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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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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98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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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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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DUMMY

역시나 퀴즈대결은 편파적으로 진행되었다.

어흥선생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문제들. 가끔 낮은 점수의 상식문제가 출제 되었지만 어디까지나 원더랜드의 상식. 현과장이 맞출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 퀴즈도 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럼 점수를 한번 확인해 볼까요?”


아나운서는 고개를 돌려 현과장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그득하다. 비웃음의 미소가 말이다.


“점수는 300 대 80! 역시나 어흥선생님이시네요! 상대에게 단 한 점도 내주지 않다니.”


아나운서는 고개를 돌려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를 향한 그녀의 눈빛이 그윽하다. 존경의 눈빛 말이다.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냥.”


어흥선생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흘러나오자, 방청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이거 너무 대놓고 차별하는 거 아니야?


“그럼 잠시 광고 보고 진행하겠습니다.”


짧게 가지게 된 휴식 시간. 방청객과 아나운서는 일제히 어흥선생을 향해 달려갔다. 그런 사람들을 향해 은은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어흥선생. 편파 판정 때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현과장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를 향해 모인 관중의 대다수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겁나 부럽네.”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속마음. 그래, 부러운 건 부러운 거지.


“어흥선생은 영웅이랄까나. 성밖마을의 영웅.”


그런 현과장을 향해 다가오는 익숙한 목소리. 채야였다. 그리고,


“현과장, 어흥선생에게 도전을 해? 제정신이야?”


그녀의 곁에서 빈정거리며 다가온 또 한 명의 지인, 갓패치. 얼굴 전체에 비웃음이 가득한 갓패치였지만, 그는 결코 어흥선생을 향해 작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래도 날 응원해 주는 거야? 어흥선생이 아니라?”

“난, 역배를 걸었거든.”


갓패치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그 눈빛에서 전해오는 거대한 압박감. 이 인간 적당히 재미삼아 조금만 건 게 아니다. 이런 도박에 가챠 중독자! 여러분 도박문제 상담은 1336. 기억하자 도박문제 상담은 1336. 절대 갓패치처럼 중독되면 안 된다!


“난 키토님이 하도 칭얼대서 왔다랄까나.”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채야의 품안에서 빼꼼이 고개만 내미는 키토. 순간, 현과장의 안색이 잿빛이 되었다.


“아, 아니 여기에 키토님이 오시면 큰 일 나는 거 아니야?”

“품안에 있으니까 상관없다랄까나. 키토님은 머리가 좋아서 다 잘 안다랄까나.”


현과장은 순간, 걱정이 눈앞을 가렸지만, 채야의 말에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일까.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지었다.


“그럼 다행인데.”

“키토를 걱정해? 제정신이야? 현과장은 현과장의 앞날만 걱정하라고.”


갓패치의 두 눈으로 쏟아지는 압박감. 무슨 마음에도 없는 앞날 걱정이야. 현과장의 앞날이 아니라, 갓패치 당신의 배당금이 걱정 되는 거겠지.


“그럼 시작합니다. 모두 자리로 돌아가 주세요!”


어흥선생 쪽에서 아나운서가 주변을 향해 외치듯 이야기했다. 그러자, 어흥선생을 향해 아쉬운 눈빛을 보내며 점차 방청석으로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 아니 그녀들의 발걸음은 무겁고 또 무거워 보였다.


“그럼 우린 갈 테니까, 잘 해보랄까나.”

“꼭 이겨야 해!”


현과장을 향해 손을 흔들며 방청석으로 돌아가는 채야와 갓패치. 키토도 작은 손을 살며시 내밀어 현과장을 향해 흔들어 주었다.


“네, 이제 후반전입니다. 과연 어흥선생님이 또 한번 기록을 달성하실까요? 그럼 시작합니다.”


역시나 그녀의 멘트에는 현과장에 대한 배려는 없다. 오직 어흥선생뿐.

그렇게 다시금 시작된 퀴즈 대결. 소수와 다수의 싸움이 되어버린 이 결전은 이변이 없는 한 어흥선생의 압승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래, 이변이 없는 한.

허나, 여기는 원더랜드. 이변이 없는 게 이상한 세계. 언제 어디서 변수가 터져 나올지 모르는 동네다. 당연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엔 인간 체스의 트레이드마크, ‘점수 뒤집기’ 입니다!”


