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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081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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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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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16. 차원문4

DUMMY

“그쪽 세계? 설마...?!”


현과장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쪽 세계라고 하는 것은, 설마 그가 그토록 바라던 판타지의 세계? 상태창과 레벨 업. 마물과 퀘스트가 산을 이루는 바로 그 세계를 말하는 것일까? 현과장의 가슴은 부푼 기대감과 함개 콩닥콩닥 뛰었다. 하지만,


“당연히 현과장의 세계지. 아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제정신이야?”


그런 그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갓패치의 한 마디. 기대했던 만큼 크게 다가와 버린 실망감에, 현과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뭔 한숨이야? 원래 돌아가려고 그랬잖아.”

“그건 그렇지만.”


현과장은 입술을 삐쭉였다.

차마 입 밖으로 내놓기 힘든 그의 속마음은 그를 더욱 힘들게 했다.

집보다는 이세계로 가고 싶다는 말을 무슨 면목으로 말하지. 좋은 핑계가 없을까.

현과장은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려봤지만, 쉽게 답이 나오진 않았다.


“할 말 있으면 빨리 말해.”


그런 현과장의 심리를 파악한 것일까. 갓패치가 살며시 눈치를 주었다.

그래, 이 참에 사실대로 속마음을 다 말해 버리자. 어쩌면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잖아. 현과장은 흔들리던 마음의 방향을 정한 듯, 갓패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나, 이세계로 가고 싶어. 레벨업과 상태창이 있는.”

“그래? 그런 데가 어디 있는데?”


의외로 아무런 반대 없이, 그대로 현과장을 받아들이는 갓패치. 어흥선생과 채야 역시 현과장을 옹호하는 듯했다.


“가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가보는 게 맞다냥. 경험은 삶에 도움이 된다냥.”

“나도 현과장을 응원한다랄까나~”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현과장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어흥선생과 채야. 키토 역시 응원하는 듯, 현과장의 어깨로 올라와 볼을 비볐다.


“모두들... 정말 고마워!”


감동적인 그들의 격려와 배웅. 하지만, 인생사가 그렇듯 그렇게 쉽게 이야기는 흘러가지 않는다. 현과장이 원하는 대로, 쉽게 이세계로 가게 됐다면, 왜 이 웹소설의 제목이 아직도 『현과장 인 원더랜드』일까.


“그래, 어디로 가고 싶은데?”

“말했잖아. 이세계 레벨 업도 되고, 상태창도 있고. 가능하면 유니크 스킬을 바울 수 있는...”

“그. 러. 니. 까! 그 곳이 어디냐고. 이름 정도는 알 거 아니야?”


현과장은 갓패치를 바라보며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래, 그토록 원하던 곳, 그토록 그리던 곳은 도대체 어디일까.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그저 가고 싶다는 생각만 떠올렸을 뿐.


“그, 그, 그 있잖아! 막 레벨 업 하는 세계! 갓패치도 한 군데 정도는 알 거 아니야?!”

머릿속으로 밀려온 당혹스러움은 이내 그의 목소리를 통해 밖으로 나왔다.


“제정신이야? 내가 어떻게 알아? 레벨 업을 하던, 상태창 스탯을 올리던, 그건 내 알바 아닌데.”


갓패치의 입을 통해서 나온 단어들이, 뾰족한 바늘이 되어 현과장이 애지중지 품고 있던 희망이란 풍선에 달려들었다. 그렇게 힘없이 터져버린 희망. 현과장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인생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고.


“어쨌든, 이 인간은 원래의 세계로 보내야하니까. 그렇게들 알아.”


현과장을 제외한 모두를 향해 선포하듯 입을 연 갓패치. 그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그의 두 눈동자에서 뿜어 나오는 카리스마. 그 눈빛에 감도는 신비감은, 마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그런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럼 보낼 준비들 해.”


갓패치의 말에, 하나 둘 주변을 정리하는 어흥선생과 채야. 그러나, 당사자인 현과장은 아직도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현과장 슬슬 귀환 준비해라냥.”


순간, 현과장의 눈동자가 빛을 되찾았다. 잠깐, 귀환이라고? 남성향 웹소설의 단골 소재중 하나인 귀환이라고?! 이세계를 제패한 주인공이, 현실로 돌아와 새로운 모험을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 「귀환」.

