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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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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33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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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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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41. 역쩐재판 - 1

DUMMY

잔뜩 긴장한 얼굴을 숨기지 못한 채, 현과장과 어흥선생, 채야는 현관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그러자, 그들의 앞에 펼쳐진 건, 김치 판매를 기다리는 엄청난 인파. 그들은 스스로 긴 줄을 만들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현과장이 문 밖으로 나오자, 사람들은 활짝 웃었다. 여간 그의 김치를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금방, 금방 준비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현과장의 얼굴에서 긴장감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조급함과 미안함만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 사람들을 오랜시간 밖에서 기다리게 했다는 미안함과, 빨리 준비를 마쳐야겠다는 조급함. 그 마음 덕분에, 그들이 첫 판매는 순조롭게, 아니 대박을 터뜨리며 막을 내렸다.


현과장의 김치 소식은 하루가 지나지 않아, 성밖마을 전역에 퍼졌다.

맛있는 김치. 숲 주인이 인정한 김치.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김치 등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 일에는 꼭 엉뚱한 일들이 끼기 마련. 그들의 김치 판매는 하루를 못 가 큰 위기를 맞이하고야 말았다.


“네? 고소요?”


현과장은 어안이 벙벙했다. 고소라니.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고소를 한다는 말인가.


“그건 잘 모르겠고요. 뭐, 레시피 어쩌구 하던데. 자세한 내용은 서에서 들으세요.”


고소장을 전해준 남자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앞마당에서 모습을 감췄다. 남자가 사라지자,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확인하는 현과장. 그는 그 내용을 읽는 순간, 엄청난 충격에 휩싸이게 되었다.


“아니, 나 오늘 팔았는데...”


마치 김치 판매를 기다렸다는 듯이 그에게 날아온 소장. 이유도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었다.


“김치 레시피를 훔쳐?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지?”


누거 무슨 이유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장난을 친단 말인가. 장난 좋아하는 갓패치? 아니면 레시피를 갈구했던 하룡? 아니면,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현과장의 눈동자에 불안이 엄습해 왔다.


“무슨 일이냥?”


때마침, 집 밖으로 나온 어흥선생. 그는 현관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현과장을 보더니, 고개를 기울였다.


“어흥선생, 어떡하지?”


현과장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간신히 손에 들고 있던 소장을 어흥선생에게 내밀었다. 흔들리는 눈동자와 파르르 떨리는 손을 보며, 보통 일이 아닌 것을 직감한 어흥선생, 그는 곧바로 소장을 받아 들어 내용을 읽어나갔다.


“감히, 우리 앞길을 막아서다니! 용서 할 수 없다냥!”


어흥선생은 양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분노의 포효를 토해냈다. 그가 대신 화를 내준 덕분일까. 조금은 마음이 진정된 현과장. 그는 어흥선생을 믿고 이번 소송에 뛰어들기고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그는 이때까지 알지 못했다.

이 고소가 본격적인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것을.

그래, 41화 하고도 1300자가 넘어선 지금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출연진들의 애드리브 때문에.


***


“정숙! 재판장님 입장하십니다!”


시끌시끌 대던 법정이 한순간에 조용해 졌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재판장에 대한 예를 갖추는 법정 안의 사람들. 이윽고 법정 안으로 흙빛 피부의 남자가 들어섰다. 그 순간, 재판관의 이마 위의 작은 그믐달 흉터가 두 눈동자 안으로 선명하게 들어왔다.

설마, 그 사람은 아니겠지?


“어흥선생, 그런데 저 재판장,”

“쉿, 보증 선생 등장이다냥. 쉿쉿!”


어흥선생은 눈치를 주며 현과장을 다그쳤다. 이름이 보증이라고? 꼭 생긴 건 어느 드라마의 유명 재판관을 닮았는데, 이름이 보증이라니. 오싹한 기운이 현과장을 감쌌다. 왠지 작은 실수만 해도 큰 파장이 몰려 올 것만 느낌적인 느낌. 현과장은 정신일 바짝 차렸다.


“착석해 주세요!”


착석하란 말에 자리에 앉는 법정 안의 사람들.

그건 그렇고, 변호인 자격으로 온 어흥선생의 복장이 조금 남다르다. 평소 때처럼 하얀 한복이 아닌, 화려한 레이스가 달린 르네상스 시대의 귀족 옷을 입고 있는 어흥선생. 그의 한 손엔 무려 와인 잔이 들려있었다. 법정인데 와인 잔? 설마?


