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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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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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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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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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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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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20. 붉은색, 그 의미는...2

DUMMY

거실을 가득채운 긴장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붉은색이라...”


갓패치의 어두운 목소리에 한층 더 짙어지는 분위기. 그 진한 긴장감 안에서, 갓패치와 현과장을 바라보는 두 눈빛만이 유일하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쉴 새 없이 두 사람을 오고가는 시선. 그리고 쉴 새 없이 그들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팝?콘. 아니, 도대체 팝콘은 언제 가지고 온 거야?!


“좋아 그렇게 해.”


갓패치의 짤막한 결정에, 어흥선생과 채야는 들고 있던 팝콘 봉지를 그대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정말이냥? 지금 그 말 진심이냥?”

“난 모른다랄까나! 난 모른다랄까나!!”


그들은 조금 전 현과장이 붉은색을 입에 담을 때 보다 더욱 심하게 호들갑을 떨었다. 급기야 패닉에 빠진 듯 주저앉는 채야. 어흥선생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갓패치만을 쳐다봤다.


“아니, 왜들 그러는 거야? 붉은색이 뭐 어떤 데?”

“그래, 현과장 말이 맞아. 붉은색이 뭐 어떤 데? 다들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현과장의 말에 동조하듯, 이야기를 이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 잔뜩 남아있는 수수한 꿍꿍이. 그 꿍꿍이는 비열한 눈빛과 야비한 미소가 되어 갓패치의 얼굴에 쫙 퍼졌다.


“거짓말 하지 마라냥! 무슨 생각인 거냥!!”

“생각은 무슨 생각. 그냥 색을 정해 주는 거지.”


얼굴에 뻔한 증거가 남아있으면서도, 당당히 거짓말을 펼치는 갓패치. 이 거짓말을 못 알아차리는 건 오직 한 사람, 현과장뿐이었다.


“그래, 그럼 난 붉은색으로.”

“현과장 안 된다랄까나! 그건 미우의 색이랄까나!”


공황상태에서 겨우 정신을 추스른 채야가, 기어와 현과장의 다리를 붙잡았다. 무척이나 처절하고 절박한 듯한 그녀의 모습. 그러나,


“이제 미우가 아니야. 여왕이지!”


그런 그녀의 모습에 다그치듯 언성을 높이는 갓패치. 그 목소리에 어수선했던 거실이 다시금 정적을 끌어안았다.


“왜, 왜 그렇게 말하냥? 미우는, 미우는...”


어흥선생은 말을 잇지 못한 채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분명 사연이 있다. 미우란 사람과 이들 사이에 뭔가 큰 사건이.

그들의 모습을 본능적으로 사건의 냄새를 맡은 현과장. 그냥 넘어가면 좋으련만. 그러나 이런 나의 바람을 깨고, 꼰대들 특유의 오지랖이 발동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어흥선생 무슨 일이야. 나한테 말해 봐. 내가 다 해결해 줄게.”

“제정신이야?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현과장이 무슨 해결이야, 해결은.”

“현과장은 조용히 있어라냥. 이건 우리 문제다냥.”


당차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현과장 분위기 좀 파악해. 당신이 나설 분위기가 아니라고, 제발.


“뭐, 알았어. 안 끼어 들면 되잖아.”


현과장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들의 단호함에 단단히 삐친 현과장. 그저 서운할 뿐이었다. 밖으로 말하기 어려운 사연이란 건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아쉽고 서운했다.

다시 이어지는 침묵. 그렇게 서로의 마음만 상한 채, 시간은 그들 사이로 속절없이 흐르고 있었다.


***


서서히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

어느덧 시간은 초저녁을 지나 저녁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어색한 고요함만이 감도는 채야의 집 거실. 네 사람은 서로에게서 멀찌감치 떨어진 채, 땅만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그런 집안의 분위기도 모르고, 아장아장, 귀엽고 똥꼬발랄하게 집안으로 들어오는 키토. 그가 거실로 한발을 내딛는 순간, 털끝으로 집안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가 단번에 전해져 왔다.

키토는 고개를 돌려가며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누가 이런 괴상망측한 분위기를 만들었지? 누가 분위기를 못 읽은 거지? 동물적 직감을 움직이려던 키토는 자신도 모르게 콧등이 씰룩거렸다. 그런데 그때,


“어! 키토님이 콧등을 움직인다냥!”


키토를 보더니 황급히 달려오는 어흥선생. 채야도, 갓패치도 앞 다퉈 키토의 앞으로 달려왔다. 오직 현과장만 빼고.


“이거 그거 아니냥? 인고의 보약?”

“나도 잘 모른다랄까나. 본 적이 없다랄까나!”