어흥선생의 말에, 현과장의 머릿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싹을 틔웠다.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그래 귀환이 있었지!!”


그래, 귀환이 있었다.

이미 마력의 샘물 덕에 죽지 않는 몸을 얻게 된 현과장. 어찌 보면 현과장의 상황은 귀환 직전의 주인공과 다를 것이 거의 없었다. 뭐, 상태창 정도일까.


“귀환만 하면 내가 주인공이란 말이지?!”


지금도 주인공이거든. 단지 그저 주인공 아우라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그렇지.


“좋아 나 돌아갈래!”

“돌아갈 거면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주변 정리나 해. 공간이동이 아닌 차원이동은 준비가 필요한 기술이니까.”


갓패치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현과장은 키토를 집어 들었다.

현과장, 갓패치가 말한 건, 그런 뜻이 아니잖아. 하여튼 잔머리는.


***


그렇게 깨끗하게 치워진 거실.

그리고 거실 가운데로 모여 있는 네 사람과 한 마리.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모두 현과장이 돌아가는 거에 이의는 없지?”


어흥선생과 채야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 둘과는 다르게 조금은 서운한 듯한 키토의 표정. 그는 현과장과 갓패치의 얼굴을 계속해서 번갈아 바라보았다.


“숲 주인, 아니, 키토. 현과장은 여기 사람이 아니라고.”


갓패치의 다그침에도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키토. 그는 끝내 모두를 놓아두고 그대로 집 밖으로 나가버리고 말았다.


“서운할 거다냥. 처음으로 정을 준 인간 친구인데.”


어흥선생은 역시 조금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현과장은 정을 준 인간 친구. 그런 그를 보내는 어흥선생의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는 않았다.


“나도 그럴다랄까나.”


어흥선생과는 다르게, 채야는 얼굴에 서운함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현과장은, 어디까지나, 비약의 재료 공급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일까, 그녀의 표정에는 아쉬움만이 가득 차 있었다.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절대 서운할 리 없다고. 서운할 필요없다고.


“그럼 차원문 의식을 진행한다. 현과장 이리로.”


갓패치의 손짓에, 현과장은 망설임 없이 그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현과장 얼굴 가득한 기대감과 설레임. 그는 자신이 상상 속의 인물이 된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신기했다. 현과장, 이미 넌 판타지의 주인공이라니까. 그저,


“주인공 아우라가 없다냥. 알고 있다냥.”


순간, 어흥선생을 향하는 모두의 시선. 어흥선생, 그렇게 말해 주는 건 고마운데, 그래도 주변 눈치는 좀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알겠다냥. 그럼 갓패치 의식 진행해라냥.”

“어, 그래.”


고마워, 어흥선생.

갓패치는 자신의 앞에 선 현과장의 이마에 손을 얻더니,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으로 하나 둘씩 들어오는 현과장의 기억들. 그러던 그때, 갑자기 갓패치가 의식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이 되어 현과장을 바라보았다.


“현과장.”

“왜, 왜 무슨 일이야? 뭐가 잘 안 돼?”


무척이나 진지한 갓패치의 얼굴. 주변에서 의식을 지켜보던 어흥선생과 채야의 표정 역시 심각해졌다.


“그, 있잖아. 김치찌개, 맛있어?”

“응? 김치찌개?”


갓패치는 김치찌개라는 말에 반사적으로 혀를 낼름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본 거야.


“김치찌개가 뭐냥?”

“김치를 왜 찌개로 먹을까나?”


어흥선생과 채야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니, 김치찌개 몰라? 김치 먹다가 익으면 넣고 푹 끓이는 거.”

“김치가 익어? 그게 무슨 말 일까나?


현과장의 얼굴에 당혹함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 익은 김치를 모른다. 신 김치를 모른다.


“신 김치 몰라? 모르냐고?”

“김치에 식초를 넣냥? 식초 넣어서 시게 만드는 김치인 거냥?”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현과장은 난감하고 또 난감했다.


“그러니까. 아니, 이 걸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설명 못 하면 넘어가. 의식 진행하는데 방해 되니까.”