“이번 원고의 변호를 맡게 된 나류오도입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말했다.

개성 넘치는 올백 머리. 파란 정장 재킷. 그리고 주황색 넥타이. 이거 완전히 그 사람이잖아! 매번 역전하는 ‘그 사람’!


“어흥선생이다, 소년.”


어흥선생의 말투가 이상해졌다. 발랄하고 고음이었던 목소리는 어디가고, 이젠 진지하고 묵직한 중저음이 흘러나온다. 아니, 어투는 그렇다 쳐도, 말 꼬리에 ‘냥’이 없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냥’이!


[땅땅땅!]


변호사들의 자기소개가 끝나자, 판사봉을 힘껏 내려치는 보증 재판장. 정말 그들의 자기소개가 필요했는지 약간의 의문이 들지만, 이미 지나간 일. 깊게 생각하지는 말자.


“그럼 법정을 시작하겠습니다!”


[땅땅땅!]


다시금 판사봉 소리가 법정에 울려 퍼졌다. 양측에 살며시 내려앉는 긴장감. 특히나 현과장의 얼굴은, 다른 사람의 두세 배는 더 긴장된 듯이 보였다.


“어흥선생, 우리 이길 수 있는 거지.”

“걱정하지 마라, 피고. 이 재판은 우리가 이긴다.”


와인 잔을 기울이며 현과장을 향해 자신 있게 말하는 어흥선생. 그런 어흥선생을 마주한 현과장은 더욱 안색이 창백해졌다.

어흥선생의 말투, 그리고 행동. 이 모든 것이 완전히 악역 그 자체. 원고석에 앉은 저 나류오도라는 변호사가 누가 봐도 이 재판의 주인공이었다.


“짭요이, 끝까지 가는 거야.”


옆에 앉은 어린 여 조수를 향해 자신감에 찬 눈빛을 발사하는 나류오도. 그런데 이름이 짭요이라고? 정말 그 사람들인 거야? ‘역 앞 재판’의 그 사람들? 현과장은 매우 심난했다. 왜냐고? 자신에게 소송을 걸어온 상대가 ‘그 시리즈’ 물의 주인공인 ‘그 사람들’ 이니까.


“그럼 원고 측 부터 갈까요?”


보증 재판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두 변호사. 나류오도는 재판관 앞으로 걸어나오자 마자, 현과장을 지목했다.


“저는 피고 현과장의 증인 출석을 신청하는 바입니다!”


***


그렇게 증인석에 서게 된 현과장. 재판장의 분위기 자체가 나류오도에게 유리하게 흐르는 느낌이었다.


“증인, 증언을 시작하세요.”


보증의 말이 끝나자, 현과장은 천천히 입을 땠다. 불안감을 전혀 떨쳐버리지 못한 채로.


“저는 현과장입니다. 지금은 채,”

“이의있음!!”


아니 뭔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이의가 있다니? 이게 무슨 경우야?


“무슨 이의가 있다는 말입니까, 나류오도 변호사?”


보증 재판관이 의아하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아, 손이 미끌어 졌습니다. 실수로 버튼을 눌렀네요.”


웃음으로 얼버무리는 나류오도. 실수로 버튼을 눌렀는데 이의신청이 된다고? 이거 게임이야? 지금 그 게임 안 인거야?


“바보 같은 생각 말고, 이야기를 이어가라, 피고.”


이런 말도 안 되는 현과장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나직이 충고하는 어흥선생. 그러자 현과장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현과장입니다. 지금은 채야와 어흥선생과 같이 숲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의있음!”


아니 여기에 뭐가 이의할만한 게 있다는 거야? ‘역 앞 재판’ 안 해봤어? 솔직히 말해봐, 너 그냥 던지는 거지? 그냥 버튼 누르는 거지?!


“무슨 이의입니까? 나류오도 변호사.”


재판장의 질문에 당당히 현과장을 향해 손을 뻗는 나류오도. 그는 힘찬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숲 주인도 함께 삽니다!”


아니, 그게 중요해? 중요하냐고. 키토의 이름을 빼먹은 게 중요해?

그런데 재판장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아 그렇군요, 피고, 증언을 정정해 주세요.”

“네. 재판장님.”


