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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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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52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18 18:00
조회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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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DUMMY

그래, 어쩌면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귀환한 주인공이 되고 싶은 현과장.

그리고 그런 주인공을 통해 제대로 된 돈 벌이, 아니 이야기를 진행 하고 싶은 나.

뭐, 상부상조. 그런 거 일 수도 있겠다.


“모두, 작별 인사나 하라고.”

“딱히 할 말 없다랄까나.”


채야의 목소리가 차갑게 다가왔다. 조금 전부터 묘하게 신경을 긁는 채야의 말투.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본 현과장은 크게 반응하지 않았다. 한 마디라도 꺼낸다면, 억지로 참고 있는 서운함이 그녀의 눈동자에서 곧장 터져 나올 거 같았으니까.

서운하지 않을 거란 그녀의 다짐도, 다가온 이별 앞에선 소용이 없나보다.


“어흥선생은 할 말 없어?”

“잘 가라낭.”


어흥선생의 작별 인사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감정적이지도 않았다. 담담했다. 그저 모든 감정을 잊은 듯이.


“그럼 보낸다! 잘 가, 현과장!”


갓패치의 힘찬 외침과 함께 현과장의 머리 위로 차원문이 나타났다. 너무나 순식간에 나타난 탓에 작별의 인사를 건넬 새도 없이 그대로 빨려 들어가 버린 현과장. 비록 인사는 전하지 못했지만, 그의 표정은 으 어느 감정보다 절실하게 이별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버리면, 뭔가 서운하지 않겠어? 안 그래?


***


차원문으로 들어간 지 몇 초가 지나지 않아, 현과장은 어디론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떨어지는 느낌이 너무나 익숙하다.

어두워서 제대로 확인은 불가능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눈에 익은 나뭇가지들. 허파로 들어오는 공기조차 익숙하다. 서울로 돌아온 것일까. 하지만 서울의 공원이라고 하기엔, 뭔가 느낌이 달랐다.

현과장은 떨어지는 도중, 반사적으로 나뭇가지를 잡았다. 정말 생존을 향한 반사적 움직임이었다.

그런데, 이 장면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누구 없어요?! 섬 바디 헬프...”


나뭇가지를 잡고 대롱대롱 매달린 현과장. 사방으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그의 입에서 갑자기 아무런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 역시 기시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아냐, 그럴 리 없잖아.”


지금 이 상황을 부정하는 듯 서서히 떨리는 눈동자. 나뭇가지를 잡은 그의 손 역시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 장면 분명히 본 적이 있다. 바로, 이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툭.]


그렇게 나뭇가지를 놓는 현과장.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여기가 지구가,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니나 다를까, 처음 그 때처럼 바닥에 0.0001초도 안 되어서 도착한 현과장. 불안감과 실망감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아니야, 이럴 리 없어. 이거 그냥 비슷한 곳일 거야. 그래, 비슷한 곳.”


현실부정.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버둥이었다. 하지만,


[폴짝!]


현과장을 향한 친근한 몸놀림. 그 작은 몸짓은 다름 아닌 그의 머리 위를 향했다.

그래, 키토였다.


“아니야... 이럴 리 없다.


이럴 리 없긴 뭐가 없어. 말했잖아. 인생 그렇게 쉽지 않다고.

현과장이 반가운 듯, 그의 머리 위에 얼굴을 비비는 키토. 키토의 친근감이 전해지면 전해질수록 그의 심정은 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아니야, 뭔가 잘못된 걸 거야! 그래, 실수일 거야!”


***


살다보면 간혹 이런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다.

술래잡기에서 항상 술래가 되는 사람.

게임 가챠에 매번 천장만 치는 사람.

새 옷, 새 신만 신으면 항상 비가 오는 사람.

한 마디로, 운이 정말 지지리도 없는 사람.

더 알기 쉽게 풀어 쓰자면 이렇게 써야 할까, ‘현과장’이라고.


“젠장! 왜 나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야?!”


대한민국 국민 중에 화이트 룸 현상으로 원더랜드에 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돌아갈 차원문이 다시 그를 원더랜드로 되돌려 보낼 확률은 또 얼마나 될까. 현과장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현과장은 달리고 또 달렸다. 이 모든 의식이 시작한 그 장소를 향해.


