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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 님의 서재입니다.

디어 헌터 Dear, Hunter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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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8.10.12 23:45
최근연재일 :
2019.08.19 19:03
연재수 :
5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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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59,476

작성
19.08.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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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디어 헌터 Dear Hunter 41.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DUMMY

하빌라가 상담실 안으로 커피와 잼을 넣어주었다.



조이가 그걸 받아서 테이블 위에 놓았다. 스트라게일은 능숙하게 1회분 잼의 포장을 벗겨서 커피에 넣고 숟가락으로 섞었다. 그의 손동작은 비즈니스맨들의 교과서로 훈련된 사람처럼 빈틈이 없고 우아했다.



하빌라는 조이의 몫으로 땅콩버터를 넣어주었다.(고마워요, 하빌라!) 땅콩버터를 섞은 커피로 잠시 한모금의 안정을 얻은 조이가 천천히 운을 뗄 준비를 했다.




스트라게일이 꺼낸 이야기는 곧바로 뛰어들기 힘든 본론이니 만큼,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실례라는 걸 알지만, 멜록스위드 씨.....”





조이가 운을 떼자, 커피잔을 내려놓은 스트라게일은 다리 아래 뭉친 바짓면을 바로 잡으며 두 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포개고 그의 말을 경청할 준비를 마쳤다.


입을 가만히 다물고 쳐다보는 표정이 스트라제나랑 정말 똑같다,

무심코 그렇게 생각하며 조이가 말했다.




“피리간 말이 유창하시군요. 스트라제나에게 들은 바로는 가족분들이 계속 선셰이드에 살고 있다고만 알고 있어서요.”


“십년 가까이 사업에 몸담으면 싫어도 유창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됐군요.”





자신의 말이 스트라게일에게 무례하게 들렸을까 잠깐 조이가 고민하는 사이, 스트라게일이 불쑥 물어왔다.






“제나는 어때요, 피리간 말은 곧잘 합니까?”


“아....많이 좋아졌습니다. 처음엔 좀 서툴렀죠.”


“이제야 좋아졌다고요?”




스트라게일이 미간을 구기며 목소리를 높이자 조이도 놀랐다.





“그놈이 피리간 말을 공부한지가 벌써 몇 년인데.... 이제야 좋아졌다고요?”


“선셰이드 말과는 어원이 많이 달라서 피리간 말을 배우기 까다롭다더라고요.”


“그건 핑계죠. 하여간 꼴통은 어느 나라에 던져놓든 꼴통이구만.”


“예?”





조이는 방금 자신이 제대로 들었나 싶어 멍청히 되물었다.

스트라게일은 여전히 단정한 얼굴에 아나운서처럼 우아한 발음으로 또박또박 말했다.





“제나 그 자식은 완전 바보 ‘꼴통’이에요. 같이 지내면서 못 느끼셨습니까? 제 동생만 아니었으면 확 세탁기에 넣고 돌려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동생이 아니면 세탁기에 넣어도 괜찮은 건가?

무심코 그런 생각을 머리에 떠올리는 조이를 향해 스트라게일이 물었다.






“칼라일 씨라고 했죠? 칼라일 씨는 형제자매가 있습니까?”


“....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아! 우린 말이 통하겠군요. 칼라일 씨는 동생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한 적 없습니까?”


“세탁기에 집어넣고 싶었냐고요?”


“내가 어쩌다 이런 놈이랑 혈육으로 엮였나, 그런 생각이 한 번도 들지 않았냐, 그 말씀입니다. 저는 제나까지 동생놈만 둘인데, 이제는 어느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스트라게일은 결코 진지하거나 심각하게 꺼낸 이야기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조이는 잠시 그의 호흡에 휘말려 생각해보았다.



조이의 동생 페이스는 되도 않는 주장으로 억지를 부리거나 속을 썩이는 동생은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어디서 그런 아이를 찾아볼 수 있을까 경이로울만큼 착한 동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페이스가 조이의 분통을 터뜨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느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조이가 잠자코 대꾸했다.




“생각해보니, 세탁기까진 아니어도, 멈추지 않는 회전목마에 동생을 태우고 하루종일 눈도 안 깜빡이고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네요.”


“그렇죠?”





스트라게일이 껄껄 웃었다.

조이는 자신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 도통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이 잠시 즐거워진 이때야말로 심각한 이야기를 꺼내기엔 적당한 때라고 생각했다.


조이가 얼른 말했다.





“비록 집에서는 못 미더운 동생이었을지는 몰라도, 스트라제나는 그동안 우리 센터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지금 멜록스위드 씨가 동생분을 데려가버리시면, 저희 센터는 귀중한 재원을 하나 잃어 곤란해질 텐데요.”




