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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헌터 Dear, Hunter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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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0.12 23:45
최근연재일 :
2019.08.19 19:03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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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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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459,476

작성
19.08.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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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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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디어 헌터 Dear Hunter 42. 뒤를 부탁한다, 조이

DUMMY

‘제나가 늦네.’



오후가 되면 돌아오고도 남을 것이라 생각했던 스트라제나는, 엘피가 아무리 기다려도 센터 대문에 나타나지 않았다.



늦는 건 스트라제나 뿐만이 아니었다.

로게스를 데리러오기로 한 베이비시터도 감감무소식이었다.

최근 로게스의 어머니가 갑자기 몸이 안 좋아져서 센터에 함께 오지 못했고, 대신에 베이비시터가 로게스를 데려다주러 다녔다.





“로게스, 너희 엄마 많이 아파?”





엘피는 옆에서 하빌라표 텃밭의 흙을 끌어다 성을 쌓고 있던 로게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로게스는 자기 머리를 묶었던, 별이 달린 머리끈까지 풀어다 모래성 위에 얹어가며 꾸미기에 열심이었다.


로게스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엄마가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랬는데.”


“아, 그럼 말하지 말구.”


“엄마, 아기 가졌어.”


“말하지 말랬잖아! .....어, 정말?”





로게스는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기 사진도 봤어. 근데 아기가 아니라, 아이스크림 바른 빵같이 생겼어.”





보아하니 어린아이들 특유의 실없는 헛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보였다.


로게스 앞에서는 환하게 웃는 척했지만, 엘피는 그녀 자신이 다 골치 아파지는 기분이 들었다. 딸은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고 학대용의자로 몰린 선생은 자살을 했는데, 그 혼란스러운 틈에서도 새 생명이 들어섰다는 기쁜 소식을 들은 부모.



엘피는 우선 의무적으로 박수를 쳤다.





“잘 됐다, 로게스. 동생 생기겠네!”


“하나도 안 잘 됐어.”





로게스는 동생이든 뭐든 관심없으니 눈앞에 흙으로 쌓아올린 흙이 빨리 자기 머리만큼 커지기만 바라는 것처럼 보였다.


왜? 엘피가 물었다.





“엄마가 참 적절하지 않대.”





로게스의 입으로 듣는 ‘적절하지 않다’는 말은 대단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로게스가 그 말의 뜻을 이해해서 하는 건 아닐 것이고, 분명 그 애의 어머니가 언젠가 한 말을 로게스가 기억해두었다가 꺼냈을 것이다.




계획에 없는 임신일 것이라 추측은 했는데, 엘피의 예상이 맞았던 모양이다.


로게스가 더 이상 동생 이야기에 흥미를 보이지 않았으므로, 엘피는 새로운 미끼를 꺼내들었다.





“이거 봐, 로게스. 저번에 네가 말해준 아이디어로 게임을 만들어봤어. 아직 데모버전이긴 한데.”





그러자 로게스가 드디어 모래성에서 관심을 잃고 엘피가 든 게임기를 들여다보았다.


역시, 엘피도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때면 신이 난다. 비록 지극히 단순한 구성과 그래픽이었지만, 로게스가 말한 아이디어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게임은 특별했다.





“자, 이렇게 하면....봐. 4등이지만 과일은 똑같이 받았지. 들어온 순서에 상관없이 과일은 무조건 받는 거야.”


“난 수박이 좋은데.”


“그럼 넌 3등 해.”





로게스는 학교 달리기 경주를 보면서 1등이든 4등이든 다 똑같이 뛰었는데 1등만 상을 받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엘피는 그 말을 들었을 때 자신이 태어나서 제일 처음으로 만들었던 게임이 생각났다.


어려서부터 영재학교로 월반해 밥먹기보다 테스트를 더 많이 보았던 엘피는, 아침에 1등이었다가도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면 7등까지 쭉 떨어지는 석차를 보며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자기 나름대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엘피는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를 게임으로 만들었다.


비록 그때는 실력이 부족해서 지금 다시 꺼내보자면 그 어설픔에 몸부림을 치게 되지만, 게임의 내용은 이렇다.


수영장에서 레이스를 펼치는 네 명이 게임의 주인공이다. 1등으로 들어오면 상을 받는다. 2등은 뜬금없이 어떤 강물로 헤엄쳐가고, 3등은 바다, 4등은 폭포 아래로 떨어져내린다. 그리고 주인공들은 모든 장면에서 웃고 있다.....