“조용조용 모두 제정신이야?! 키토님 당황하시잖아!”


콧등을 움직이는 키토를 향해 기대감 어린 눈길을 보내는 세 사람. 키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게 아니라고. 인고의 보약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기대감에 단단히 미친 사람들. 이런 키토의 메시지가 닿을 리 없었다.

키토는 당황스러웠다. 인고의 보약이라니. 도대체 누가 그런 허무맹랑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그리고 도대체 인고의 보약이 뭐야?


“인고의 보약이 뭐야?”


어느새 세 사람 쪽으로 다가온 현과장. 그는 그들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그대로 키토를 자신의 머리 위로 올렸다.


“그건 숲 주인의 응가다냥!”


어흥선생이 대답한 바로 그때,


[뿍!]


현과장의 머리 위로 쏟아지는 키토의 응가. 엄청난 양의 @가 현과장의 머리를 타고 어깨로 그리고 다리로 흘러내렸다.


“이게 인고의 보약이라고?”


현과장의 말에, 수줍은 듯 고개를 숙이는 키토. 인고의 보약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응가들은 무지갯빛으로 빛나고 있긴 했다.


“보통 이렇게 많이... 싸지는 않는데. 키토 뭐 잘못 먹었어? 제정신이야?”


키토는 갓패치의 말에, 뜨거운 시선으로 대답했다. 너희 때문이라고. 너희가 빤히 쳐다봐서 순간 괄약근에 힘이 풀렸다고.


“이러면 상품성은 없는 거 같은데. 어때 어흥선생?”

“이미 사람의 체온이 닿았다냥. 이건 끝난 거다냥.”

“비료로도 못 쓸 거 같다랄까나.”


고개를 저으며 현과장에게서 멀어지는 어흥선생. 갓패치도 채야도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의 곁을 떠났다.


“잠깐, 지금 나 가지고 놀리는 거지? 인고의 보약? 그런 게 어디 있어!”


키토의 응가를 뒤집어 쓴 채, 울분을 토하는 현과장. 키토 역시 그의 머리 위에서 현과장의 말에 동조했다.


“모른다고 말이야! 날 가지고 놀리고!”

“그렇게 서 있지 말고 빨리 들어가 씻어야 한다랄까나.”

“왜, 키토님의 응가가 더러워? 이 귀여운 키토님의 용변이 더럽냐고!”


현과장은 소리쳤다. 키토 역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그의 말에 가세했다.


“지금은 괜찮을지 모르지만, 조금만 지나면 알게 될 거다냥.”

“알긴 뭘 알아?”


현과장은 킁킁거리며 전신을 덮은 키토의 분비물의 냄새를 맡았다. 냄새는커녕 향긋한 풀내음이 가득한 키토의 응가. 현과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어흥선생을 바라봤다. 이미 몸에 묻은 응가는 익숙했으니까.


“난 말이지, 이런 거 정도는... 에취!”


에취? 왜? 갑자기 재채기가? 키토가 화났나? 그럴 리 없는데.


“인고의 보약은 저주가 완성되기 직전의 무궁무진한 마력 덩어리다냥.”

“그럼 시간이 지나면?”

“당연히 저주가 된다냥.”


어흥선생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과장을 찾아온 현기증. 단말마 같은 혼잣말을 남긴 채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아, 젠장.”


***


포근하다.

부드러운 천사의 깃털이 현과장의 얼굴에 닿았다.

따듯하면서 보드라운 느낌. 설마 여기가 천국일까.


“일어나라냥. 키토님도 기다린다냥.”


익숙한 목소리다. 너무나 익숙한. 잠깐, 이 장면 익숙한데. 아마도 이 다음 순서가, 설마?!

순간 현과장의 뇌리를 스치고 간 지난날의 기억. 현과장은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을 얼굴 위로 올렸다.


“그런다고 못 때리는 거 아니다냥. 빨리 일어나라냥. 그래야 안 맞는다.”

“알았어! 일어난다고!”


현과장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그가 깨어난 곳은 바로 관 속. 갓패치가 또 가지고 온 모양이었다.


“거실도 좁은데! 또 이런 걸!”

“그런 말 하지 마라냥. 그러다가 집이 놀이 공원이 되는 수도 있다냥. 거실에서 노숙하고 싶냥?”


어흠! 어흥선생. 그 이야기는 좀. 그, 알잖아. 내가 잘못했다고. 미안하다고.


“알면 됐다냥. 다음부터 안 하면 된다냥.”

“어흥선생,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그래, 무서워.”


현과장은 두려운 눈빛으로 어흥선생을 쳐다보았다. 그건 그렇고, 어흥선생을 바라보던 현과장은 이상한 느낌에 휩싸였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지 않는 느낌. 온몸에서 작은 거부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흥선생, 나 좀 이상한데.”