조이가 최대한 우회적으로 꺼낸 말에, 스트라게일도 비로소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을 다시 기억해낸 듯 손바닥으로 무릎을 치며 자세를 가다듬고 물었다.





“말씀 잘 하셨습니다. 도대체 제나가 ‘이곳’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그 ‘일’이라는 게 뭔지 제게 정확히 알려주시겠습니까?”




조이는 대답하기에 앞서 머릿속으로 짧게 계획을 세워야 했다.


안타깝게도 스트라제나는 아직 견습 암시자 신분이라 제대로 암시 치료를 맡아본 적이 없다.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조이와 동반해서 우드랙의 기억을 읽었던 일인데, 그걸 치료라고 부르기에는.....


거기다 스트라제나는 센터보다는 센터 밖에서 우드랙과 산을 타넘고 다니며 누룩코사슴 사냥을 다닌 기간이 더욱 길었다.



사슴사냥, 그래, 그 부분을 잘 말하면 되겠다.


조이는 어째서 자신이 이렇게까지 제나의 변호에 열심인지 알 수 없었으나, 우선은 스트라게일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의 마음을 피차 좋은 쪽으로 돌리는 게 급하다고 생각했다.





“스트라제나는....센터 직원들과 협력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암시치료에 필수적인 사슴뿔 시약의 연구에 큰 기여를 했습니다.

참, 암시를 할 때 쓰이는 물약 재료로 사슴뿔이 중요하게 쓰인다는 건 알고 계셨습니까?”



“네, 알다마다요.”




잠시 개운치 않은 듯 입맛을 다신 스트라게일이 곧 말을 이었다.





“그래서, 스트라제나가 이 먼 피리간까지 와서는 등에 총 매달고 사슴을 찾으러 산적마냥 쑤시고 다닌다, 지금 그 말을 하시려는 게 아닙니까?”






....다 알고 있었군.


암시자 알리스타나는 제나의 아버지와 오랜 친우였고 멜록스위드 집안과도 줄곧 가까웠으니, 스트라게일이 사슴사냥의 필요성을 아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이가 신경쓰였던 것은, 그가 아는지 모르는지의 여부가 아닌, 스트라게일의 목소리에 깊게 배어있던 어떤 불편한 인식이었다.





“칼라일 씨, 아시는지는 모르겠으나....제나는 센터에 오기 전 힘든 일들을 겪었습니다. 제정신으로 살지도 못했습니다. 다들 제나가 죽을 거라 생각했어요.”





조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스트라게일이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기운을 차린 겁니다. ‘암시’를 배우고 싶다면서요. 사실, 저희 집안은 암시는 물론이고 암시치료에 꾸준히 회의적이었습니다. 암시를 받고 제나의 상태가 나아진 건 확실했지만....우리 가족은 모두 제나가 더 편안하게 살면서 다른 공부를 하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제나가 워낙 완강했고, 알리스타나 선생의 설득도 있었죠. 결국 죽어가는 동생 살리는 심정으로 암시자 훈련을 허락했던 겁니다.”





환영받지 못한 사랑, 환영받지 못한 꿈, 환영받지 못한 출발.


조이의 머리에 그런 말들이 떠올랐다.





“알리스타나도 책임지고 스트라제나가 한 사람의 암시자로 독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그랬는데, 제나가 뜬금없이 사격을 배우고 있다질 않나, 수렵면허를 따겠다고 하질 않나, 나중에는 해뜰 때 산으로 들어가서 해가 지도록 사슴을 쫓아다녔는데 한 마리도 잡질 못했다고, 그런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더군요, 허!”




스트라게일이 한 손으로 이마를 쓰다듬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격앙되기 시작했다.





“칼라일 씨도 여동생이 있다니 잘 아시겠지만, 막내딸이자 동생이 먼 타국에서 사슴을 잡느라고 고생을 한다는데 마음이 편할 가족이 어디 있습니까?“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서 이것만은 짚고 싶은데요,”





조심스럽게 조이가 끼어들었다.

점잖은 태도를 유지했지만, 사실 알리스타나의 자질이 의심받을 위기가 오자 그도 모르게 발끈했던 것이다.





“스트라제나는 암시자가 되기 위해 마땅히 거쳐야 하는 단계를 지나고 있을 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사냥을.....배웠었고요. 오직 스트라제나 혼자만이 일방적으로 고된 일을 하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칼라일 씨, 제가 그 말씀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만 있다면 저도 얼마나 좋을까요. 그랬다면 출장 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어 찾아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전화나 메일로 해결하고 말았지요.”





그럼, 뭔가 다른 문제가 있나?


조이가 잠자코 바라보자, 이번에는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는 이야기인지 스트라게일이 헛기침을 했다. 조금 시간을 끌던 그가 말했다.





