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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작은 하셨나요?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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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269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03.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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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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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1쪽

18. 아니, 왜 여기인 거야?! - 2

DUMMY

현과장은 앞으로 닥쳐올 미래를 예상하며, 갓패치를 바라봤다.

점점 더 흉포해지고 무서워지는 갓패치의 얼굴. 이 압도적인 공포에 식은땀이 등 뒤로 주르르 흘렀다.


“땀나면 목욕부터 해도 된다랄까나~”


분위기를 박살내는데 뭔가 일가견이 있는 것일까. 채야는 해맑은 웃음으로 현과장을 바라봤다. 그런 그녀를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는 현과장. 어흥선생도 키토도 그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런 말이 참 잘도 나온다냥.”

“식은땀도 땀이랄까나.”

“모두 제정신이야? 그 입 안 다물어?!”


갓패치의 육중하고 음산한 음성이 거실 안을 가득 채웠다. 그 무시무시한 목소리에 긴장된 표정으로 갓패치를 바라보는 세 사람과 한 마리. 마치 화난 아빠에게 혼나는 어린 아이들처럼,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뿐만 아니라 초초함 역시 감돌고 있었다.


“감히, 나 갓패치를 무시해?! 현과장 제정신이야?!”

“그건 내가 아니라, 어흥선생이...”

“시끄러워! 제정신이야?! 제정신이냐고!”

“그야, 조금 전에 일어나서 조금 그렇긴한데...”


아, 이 남자 단 한마디를 안 진다. 밉상에 진상. 그래, 어찌 보면 이런 성격 때문에 그랜절을 연마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깐족거림이 극에 달한 그에게 있어서 꼭 필요한 기술인 것 같으니까.

현과장을 보고있는 그의 얼굴에 약간의 당혹감이 올라왔다.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말대꾸를 자꾸 하는 걸까. 그는 난감하고 또 난감했다. 이제와 화를 풀자니, 자존심이 뭉게 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이런 분위기에 계속 화를 내고 있자니, 그것도 그것 나름 폼이 나지 않았다. 아마, 이렇게 잔뜩 화난 갓패치를 당황스럽게 만든 인간은, 원더랜드의 모든 생물을 통틀어 그가 처음일 것이다.


“시, 시끄럽다고 했어!”

“그래 다 내 잘못이지. 그래, 내 잘못이야. 여기로 돌아온 것도 내 잘못. 어흥선생의 말을 전한 것도 내 잘못.”


현과장은 주둥이를 삐죽거리며, 거실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래, 이건 바로 그랜절의 준비자세. 현과장은 이 모든 기억을 돌려버릴 그 어마무시한 그랜절을 다시 쓸 생각이었다.


“사죄의 호흡 제...”

“잠깐!!!”


다급하게 들려온 굵은 목소리. 바로 갓패치였다.


“현과장, 제정신이야? 이건 사죄를 받을 문제가 아니야!”

“그럼?”


갓패치의 광기 가득한 얼굴 위로 비장감이 감돌았다. 그런 그의 모습에 어리둥절한 현과장. 나머지 두 사람도 이런 갓패치의 모습이 생소한 건 마찬가지였다.


“오직 실력으로 증명한다.”


거실을 맴도는 엄숙한 분위기. 갓패치의 결의가 단번에 모두에게 전해져 왔다. 그런데,


“그런데 그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설마,”

“설마가 아니다냥. 맞을 거다냥. 이 인간 트수니까.”


현과장은 어리둥절한 얼굴이 어흥선생을 향했다. 트수? 트수라니? 우리가 아는 그 트수는 아니지? 그렇지?


“가챠에 돈 다 써서 구독도 못 하는 트수다냥. 이해해 줘라냥.”

“시, 시끄러워! 어흥선생 제정신이야?! 그거 TMI야! TMI라고!”


현과장은 잘은 모르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물ㅇ보고 싶었지만, 왠지 그래야만 할 것만 같은 분위기가 흘렀다. 특히 갓패치의 주변에서.


“실력을 다시 보여주지! 모두 준비해!”


갓패치의 외침에 거실을 정리하는 세 사람과 한 마리. 갓패치는 정리 되어가는 거실을 바라보며 소매를 걷어 올렸다.


***


심금을 울리는 노래 가사에 이런 말이 있다.


내려간다. 저 바닥으로떨어지는 별동별 마냥 땅에 추락한다.(Chi_ti ’떨어진다‘ 중에서)


이 노래엔 희망 따윈 없다.

그런 건 개나 줘버리고 그저 떨어지기만 한다.

그래, 그는 내려가고 있었다. 차원문을 통해. 마치 하늘을 수놓는 유성처럼.