“당연한 거다냥. 현과장은 인고의 보약을 뒤집어 썼다냥.”


그래, 인고의 보약. 그러서 일까. 매번 찾아오던 한기가 더는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그 거부감의 정체일까. 현과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가슴팍에 앉아있는 키토를 머리 위로 옮겼다.


“그래서 한기가 안 느껴진 거네.”

“아니, 그건 보일러를 뜨뜻하게 뗀 거다냥.”

“아, 보일러.”


현과장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바싹 말라있는 그의 입술. 도대체 얼마나 불을 뗐으면 입술이 마를까. 이건 방이 아니라 아궁이다. 찜질방 불가마다.


“눈치가 없다냥. 우리가 정성스럽게 준비했는데냥.”


준비? 뭘?

현과장은 고개를 기울였다. 도대체 뭘 준비했다는 것일까. 그는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의 머리 위에 앉아있던 키토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준비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설마 관?”

“관이 아니다냥! 잘 봐라냥!”


현과장은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무 것도 바뀌지 않은 거실. 선물은커녕 포장지 리본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 것도 없는데?”

“시선이 틀렸다냥! 주변이 아니다냥!”


주변이 아니란 말에, 시선을 천천히 내리는 현과장. 그는 그대로 자신의 발밑을 바라봣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의 시선을 사로잡는 익숙하지 않은 색깔. 붉은색이었다.


“나, 바지가 왜 붉은색이야? 왜 운동복이야?”


현과장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흥선생을 바라보자, 마치 그 표정을 기다렷다는 듯이 입가에 미소를 띄는 어흥선생. 어느새 나타난 갓패치와 채야도 어흥선생과 함께 활기찬 미소를 현과장에게 보내고 있었다.


“지난 시간, 작가도 설명 안 해준 이상한 옷은 잊어라냥. 이제 부터가 진짜다냥.”


아, 설명 안 해줬던가. 미안.


“아우라가 없는 주인공은 이제 그만일까나! 이제 개성이 충만한 주인공이랄까나!”

“채야 제정신이야? 그건 아직 힘들어.”


채야의 말에, 단연히 고개를 젓는 갓패치, 채야도 자신의 실언을 인정하는 듯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실언인 것을 알긴 아는 구나.


“아무튼! 이제 현과장의 색깔은 붉은색이다냥!”

“그런데 이건 뭐야?”


바지를 바라보던 현과장은 당황한 듯 고개를 긁적였다. 그의 상의가, 붉은색이 아닌 남성의 색깔, ‘핫 핑크’였기 때문에.


“상의가 왜 이래? 왜 핑크야?”

“핑크가 아니라 핫 핑크다냥.”


핑크라는 말에 검지손가락을 좌우로 젓는 어흥선생. 어흥선생, 지금 현과장은 그 걸 말하는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니 이렇게 입으면 미친놈 취급을 당한다고!”

“현과장은 미친놈이라 괜찮다냥.”


어흥선생의 말에 모두 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키토까지도.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핫 핑크까지 입으라고? 이건 선 넘은 거지!”

“그럼 우리의 성의를 무시할 거냥?”


세 사람의 시선이 매섭게 그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싫다고 말하면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만 같은 눈빛. 현과장에게 선택의 권리는 없었다.


“이, 입으면 되잖아...요.”


단지 받을 의무만 존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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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43. 역쩐재판 - 3 23.04.13 29 3 11쪽
42 42. 역쩐재판 - 2 23.04.12 33 3 11쪽
41 41. 역쩐재판 - 1 23.04.11 38 3 12쪽
40 40.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2 23.04.10 34 3 12쪽
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4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9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32 32. 그 이름은 김치 - 3 23.04.02 40 3 12쪽
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29 29. 인고의 보약 - 3 23.03.30 39 3 13쪽
28 28. 인고의 보약 - 2 23.03.29 43 3 12쪽
27 27. 인고의 보약 - 1 23.03.28 46 3 11쪽
26 26. 인간체스 특별전 - 3 23.03.27 45 3 12쪽
25 25. 인간체스 특별전 - 2 23.03.26 46 3 12쪽
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23 23. 여왕 찾아 삼만리 - 2 23.03.24 41 3 12쪽
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21 21. 붉은색, 그 의미는...3 +2 23.03.22 55 4 11쪽
»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7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2 4 12쪽
18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1 23.03.19 69 4 11쪽
17 17.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1 +2 23.03.18 76 4 12쪽
16 16. 차원문4 +2 23.03.17 78 4 12쪽
15 15. 차원문3 +2 23.03.16 7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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