이 얼마나 거대한 광고란 말인가. 현과장의 입가에 미소가 절로 피어났다.


그렇게 예기치 않은 성과와 함께 주막에 도착한 현과장과 일행들. 네 사람이 주막 안으로 들어오자, 주막 안의 시선이 온통 그들에게 향했다. 물론 현과장이 아닌 나머지 세 사람에게.


“채, 채야 선생님!!”


주막에 들어온 채야를 알아보더니, 곧바로 고개를 숙인 주모. 채야라는 말에, 주방에 있던 하룡도 단숨에 달려와 고개를 숙였다.


“스승님,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나도 오래간만이랄까나.”


채야를 향해 너무나 깍듯하고 정중하게 인사를 올리는 두 사람. 그런 모습에 콧대를 세우는 건, 남은 두 사람도 아닌, 현과장이었다.


“나도 오래간만이랄까나.”

“현과장, 이럴 때는 끼는 거 아니다냥. 사람들(독자들)이 오해한다냥.


그래, 아무 때나 고개를 내밀지 말란 말이야.

말 꼬리를 괜히 설정한 줄 알아? 다 누가 말하는 지 알아보기 쉽게 하려고 설정했다고. 그런데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따라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헷갈리겠어. 안 그래?


“동감이다냥.”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갓패치가 말했어? 아님 채야가?”


현과장은 당황한 얼굴이 되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그를 슬쩍 하룡 앞으로 떠미는 어흥선생. 이어서 그는 현과장의 손에 들고 있던 김치통을 빼앗아 하룡 앞에 내밀었다.


“우리 현과장이 만든 김치다냥.”

“김치?”


주모는 의심쩍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갑자기 김장 마이스터로서의 자존감이 발동한 현과장. 그는 장인정신이 가득 담긴 눈빛을 쏘아 보내며 입을 열었다.


“한 번 먹어 봐. 그 콧대 납작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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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역쩐재판 - 3 23.04.13 29 3 11쪽
42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41 41. 역쩐재판 - 1 23.04.11 37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4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4 3 12쪽
»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8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27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5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5 3 12쪽
25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5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5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2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69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5 4 12쪽
16 16. 차원문4 +2 23.03.17 78 4 12쪽
15 15. 차원문3 +2 23.03.16 7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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