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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이언플래밍

내 사랑 은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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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래밍
작품등록일 :
2023.12.11 23:22
최근연재일 :
2023.12.28 16:23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1,149
추천수 :
2
글자수 :
66,425

작성
23.12.24 23:51
조회
31
추천
0
글자
8쪽

제4장 새로운 시작-1-

DUMMY

다음 날 오후, 정인은 석우의 전화를 받고 학교근처에 있는 카페로 들어갔다. 정인은 분노와 혐오감이 가득한 어조로 말하며 그를 싸늘하게 똑바로 쳐다보았다.


“절 왜 보자고 했나요?”


석우는 고개를 숙인 채, 은학의 핸드백을 테이블에다 올려놓았다. 정인이 그걸 집어들고 갈려고 하자 석우가 한마디 물었다.


“저기, 은학이는 좀 어떠니?”


그러자 정인은 정말 어이없고 가증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석우에게 되물었다.


“은학이가 지금 어떨 것 같아요?”


그러면서 굉장히 싸늘한 어조로 소리쳤다.


“이것보세요! 정석우씨! 우리 빌라 주인어르신의 둘째 아들님이 우리 대학 법대 선배이자 검사인데 마음 같아서는---!”


정인은 말하다가 잠시 멈추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앞으로 서로 보지말자고요! 설사 우연히 마주친다 하도라도 서로 아는 척도 하지 말자고요! 은학이한테나 나한테나 혹은 현미한테도!”



*****



태준은 집근처에 있는 대형 이마트에 스파게티 소스와 치즈를 사러 갔다. 내일 김민정이 이리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끔씩 요리하는 게 취미인 태준은 요리솜씨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여느 고급호텔 레스토랑의 요리사 못지않았다.


필요한 재료를 골라서 계산대에 다가간 태준은 거기서 종업원과 실랑이를 벌리고 있는 은학을 발견했다. 그녀는 얼마 전에 긴 머리를 3분의 1정도로 자른 김민정과 비슷한 단발로 잘랐다. 그러나 어깨에 다를 정도로 길게 자른 것이 민정과 달랐고 또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녀는 점원에게 계속 사납게 따졌다.


“이봐요! 언니! 그깟 2.000원이 뭐가 그렇게 큰 대수에요! 2.000원 덜 받는다고 사람이 죽어요! 아니면 세상이 뒤집어져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


태준이 여종업원에게 물었다.


“이 아가씨가 이 와인의 가격을 자꾸 깎아 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생떼를 쓰잖아요. 원래 15.000원인데 저희가 3.000원 낮춰서 판매하고 있는데요. 또 2.000원을 깎아달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하면 저희가 1.000원 손해 보게 돼요. 업체랑 거래할 때 한 병당 11.000원에 구입했거든요.”


은학은 계속 투덜댔다.


“세상에 돈 낳고 사람 낳나? 사람 낳고 돈 낳지!”


그녀는 계속 점원에게 따졌다.


이번엔 여점원이 투덜댔다.


“나참! 어이없어서 살다 살다 별꼴을 다 보겠네!”


“그래서 ‘못 깎아주겠다’ 이거에요! 장사꾼이 좀 손해보면 어때요! 장사를 하다보면 손해날 수도 있는 거지! 끝까지 자기 이익을 챙겨야 돼나요!”


심지어 은학의 행동은 도를 넘어섰다. 은학의 방종에 보다 못한 태준은 급기야 2 .000원 더 점원에게 내밀었다.


“저기 그럼 제가 이 아가씨 대신 2.000원 더 내겠습니다. 우리 서로 아는 사이입니다. 같은 빌라건물에 살거든요.”


상황이 진정되자 그는 은학에게 꿀밥을 한 대 쳤다.


“왜 때려요! 아저씨가 내 오빠라도 돼요!”


은학은 태준에게 버럭 대들었다.



“우리 일단 밖에 나가서 얘기하자.”



밖에 나가자 그는 자신 특유의 절제된 음성으로 은학을 야단치기 시작했다.


“은학이 너 인마! 나이는 대체 어디로 다 먹은 거야! 너 정말 대학생 맞아! 너 그동안 사회생활은 어떻게 한 거야! 지금 네가 한 행동이 상식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것도 여러 사람이 물건을 사고파는 공공장소에서!”


태준은 은학을 매서운 눈매로 쳐다보며 잠시 멈추다가 다시 시작했다.


“이젠 제발 그만해! 그 일이 일어난 지 벌써 보름이 지났어! 한동안 괜찮다 싶었는데 오늘 또 왜 이러는 거야! 너 도대체 언제까지 이럴 거야! 너 때문에 정인이랑 현미가 피해 본다는 거 알아! 그렇게 괴로우면 옛 애인 놈을 고소하든가! 그럼 내가 도와줄게! 아니면 정신과 상담을 받은 가! 애궂은 정인이랑 현미에게 네 눈치를 왜 보게 만들어! 이 가시나야!”


그러자 은학은 주저앉으며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모두들 왜 날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은 거야! 제발! 날 좀 가만히 내버려 두란 말이야! 제발!”


그러면서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태준은 그런 은학의 팔을 잡으며 일으켰다. 은학은 태준에게 기대며 그의 차 앞까지 걸어갔다. 태준은 자신의 옆자리에 은학을 앉히고 차를 몰랐다. 은학은 안전벨트를 매고 힘없이 문가에 머리를 대고 계속 흐느끼며 초점을 잃은 눈빛으로 밖을 멍하니 내다보았다.