“저는 이제 알리스타나를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아니, 사실은 꽤 오래 전부터 그랬습니다. 그가 하는 모든 말들이 모순입니다. 상황을 보아가며 말을 바꾸는 그 사람을 제대로 된 암시자라 볼 수 있습니까?

그런 사람 아래에서 스트라제나가 일하는 걸 두고 볼 수는 없습니다. 마침 알리스타나가 최근 센터를 비웠다기에, 그 사이에 제나를 데려갈 생각이었습니다.”



“그게....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를, 제가 감히 듣고 싶은데요. 그러니까, 알리스타나 선생님을 특별히 안 좋게 바라보신다면, 그럴 만한 사건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조이는 흥분하지 않으려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물었다.


스트라게일은 짧은 시간 내에 부쩍 지친 것처럼 보였다.

잠시 고개를 떨어뜨리고 깊게 한숨을 내쉰 그가 머리를 좌우로 젓더니, 고개를 들지는 않고 조이에게 말했다.





“알리스타나가 제나를 치료할 때부터 갈등이 있었습니다. 기존에 저희 가족에게 설명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을 도입하려고 했고, 저희는 암시야 잘 모르는 분야이니 무턱대고 따르는 마음 반, 미심쩍은 마음 반이었습니다. 그래도 시름시름 앓던 제나가 점점 나아가는 게 눈으로 보이니, 그때만 넘기면 되겠다고 생각을.....했는데요.”





스트라게일의 목소리가 천천히 비통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이미 그 한참 전부터 조이는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다.





"칼라일 씨, 저희는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습니다. 저희들 모두가 알리스타나와 공범이 되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공범이라뇨.”


"칼라일 씨도 암시자이니 아시겠지요....."


"네?"


"기억수정이라고 부르는 것, 말입니다....”












“이상한 말로 사람 속을 또 어지럽힐 생각이라면, 그만 하시죠.”




그렇게 대답하는 한편으로 스트라제나의 마음속에서는 파동이 일고 있었다.

제피스토텔레스는 느긋하게 턱을 쓰다듬었다. 그의 얼굴에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빛이 어려 있었다. 그가 말했다.





“나도 이걸 더 기분 좋은 때에 알려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러나 사실이에요.”





스트라제나는 아직도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틸리의 말은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다!





“알리스타나는 평생 기억 수정에 회의적인 입장이었어요. 그런 사람이 어떻게 조이가 기억수정을 받는 걸 가만히....!”


“회의적이다, 라는 게 완전한 폐쇄를 뜻하는 건 아니지요.”





혀를 차면서 제피스토가 말을 이었다.





“어쩌겠어요? 알리스타나가 조이의 기억수정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이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걸.”


“바꿀 수 없다니, 무슨 말이에요?”


“제나....설마 조이의 기억속에서 우리가 열심히 ‘죽인’ 형의 기억을 다시 심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요? '기억을 죽이는 게 가능하다면, 살리는 것도 가능할 거야!' -라며 신이 나서는, 조이의 기억속에 다시 형의 심어줘서 그의 혼란을 잠재워주리라, 꿈에 부풀었던 것은 아니겠지요?”





제피스토텔레스는 얄밉게도 스트라제나의 서툰 피리간 발음까지 그대로 모사하여 말투를 흉내냈다. 제나는 허를 찔린 표정으로 틸리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녀의 모든 마음을 실토해버리는 얼굴에, 틸리는 한숨을 쉬고 말했다.





“내 그럴 줄 알았지. 버드나무를 베어내고 나면 그 나무는 다시는 예전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그 잘린 버드나무를 뽑고 새로운 버드나무를 그 자리에 대신 심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새로 심긴 버드나무는, 예전에 우리가 베어버린 그 버드나무가 될 수는 없어요. 둘은 전혀 다른 나무니까요.”


“그럼, 조이는....”




스트라제나가 한 번 숨을 삼켰다.





“조이의 기억에서 죽은 조이의 형은....다시는 살아날 수 없겠군요. 그의 기억속에서.”


“....그렇답니다.”


“조이에게 사실은 형이 살아있다고 믿게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겠고요.”



제나의 그 말에, 제피스토텔레스가 대꾸 없이 그녀를 들여다 보기만 했다.











“....그럼, 이제 다른 희망은 없나요?”





수화기 너머에서 페이스는 떨고 있었다.


제피스토텔레스의 암시 센터에서 나오자마자, 스트라제나는 조이의 동생 페이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페이스는 알리스타나의 센터가 있는 모힘사 산보다도 세 시간을 더 달려가야 나오는 외딴 바닷마을에서 화물을 내리며 잠깐 쉬다가 전화를 받았다.


스트라제나는 조이가 받은 기억수정에 대해, 제피스토텔레스에게서 알아낸 것들을 페이스에게 모두 말해주었다.


