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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언플래밍

내 사랑 은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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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래밍
작품등록일 :
2023.12.11 23:22
최근연재일 :
2023.12.28 16:2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062
추천수 :
2
글자수 :
66,425

작성
23.12.25 20:23
조회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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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제6장 용서와 치유-2-

DUMMY

“어! 그래! 은학이 아버지가 정말 그런 사람이야?”


현미가 정인한테 다시 물었다.


“그래. 악덕고리대금업자에다 바람도 아주 많이 피웠데. 거기에다 어떤 여자에게 애까지 배게 했데. 그러니 오죽하면 은학이가 부녀지간 연을 끊고 살겠어. 그러니깐 은학이한테 걔 아빠얘기 하지 마. 막장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이상한 등장인물들이 아닌 한,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그런 아빠를 좋아하겠어! 그러니깐 은학이 걔한테 그런 얘기하지마. 은학이 걔, 자기 아빠 때문에 어릴 적부터 마음고생하면서 살았어.”


마침, 은학이 산책에서 돌아왔다. 그리고 늘 그랬던 것처럼 곧바로 부엌에 가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팩에 든 채, 남잣놈처럼 꿀꺽꿀꺽 거리며 마셨다. 그 모습을 본 정인과 현미는 온갖 정이 꾹 떨어졌다. 급기야 정인은 은학에게 고함을 질렀다.


“야~! 너 그렇게 마시지 말라고 그랬지! 컵에다 부어 마시라고 그랬잖아~! 더럽게 그것도 사내놈처럼 꿀꺽꿀꺽, 너 그거! 혼자 다 마셔!”


정인은 은학에게 성깔 냈다. 그러나 은학은 정인이 성깔을 내건 자신에게 고함을 지르건 아랑곳하지 않은 듯, 요란하게 틀음하며 태연스런 표정을 지었다. 정인은 다시 은학에게 고함을 질었다.


“이놈에 계집애가 정말! 야! 내 말, 말 같지 않아!”


“왜 그래! 나 주스를 먹는 게 아까워!”


은학도 고함을 지르며 대들었다.


“야! 너 지훈이 아빠가 너의 그런 모습을 보면 좋아하겠어!”


그러자 은학은 당황한 듯,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깜박거렸다. 정인은 요즘 은학이 태준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최근 들어 태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하고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러했다. 그런 은학을 보면서 정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너한텐 지훈이 아빠와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게 날지도 몰라.’


은학은 다시 입을 열며 물었다.


“지금 내 모습이 그렇게 보기가 흉해?”


“보기 흉하냐고? 너 완전히 엽기적이야!”


바로 그때였다. 현관벨소리가 울렸다.


“네! 누구세요?”


현미가 외치며 재빨리 달려가 문을 열려주었다.


“여기가 정은학씨 댁이죠?”


형사로 보이는 남자 한 명과 정복을 입은 경찰관 두 명이 서 있었다.


“네. 무슨 일로---!”


현미는 당황해하며 은학을 불렀다.


“은학아! 은학아! 경찰이 널 찾아왔어!”“뭐? 경찰이?”


은학도 당황했다.


“경찰이 왜 날 찾아온 거지?”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현관에 갔다.


“정은학씨 맞죠.”


형사로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그 때, 태준이 내려왔다.


“최형사님. 지금 막 종로경찰서에서 연락받았습니다.”


“아저씨.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태준의 이야기를 들은 은학은 충격을 받은 듯 입이 벌어졌다. 그러나 울지는 않았다. 아버지 정수철가 집 앞에 살해당한 것이다.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자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수했다고 한다. 은학은 슬프기보다는 뭐가 뭔지 혼란스러웠다.


또한 아무리 원수같은 아버지였지만 갑자기 돌아가시고 나니 그저께 찾아온 게 눈에 생생했다. 그것이 그녀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버지였는데’라는 미안함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범인의 사연을 듣고 나서는 그런 미안함이 사그라졌다. 그러면서 다시 아버지의 대한 원망과 혐오감이 밀어왔다.


범인은 강진우라는 28세의 청년이었다. 그는 홀어머니와 여동생 두고 있었고 비록 가난했지만 작은 분식점을 하는 어머니를 도와 나름대로 바르게 열심히 살고 있었다. 그런데 군대에 2년간 복무하고 제대를 한 달 앞둔 상황에서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었다. 그는 황급히 서울로 돌아왔는데 와서 알고 보니 어머니는 그냥 돌아가신 게 아니라 사채빚에 너무 시달려서 자살한 것이었다. 기가 막혔다.


자신의 어머니는 자신이 알고 있는 한, 절대로 사채빚을 지를 사람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진짜 사채빚 지은 사람은 자신의 어머니가 함께 고아원에서 자라 친자매처럼 지낸 이모였다. 그 이모의 보증을 써준 것이다. 그런데 이모가 어디론가 도망가는 바람에 보증 써 준 어머니가 대신 갚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이모가 빚 지은 액수 5천만원이다. 이자율은 66%이다. 따라서 어머니가 갚아야할 빚은 8천3백만원이다. 이 많은 금액을 한 달 내로 갚아야 했다. 강진우는 처음 여동생에게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안 갔다. 그래서 일단 그는 이모부터 찾아나섰다.