떨어진다. 계속해서 떨어진다.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


“아니, 이 짓을 얼마나 더 해야 하냐고!!!”


그의 단말마같은 외침이 차원문 안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소용이 있을 리 없다. 정작 차원문을 만든 당사자는 여기에 없으니까.

한참을 떨어진 그는, 이내 낯익은 그 숲으로 툭하고 떨어졌다. 떨어진 그의 눈앞에 검은색 복슬복슬한 털이 아른거린다. 그래, 그 귀여운 생명체, 키토였다.


“실패잖아! 이걸 도대체 몇 번이나 더 하란 말이야?!”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선 현과장은, 자연스럽게 키토를 머리 위로 올렸다. 그런 현과장의 손길을 피하지 않는 키토. 얼마나 많이 떨어지고 도 마중을 나왔는지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물 흘러가듯 이루어졌다.


“키토님 그럼 또 갈까?”


현과장은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이끌었다. 돌아가면 또 이곳에 떨어지겠지. 갓패치가 기세 좋게 차원문을 열었을 때는 희망을 가졌었지만, 수백 번이 지난 지금은 도무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설마 갓패치, 사기꾼 아니야?


***


“현과장, 제정신이야? 이렇게 돌아오면 내가 사기꾼 같잖아!”


갓패치가 돌아온 현과장에게 핀잔을 주며 눈을 흘겼다. 그러자,


“아니, 실력으로 증명한다면서? 그래서 내가 계속 차원문으로 떨어져 주잖아! 실력을 증명하시라고요! 갓패치님!”


한마디를 안 지고 바락바락 대드는 현과장. 긴 사회생활에서 나온 노련한 대응이었다.


“아니야, 이럴 리 없어. 현과장, 당신 사실대로 말해. 당신도 차원문 열줄 알지?”

“알면, 내가 여기 이러고 있겠냐?!”


이제 화를 내는 건 오히려 현과장 쪽이었다. 수백 번의 시도 끝에도 끝끝내 현과장을 돌려보내지 못한 갓패치. 어흥선생과 채야는 그런 그가 의아한 듯한 눈치였다.


“이럴 리 없다냥. 정말이다냥.”

“이럴 수 없다랄까나. 정말이랄까나.”


그들의 얼굴에 피어난 당혹감. 어흥선생과 채야는 갓패치보다 더 현실을 부정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정말이긴 뭐가 정말이야. 내가 여기 이렇게 있는 게 정말이지.”


현과장은 잔뜩 심술이 난 얼굴로 채야와 어흥선생을 노려봤다. 그래, 그럴 만도 하지. 한두 번도 아니고 수백 번 하늘에서 떨어졌으니까.


“나 제정신이야? 이게 내 실력이라고? 아니야 이럴 수 없어. 아니! 왜! 어째서!”


갓패치는 그대로 절규했다.

핼쑥한 두 뺨 위로 올라가는 그의 양손. 창백한 얼굴과 흐물거리는 그의 몸뚱이. 그의 모습은 서양 미술화가 「에드바르트 뭉크」가 그린 『절규』라는 그림 속 인물과 정확히 일치했다.


“나 이 장면 어디서 본 거 같은데.”


절규하며, 그리고 흐물거리며. 그대로 차원문 안으로 사라지는 갓패치. 소란스럽던 거실이 이제야 좀 조용해졌다.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냥.”


갓패치가 돌아가자, 키토에게 다가가는 어흥선생. 그는 망설임 없이 키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런 어흥선생의 손길을 거부하는 키토. 다짜고짜 현과장의 품으로 몸을 피했다. 이런 키토의 반응은, 어흥선생의 얼굴에 절망감으로 이어졌다.


“키토님 왜, 왜 그러냥. 우리 친구지 않냥?


이유는 모르지만, 뭔가 단단히 삐친 듯한 키토. 당최 영문을 모르는 어흥선생은 키토의 이런 태도에 애간장이 녹을 것만 같았다.


“아, 어제 집에 어흥선생 없었지.”


현과장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키토. 키토가 화를 내는 건, 설마, 이유 없는 외박? 그거 때문인 거야?


“정말 어제 집에 없어서 그러냥?”


키토가 이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맞는 거 같은데.


“그러니까 어디 가면 간다고 착실하게 말을 해야지. 키토님, 그렇지?”


이번에도 현과자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키토. 어흥선생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만 같았다. 어떻게 쌓아온 신뢰인데. 이렇게 한 순간에 무너지다니. 상실감에 눈물이 핑 돌았다.


“키토님, 어흥선생 운다. 야, 너 우냐?”