“뭔가 잘못 됐다고!!”


그는 채야의 집을 뛰어 들어가며 있는 힘껏 소리쳤다.

생각지도 못한 현과장의 등장에 화들짝 놀라는 채야. 그녀는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홀로 쓸쓸히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청승맞게.


“뭔가 잘못... 혼자 마시는 거야? 어흥선생은? 갓패치는?”

“다들 집에 갔을까나. 그런데 또 왜 온 걸까나?”


퉁명스러운 목소리와는 다르게 조금 밝아진 그녀의 표정. 왜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걸까. 이 여자가 왜 궁상맞게 숲 속에 혼자 사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았다.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고! 갓패치, 어딨어?! 보내줄 거면 재대로 보내줘야지!”


억울함이 가득 담긴 현과장의 외침. 그는 그 울분을 삼키려 채야의 소주를 병째로 나발 부는 현과장. 헐레벌떡 뛰어 온 탓에 취기가 더욱 빨리 찾아왔다.


“한 병 더!”

“그렇게 빨리 마시면 안 된다랄까.”

“한 병 더!!”


채야는 어쩔 수 없이 주방에서 소주 한 병을 더 꺼내 현과장에게 내밀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단번에 들이키는 현과장. 채야도, 심지어 키토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봤다.


“한 병 더...”


걱정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거실 바닥 위로 깔끔히 비워진 소주병이 떨어졌다. 현과장의 비루한 몸뚱이와 함께.


***


“아니, 왜 돌아온 거야? 현과장 제정신이야?”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친근하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현과장은 원래 그런 사람이다냥. 종잡을 수 없다냥.”


이번엔 꽤 낯익은 목소리다. 말끝에 냥냥냥. 어울리지 않는 말꼬리를 붙이는. 그래, 이름이...


“어흥선생, 어떡하지? 제정신이 아니라면, 보내도 다시 돌아올 거 아니야?”


그래, 어흥선생. 어흥선생... 잠깐, 맞다! 아직 여긴 원더랜드지!!


순간, 현과장이 거실 바닥을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현과장의 돌발 행동에 놀란 토끼 눈이 되어버린 갓패치와 어흥선생. 주변에서 놀고 있던 키토도 꽤 질겁했는지. 동그란 그의 눈동자가 더욱 동글해졌다.


“깜짝이야! 현과장 제정신이야?!”

“기껏 보내 주니까 왜 돌아왔냥?”


어흥선생은, 막 일어난 현과장을 향해 답답함을 쏟아냈다. 그러나 얼굴에서 만큼은 숨길 수 없는 반가움. 어흥선생은, 억지로, 또 억지로 마음에도 없는 무심함을 그에게 내비쳤다.


“돌아온 게 아니라, 못 돌아갔다고! 차원문을 통과하니까 숲이었어. 내가 떨어진 숲.”

“못 돌아갔다는 게 말이 되냥?”


어흥선생은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현과장을 쳐다봤다. 그에 비해, 무척이나 차분한 현과장의 표정. 분명 답답한 듯 보이긴 했지만, 그는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럴 리 없어! 내 차원문 기술이 실패했다고? 지금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아닌 모양이다. 당혹스러운 듯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하는 갓패치. 그의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만큼 커져있었다.


“갓패치 그러다 눈알 튀어 나오겠다냥.”

“눈알이 중요해? 지금 내 능력이 실패를 했다잖아! 내 고귀하고 찬란한 능력이!!”


무척이나 상기된 갓패치의 목소리.

우리도 이런 상태의 사람을 종종 만난다.

뭐야, 아직 못 만나봤다고? 그렇다면, 핸드폰을 열어 남자 지인에게 통화를 걸어라. 그리고 이 한 마디만 건네 보자.


- 너 개임 개 못 해. -


아마 곧바로 만나 볼 수 있으리라고 예상된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얼굴도.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서,

갓패치의 얼굴은, 친구에게 게임 못한다는 소리를 들은 대한민국의 20대 남성과 다를 게 없었다.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갓패치의 얼굴. 그의 눈동자에는 실핏줄마저 터져, 광기에 미친 분위기까지 연출 되었다.

