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장 유학-1-
은학은 수술실 자동문 앞에서 들것에 누워있는 은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만져줬다. 은영은 자기병에 대해 대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 외에 그것은 은학이 은영이가 발짝을 일으킬 때마다 자세히 기록했다. 그 후, 병원에서 종합검증이 이뤄졌다. 검증결과를 본 간질병 전문의는 수술을 하는 걸로 결정했다. 수술비는 돌아가신 아빠의 돈에서 내기로 했다.
은학은 은영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따듯한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은영아 수술 잘 받고 나와. 이젠 너 혼자가 아니란 걸 알겠지.”
“응. 알았어.”
그리곤 들것에 누운 채, 수술실 안으로 들어간다. 그 모습을 본 은학은 자기가 지난 날, 얼마나 은영에게 못되게 굴렀는지 회상하며 자신을 자책했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전보다 더욱 치가 떨었다. 아무리 몰라도 그렇지, 이렇게 치료가 가능한 병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방치하다니! 혹시 돈을 한푼이라도 아끼려고 일부러 방치한 게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 때, 그녀의 앞에 나타난 건 외할아버지였다.
“이 가시나야. 니 언제부터 은영이에게 마음 썼다고 이라노?”
“할아버지는 뭔가를 알고 있었죠. 제게 왜 귀띔이라도 하시지 그러셨어요.”
“이 가시나야! 그동안 니 얼마나 은영이라면 이를 갈았노?”
“난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못된 언니만 되었잖아요! 애먼 은영이랑 그애 엄마만 미워했고요! 진작에 알았더라면 은영이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진 않았을 테고 처음부터 저렇게 내버려두진 않았을 거고요.”
은학은 휴지로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흐느꼈다.
“그래 정말 미안하다. 내가 진작에 말을 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텐데. 다 이 외할아비가 잘못했다. 그러니깐 사람이든 동물이든 함부로 대하면 안돼.”
*****
태준은 자신의 검사사무실에서 떠나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을 빠져 나갔다. 그는 민정이 기다리고 있는 고급양식당에 갔다. 식당에 들어간 태준은 김민정 앞에 앉았다.
“생각보다 늦게 오셨네요. 우리 오늘 뭐 먹을까요?”
태준은 굳은 표정을 지었다.
“우리 그냥 친한 직장 선후배로 지내면 안될까?”
김민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김민정과 헤어진 태준은 은영이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