방청석에서 환호성과 함께 박수소리가 쏟아져 내렸다. 점수 뒤집기? 뭐 역전의 한방이라도 있는 건가?


“이번 문제부터는 상대방의 점수를 가져 올 수 있습니다. 어흥선생님의 과거 최고 기록은 380점. 최저 기록 역시 380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타이기록을 달성하실 수 있을까요?”


역시나 이번에도 너무나 당연하게 어흥선생만 치켜세우는 아나운서. 아니, 어흥선생에게 베팅이라도 한 거야? 이거 너무하잖아! 저기요, 여기도 사람있다고요!

현과장은 노려보듯 아나운서를 응시했다. 그러나 눈길은커녕 완전히 없는 사람 취급을 하는 아나운서. 이런 현과장의 매서운 눈빛은 오직 카메라를 통해 각 가정의 TV로 전송될 뿐이었다.


“문제에 따라 난이도는 상이하며, 최소 10점부터 최대 상대방의 점수 전부를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경기는 10문제가 전부 출제 되거나, 현과장의 점수가 0점이 되면 종료됩니다.”


현과장의 이름이 나왔다. 그가 패배하는 건 기정사실인 모양이다. 단지 스튜디오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성밖마을 전 주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그렇게 믿고 응원하는 것일까. 이거 고독해도 너무 고독한 싸움 아니야? 현과장의 눈빛에 억울함이 깃들었다.


“그럼 문제 시작합니다.”


현과장이 이런저런 생각으로 주눅이 들어갈 무렵, 아나운서의 입에서 후반전의 첫 번째 문제가 흘러나왔다.


***


4개의 문제가 흘렀다. 현재 스코어 10 : 370. 남은 문제는 6개. 어쩌면 단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단 한 문제만을 남겨 두고 있습니다.”


아나운서도 그렇게 생각한 모양이다. 그냥 꼬집어서 한 문제가 남았다고 하는 걸 보니.


“그럼 문제 드립니다.”


아나운서의 얼굴에 긴장감이 없다. 방청객의 얼굴에서도 전혀 기대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현과장의 패배가 확실한 듯 했다. 하지만,


“여왕님과의 내기 때문에 물건을 팔아야 하는 갓패치님. 이 물건의 가격은 얼마일까요?”


문제를 들은 어흥선생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그에 반면 현과장의 얼굴에는 햇님이 방끗 웃는다. 아는 문제다. 현과장이 아는 문제다. 거침없이 부저를 누르는 현과장. 아나운서의 표정이 굳어졌다.


“10억 당근코인.”


당당히 답을 외친 현과장. 그런데,


“땡! 아쉽습니다.”


아나운서가 땡을 외친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기회는 어흥선생님께 있습니다.”


처음부터 1점 조차 현과장에게 줄 생각이 없던 아니운서. 그녀의 굳어졌던 얼굴은 이제 미소로 가득했다. 그가 입을 열기 전까지.


“누가 10억이 아니란 거지? 제정신이야!”


방청석 쪽에서 들려온 묵직하고 힘 있는 목소리. 바로 문제의 주인공 갓패치였다.


“경비원 저 사람 끌어내... 어머나, 갓패치님!!”


아나운서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갓패치가 방청석에 있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한 사람처럼.


“10억 맞는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나마래, 당신 제정신이야?”


아나운서는 대답도 못하고 그저 큐시트만 만지작거렸다.


“대답.”

“아, 그게 큐시트에는 100억이라고...”


100억이라는 말에, 갓패치가 스튜디오로 걸어 나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다. 그녀의 말대로 【100억 그리고 100점】이라고 적힌 큐시트. 그 문구를 보자, 갓패치의 눈동자에 분노가 일렁였다.


“니들이 안 사니까 100억에서 10억이 된 거잖아! 제정신이야!! 모두 제정신이냐고!!”


스튜디오를 가르는 광기의 외침. 일부의 사람을 제외한 거의 전원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스튜디오 바닥으로 스산하게 깔리는 갓패치의 분노. 그의 분노를 누그러뜨린 건 다름 아닌 현과장의 목소리였다.


“갱신하세요. 시험 답안도 매일 바뀌는데, 가끔 바뀌는 가격 체크도 안 한 게 말이 됩니까? 갱신하세요.”

“그래, 갱신하라고! 물어 봐! 직접 와서 물어보라고.”


