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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헌터 Dear, Hunter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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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0.12 23:45
최근연재일 :
2019.08.19 19:03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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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9,476

작성
19.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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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헌터 Dear Hunter 44. 작은 소원과 작은 고백

DUMMY

때마침 2층으로 가기 위해 계단을 오르려던 하빌라가, 무릎을 맞대고 계단참에 앉아 심각한 얼굴들을 하고 있는 두 암시자를 보자 흠칫 물러났다.


그를 발견한 스트라제나가 급히 손짓했다.





“올라오세요, 하빌라. 저희는 괜찮으니까요!”





말을 끝내는 것과 동시에 스트라제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앓는 소리를 냈다.





“예....우리는 정말 괜찮으니까.....”




조금 전 조이가 제안한 로게스와의 암시 권한은, 사실 제나가 가장 바라왔던 것이기도 했다. 조이가 받은 기억수정이 그에게 남긴 상처, 그것이 로게스와의 암시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내고 싶다면, 스트라제나가 로게스를 직접 암시하는 건 피할 수 없는 절차였다.


하지만 동시에 제나가 가장 꺼리는 것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스트라제나는 조이의 문제를 해결할 생각만 했지, 정작 거기에 필요한 자신의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던 것이다.



머뭇거리던 하빌라는 스트라제나의 말이 떨어지자 서둘러 계단을 올라와 그들을 자연스럽게 지나가려 했다. 그 순간 조이가 그를 불러세웠다.





“저기, 하빌라. 제 이야기 하나만 들어줄래요?”





하빌라가 무슨 일이냐는 듯 멈춰서서 좁고 가는 턱에 주름이 잡히게 미소를 지으며 조이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은 두꺼운 쌍꺼풀에 비해 피부가 종이처럼 얇아서, 땅에 넘어지기라도 하면 둥글고 큰 눈이 구슬처럼 쌍꺼풀 밖으로 흘러내릴 것만 같았다.


조이가 물었다.





“여기 앉아있는 스트라제나가 어린아이들이 무서워서 말도 못 걸겠다는데, 하빌라는 어떻게 생각해요?”


“그걸 왜 하빌라한테 말해.”





낮게 속삭이며 스트라제나가 조이를 노려보았으나, 도리어 조이는 진지하게 자문을 구하려는 것 같았다. 배 위로 가지런히 손을 모아쥔 하빌라는 소매가 넓은 린넨 상의를 입고 있어 훨씬 사제다운 분위기를 풍겼다.


잠시 생각하던 하빌라가 입을 열었다.





“질문이 복합적이군요. 어떤 걸 말해볼까요? 아이들에게 잘 말하는 방법? 아니면 아이들을 좋아하는 방법? 그보다는 먼저, 제가 스트라제나 씨를 이해할 수 있는지를 말해볼까요?”


“먼저 좋아해야지만 잘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나가 말하자 하빌라는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여보이며 말했다.





“암시자들이 매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만 환자로 만날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세번째가 궁금하네요.”





스트라제나가 얼른 말하자 하빌라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저는 제나 씨를 이해합니다. 매일 아침, 저는 방에서 나오기 전에 항상 심호흡을 세 번 하고 문을 연답니다.”





그건 하빌라와 센터에서 오래도록 함께 지낸 조이에게도 금시초문이었다.

조이가 물었다.





“그건 왜죠?”


“오늘 하루는 잘 보낼 수 있을지, 센터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도무지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요.”





스트라제나는 입을 벌리고 아연한 얼굴을 한 채 말했다.





“하지만, 하빌라. 저는 세상에서 당신만큼 만사 평온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요. 센터 사람들도 모두 당신을 좋아하고 의지하는데.”


“저도 압니다.”





그 말에 이번에는 조이가 입을 딱 벌렸다. 하빌라가 능청스럽게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었다.





“그러나 저는 어려서부터 모든 사람들을 무서워했지요. 이상하게 보이지요? 사람들과 최대한 마주치지 않으려고 종교에도 귀의하고, 수도원에도 들어가있었답니다. 그것조차 제 길이 아님을 뒤늦게 알았지만요.”


“지금은 어떻게 평온해지셨습니까? 그러니까, 사람을 대할 때요.”





조이가 묻자 하빌라가 곧장 대답했다.





“받아들이기로 했지요.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 사실이 나라는 사람을 변하게 만들지는 않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무서워할 이유가 전혀 없지요.”


“....제일 어려운 일을 정말 쉬운 일처럼 말하네요, 하빌라.”




스트라제나가 대꾸하자 하빌라가 말했다.