“마음에 들어?”





게임은 크게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로게스는 곧잘 재미를 붙였다.


집중하느라 대답하는 것도 잊어버린 로게스를 뿌듯하게 들여다보며 엘피가 턱을 괴는 사이, 센터 안쪽으로부터 언성을 높이는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피가 얼굴을 굳히며 귀를 쫑긋 기울였다.

그러나 그 뒤로는 화를 내거나 싸우는 소리는 특별히 들려오지 않았다.



조금 전, 조이가 누군가와 함께 상담실로 들어갔는데 엘피는 로게스에게 보여줄 게임을 준비하느라 그의 얼굴을 못 봤다.


하빌라는 얄밉게도 ‘엘피 양이 보면 깜짝 놀랄 사람’이 와 있다는 말만 할 뿐 수수께끼처럼 알려주지 않았다.





“아, 이게 아닌데.”





뭔가 마음대로 안 됐는지, 로게스가 낑낑거렸다.


안 되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게임에서도,

사람의 본능은 어떻게든 흡족하지 않은 걸 찾아내기 마련이야.




‘....아, 방금 그 말 멋있었는데? 내 마이로그(SNS)에 써야지.’





그 생각에 이른 엘피가 모바일폰을 꺼내드는 그 순간, 뒤뜰에서도 센터의 정면 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벌떡 일어나며 엘피가 중얼거렸다. 제나가 왔네.










조이는 헛웃음을 들이켰다.

우드랙에게서 읽은 고통스러운 암시의 기억을 극복시키기 위해, 한때 스트라제나에게 먼저 기억수정을 권하기도 했던 조이였다.


그런데 그 말을 다름 아닌 제나의 오빠에게서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스트라게일의 얼굴은 무거웠다. 그가 아무데서나 주워들은 이야기를 아는 척 입에 함부로 올리는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조이는 더 혼란스러웠다.





“스트라게일 씨, 설마 알리스타나 선생님이 제나에게 기억수정을 시켰다고 말씀하실 건 아니겠지요.”





조이는 혹여 자신이 받을지 모를 충격을 조금이라도 완화시키려고 결론을 먼저 말해버렸다. 그러나 스트라게일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우리야 알리스타나가 지휘하는대로 따라야하는 입장이었지, 반박을 하고 싶어도 그가 우리보다 더 전문가이니 뭘 어쩌겠습니까.”


“착오가 있으셨던 건 아닐까요.”





조이의 그 말은 스트라게일의 자존심을 건드렸는지 그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스트라제나의 앞에서 갈레리 사람을 모욕하는 말을 할 때 제나가 짓던 표정과 매우 흡사했다.


더 큰 오해를 막기 위해 조이가 서둘러 말했다.





“죄송합니다. 알리스타나는 세상에 존재하는 암시자 중에서 기억수정을 지지하는 집단과 가장 상극에 있는 분입니다. 그분은 기억수정이 악용될 것을 늘 우려했던 분이에요. 그래서....”


“그럼, 제가 동생이 받은 치료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씀이십니까?”


“스트라게일 씨, 잠깐만 침착하시고 제 말을 들어주세요. 선생님의 말을 허언이라 단정짓는 게 아닙니다. 제 말은,”





조이는 어떻게 말해야 스트라게일이 폭발하지 않게 민감한 질문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이렇게까지 누군가와 끈질기게, 화를 내거나 조롱하지 않고 오로지 설득을 위한 대화를 나눈 것이 대단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왜 이렇게까지 필사적이지?

도대체 누굴 위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한 조이가 말했다.





“알리스타나 선생님이 기억수정을 택할 정도로 위중한 상태가 스트라제나를 거쳐갔다니 감이 잘 오지 않아서 그랬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스트라제나의 어떤 기억을 수정하고자 했는지 제가 알아도.....”


“그건 사생활입니다. 말씀드리기 곤란한 문제라는 걸 이해해 주셨으면 하네요.”




스트라게일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당장 즉답을 원하지는 않았다.

우선 스트라게일이 더 크게 흥분하는 걸 막은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멜록스위드 씨의 얼굴은 유리램프 안쪽에서 활활 타오르는 촛불을 보는 듯 안정적인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했다. 뒤집어 엎어뜨리기라도 하면 그 안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불길이 솟아나올지 모른다.



스트라게일이 말했다.





“꼭 그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제나를 다시 데려가야겠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우리 가족 모두가 동의하는 것이고요.”





