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은학이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8-

태준은 부장검사의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마침 김민정이 복도에서 지나고 있던 태준을 부르며 다가갔다.

“한선배! 한선배!”

“어~! 김검사~!”

“어떻게 된 거예요? 신검사 이혼한다면서요?”

“응~! 그럴 모양이야. 내일 조정심의를 받을 건가봐.”

“저도 신검사 와이프에 대해 좀 아는데요, 저랑 고등학교 동창이잖아요. 윤정이가 독한 데가 있기는 해요. 유난히 남한테 지기 싫어하고 고집도 지나치게 세고요. 또한 개인주의가 심해서 남한테 인색할 때가 많아요.”“개인주의하고 이기주의는 달라 김검사. 개인주의는 자기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거고 이기주의는 남을 짓밟으면서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거야. 그런데 신검사 말대로라면 그 친구의 마누라는 아주 지독한 이기주의자야.”

“그런데요. 한선배.”

김민정은 걷다가 멈췄다. 그녀는 태준에게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전하기로 작심했다. 그래서 데이트 신청하려고 하는데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김검사. 내게 무슨 할 말 있는 거야? 왜 그러는데?”

태준은 후배여검사가 한동안 머뭇거리자 약간 의구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선배. 이번 일요일에 집에서 있을거죠?”

“그래, 아마 그럴 거야. 요즘은 그렇게 큰 강력 사건이 없으니깐.”

“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는데요. 함께 같이 가서 보았으면 해서요.”

“지금 나하고 데이트 하자는 거야?”

태준은 의아해 하며 물었다.

“네. 그래요. 그리고 저요. 선배를 좋아해요. 그것도 아주 많이요.”

태준은 당황스러웠다. 평소에 잘 알고 친하게 지내던 후배여검사에게 갑작스러운 데이트 신청과 뜻밖에 고백을 듣게 된 것이다.

“이것 봐, 김검사---”

김민정은 태준의 말을 도중에 가로 막았다.

“선배 와이프 죽은 지 2년 넘었어요. 앞으로 선배도 누군가는 만나야 하지 않겠어요. 그 상대가 나 아니더라도 말이에요. 평생 지훈이 하나만을 바라보며 홀아비로 살건 아니잖아요.”

그는 형 태훈이 자신에게 그 전에 한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 지금 김민정이 형이 했던 말과 대강 비슷한 말을 한 것이다.

“전 지금 당장 결혼하자는 거 아니에요. 전 단지 영화를 선배랑 함께 보자는 거예요.”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태준은 한동안 후배여검사를 멀끔히 쳐다보다가 말문을 열었다.

“난 아직 누구를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았어. 그리고 지훈이에게 과연 친엄마가 아닌 새엄마라는 존재가 그 애 인생에 어떤 영양을 줄지 잘 모르고 있고, 왜냐하면 난 그 아이의 아빠이고 아빠로서 내 아들이 잘못되면 그건 내 책임이기 때문이야. 그래 김검사 말대로 평생을 홀아비로 살 생각은 없어. 하지만 애 아버지로서 이런 고민을 해봐야 되는 거 아니야.”“한선배. 그 때 그 사건 때문인가요? 그래요. 저 솔직하게 말 할게요. 저 지훈이를 내 친자식처럼 키울 자신이 없어요. 하지만 저요. 팥쥐엄마 같은 나쁜 여자는 아니잖아요. 그건 한선배도 잘 알잖아요. 저요. 딴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 약속할게요. 절대로 지훈이를 구박하나 천덕꾸러기로 만들지 않을 거예요. 정 그게 마음에 걸린다면 우리 천천히 시작해요. 그러면서 저요. 지훈이랑 정을 붙이도록 할게요. 그러니까 우리 일단 데이트부터 해요.”

김민정의 말과 눈빛은 솔직하고도 진지함과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그리고 남자들은 여자의 진심엔 약하다.

“보고 싶은 영화가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