“제나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들이랑 좀 서먹하게 지낸다고 해도, 제나 씨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지요.”





다른 사람이 말하면 입발린 아첨으로 들렸을 말도, 하빌라가 말하면 왜인지 신빙성있는 칭찬으로 들렸다. 그렇게 조이가 생각하는 동안, 스트라제나가 입을 열었다.





“아뇨, 하빌라. 저는 그 반대예요. 저는 제 말이 아이들에게 변화를 줄까봐 무서워요.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꺼낸 말이 아이에게는 상처로 남을까봐 두려워요. 그래서, 그런 기회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요.”





이것이야말로 스트라제나의 본심이었을까? 조이는 가만히 생각했다. 돌이켜보니, 조금 전 스트라제나가 했던 말 중에 지금까지도 가장 기억에 뚜렷하게 남은 말이 있었다.


‘내가 외국인이라서 로게스가 무서워할까봐 걱정이 된다.’


철저히 로게스, 그러니까 어린아이의 입장으로만 생각할 뿐, 거기에 스트라제나 본인의 입장은 철저히 배제되어있었다.



단지,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배경과 소속에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뿐.

그건 제나 본인이 평소에 가장 부담을 갖던 스트레스의 반영과도 같았다.


그때, 스트라제나의 말을 듣고 나서 나직하게 웃음을 흘린 하빌라가 말했다.





“제나 씨, 세상의 엄마아빠들이 말을 지독히도 안 듣는 자기 아이들 때문에 매일 속을 썩이는데, 당신의 말 한마디에 어떤 아이의 삶이 그토록 쉽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자신감이 대단하시군요.”





큭큭, 조이가 웃음을 흘리며 스트라제나를 돌아보았다.

멋쩍은 표정이 된 스트라제나가 두 손을 꼼지락거리는 동안, 하빌라가 이번엔 조이에게 물었다.





“로게스에 대한 치료권한은 제나 씨에게 넘기려는 건가요, 릴(조이)?”


“하빌라는 속일 수가 없군요. 맞아요, 언제까지 시간을 낭비할 수만도 없는 일이고.”





조이가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리며 말을 이었다.





“로게스가 암시센터에서 두 번째로 쫓겨나는 기억만큼은 안겨주기 싫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센터의 또 다른 ‘암시자’ 선생님의 역할이 중요한데.”





그렇게 말을 하며 가늘게 눈을 뜬 조이가 스트라제나를 올려다보았다.

제나는 마음속 밑바닥이 따끈따끈하게 덥혀지는 것을 느꼈다.


비록 당장 필요해서였다고는 해도, 말만 빌렸다고 해도,

조이는 제나를 완전히 ‘암시자’로 인정해주고 있었다.





하빌라가 말했다.





“제가 사람들을 무서워하는데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제나 씨가 아이들을 대하기 힘들어하는데도 이유는 없지요. 억지로 극복하려 하지 마세요, 제나.”


“하지만 내일 당장 로게스랑 암시를 해야할 지도 모르는데, 전 아직 자신이 없어요.”


“어두운 산길이 무섭다면 겁이 없는 사람과 함께 가면 되지요.”





스트라제나가 어린 로게스를 대하기 어렵다면, 어린아이를 스스럼없이 대할 수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으라는 뜻이었다. 이를 테면....





“엘피.”



조이가 말했다.



“암시 치료를 할 때 엘피랑 같이 들어가면 되겠네. 암시 시작 전에 분위기를 잡는 건 엘피한테 전부 맡겨. 엘피는 그동안 로게스랑 놀아주면서 아주 가까워졌으니까. 제나 넌 암시만 집중하라고. 암시 속에서는 그래도 의식의 주도권이 일부는 너한테 있으니, 무서워할 이유는 없잖아.”


“그리고, 환자의 의식을 주인처럼 휘두르려는 마음이 암시자에게는 제일 위험한 태도라고, 알리스타나 선생님이 누누이 말하셨지요.”





하빌라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어 일침을 주자, 조이가 입술을 빨며 덧붙였다.





“그래서 ‘일부는’이라고 했잖아요, 하빌라. ‘일부는’.”


“...나한테 로게스 상담파일을 보내줘, 릴.”





스트라제나가 가만히 내놓은 대답은 그녀가 결국 어려운 결심을 내렸다는 뜻이었고, 조이는 기쁨의 의미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의 뒤에서 하빌라는 가만히 웃으며 그들 뒤로 남은 계단을 올라 묵묵히 자기 방으로 향했다.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되면, 제나,”




아직 불안함이 가시지 않은 스트라제나의 얼굴을 보며 조이가 말했다.