그가 오늘 작정을 하고 마음을 굳혀서 왔다는 게 느껴졌다.

잠시 무릎 위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며 침묵을 지키던 조이가 불쑥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셔도....지금은 곤란합니다.”


“예?”


“스트라제나는 현재 환자 한 명을 담당하고 치료중이거든요.”





조이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자 스트라게일은 그가 예상한 그대로의 표정을 지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이야기는 없지 않았느냐, 하는 당혹스러운 얼굴.




-좀 뻔뻔해져봐라, 넌 너무 조심스러워.


알리스타나는 항상 조이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조이가 뻔뻔해져야 할 때였다.


조이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스트라게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 제가 말씀을 안 드렸나요? 제나는 이번에 처음으로 암시치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암시자가 환자를 도중에 포기하는 일이 얼마나 모두를 곤란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일일지는, 선생님이 더 잘 아시겠죠.”





절묘하게도, 노크도 없이 상담실 방문이 벌컥 열린 것은 그때였다.


때아닌 무례에 문쪽으로 고개를 돌린 두 사람의 얼굴이 일제히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문앞에는 스트라제나가 서 있었다.


방금 미라구나에서 열차를 타고 돌아온 터라 긴 외출을 하고 온 티가 역력했다.

상담실에 한 자리를 버티고 앉아있는 오빠와 눈이 마주친 여동생은, 환한 미소와 감격에 어린 포옹 대신에 다짜고짜 말을 내뱉었다.





“Почему ты здесь?"




...선셰이드 말이잖아.

하긴 가족들끼리 피리간말로 대화해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조이가 잠시 물러나있는 동안, 스트라게일 또한 동생에게 선셰이드 말로 대답했다.





※선셰이드말로 나누는 대화




“잘 지냈냐, 이 돼지야?”


“피리간에 온다는 말은 없었잖아! 공항에서 전화라도 하지.”


“네가 잘하고 있나 이 잘생긴 놈한테 직원평가를 듣고 있었다. 학부모상담 같은 거야.”


“그래? 저 사람(조이)이 나에 대해서 뭐래?”


“진짜 재수없고 밥맛 떨어진대.”


“아, 오빠가 그렇다는 얘기지? 자기소개 잘 들었고.”





한편 선셰이드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는 조이는, 그들의 얼굴에 웃음기 하나 없고 발음은 무뚝뚝하며 뒤로 갈수록 점점 말이 빨라졌기에, 이 남매가 혹시 싸우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졌다.



그것이 선셰이드 가정의 일반적인 대화 분위기라는 것을 조이가 미리 알았다면 좀 더 마음이 편안했을 것을. 그러거나 말거나, 멜록스위드 남매의 열띤 대화가 이어졌다.




※선셰이드말로 나누는 대화



“그런데, 제나, 저 잘생긴 놈이 말하길 네가 요즘에 환자 치료를 한다며? 저번 메일에는 사냥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냐?”


“뭐? 그게 무슨....”



스트라제나의 시선이, 긴장을 감추려고 입술을 깨물고 있던 조이의 얼굴에 닿았다. 드디어 올것이 왔다는 것을 직감한 조이가 시치미를 떼고는 피리간 말로 말했다.





“어....제나. 오늘 네 환자가 좀 늦네. 무슨 일 없는지 전화해봐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나 스트라제나의 얼굴은 여전히 수수께끼의 대답을 감도 잡지 못하는 표정이었고, 조이는 그녀와 간절하게 눈을 맞춰오며 손가락으로 귓바퀴를 문질렀다.


피리간에서 귀를 문지르는 것은, 서로 거짓말을 공유한 사람들끼리만 은밀히 보내는 신호.


조이의 손짓과 얼굴을 본 스트라제나는, 그녀가 지금 어떤 시험대 위에 올라와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조이는 헛소리로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뭔가를 꾸미고 있다.

스트라게일은 아직도 동생을 뚫어지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궁리하던 스트라제나의 귓가에, 로게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뒤뜰에서 엘피와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로게스가 숨 넘어가게 웃는 소리가 상담실까지 넘어왔다.


그때 스트라제나가 번쩍 팔을 들어서는 창 너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내 환자’가 저 밖에서 놀고 있었잖아? ‘내 환자’가 센터에 도착했으면 나한테 알려줬어야지, 하빌라도 참! ‘내 환자’가 치료시간도 모르고 마냥 날 기다릴 뻔했잖아!”





스트라제나는 진지했는데, 그의 오빠 스트라게일은 알쏭달쏭한 표정이었다.