전혀 이해가 되지 않지만, 고개를 끄덕인 현과장. 그는 다시금 증언을 이어갔다.


“저는 현과장입니다. 지금은 채야와 어흥선생 그리고 숲 주인 키토와 함께 숲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과장은 말을 마치고 나류오도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원고 측 사람들. 그 순간, 현과장은 위화감을 느꼈다. 원고 측에 원고가 없다.


“저, 죄송한데. 원고가 안 보이는...”

“이의있음!”


현과장의 말에 바로 이의를 신청하는 원고 측 변호사 나류오도. 그는 뭔가 캥기는 게 있는 듯 허둥대며 말을 이어갔다.


“피고의 증언은 증언과 무관합니다!”


아니, 증언이 증언과 무관하다는 건 무슨 뜻이야?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그런데,


“인정합니다. 피고는 제대로 된 증언만 해주세요.”


그의 이의를 받아들이는 재판관. 현과장의 가슴 속에서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계속 증언 하세요.”


재판관의 지시에, 현과장은 다시 증언을 시작했다. 의심의 눈초리를 제대로 품은 채로.


“주민권을 사기 위해 김치를 만들었습니다.”

“이의있음!”


역시나 나류오도가 이의를 신청했다. 이쯤 되면 그냥 막 던지는 게 틀림이 없는 듯 하다.


“김치를 만드셨다고요?”

“네, 직접 만들었습니다.”


현과장의 이야기에 질문을 걸어오는 나류오도.

그런데 질문을 할 거면, 이의 신청은 안 해도 되지 않아? 현과장은 나류오도에게서 사짜의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변호사가 아닌 사기꾼의 느낌을.


“레시피는 어디에 있습니까?”


현과장을 바라보는 나류오도의 눈빛이 번뜩였다. 회심의 질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아니면, 현과장을 떠보는 것일까. 이런 저런 생각에 현과장은 대답을 선뜻 하지 못 한 채 그냥 나류오도를 바라보았다.


“피고, 원고 측 변호사의 말에 대답하세요.”


재판장의 목소리가 마치 현과장을 다그치듯이 들려왔다.

나류오도, 보증 재판장, 그리고 짭요이까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현과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순간, 얼마 전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스쳤다. 바로 하룡과의 기억. 분명 그도 현과장에게 단 한 가지를 원하고 있었다. 바로 눈앞의 사람들처럼.


“비밀입니다.”

“이의있음!”


아니나 다를까, 곧바로 이의신청을 하는 나류오도. 현과장의 생각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본 재판이 있게 된 이유는 레시피의 도난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현과장의 레시피가 확실히 필요합니다.”

“인정합니다. 피고는 레시피의 위치를 말하세요.”


현과장은 대답 대신 어흥선생을 바라봤다. 그러나, 와인만 빙빙 돌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어흥선생.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


“피고, 빨리 이야기 하세요.”


레시피가 없다는 말을 하면, 사람들이 믿어 줄까. 전부 경험에서 비롯된 방식이라고 한다면 인정해 줄까. 현과장은 살짝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무조건 레시피를 내놓으라고 할 게 불 보듯 뻔한 상황. 그 어떤 진실도, 이 사람들 앞에서는 그저 핑계에 불과할 뿐이었다.


“피고, 이야기해라.”


바로 그때, 현과장을 향해 들려오는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목소리. 바로 어흥선생이었다.


“아니, 뭘 말하라는...”


현과장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보더니 이내 풀리는 현과장의 표정. 현과장은 확신했다. 어흥선생이 분명 해결책을 마련해 줄 것이란 사실을.


“레시피를 가지고 있는 사람, 아니 그 분.”


아무런 감정의 미동이 없는 어흥선생의 얼굴이었지만,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내려갔다.

‘그 분’이라는 말과 표정의 작은 변화에, 어흥선생의 뜻을 알게 된 현과장. 그는 주저 없이 재판관과 나류오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숲 주인, 키토님이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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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44. 역쩐재판 - 4 23.04.14 37 4 12쪽
43 43. 역쩐재판 - 3 23.04.13 29 3 11쪽
42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 41. 역쩐재판 - 1 23.04.11 37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3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3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7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27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4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5 3 12쪽
25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5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4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1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68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4 4 12쪽
16 16. 차원문4 +2 23.03.17 77 4 12쪽
15 15. 차원문3 +2 23.03.16 7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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