“작은 소원 하나 정도는 들어줄게.”


“뭐? 작은 소원?”




뜻밖에도 조이의 입에서 튀어나온, 그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낭만적인 단어에 스트라제나가 웃음을 터뜨리자 조이는 빈정이 상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진심이야, 아, 물론 갈레리 친구를 사귀어 오라든가, 사슴뿔을 대신 뽑아다 달라든가, 그런 건 해당 안 돼.”


“작은 소원의 ‘작다’의 정의가 너무 막연하잖아. 예시를 줘.”





스트라제나의 말에 조금 짜증을 부리다 잠시 생각한 조이가 말했다.





“내가 같이 보는 앞에서, 내 능력과 예산으로 해결해줄 수 있는 범위의 소원.”


“그럼 내 앞에서 네가 살 수 있는 가장 비싼 옷을 입고, 하루종일 센터 앞마당에서 춤을 춰달라고 하면, 해줄 건가?”


“뭐, 네가 그걸 원한다면야.”





조이가 어깨를 튕기며 한 손을 들어보이고는 덧붙였다.





“썩 보기 좋고 권하고 싶은 광경은 아니겠지.”


“그럼 ‘소원권’을 쓰자.”





이제 조금 긴장이 풀린 스트라제나가 한 손을 내밀더니 말했다.





“선셰이드에서는 약속을 할 때 ‘소원권’이라는 걸 써.”


“계약서같은 거야?”




조이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묻자 제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몸에 쓰는 거지.”


“뭐, 몸?”


“상대의 왼팔에 손가락으로 서로의 이름을 적고, 그 이름을 손바닥으로 쓸어담은 다음 그 손바닥끼리 서로 비비면 돼.”


“별로 하고 싶진 않은데.”




조이는 처음에는 하지 않으려 몸을 뺐으나 스트라제나가 당장 손가락을 자기 팔로 들이댔으므로, 그도 마지못해 손을 들었다.



스트라제나는 조이의 손가락이 자기 왼팔 위로 조심조심 적어가는 그 자신의 이름을 피부로 읽었다.



조, 이.



‘릴이라고 쓰지는 않네. 당연하겠지만.’


스트라제나는 생각했다.




스트라제나는 자기 이름을 선셰이드 글자로 썼으므로 조금 더 오래 걸려서, 먼저 자기 이름을 다 쓴 조이가 조금 기다려야 했다.



다 끝낸 뒤에는 방금 이름을 적은 상대방의 팔을 복사하듯 손바닥으로 쓸고, 마지막으로 손바닥끼리 짝짝 마주친 다음 손등끼리도 서로 마주 부딪히게 했다.


제나가 말했다.





“나중에 소원권을 쓰고 싶으면 이렇게 손바닥을 서로 마주치기만 하면 돼.”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제나.”





자기 손바닥에 정말로 차용증이라도 적힌 것처럼 물끄러미 들여다보던 조이가 물었다.





“오늘 다녀간 너희 오빠랑도 이거 해봤어? 소원권.”


“아니.”





스트라제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게일은 절대로 소원권 같은 건 안 써. 빚지고 사는 성격이 아니라. 자기가 남에게 뭔가를 베풀어줘야 하는 빌미를 남기지 않지.”


“예전부터 뒤탈이 없는 분이었군.”


“아니, 그냥 짠돌이야.”













페이스 칼라일이 스트라제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제나가 오늘 부탁한대로, 조이와 그들 삼남매가 어릴 때 보낸 시간들에 대해 떠오르는 대로 간추려 적어 메일로 보냈다고 했다.



‘빠르기도 해라!’



제나는 여독이 쌓여 몸이 죽도록 피곤했지만, 페이스의 진지한 마음에 응하기 위해서라도 꿋꿋이 방문을 나섰다.


상담실의 공용 프린터로 페이스의 메일을 인쇄하러 내려가보니, 하빌라가 상담실 문을 열어둔 채 환자 인적사항이 정리된 서류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스트라제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가 인사대신 부드럽게 미소지어보였다.

하빌라는 머리카락을 목 뒤로 가지런히 묶었고, 샤워를 하고 내려왔는지 머리카락 끝이 조금 젖어 말려올라가 있었다. 책상 위에는 그가 마시다 내려둔 찻잔 속에서 반 정도 남은 찻물이 하빌라가 서류를 넘길 때마다 그 손길에 잔잔히 찰랑거렸다.



프린터로 연결된 컴퓨터에서 메일 계정을 띄우며 스트라제나가 모니터 너머로 말했다.





“아까는 고마웠어요, 하빌라. 용기가 많이 됐어요.”