그러나 페이스는, ‘사라진 호프 오빠의 기억은 다시는 조이 오빠의 머릿속에 영영 되살릴 수 없다’는 결론을 들은 순간, 이미 큰 슬픔에 빠져 다른 가능성을 둘러볼 의욕조차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걸 모를 스트라제나가 아니었기에 얼른 페이스에게 말했다.





“침착하고, 모든 걸 반대로 생각해보자고요, 페이스.”


“네?”


“우리가 조이를 도와주려는 건, 조이가 기억 수정 치료를 받았는데도 지금까지 계속 정신이 불안하기 때문이죠? 조이가 끊임없이 힘들어하기 때문이잖아요. 저는 호프(조이의 형)나 페이스를 위해서 조이를 도와주려는 게 아니예요. 오로지, 조이를 위해서예요. 페이스도 저랑 같죠?”


“........”





잠시 스트라제나의 말을 멍하니 빨아들이고만 있던 수화기에서, 뜸을 들이다 대답이 나왔다.





“네...제나 씨, 저도 그래요.”




“조이는 왜 힘들까요? 그를 그토록 괴롭게 하고 고통을 주던 호프 형의 기억이 모두 사라졌는데? 호프 형의 기억은 더 이상 조이를 공격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이제는 먼지도 남지 않고 싹 다 사라졌으니까요, 조이의 머릿속에서. 그런데도, 왜....조이가 힘들까요?”





수화기 너머에서 페이스가 가만히 콧물을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트라제나가 말을 이었다.





“틀림없이, 조이를 괴롭게 만드는 다른 이유가 있어요. 호프 형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문제요.”


“그런....”


“페이스, 뭔가 짐작가는 게 없나요? 조이를 힘들게 만든 다른 원인이 있었을지?”


“조이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보다 예민했어서....”





저도 잘....

페이스의 목소리가 막연하게 흐려졌다. 스트라제나가 말했다.





“기억이 잘 안 나도 괜찮아요, 페이스. 그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우리는 지금까지 ‘기억수정’의 부작용 때문에 조이가 힘들어한다고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그건 틀렸어요. 사실, 기억수정은 완벽하게 성공했어요. 호프 형의 기억은 깨끗하게 지워졌지만, 우리가 찾지 못한 다른 문제가 아직도 조이한테 남아있어요. 조이가 정서적으로 계속 불안해하는 건 그 때문이에요.”




많은 내용을 한꺼번에 쏟아내려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찼다.

잠시 호흡을 정리한 뒤 스트라제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피스토텔레스가 말하길, 조이가 꼬마 로게스와의 암시를 힘들어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했어요. 페이스, 제가 저번 전화에서 들려드린 ‘로게스’ 이야기, 기억하죠?”


“그럼요, 모를 리가 없죠. 오빠가 맡은 환자인데.”





페이스가 대답하자 스트라제나가 마음을 놓고 말을 이어갔다.





“네, 제피스토의 말대로라면, 로게스와 조이가 괴로워하는 기억 사이에 공통점이 있대요. 그게 암시 속에서 서로 충돌했기 때문에 조이가 고통스러워 암시에서 자꾸만 튕겨나오는 것이라 했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조이와 로게스가 비슷하게 경험한 어떤 ‘상처’를 찾기만 하면, 우리는 조이를 도와줄 수 있어요.“


“....아, 제나....”


“로게스 쪽은 제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대신에, 페이스에게는 제가 부탁 두 개만 할게요.”


“두 개요?”





보통 사람의 대화에서와 같이 ‘부탁 하나’가 아닌 ‘부탁 두 개’라는 표현이 생소했는지 잠시 공백으로 튀었던 페이스의 말이, 얼른 다시금 이어졌다.





“뭐든지요, 말만 해주세요.”


“오늘부터, 시간이 되는대로, 페이스가 어릴 때 오빠들이랑 함께 했던 추억들을 기억나는대로 적어주세요. 최대한 자세하게, 아주 사소하고 쓸모없는 추억까지 적어주면 좋아요. 다 쓴 다음에는 제게 메일로 보내주세요.

제일 중요한 건 페이스가 그럴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오빠들은 어떤 기분으로 보였는지, 그런 걸 정확하게 알려주셔야 해요. 제가 읽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정도로요.“


“제 기분까지 적어야 하나요?”





페이스가 막연하게 묻자, 스트라제나는 단호히 대답했다.





“당연하죠. 페이스는, 조이를 가장 잘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예요. 알리스타나보다도 더.”


“.....나머지 부탁 하나는 뭔가요, 제나?”


“아, 그건.....”





스트라제나는 입술을 빨았다.

페이스에게 전화하기 전에 담배 한 개피라도 물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쓰리도록 후회하며, 제나가 힘주어 말했다.





“절대로 모든 게 당신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말아요, 페이스. 언제나 침착하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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