집에 도착하자 중2생인 큰조카 상욱과 마주쳤다.“작은아버지! 그 누나랑 같이 오신 거예요?”


“여기 이마트에서 우연히 만났어.”


태준은 은학을 부축이듯 그녀의 팔을 잡은 채 들어갔다. 은학이 계속 흐느낀 바람에 태준이 대신, 문을 열어줘야 했다.


그날 밤 9시, 태준이 수사자료를 잠시 검토하는 동안 초인종이 울렸다.


“정인이랑 현미가 둘 다 사정이 있어서 오늘 못 온데요. 이 와인 나 혼자 마시기 심심한데 같이 옥상에 올라가서 마실래요?”


은학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태준은 그녀의 그런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동시 애처롭게 보이기도해서 갑자기 뭔가에 홀린 듯했다. 그래서 태준은 수사자료 검토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를 댈까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자신이 거절하면 아까처럼 무너질 듯, 주저앉으며 울어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 은학의 눈빛은 빨갛게 충열된 채, ‘제발 거절은 하지마세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술동무지 남자가 아니란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 좋아. 하지만 그 대신 너 그때, 경찰서에서와 같이 미치광이처럼 난동을 일으키기만 해봐.”


태준은 그러면서 은학을 따라 옥상 벼랑다로 올라갔다. 옥상 벼랑다엔 작은 방만한 비닐하우스가 있었고 그 안에는 태준부와 모 내외가 가꾼 난초와 꽃 화분이 가득했다. 은학은 잠시 그 안에 들어가 둘러보며 감상하다가 나와서 태준과 함께 옆에 놓여있는 넓적한 평상에 앉았다.


은학은 종이컵에 와인 반잔을 태준에게 따랐다.


“지훈이 할아버지 할머니 취미가 참 고상하시네요.”


그리고는 자기 잔에다 따르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저씨. 저 오늘 참 웃겼죠? 제가 생각해봐도 아까는 도를 넘어선 것 같아요.”


은학은 고개숙인 채 눈물을 손바닥으로 닦고 와인을 들이켜며 말했다.


“그 사람 어머니가 오늘 학교로 찾아와 내 머리를 잡아당기며 난동을 부렸어요. 그 사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 모양이에요. 다행히 생명에는 아무 지장이 없는 모양이에요. 그 사람 정말 많이 힘들었던 모양에요!”


은학은 눈물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얼굴 오른 쪽 안면과 눈물 오른 손 손가락을 꾹 눌렀다.


태준은 그런 은학을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고 애처로웠다. 그와 동시에 그녀를 껴안아주고 싶은 충동도 느껴졌다. 그러나 그걸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대신 그는 오른 손으로 은학의 왼쪽 어깨를 어루만져주었다.


“나하고 그 사람이랑 왜 이렇게 된 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은학은 평상에 앉은 자세로 엎드렸다. 태준은 그렇게 우는 은학을 보며 그녀에게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볼 수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한참 후에야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은학아 그 친구가 그렇게 된 거 네 탓이 아니야. 그건 어떻게 보면 너에 대한 병적인 집착일 수도 있어.”


“나도 그 사람한테 심한 말을 했거든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나 같은 년 때문에 죽으려고 하다니, 내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고 잘난 년이라고!”


그녀는 흐느끼면서 와인 한 모금 들이켰다.


태준은 신중하고도 조용한 음성으로 은학을 달랬다.


“그런 소리 하지마. 그냥 하는 말이라도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면 안돼. 이 세상에서 네가 제일로 소중하게 여겨야 할 사람은 바로 너 자신이야! 딴 사람들이 아무리 너를 좋아해도 네가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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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에필로그] 아이고~! 은학이는 못말려~!-완- 23.12.28 28 0 2쪽
33 제7장 유학-4- 23.12.28 29 0 3쪽
32 제7장 유학-3- 23.12.28 25 0 5쪽
31 제7장 유학-2- 23.12.28 23 0 4쪽
30 제7장 유학-1- 23.12.28 23 0 3쪽
29 제6장 용서와 치유-4- 23.12.26 31 0 6쪽
28 제6장 용서와 치유-3- 23.12.26 25 0 9쪽
27 제6장 용서와 치유-2- 23.12.25 31 0 8쪽
26 제6장 용서와 치유-1- 23.12.25 26 0 3쪽
25 제5장 우연한 데이트-2- 23.12.25 31 0 3쪽
24 제5장 우연한 데이트-1- 23.12.25 27 0 4쪽
23 제4장 새로운 시작-2- 23.12.25 29 0 3쪽
» 제4장 새로운 시작-1- 23.12.24 32 0 8쪽
21 제3장 실연-5- 23.12.22 28 0 2쪽
20 제3장 실연-4- 23.12.22 27 0 8쪽
19 제3장 실연-3- 23.12.22 26 0 6쪽
18 제3장 실연-2- 23.12.22 27 0 4쪽
17 제3장 실연-1- 23.12.22 27 0 3쪽
16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10- 23.12.20 29 0 13쪽
15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9- 23.12.20 29 0 4쪽
14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8- 23.12.20 32 0 4쪽
13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7- 23.12.20 29 1 3쪽
12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6- 23.12.20 29 0 4쪽
11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5- 23.12.20 31 0 4쪽
10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4- 23.12.20 31 0 5쪽
9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3- 23.12.19 35 0 4쪽
8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2- 23.12.19 36 0 5쪽
7 제2장 날 미치게 만드는 그녀-1- 23.12.19 41 0 4쪽
6 제1장 만남-6- 23.12.19 35 0 3쪽
5 제1장 만남-5- 23.12.18 41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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