“제 말이 도움이 됐다니 저도 기쁘네요.”


“하빌라도 꺼내기 어려운 말들이었을 텐데....”





프린터가 차분히 문서를 뱉어내는 동안, 스트라제나는 초조한 듯 손가락을 매만지며 자꾸 하빌라와 프린터를 번갈아보았다. 마침내, 페이스가 보낸 메일들이 프린터에서 모두 인쇄되어 나오자 제나는 더 이상 상담실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하빌라는 여전히 독서등 불빛 아래로 문서 색인들을 훑는데 여념이 없었다.


방해를 무릅쓰고라도, 단둘이 있을 때 말을 꺼내려면 지금이 적시였다.





“저기, 하빌라?”




스트라제나가 부르자 하빌라가 손으로 하던 모든 일을 중단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그는 고개를 들기도 전에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괜히 팔짱을 낀 제나가 몸을 조금 뒤틀다가 말했다.





“하빌라가 오늘 조언을 준 것도 감사하고, 그동안 아침마다 제 사격 연습을 도와준 것도, 매일 신선한 토마토를 따다 준 것도 감사하고, 그래서....제가 답례를 드리고 싶은데....”





말을 맺기에 앞서 스트라제나는 망설였다. 하빌라는 눈을 한 번 깜빡였을 뿐 허리를 곧게 편 채 물끄러미 제나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 역시 이런 건 내게 안 맞아.’





스트라제나는 하빌라가 남편과 닮았다고 해서 그와 똑같은 방법이 통하리란 보장은 없으나, 그녀가 남편 바슬란디우스에게 처음 다가갈 때 쓴 방법을 그대로 써보기로 했다.





“그냥 말할게요. 저, 하빌라가 마음에 들어요. 예전부터 계속 좋은 분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요. 저는 하빌라랑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지금처럼 센터에서 가끔 만나 얘기하는 거 말고.....”





하빌라는 표정에 변화가 없었으나 눈동자가 미세하게 아래로 처졌다. 그의 낌새를 읽으려 눈치를 보면서 스트라제나가 물었다.





“하빌라는....어떻게 생각해요?”





원래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을 작정이었으나 너무 노골적인 기분이 들어 스트라제나는 스스로 자제했다. 그리고 잠시 후....하빌라의 한숨소리.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스트라제나는 잠깐이지만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앞으로 센터에서 하빌라 얼굴을 어떻게 보나 걱정하고 있는데, 자리에서 일어난 하빌라가 책상을 돌아 나와서는 천천히 제나의 앞으로 다가와 섰다.


하빌라가 매일밤 명상을 할 때 몸에 바르는 약초오일 냄새가 코로 훅 끼쳐들었다.


스트라제나가 숨을 죽였고, 하빌라가 입을 열었다.





“꼬마 로게스의 문제를 모두 해결하시고 난 뒤에,” 그가 말을 이었다. “센터 밖에서 저희 둘만 저녁이라도 함께 할까요?”




스트라제나가 환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벅차오르는 마음이 숨겨지지 않는 입을 급히 두 손으로 가리며 제나가 고개를 끄덕였고, 하빌라도 빙긋이 웃으며 마주 끄덕였다. 입을 덮었던 손을 내리고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 얼굴로, 제나가 말했다.





“하빌라.”


“네, 제나?”


“지금 안아봐도 돼요?”


“나중에요, 제나, 나중에.”





하빌라가 웃음을 터뜨리며 두 손을 내저었다. 역시 너무 성급했다고 스트라제나가 혼자 작은 반성을 거치는 동안, 하빌라가 한 손으로 자기 팔뚝을 쓸며 말했다.





“약초기름을 잔뜩 발라놔서, 제 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날 거예요.”


“저는 상관없는데요.”


“제가 상관있지요, 제나.”


“알겠어요, 그럼 나중에.”





스트라제나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자, 하빌라는 잊지 말라는 뜻에서 손으로 프린터를 가리켰다. 아차, 하마터면 들떠서 페이스의 편지문을 두고 갈 뻔한 제나가 서둘러 문서들을 집어들었다.


하빌라와 눈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상담실을 빠져나온 스트라제나는, 계단을 올라 자기 방으로 들어갈 때까지 발바닥을 붕붕 띄우며 뛰듯이 걸었다. 방에 들어와 문을 닫은 뒤에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제나는 단거리 일주라도 하듯 방안을 빙빙 맴돌았다.


스트라제나가 침착하고 자리에 앉아 페이스의 편지를 읽기 시작한 건, 평소 제나가 잠드는 시간을 훌쩍 넘겨버린 다음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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