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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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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34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28 06:00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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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1쪽

27. 인고의 보약 - 1

DUMMY

그리고 저녁.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집으로 돌아온 현과장은, 도착하자마자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어흥선생과 채야의 인사도 무시한 채, 오직 찾는 일에만 집중하는 현과장. 처음 보이는 모습에 채야와 어흥선생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잠시 동안 그를 지켜봤다.

그렇게 집안을 샅샅이 뒤졌던 현과장. 그러나 끝내 못 찾은 모양인지, 그는 머리를 감싸며 절규했다.


“어디야? 어디 있는 거야?”

“뭘 말하는 거냥?”


그런 그에게 살며시 다가가는 어흥선생. 그제야 어흥선생이 눈에 들어온 것일까. 현과장은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왜 말 안 했어?”

“말? 물건을 찾는 거 아니었냥?”


현과장의 앞뒤가 맞지 않은 말에, 고개를 기울인 어흥선생.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어흥선생의 관점에서의 이야기일 뿐. 현과장은 나름 자신의 요점을 확실히 그에게 전하고 있던 것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 몰라? 어흥선생?”


***


<몇 시간 전>


“주민권을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민권을 산다? 뭐야 주민권을 팔아? 무슨 놀이동산 자유 이용권이야?”


현과장은 의아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자, 창구 여성은 단호한 어투로 그에게 답했다.


“시험을 보는 건 수험자의 지력이나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함입니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재력도 하나의 능력인 것이죠! 그럼 재력을 측정하는 방법은 뭣이냐?! 바로 지불 능력! 그래서 나온 게 주민권 판매입니다!”


그녀의 이야기에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느껴졌다. 설마, 이 제도를 고안한 사람이...


“설마 이 제도를 만든 본인은 아니시죠?”

“맞습니다! 제가 만들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더욱 자신감이 뿜어져 나왔다. 목소리로 미루어 볼 때, 이런 제도를 건의한 자신이 매우 자랑스럽고 뿌듯한 모양이다. 하긴, 재력도 능력이긴 능력이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 보자면, 그녀가 제안한 이 제도도 결코 잘못된 게 아니고.


“그럼 얼마에요?”

“10억 당근 코인입니다!”


그녀의 입에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가격이 튀어 나왔다. 10억. 아니, 여기 짐바브웨야? 화폐 단위가 왜 이렇게 크지?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10억이 큰돈 아닌 건 맞죠?”


현과장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창구 여성. 그녀는 마치 현과장을 향해 존경의 눈빛을 내비쳤다.


“10억이 돈이 아니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역시 숲 주인을 길들이신 분답네요!”


아니, 갑자기 숲 주인, 키토의 이야기가 왜 나와? 그런 그렇고, 정말 대단하다고? 10억이 돈이 아닌 것이 대단하다고? 이 이야기 깊게 들어볼 가치가 있다.

현과장은 생각의 지체 없이 그대로 입을 열었다.


“10억이 일반 사람들에겐 어느 정도의 가치죠?”

“그야...”


유심히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현과장. 하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현과장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아닌 절망이 가득 차올랐다.


“20대 남성 기준으로 봤을 때, 100년 동안 아무런 지출 없이 모아야 1억 모으거든요. 그렇게 10번만 더 하면 됩니다!”


100년에 1억이라고? 그런데 그걸 10번 더 하라고? 10억 당근 코인, 이거 장난 아닌 금액이잖아!


“아니, 미쳤어요? 그런 큰 금액을 지금 지불하라고? 갓패치도 그렇고 여기도 그렇고 모두 제정신이야?! 제정신아니지?!”


현과장은 절규했다. 그러자,


“왜 그러세요? 현과장에게는 쉬운 일이시잖아요.”


쉽다는 듯. 당연하다는 듯. 그를 바라보는 창구 여성. 그녀의 얼굴에는 일말의 망설임이나 당혹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남의 이야기라고 함부로,”

“인고의 보약 10개만 파시면 되잖아요?”