그러나 귀대를 나흘 앞두고 이모를 아무리 찾아봤으나 한정된 시간 내에서 찾기란 불가능했다. 결국 휴가 마지막 날에 강진우는 정사장을 찾아가 사정사정하기로 했다. 필요하다면 무릎까지 꿇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정사장은 막무가내였다. 심지어 무릎까지 꿇은 자신에게 여동생을 들먹이며 온갖 모욕을 다 주었다. 이에 참지 못한 강진우는 욱하는 성격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정사장을 심하게 구타해 전치 15주의 상해를 입혔다.


강진우는 곧 경찰에 체포되었고 정사장이 합의 안 해준 채, 징역 1년10개월을 언도 받았다. 물론 판사는 정상참적을 하려고 정사장을 설득하려 했지만 정사장은 끝까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거기에다 강진우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성격 때문에 판사는 어쩔 수 없이 실형을 언도했다. 그리고 불명예 제대해야 했다. 하지만 강지우의 불행은 거기서 끝난 건 아니다.


강진우가 감옥에 가 있는 동안 동생에게 소식이 끊어진 것이다. 그래서 강진우는 형기를 다 맡치고 나와 동생의 행방에 대해 수소문했다. 그 결과 강진우는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사실을알게 되었다. 여동생이 자살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정사장이 강진우가 감옥에 가 있는 동안에 술집에 팔아넘긴 것이다. 동생은 점점 영혼이 황패해져 갔고 오빠 출도 소식을 접한 동생은 절망을 했다. 너무나도 끔찍하게 변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오빠가 보고는 충격을 받을게 뻔해서였다. 동생은 술의 취한 채, 차도에 뛰어들고는 지나가는 트럭에 치어 숨졌다.


태준에게 이야기 다 들은 은학은 손으로 입을 갈린 채 흐느꼈다.


“죽은 그 사람의 여동생이 너무 불쌍해요! 그 사람도 그렇고요. 세상에 그런 인간을 아버지로 뒀으니 나 이제 어떻게 해요? 우리 옛말에 부모가 죄 많으면 그 자식에게 좋지 않다고 그랬잖아요. 난 우리 아버지와 다른데 어떻게 하죠?”


태준은 그녀의 어깨를 쓰다마 줬다. 그러자 은학은 흐느끼며 태준의 어깨에 머리를 옆으로 기댔다.


장례식장엔 사람들이 그다지 많지 않아 한산했다. 거기서 태준은 은학의 동생 은영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다. 은영도 은학 못지않게 키도 크고 미인이었다. 하지만 얼굴색이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처럼 창백했다. 태준은 은학에게 다가가 물었다.


“네 동생 어디 아픈 거 아니야?”


은학은 동생 은영에게 잠깐동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무심하게 묻지도 않고 고개를 다시 옆으로 돌렸다. 사실 은학은 은영에 대해 신경 쓸 수도 없었고 쓰기도 싫었다. 얼마 후에 태준은 벽에 기대며 앉아있던 은학에게 다가갔다. 은학은 태준에게 말했다.


“아저씨 죄송하지만요. 저 아저씨 어깨에 기대도 될까요?”


태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은학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태준은 문가에서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던 은영과 눈이 마주쳤다. 은영은 재빨리 태준의 시선을 피했다. 태준은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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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에필로그] 아이고~! 은학이는 못말려~!-완- 23.12.28 26 0 2쪽
33 제7장 유학-4- 23.12.28 24 0 3쪽
32 제7장 유학-3- 23.12.28 24 0 5쪽
31 제7장 유학-2- 23.12.28 22 0 4쪽
30 제7장 유학-1- 23.12.28 21 0 3쪽
29 제6장 용서와 치유-4- 23.12.26 25 0 6쪽
28 제6장 용서와 치유-3- 23.12.26 24 0 9쪽
» 제6장 용서와 치유-2- 23.12.25 30 0 8쪽
26 제6장 용서와 치유-1- 23.12.25 24 0 3쪽
25 제5장 우연한 데이트-2- 23.12.25 26 0 3쪽
24 제5장 우연한 데이트-1- 23.12.25 23 0 4쪽
23 제4장 새로운 시작-2- 23.12.25 27 0 3쪽
22 제4장 새로운 시작-1- 23.12.24 28 0 8쪽
21 제3장 실연-5- 23.12.22 25 0 2쪽
20 제3장 실연-4- 23.12.22 26 0 8쪽
19 제3장 실연-3- 23.12.22 24 0 6쪽
18 제3장 실연-2- 23.12.22 24 0 4쪽
17 제3장 실연-1- 23.12.22 23 0 3쪽
16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10- 23.12.20 25 0 13쪽
15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9- 23.12.20 26 0 4쪽
14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8- 23.12.20 29 0 4쪽
13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7- 23.12.20 27 1 3쪽
12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6- 23.12.20 28 0 4쪽
11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5- 23.12.20 30 0 4쪽
10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4- 23.12.20 30 0 5쪽
9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3- 23.12.19 32 0 4쪽
8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2- 23.12.19 35 0 5쪽
7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1- 23.12.19 38 0 4쪽
6 제1장 만남-6- 23.12.19 34 0 3쪽
5 제1장 만남-5- 23.12.18 40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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