이성을 되찾은 갓패치는 몸을 돌려 다시금 자리로 돌아갔다. 갓패치의 등장 덕분에 득점이 인정되는 현과장. 그러나 그 점수는 고작 10점이었다.


“겨우 10점? 저 점수가 맞을까나?”

“아니, 저 잡것이 제정신이 아니란 거지.”


큐시트에 적혀있던 점수는 분명 100점. 진실을 알고 있는 갓패치의 눈에 또다시 분노가 일렁였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키토 역시 두 눈동자를 부라리며 아나운서를 응시했다.


“그럼 다음 문제입니다. 저 나마래의 생일은 언제 일까요?”


편파적 진행이 들킨 이상 어쩔 수 없다는 것일까. 그녀는 노골적으로 문제를 냈다. 무려 큐시트에 전혀 적혀있지 않은 개인적인 문제를.

지금까지의 행보로 미루어 볼 때, 자신의 대답은 무조건 오답처리 할 것이라 판단한 현과장. 그녀는 어흥선생이 12월 32일이라고 말해도 정답이라 외칠 그런 여자다. 여기서 문제는,


“모른다냥.”


어흥선생은 아나운서에게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 엄청난 미인인 채야를 할매라고 부르는 남자다. 그런 그가 일반인에게 관심을 준다고? 그건 어불성설. 그가 좋아하는 건 오직 귀여운 것, 특히 키토뿐이었다.

아나운서는 눈빛으로 아무거나 말하라고 강요했지만, 어흥선생은 고개만 저었다. 왜냐면 모르니까. 정말 모르니까. 정말 관심이 1도 없으니까.


그렇게 끝나버린 아나운서의 발칙한 반란. 어흥선생과 현과장 둘 다 부저를 끝끝내 누르지 않았다.


“아쉽습니다. 그럼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습니다.”


다음 문제로 넘어가겠다던 그녀가, 큐시트가 아닌 땅바닥을 향해 눈동자를 움직였다. 이번에도 잔머리를 굴리는 아나운서. 정말 징하다! 징해! 옆에 서 있는 누구만큼이나 징하다고!


“문제를 드리겠습니다. 성출입관리소의 시험 문제를 담당하는...”

[삐!]


그녀의 이야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울린 부저. 아나운서는 밝은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나 아니다냥.”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 어흥선생. 순간 그녀의 얼굴에 가득 차있던 기쁨은 한 순간에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다.


“정답, 어흥선생.”


현과장의 대답을 들은 아나운서는 아무런 반응도 못하고 그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점점 구겨지는 큐시트. 이어서 그녀는 매서운 눈빛으로 현과장을 째려보기 시작했다.


“네가 뭔데 정답을 맞춰? 네가 뭔데!!”


급기야 현과장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는 아나운서. 그녀의 돌발행동에 스튜디오의 전 스태프들이 무대로 그녀를 말리러 뛰어나와야만 했다. 스태프들이 아나운서를 막아서자, 그녀를 돕기 위해 뛰쳐나오는 방청객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정리된 무대. 아나운서를 비롯해 몇몇 탈진한 사람이 보였지만, 크게 다치거나 한 사람은 없는 듯했다.


“모두 제정신이야? 다시 쇼를 이어가야지.”


그때, 무대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그림자가 보였다. 묵직하고 중후한 목소리의 주인공, 바로 갓패치였다. 그는 무대 위에 떨어진 구겨진 큐시를 보더니, 피식 웃으며 찢어 버렸다. 그러나, 아무도 그를 말리지 않았다. 그저 두려운 눈빛으로 바라만 볼뿐.


“마지막 문제다. 정신 바짝 차리고 듣도록.”


그의 목소리가 스튜디오에 낮게 깔렸다.

마른침을 삼키며 집중하는 현과장과 어흥선생. 그러나 이어지는 갓패치의 문제는, 스튜디오 가득한 긴장감을 무너뜨리고, 두 사람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의 모두를 패닉 상태로 이끌었다.


“그럼 문제다. 이 세계의 주인은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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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역쩐재판 - 3 23.04.13 29 3 11쪽
42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41 41. 역쩐재판 - 1 23.04.11 37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4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4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8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27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5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5 3 12쪽
»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6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5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2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69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5 4 12쪽
16 16. 차원문4 +2 23.03.17 78 4 12쪽
15 15. 차원문3 +2 23.03.16 7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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