잠깐, 인고의 보약이라고? 키토의 응가 말하는 거야? 그런데 그거 10개? 단 10개라고?!!


“인고의 보약이 그렇게 비싼가?”


현과장은 혹시나 자신이 잘못들은 건 아닐까.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은근슬쩍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창구 여성. 이어지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차있었다.


“어제 기준, 인고의 보약은 전일대비 10% 올라 9800만 당근 코인에 거래가가 형성됐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산다는 사람이 제시한 금액이고요. 파는 사람은 없어요.”


파는 사람이 없다라. 그럼 이거 완전 독과점인 거잖아! 파는 놈 마음대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거잖아!!


현과장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흘러 나왔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는 건가. 현과장은 10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당장 실행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그냥 가시세요?”

“쉬운 방법이 보였으니까. 그리로 가야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녀의 눈가에서 일렁이는 조금 아쉬운 듯한 눈빛. 그녀의 기분을 알아차린 현과장은, 나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살며시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왜요? 아쉬우세요.”

“그렇긴 그렇죠.”


그래, 정이 들었지. 며칠동안 계속해서 얼굴을 봤으니까.


“뭐, 또 올 거예요. 주민권 사러.”

“그게 아니라.”


그녀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더니,


“이제 저 여기에 못 나오잖아요.”


응? 못 나온다고? 이게 무슨 소리지? 야, 너 조연이야! 네가 설치면 안 된다고!


“아니, 얼마 안 나온 아나운서도 ‘나마래’라는 이름이 있는데. 난 이름도 없어. ‘그녀’ 아니면 ‘창구 여성’이야.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야, 어이가 없는 건 나거든! 주인공 4명이 나대는 것도 힘든데, 조연이 왜 깝쳐?!


“아니, 그래서 이름이 안 나온 게 서운하다고요?”

“네.”

“그래, 이름이 뭔데요?”


어이가 없다는 듯 그녀, 아니 창구 직원, 아니 아니 그녀, 에라 모르겠다. 그 인간을 바라보는 현과장. 그 또라이는 얼굴에 서운함을 지우며 우렁차게 대답했다.


“어흥선생님의 전직 제 1비서관 치핵! 아니 치루! 아니! 아니! 치질! 야! 작가 놈아 지금 장난해?! 이름이 이게 뭐야?!”


너 때문에 지금 내 엉덩이에 불청객이 찾아올 거 같으니까. 이 항문소양증같은 인간아. 어디서 작가를 이겨먹으려고. 난동을 부려, 난동을.


“그러니까 이름이 뭐냐고요.”


현과장은 답답하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한껏 풀이 죽은 그녀의 표정. 그녀는 눈물까지 글썽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창포입니다.”


이름을 말한 창포는, 반사적으로 자신의 입을 향해 손을 가지고 갔다. 입 밖으로 제대로 나온 그녀의 이름. 창포의 입가에 행복의 미소가 번졌다.


사실, 모두에게 이름을 나누어 줄 수는 없다. 시간도 없을뿐더러, 그들에겐 얼굴조차 없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인물에게 이름 따윈 사치품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름을 가지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이름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작가가 해야만 하는 일. 원더랜드란 세계는 그런 곳이니까. 비록 그 이름을 짓기 위해 내 엉덩이가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해도 말이다. 창포, 이 치질 같은 여자야!


“창포 씨, 그럼 다음에 봐요.”


현과장은 그대로 시험장을 나와 1층으로 행했다. 하지만, 여전히 1층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름 없는’ 수많은 인파. 저절로 숨이 턱 막히는 듯 했다.


“아니, 인고의 보약 때문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이 동네엔 부자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머뭇거리기만 한 현과장을 위해, 뒤따라 내려오던 창포가 길을 터주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살짝 묵례를 건넨 현과장.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관리소 밖으로 걸음을 내달렸다.

그렇게 점차 멀어지는 현과장. 창포는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녀의 표정은 담담하고 또 덤덤했다.


“돈이란 건, 가진 사람들에겐 그저 흔한 종이니까요.”