갓패치가 서둘러 그들 앞에 나섰지만, 그의 얼굴에 잔뜩 남아있는 미련. 행동은 그랬지만 그의 마음은, 잠시나마 만났던 김치찌개를 절대 못 잊고 있었다.


“집중! 집중! 나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린 갓패치. 도대체 얼마나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은 거야? 어떻게 먹으면 저렇게 사람을 홀리지? 이 정도면 먹방 스트리머 각인데.


“그럼 다시 진행한다. 현과장, 다시 앞으로.”


갓패치는 앞으로 다가온 현과장의 이마에 다시금 손을 올렸다. 그런데, 이번에 기겁을 하며 그의 이마에서 손을 뗀 갓패치. 그는 마치 수천마리의 바퀴벌레를 본 것 마냥 경멸 가득한 눈빛으로 현과장을 응시했다.


“현과장, 당신 그런 인간이야?”

“뭐, 뭐가?”

“직박구리.”


현과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가 아마도 ‘그’ 폴더를 열어본 모양이다.


“봐, 봤어?”

“당연히 봤지! 당신 제정신이야?”


궁지에 몰린 쥐처럼 잔뜩 긴장한 현과장. 무슨 변명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 그래도 불법적인 동영상은 아니야! 모두 배우들과 감독들이 피땀 흘려 만든 그런 동영상이라고!”

“아니 그 동영상이 문제라고 생각해? 현과장, 제정신이야?”


그것 때문이 아니라고? 야(구) 동(영상)이 문제가 아니라고? 그럼 뭐가 잘못된 거지?


“아니, 그럼 뭐가...”

“성인이 성인물 보는 건 크게 문제 삼고 싶지 않아. 그런데!”


갓패치가 현과장을 매섭게 쏘아봤다.


“살아 있는 걸 봐야지! 색칠한 그림 따위에 욕정을 풀어내면 어쩌자는 거야?”


아무래도 갓패치는 현과장이 므흣한 애니를 감상하며, 그의 욕정을 풀어내는 기억을 본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니, 님 지금 2D 무시하는 거임?


반성은 고사하고 2D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발끈한 현과장. 그래, 그래야 현과장 답지. 그래야 현과장이지.

현과장은 두 눈에 핏대를 세웠다. 그런 그를 황당하다는 듯 바라보는 갓패치. 어흥선생과 채야는 눈앞의 현과장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 말이 안 통하네. 안 되겠다. 빨리 보내야겠다. 이러다, 변태 옮는다.”

“뭐, 변태? 아니, 내가 변태... 인건 맞긴 맞는데.


갓패치는 서둘러 의식을 진행했다. 그 와중에도 자기반성은 철저한 현과장. 변태가 맞댄다. 그걸 또 인정하네.


“빠른 인정, 좋다냥. 난 응원한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거슬린 것일까. 갓패치가 의식을 끊고 어흥선생을 노려봤다.


“어흥선생 제정신이야? 뭘 응원해? 그러다 현과장이 베개랑 결혼하면 어쩌려고!”

“미. 미안하다냥.”

“결혼은 할 수 있을까나~”


순간, 세 남자의 시선이 채야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채야, 제정신이야? 말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사실로 때리지 마라냥! 날조와 선동으로 싸워라냥!”


채야의 말보다, 어흥선생의 말이 더 가슴을 파고 들었다. 단순한 단어들인데 왜 이렇게 아플까. 그저 단어들의 조합일 뿐인데.

그리고, 저 이야기에 난 왜 아픈 거지? 난 그저 듣고만 있었을 뿐인데.


“자자, 시끄럽고! 다시 의식을 시작한다! 다들 집중!”


거실에 퍼져있는 소란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단번에 다잡는 갓패치. 그는 현과장을 앞에 두고 다시금 그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천천히 그의 이마에서 손을 내리는 갓패치. 그의 입가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이제 정보는 충분해. 그럼 차원문을 열어볼까.”


작가의말

가슴에 구멍이 뚫렸어요.

상처를 치료해 줄 사람 어디 없나?

응.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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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41 41. 역쩐재판 - 1 23.04.11 37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4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4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7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27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5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5 3 12쪽
25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5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5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2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69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5 4 12쪽
» 16. 차원문4 +2 23.03.17 78 4 12쪽
15 15. 차원문3 +2 23.03.16 7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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