그의 분노에 동요하는 것일까. 거실 밖 하늘도 붉게 물들었다. 이것이 진정한 갓패치의 공포. 그 압도되는 분위기에 어흥선생과 현과장은 저절로 겁을 집어 먹었다. 심지어 키토까지도.


“그럴 리 없어! 그럴 리 없다고!! 영겁의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실패를 안 한 내 능력이 이렇게 허접한 인간 하나도 못 보낼 리 없다고!!”

“대놓고 허접이라 그러는 건 좀 그렇다랄까나.”


공포스러운 분위기 속에도, 무심하고 도도하게 차분히 거실로 걸어오는 채야. 주방에 있었던 터라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못 들은 그녀는, 그저 나긋나긋하게 쟁반 위의 꿀물을 현과장에게 내밀었다.


“현과장, 술은 그렇게 먹으면 안 된다랄까나. 적당히, 몸에 맞게 먹어야 한다랄까나.”


이어서 그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어린아이 타이르듯. 그에 반면, 갓패치의 얼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흉포해졌다.


“채야! 제정신이야? 지금 못 들었어?! 내가,”

“못 들었다랄까나.”


당연하다는 듯 순수한 눈빛을 보내는 채야. 그녀의 초롱한 눈동자가 갓패치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래, 못 들었다는 데 할 말은 없지.


“아, 못 들었어? 꽤 큰소리로 말했는데.”

“벌꿀 찾느라 집중 좀 했다랄까나.”

“아, 집중. 그럼 못 들을 수도 있지.”


갓패치는 이 상황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는 완전히 물 건너간 공포스러운 분위기. 이 밋밋해진 분위기에 어흥선생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다시 가야겠다냥. 현과장, 다시 한 번 말해줘라냥.”

“말하긴 뭘 말해! 제정신이야? 이렇게 분위기 곱창났는데.”


현과장을 대신해, 갓패치가 입을 열었다. 그래, 이미 완전히 날아가 버린 진중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도대체 무슨 수로... 잠깐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잖아?!


“방법이 있다냥!!”


그래, 어흥선생! 방법이 있다고. 갓패치를 열 받게 할 무척이나 기똥찬 방법이.

어흥선생은 현과장을 불러, 살며시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러자,


“달랑 그런 말에 사람이 화를 낸다고?”


현과장은 못 믿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어흥선생은 달랐다. 그는 그 누구보다 확신에 차있었다.


“그렇다냥.”

“내가 깐족으로만 한 평생을 살았는데. 그런 거로 화를 낸다?”

“시도해 봐라냥.”


반신반의하며 갓패치의 앞에 선 현과장. 그는 의심섞인 눈초리로 어흥선생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너 마법 개 못 해.”

“뭐?”


즉각 반응이 왔다. 얼굴색이 변하는 것을 넘어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한 갓패치. 훌륭한 애드립이었어, 어흥선생.


“별말씀이다냥.”

“어흥선생, 누구랑 대화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그럴 때가 아닌 거 같은데?”

“정말 그럴 때가 아니랄까나!”


침착함을 유지하던 채야까지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내 마법이 뭐? 뭐라고? 지금 제정신이야?!”


붉다 못 해 검게 변해버린 하늘. 이제는 완전히 붉게 변해 버린 눈동자. 갓패치 주변으로 스산한 기운이 몰려왔다.


“아무래도 선을 너무 넘은 것 같다냥. 모두모두 조심해라냥.”

“잠깐! 그런 걸 나에게 시킨 거야?”


어흥선생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채야와 눈빛을 주고받는 어흥선생. 아무래도 둘의 생각이 일치한 모양이었다.


“현과장은 죽지 않잖냥.”

“우리는 아니랄까나~”


사이 안 좋은 두 사람도 이럴 땐 저렇게 죽이 맞다니.

그나저나 현과장, 어떡하면 좋지? 아무래도 갓패치가 화가 많이 난 모양인데.


작가의말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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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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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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