“안 운다냥! 눈에 먼지가 들어간 거다냥!”


코까지 훌쩍거리며 극구 부인하는 어흥선생. 그 모습에 살짝 마음이 약해진 듯 키토의 눈동자가 살며시 어흥선생을 향했다.


“키토님, 그럼 밥 먹고 화해할까나~”


채야의 말에도 대답 없이 그저 눈동자만 굴리는 키토. 어흥선생과 현과장 그리고 채야는 그저 키토의 대답을 기다렸다.


***


한편, 차원문을 빠져나온 갓패치는 어디론가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채야의 거실 만큼이나 넓은 복도. 그리고 그 복도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있는 화려한 장식들. 마치 영화 속에 나오는 유럽의 거대한 궁전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 복도를 너무나 익숙하게 헤집고 돌아다니는 갓패치. 이윽고 그의 눈에 어느 거대한 붉은색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 앞에 당도하자,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 갓패치. 그는 문을 열자마자, 자신의 입술의 자물쇠도 함께 풀었다.


“당신, 제정신이야?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갓패치의 충혈된 두 눈동자가 문의 맞은편을 향했다.

마치 불길처럼 타오르는 듯한 붉은 드레스.

앳된 얼굴이지만 짙은 화장으로 가린 얼굴. 그리고 검푸른 머릿결 위로 빛나는 은색의 티아라. 풍겨오는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답해! 무슨 짓을 한 거야?!”


갓패치는 잡아먹을 듯 눈앞의 여인을 몰아 세웠다. 그러자,


“성에서는 체통을 지켜야 합니다만.”


싸늘한 목소리를 풀어 놓는 여인. 그녀의 눈빛도 갓패치 못 지 않게 사나웠다.


“내 힘을 어떻게 한 거야?! 대답해!”

“그게 내기입니다만.”

“난 내 힘을 내기에 건 기억은 없어!”


갓패치는 더욱 격렬하게 격분하며 날뛰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익숙한 듯 침착하게 바라보는 여인. 그녀의 눈동자에는 이젠 아무런 감정도 나타나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처럼.


“자신이 없는 거 같은데. 이만 할까요? 포기하면 모두가 편합니다만.”


갓패치는 그 죽어있는 눈동자를 매섭게 응시했다. 그러더니,


“모두 속이고 그 자리에 앉으니까 좋아, 미우? 아니지 이젠 여왕이지.”


갓패치의 말에 여왕의 눈동자에 작은 감정이 일렁였다.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것만 같은 눈동자. 그러나, 갓패치는 그녀의 감정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여왕이라니, 대접이 후한 거 같습니다만.”

“여왕을 여왕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말하지? 배신자? 사기꾼?”


무표정했던 여왕의 얼굴에 감정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박장대소하는 갓패치. 그렇게 신나게 웃어대던 그는, 갑자기 대단한 뭔가가 떠올랐는지, 입가에서 미소를 지우며 말을 이어갔다.


“나, 진짜 좋은 거 하나 배워왔는데.”

“뭔가요?”


담담하게 반응하려던 여왕. 그리고 그런 그녀를 담담하게 바라보는 갓패치. 무슨 일이 있어도 평정심을 유지하려던 그녀였지만, 갓패치의 한 마디는 그런 그녀를 완전히 무너뜨리고 말았다.


“너, 붉은 색 개 안 어울려. 절대 안 어울린다고. 앞으로도 그리고 영원히.”

“갓패치, 당신!”


여왕의 싸늘한 눈빛. 그리고 그에 못지않게 날카로운 갓패치의 시선. 그렇게 그들은 한동안 눈싸움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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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9. 제발 좀 끝나라 김치 에피소드 - 1 23.04.09 34 3 12쪽
38 38. 김치 그리고...2 23.04.08 40 3 12쪽
37 37. 김치 그리고...1 23.04.07 36 3 12쪽
36 36. 그 이름은 김치 - 6 23.04.06 44 3 12쪽
35 35. 그 이름은 김치 - 5 23.04.05 39 3 12쪽
34 34. 그 이름은 김치 - 4 23.04.04 39 3 11쪽
33 33. 그 이름은 김치... 속 작은 외전 <중년탐정 현과장의 사건일지> 23.04.03 3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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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 그 이름은 김치 - 2 23.04.01 42 3 12쪽
30 30. 그 이름은 김치 - 1 23.03.31 4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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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4. 인간체스 특별전 - 1 23.03.25 4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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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여왕 찾아 삼만리 - 1 23.03.23 48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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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20. 붉은색, 그 의미는...2 +2 23.03.21 67 4 12쪽
19 19. 붉은색, 그 의미는...1 +2 23.03.20 62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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