제나의 형편없고 끔찍한 연기력에 깜짝 놀란 조이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팔짱을 꼈고, 여전히 연극에 몰입중이던 제나는 문쪽으로 걸어가며 선셰이드 말로 말했다.





※선셰이드말로 나누는 대화



“오빠, 난 ‘내 환자’를 치료할 시간이라 가봐야겠어. 나중에 만나야겠는데? 언제까지 피리간에 있을 예정이야?”


“주말까지는 있을 텐데.....그런데 말이다, 제나.”


“응?”


“네가 치료한다는 환자 본명이, 그러니까 진짜 이름이 ‘내 환자’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하하....오빠 농담은 시간이 지나도 늘지를 않네. 아무튼 그럼 나중에 연락할게.”





스트라제나는 오빠에게서 고개를 돌려 조이를 바라보며 눈짓으로 문짝을 가리켜보였다.





“릴(조이), 와서 내가 준비하는 것 좀 도와줄래?”


“그러지, 잠깐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스트라게일 씨?”





스트라게일의 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서둘러 일어난 조이가 스트라제나의 뒤를 따랐다.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태도가 돌변한 스트라제나는 혹여 상담실까지 말이 흘러들어갈까 잔뜩 낮춘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환자는 뭐고!”


“나야말로 너희 오빠가 갑자기 찾아와서 얼마나 진땀을 뺐는지 알아?”





조이도 그동안 예민하게 몸에 불어넣었던 긴장이 풀려 투정에 가까운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스트라제나가 말했다.





“진땀을 빼다니? 게일이 ‘꼴통’이기는 해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막대하진 않는데.”


“다짜고짜 상담실에 들어와서는 하는 말이 널 선셰이드로 당장 데려가겠다는데, 스탠(알리스타나)도 없는 상황에 내가 무슨 말을 해야겠냐?”


“날 데려간다고? 오빠가 그랬어?”





스트라제나는 금시초문인 표정이었다.

그것봐라 하는 얼굴로 조이가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너도 처음 듣는 얘기일 거야. 내가 듣기에 딱 봐도 너희 가족끼리만 독단으로 정한 일인 것 같기에, 우선 급한 대로 둘러댔어. 그런데 너희 오빠, 장난으로 말하는 것 같지가 않아.”


“......”





알리스타나와 기억수정에 관한 이야기는....우선 못 들은 것으로 하자.


조이가 말했다.





“왠지 느낌에, 너희 오빠는 너랑 같이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까지는 피리간에서 꼼짝도 않을 것 같다고.”


“나중에 오빠랑 둘이서 얘기해볼게. 넌 우선 오빠한테 가서 적당한 말로 돌려보내줘.”





어련하겠냐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조이가 문득 얼굴을 굳히며 물었다.





“미라구나에서 또 제피스토랑 무슨 일이 있던 건 아니지?”


“꼭 무슨 일이 있기를 바라는 표정으로 물어보네.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잘 나왔으니까 내가 여기 와 있겠지.”


“아, 그러니까 제피스토텔레스를 또 만나러 가셨군?”





조이가 눈썹을 비틀며 목소리 끝을 기묘하게 올렸다.

아차....스트라제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미라구나에서 엘피와 조이를 먼저 돌려보내면서, 다시는 제피스토를 혼자 만나러 가지 않겠다고 당당하게 거짓말을 했던 스트라제나였다.



젠장, 스트라제나가 자신의 허술함에 괴로워하는 사이 조이가 비아냥거렸다.




“기분 나쁘게 듣지는 말고, 너 정말 산업 스파이는 아니겠지? 나중에 별안간 제피스토네 센터로 이직하겠다고 나서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우선은 그를 닥치게 할 요량으로 스트라제나가 입을 열었다.





“일단 우리 오빠만 잘 수습해줘. 네가 아주 흥미로워할 만한 이야기를 들고 왔으니까.”


“동생을 데려가려고 선셰이드에서 이 산속까지 찾아온 오빠보다 더 재밌는 얘기가 있을까?”


“로게스.”





스트라제나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에, 조금 전까지 나불거리던 조이도 순간 입을 다물고 숨을 삼켰다.


제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뒷일을 그에게 맡기겠다는 뜻으로 조이의 팔을 가볍게 토닥이고는 말했다.





“제피스토의 센터에서, 어째서 로게스의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듣고 왔어. 알고 싶으면 부디 저 선셰이드 출신 꼴통 처리를 잘 부탁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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