***


현과장의 입을 통해 자초지종을 듣게 된 어흥선생과 채야. 시큰둥하게 반응한 채야였지만, 어흥선생은 달랐다.


“그래서 현과장이 그녀의 이름을 물어본 거냥?”

“그녀가 아니라고, 창포라고!”


창포라는 현과장의 말에, 어흥선생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마 창포가 아니었을 거다냥. 그 인간 성격에 그렇게 좋은 이름을 줄 리 없다냥. 아마도 설포였을 거다냥. 설사 ‘설’에 Four의 ‘포’”


어흥선생은 확신했다. 그래 내가 처음부터 똥 이야기를 꺼내긴 했지.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힌트를 흘리진 않았는데. 내 마음을 꿰뚫어 보다니. 역시 어흥선생, 간과해선 안 될 존재다.


“그럼 이름이 설사였다고?”

“그게 뭐가 중요하냥. 이미 예쁜 이름이 생겼는데. 나중에 축하나 해줘라냥.”


대허ㅏ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서는 채야와 어흥선생. 곧장 주방으로 향하는 채야와 다르게, 어흥선생은 그 어디로도 갈 수가 없었다. 그의 팔을 붙잡은 현과장 때문에.


“왜 그러냥?”

“내 말의 포인트가 그게 아니지.”


뭔가 작정한 듯 매섭게 노려보는 현과장. 영문을 당최 모른 어흥선생은 그저 머리만 긁적였다.


“그럼 뭐가 포인트냥?”

“주민권을 살 수 있다잖아! 그게 핵심이고 포인트지!”


현과장은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한숨을 쉬며 현과장의 손을 뿌리치는 어흥선생. 심지어 그는 고개까지 저었다.


“왜, 왜 그래?”

“현과장, 현과장은 지금 자신의 처지를 모르냥?”


처지라고? 모를 리 있나. 이렇게 채야의 집에서, 어흥선생 그리고 키토와 함께. 잠깐만 어흥선생이 말하려는 게, 설마?


“지금 현과장은 얹혀 사는 처지다냥. 돈도 없는 주제에 무슨 10억이냥. 꿈 깨고 공부하라냥.”


팩트로 완전히 현과장을 묵사발로 만든 어흥선생. 그러나 현과장은 쓰러지지 않았다. 그에겐 나름 생각한 방법이 있었기에.


“아니 우리에겐 비장의 카드가 있잖아!”


때마침, 거실을 향해 깡충깡충 뛰어오는 키토. 현과장은 자신의 향해 달려오는 귀엽과 똥꼬발랄한 그를 자연스럽게 머리 위로 올렸다.


“인내의 보약!”


개당 1억인 인내의 보약. 그래 그의 생각은 완벽했다. 그러나, 이런 완벽한 계획을 듣고도 그저 묵묵히 현과장을 바라보는 어흥선생. 현과장을 향한 시선에서 이상하리만큼 강한 실망감이 느껴졌다.


“왜, 왜 그래?”

“현과장, 하나만 미리 말하겠다냥. 난 현과장이 공부를 안 하겠다고 해서 실망한 건 아니다냥.”


현과장은 의아했다. 공부를 포기해서 실망한 게 아니라고? 그럼 그의 눈빛은 무엇 때문일까.


“아무래도 직접 경험해 봐야 알 것 같다냥.”


어흥선생은 키토를 향해 살며시 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의 손을 향해 단호히 고개를 젓는 키토. 어흥선생이 내민 손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 지 아는 듯, 키토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키토님, 아무래도 안 되겠다냥. 현과장에게 진실을 보여주자냥.”


키토의 고개가 멈췄다. 이윽고 어흥선생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키토. 그는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어흥선생의 손에 올라탔다. 키토가 올라타자, 곧장 머리 위로 그를 올리는 어흥선생. 이어서 그의 입에서 낮고 어두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럼 보여주겠다냥. 진실이 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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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41 41. 역쩐재판 - 1 23.04.11 37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3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3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7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5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5 3 12쪽
25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5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4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1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68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4 4 12쪽
16 16. 차원문4 +2 23.03.17 7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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